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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끼는 바지 입으면 정자 줄어든다

[난임전문의 조정현의 생식이야기]

  • 난임전문의 조정현

꽉 끼는 바지 입으면 정자 줄어든다

최근 40년간 서구 남성 정자 수가 50~60% 줄어든 데는 꽉 끼는 바지도 한몫했다. [Gettyimage]

최근 40년간 서구 남성 정자 수가 50~60% 줄어든 데는 꽉 끼는 바지도 한몫했다. [Gettyimage]

“좀비 바이러스가 현실에 나타난다면?”

좀비 영화는 1980년대부터 등장했지만 말도 안 되는 허구다. 하지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최악의 코로나바이러스를 겪으면서 최근 유행하는 좀비 바이러스 소재의 영화를 보는 게 여간 찝찝하지 않다.

당혹스럽게도 최근 좀비 영화나 드라마 때문에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 이슈가 되고 있다. 주변에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좀비 바이러스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테스토스테론이 거론되던데, 좀비 바이러스와 테스토스테론이 어떠한 연관이 있느냐?”고 묻는다. 심지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너무 높으면 공격적으로 변한다던데…” 하며 걱정한다. 요즘 젊은이들 표현으로 ‘듣보잡(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스러운 이야기)’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좀비 바이러스’를 설명하는 과정에 테스토스테론이 등장하는 과학적 배경의 시발점은 이렇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쥐 등의 수컷 동물이 톡소포자충이라는 기생충에 감염(톡소플라스마병)되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과다하게 분비돼 공격적 성향을 띠며 암컷을 찾아 오로지 번식에 몰두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수컷이 짝짓기를 위해 심하게 흥분했기로서니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걱정은 그다음부터다. 사람이 톡소플라스마병에 감염된 고기를 먹으면 일부는 성격이 변하거나 정신분열증을 일으킬 수 있는데, 톡소플라스마병에 의해 뇌 기능이 마비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모르긴 해도 이 같은 생물학적 연구 과정이 토대가 돼서 무궁한 상상력이 발휘됐고, 마침내 좀비 바이러스가 탄생한 게 아닐까 싶다.



아니나 다를까,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형 좀비 드라마(‘지금 우리 학교는’)의 소재가 바로 테스토스테론이다. 고양이한테 달려드는 용감한 쥐가 유독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극도로 높다는 것을 발견한 과학 교사가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아들에게 이 쥐에서 추출한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을 지속적으로 주입해 강한 남자를 만들려 하고, 그로 인한 부작용으로 아들이 서서히 좀비가 됐다는 설정이다.

폭력성이 테스토스테론 탓?

좀비 바이러스를 떠올리게 하는 또 다른 과학적 근거가 있다. 예를 들어 쿠파드레(복어의 독 테트로도톡신)를 먹은 동물은 몸이 마비되고 체온이 내려가고 입과 혀, 팔다리가 굳는데, 쿠파드레에 감염된 동물에 인간이 물리면 어떻게 될까라는 의문을 던질 수 있다. ‘숙주(인간)의 몸으로 들어간 독 등이 신경계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에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 것 같다. 미국 마이애미대 사미타 안드레안스키 박사 등 일부 과학자는 “톡소포자충이나 기생충, 독 등이 인간의 중추신경계를 감염시킬 수 있다”며 “만약 광견병 바이러스가 치명적인 독감 바이러스와 만난다면 인간의 뇌가 마비될지 모른다”고 잔뜩 겁을 주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다행히 좀비 바이러스를 연구한 과학자들은 다른 견해를 내놨다. 수백만~수천만 개의 뉴런을 가진 인간의 뇌는 강하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쉽게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 또 영화 속 좀비 바이러스처럼 종의 경계를 허물고 살아 있는 생명체 모두를 감염시킬 정도의 강력한 바이러스는 존재하지 않으며, 사람이 좀비가 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여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중간 숙주를 거쳐 인간까지 감염시키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며 좀비 영화를 단순히 영화로만 볼 수 없다고 걱정한다.

그나저나 테스토스테론에 대한 오해부터 풀어야겠다. 강조하지만 테스토스테론은 나쁜 호르몬이 아니다. 독에 의해 뇌 기능이 마비됐을 때가 문제지, 테스토스테론만으로 그토록 엄청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테스토스테론은 남녀 모두에게 에너지와 의욕을 넘치게 하고, 인지 기능을 향상하고, 뇌 기능을 활발하게 만든다. 반면, 부족해지면 의욕이 감소하고 성욕이 감퇴하고 면역 기능까지 떨어지게 된다.

테스토스테론은 정자를 만드는 대표적 호르몬으로 고환뿐만 아니라 콩팥 위에 있는 부신에서도 분비된다. 태아 시절에는 남성 생식기 생성 발달에 관여하며 사춘기 때는 정자 형성과 성숙(여성은 난자 성숙), 음경(여성은 음핵)의 확대, 발기, 사정 등이 일어나게 하며 음모와 체모를 성장시킨다.

남성의 경우 고환에서 정자가 생산되면서 비로소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된다. 즉 정자가 많이 만들어질수록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아지고, 반대로 정자 생산에 문제가 생기면 수치가 낮아진다.

지금까지 테스토스테론의 사회적 효과 즉, 공격성과 경쟁적 행동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 바는 있다. 먼저, 도전 이론이 있다.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사춘기에 늘어나 이 시기에 공격성을 포함한 번식 행동과 경쟁 심리 및 행동이 나타난다고 보는 이론이다. 또 하나는 자궁 내에서부터 테스토스테론에 의해 진화적으로 남성화된 뇌를 갖게 된다는 이론(evolutionary neuroandrogenic theory)이 있다. 즉 남성화 우뇌를 가진 남성은 가능한 한 많은 성적 상대를 유혹해 성행위를 하기 위해 자신은 물론 타인에 대한 피해를 감수하고라도 경쟁심과 공격성을 갖게 된다는 이론이다.

그렇더라도 남성의 폭력성이 테스토스테론 때문이라는 증거는 없다. 테스토스테론이 리비도(성욕)를 이끄는 근원이지만 과다하게 분비된다고 해서 이성이 마비될 정도로 공격적 성향이 되는 게 아니다. 인간의 성격과 성질이 단순히 호르몬에 의해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 남성도 종족 번식의 본능에 의해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늘어나면 리비도가 솟구칠 수 있다. 그것이 다소 공격적이고 일방적이라고 해서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문제 삼아선 안 된다. 테스토스테론 과다 분비로 인해 사건 사고로 이어질 것이라는 걱정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남성성 거세한 시대

남성성이 심리적 거세를 당한 시대를 살고 있다. 세상이 남성다움을 경계하는 시절 탓도 있을 것이다.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 남성을 보면 예전과 다르게 너무 단정하고 예쁘기까지 하다.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왕성해지려면 햇살 아래 서 있기를 즐겨야 하는데,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고 좀처럼 바깥 활동을 하지 않는 남성이 늘고 있어 걱정이다. 비타민D 수치가 낮으면 테스토스테론 수치도 떨어진다.

아니나 다를까. 최근 40년간 서구 남성의 정자 수가 50~60% 줄었다. 각종 환경오염, 환경호르몬, 미세먼지, 흡연, 과음, 전자기기, 스트레스, 인스턴트식품, 패스트푸드, 꽉 끼는 바지, 섹스리스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테스토스테론에 대한 오해까지 번진다면 안 될 일이다.

요즘은 테스토스테론을 약과 주사로 보충할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감소해 근육량이 줄고 혈관 기능까지 떨어져 발기부전이 나타나는 갱년기 남성은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을 보충하는 치료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젊은 남성은 자칫 남자다워지려다가 큰 화를 당할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을 과다 주입하면 혈전이 증가해 혈관이 건강하지 않을 경우 심장마비, 뇌졸중 등으로 사망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 아내의 임신을 기다리는 젊은 남성이 주사제와 약 등으로 테스토스테론을 지속적으로 보충하면 정작 고환에서의 정자 생산에 제동이 걸려 정자 수 급감으로 생식력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


조 정 현
● 연세대 의대 졸업
● 영동제일병원 부원장. 미즈메디 강남 원장.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
● 現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
● 前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



신동아 2022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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