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개딸 방치하면 곧 중앙당사 점거하는 날 올 것

[함운경의 생업전선]

  • 함운경 네모선장 대표·前 서울대 삼민투 위원장

    입력2023-12-09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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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적 우세 앞세워 소수자 억압하는 게 民主?

    • 온라인, 익명 뒤에 숨은 비겁한 자들의 놀이터

    1980년대 초반 학생운동권에서는 전두환 군사정권을 ‘파쇼’라고 했다. 북한에서도 ‘파쇼도당’이란 말을 써서 국가보안법 공소장에 자주 나오는 단어다. 공소장에 자주 등장한 걸 보면 당시 학생운동이 좌경화됐음을 말해주는 단어인 셈이다. 그러나 ‘파쇼’나 ‘파시즘’은 북한에서 만들어진 단어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이탈리아 파쇼당과 독일의 나치당을 지칭해 파시즘 정당, 파쇼라고 한다. 독일 나치당 하면 공포 분위기가 바로 연상되는 것처럼 파쇼는 공공연한 독재테러를 말한다. 한동안 쓰지 않아 잊힌 단어를 다시 떠올리게 된 것은 최근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개딸’들의 수박 색출과 테러 위협 때문이다. 특정 열혈 지지자들을 ‘빠’라고 하는데 공공연한 수박 색출과 정치생명을 끊어버리겠다는 테러 위협을 일삼는 ‘빠’들을 과거 ‘파쇼’에 빗대 우리는 ‘빠시즘’이라고 칭한다. 그것도 결국은 파시즘이다.

    개딸 행동은 사실상 정치테러

    3월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수박 풍선을 밟아 터뜨리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3월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수박 풍선을 밟아 터뜨리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파시즘은 쿠데타처럼 소수 군인이나 어떤 소수 집단만이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에 의거한 정치라 일컫는 ‘민주정(民主政)’에서도 발생한다. 민주정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운영 원리는 다수결이다. 다수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원리는 때로 소수를 억압할 수 있는 원리가 된다. 다수를 앞세워 제멋대로 통치하고 소수를 괴롭힌다면 민주정은 소수자에게는 지옥으로 변한다. 지금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일은 소수이자 비주류인 ‘비명계’가 지옥 같은 상황에 놓여 있음을 말해준다.

    민주정 민주주의는 반독재 민주화 투쟁을 할 때는 긍정적 의미를 갖고 있었다. 다수 국민의 뜻을 총칼로 또는 공포로 억누르고 있다고 생각할 때의 민주주의는 당연히 긍정적이고 보편적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민주화가 진행되고 민주주의가 정착된 이후 다수결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다는 원리나 믿음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우리는 지금 목도하고 있다. 민주당 내 다수인 친명계는 이재명을 다음 대선에 다시 내세우려는 사람들이다. 범죄 혐의가 많은 이재명이 민주당을 방탄으로 사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른바 비명계는 소수다. 지금 민주당에서는 다수가 소수를 공격하고 있다. 현역의원끼리 싸움을 하는 게 아니다.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들이 앞장서 지구당사 앞에서 “수박은 물러나라”면서 수박 깨기를 하고 문자 폭탄을 돌리고 있다. 당하는 사람들은 공포감을 느낄뿐더러 신변의 위협까지 경험한다.

    그런데 다수파에 속한 의원 누구 하나 나서 개딸을 나무라지 않는다. 당 지도부가 나서 당내 분란을 일으키는 이른바 개딸 당원을 제명 처리하거나 징계를 내려 테러 행위를 막아야 함에도 어느 누구도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아무 제지를 받지 않는 개딸들은 거침없이 길거리에서 공공연하게 누군가의 정치생명을 끊어버리겠다며 정치적 테러를 마음껏 일삼고 있다. 이것은 헌법이 보장한 언론·집회의 자유를 넘는 문제다.

    조국 사태 때에도 범죄 혐의자를 옹호하기 위해 수십만 군중이 서초동 거리를 점령했다. 물론 범죄 혐의가 있는 그 누구도 재판에서 자신의 무죄를 얼마든지 항변할 수 있다. 그런 자유와 절차가 보장돼 있음에도 군중집회라는 다수의 위력으로 범죄 혐의 수사를 무력화하려 하기도 했다. 범죄 혐의 수사를 정치탄압이라 주장하며 범죄 혐의자를 보호하기 위해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이용했다.



    이제는 개딸들이 일상적으로 공공연한 정치테러를 벌여도 충격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놀라거나 두려워하는 한계치를 계속 넘어서니 개딸들의 행동은 시간이 갈수록 거침이 없다. 그러나 개딸들의 사실상 정치테러 행위는 소수의 일탈행위로 치부하고 덮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중국의 문화대혁명도 “사령부를 포격하라”는 구호에 호응한 군중으로부터 시작됐다. 권력이 뒷받침해 주고 문필가들이 사상·이론적으로 격려해 주면서 군중의 폭력행위는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지금 이 나라에는 개딸들을 격려하는 친명계 국회의원이 있고, 그들을 응원하는 문필가들이 있다. 즉 개딸 배후에 든든한 뒷배가 있는 것이다. 강위원 더민주혁신중앙회의 사무총장은 “이재명 체포동의안에 가결 투표한 국회의원들을 끝까지 추적해 정치생명을 끊어버리겠다”고 선언했다.

    민주공화국에서는 개인의 자유가 무엇보다 소중하다. 자유로운 개인들이 결사한 것이 민주공화국이다. 그래서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 개인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을 반대한다. 개인 양심의 자유가 외부로 표현되는 출판·집회·언론의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민주당에서 보이는 개딸들의 모습은 의원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양심의 자유, 즉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공개하지 말아야 할 것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비밀투표의 자유를 민주당 의원들에게 윽박지르며 어떻게 투표했는지 공개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민주당 사람들은 이런 위협을 별일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모양이다. 공화국을 세우면서 맨 처음 천명한 원칙이 헌법을 따르는 것이다. 헌법에서 보장한 개인 양심의 자유를 유린하고 있는데 어찌 이게 별일 아닐 수 있나. 그래서 나는 민주당의 불감증이 더욱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개딸들은 ‘개혁의 딸’이라며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며 자가발전했다. 20~30대 젊은 여성들로 구성돼 진짜 ‘딸’뻘인 줄 알았더니 사실은 40~50대 여성이 다수고 남성 상당수도 ‘개딸’ 무리에 포함돼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으로 존재할 때는 한없이 약한 자들이다. 혼자 있을 때 속마음을 표현조차 못하는 사람들이 무리를 지었을 때는 가장 용감하고 과격해진다.

    무리 지어 남들을 공격함으로써 권력을 추구하고 그것을 통해 인정받기를 원한다. ‘익명’이란 방패에 숨어 상대방을 테러한다. 한 사람의 테러는 무시할 수 있지만 무리를 이루면 피해자에게는 치명적이다. 비겁한 자들의 파시즘이다. 온라인은 이런 비겁한 자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을 더욱 강화된 형태로 보여주는 온라인 세상은 익명을 보장하고 있다. 이들이 개딸이 돼 오프라인 광장으로 무리 지어 뛰쳐나오는 것이다.

    ‘빠시즘’ 방관하는 비겁한 386

    민주공화국을 위협하는 개딸 ‘빠시즘’을 막으려면 개딸 수를 줄여야 한다. 나의 자유와 다른 사람의 자유를 존중하는 당당한 개인이 많아져야 한다. 무리 속에 숨어 인정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비겁한 사람들이 개딸이다. 이들 개딸 숫자를 줄여야 한다. 기업을 일구는 기업가와 스스로 땅을 일구어 생활하는 자영농은 무리 지어 생활하지 않아도 자아실현을 하는 사람들이다. 남들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자기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상공업 기업가와 자영농이 많아져야 무리를 지어 다니는 비겁한 사람들의 증가를 막을 수 있다.

    민주화 투쟁은 자유를 억압하는 체제에 대한 반대가 가장 큰 이슈였다. 이런 투쟁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은 386들이 개딸에 침묵하거나 방관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양식 있는 386의 침묵 속에 개딸들이 거리로 나가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행태로 진화하고 있다.

    오늘은 지구당사 앞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위협하지만 내일은 중앙당사를 점령하고 온갖 요구를 걸며 당 운영을 마비시킬 수 있다. 이를 명분으로 개딸 우두머리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욕심을 채울 것이다. 점잖게 충고해서 끝날 일이 아니다. 한때 어깨 걸고 같이 싸웠던 옛날의 동지에게 보내는 충고다. 개딸들은 양념이 아니다. 민주공화국을 지키기 위해 준동을 막아야 할 ‘파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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