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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교부 ‘가격 담합 아파트’ 발표 그 후

“집값 잡기는커녕 잠자는 사자 건드려… 정부, 또 졌다”

  •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건교부 ‘가격 담합 아파트’ 발표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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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로 굳어진 호가, 매물 全無

집값 담합을 했다고 적발된 아파트들의 집값 변동 추이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매수자’로 가장해 부천 상동 LG·SK 아파트 단지 내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았다.

그런데 업소마다 출입문에 ‘7월31일부터 8월6일까지 휴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문이 잠긴 H중개업소의 안을 들여다보니 두 명의 남자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노크를 하자 문을 열어준다. “사람이 있는데 왜 문을 닫고 있냐”고 물으니 “건교부의 추가조사를 피하려고 문을 닫은 채 암암리에 영업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부동산 중개업소의 대표라는 김모씨에게 “아파트를 사려고 하는데 담합 지역으로 적발된 후 매매가가 좀 떨어지지 않았냐”고 물었다. 김씨는 우선 필자가 진짜 매수자인지 아니면 ‘매수자를 가장한 매도자’인지를 탐색하는 눈치다. 집주인이 시세를 알아보기 위해 매수자인 척 중개업소에 들러 “얼마에 살 수 있어요?” 하고 묻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필자와 몇 마디를 나눈 끝에 매수자로 확신했는지, “아파트 가격 담합 단지로 지정된 후 매물이 쏙 들어갔지만 작업을 한번 해보겠다”며 적극성을 보였다. LG·SK 48평형의 지난 5월 초 시세는 5억대 초중반이었다.



“현재 48평형 호가는 8억~8억5000만원 선이다. 만약 계약금을 손에 쥐고 있다면 매물을 거둬들인 집주인과 7억5000만원 선에서 타협해보겠다. 그것도 장담할 수 없다. 집주인의 사정이 급하지 않은 한 팔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매물이 하나 둘이라도 나와야 거래가 성사되는데, 지금은 전혀 없다. 지금처럼 매물이 없는 상황에서 단 한 건이라도 호가에 계약서를 쓰면 그게 곧 시세로 굳어버린다. 그러면 호가는 또다시 1억~2억원이 뛸 것이다.”

필자가 “가격이 맞으면 당장 계약하겠다”면서 매수 호가를 7억원에 못박았다. 고객이 이 정도의 적극성을 보이면 중개업자는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물건 ‘쥐어짜기’에 돌입한다. 김씨는 ‘매물’이 등록된 공책을 펼쳤다. 몇 장을 뒤적이는가 싶더니 “찔러볼 만한 매물이 하나도 없다”며 공책을 덮는다. 그러면서 “급등세 조짐을 보이던 지난 5월 8개의 물건이 한꺼번에 소진됐다. 아파트 가격 담합 지역은 급매물이 빠진 후 호가와 시세 차이가 벌어졌다가 차츰 시세가 호가에 가까워지는 속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집값 오른 이유, 따로 있다

LG·SK아파트 단지를 비롯해 부천 중·상동 지역은 5월 이후 3개월 새 아파트 값이 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2억∼2억5000만원 올랐다. ‘담합,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하던 차, 김씨는 이 지역 집값 급등의 원인이 다른 데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5월4일 모델하우스를 공개한 ‘중동역 2차 대우아파트’의 분양가가 아파트값 급등의 기폭제가 됐다”고 주장했다. 대우아파트 48평형 ‘중간층’의 분양가는 평당 1314만원(전체 분양가 6억4400만원). 비슷한 시기 중동에서 입지가 좋은 편에 속하는 은하마을 D아파트 49평형의 국민은행 시세가 4억원대 초반이었다(5월1일 기준 일반거래가).

“중·상동 지역 부녀회가 다른 신도시에 비해 현저히 저평가된 집값을 올리기 위해 담합을 계획할 무렵 대우아파트 분양가가 공개돼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부녀회가 설치지 않아도 주민들 사이에 ‘(대우아파트) 분양가만큼은 받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순식간에 형성됐고 이는 시세와 호가에 즉각 반영됐다. 결국은 분양가가 집값 상승을 주도한 것이다. 2009년 개통 예정인 지하철 7호선의 개발 호재도 아파트 값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노릇을 했다.”

부천 중·상동 못지않게 여러 단지가 ‘블랙리스트’에 오른 경기도 고양시 화정·행신지구도 호가가 떨어지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일부 단지 대형 평형의 호가는 오름세가 계속됐다. 나와 있던 매물 또한 ‘자라목’처럼 쏙 들어간 상태다. 여름철이 원래 부동산 시장 비수기인데다 정부 정책에 대한 집주인들의 반발이 더해져 매물은 구경조차 하기 힘들다는 게 이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전언이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은 제쳐두고라도 가까운 일산에 비해서도 터무니없이 집값이 낮아 부녀회가 담합에 나섰다”면서 “최근 인근 지역에서 분양한 아파트가 평당 1500만원대에 육박하면서 호가가 상승하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부동산 중개업자가 화정·행신지구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한 고양시 행신동 ‘SK뷰’(25~45평형 574가구)의 평당 분양가는 960만~1490만원(45평형 풀옵션) 선. 7월25일부터 청약 신청을 받은 이 아파트의 분양가가 예상보다 높게 책정된 것이 잠잠하던 이 지역 집값을 들썩이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화정·행신지구 부녀회측이 내세운 호가는 ‘SK 뷰’ 분양가와 비슷한 평당 1500만원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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