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신용거래 없다, 현찰 거래만”
이준석의 레버리지냐, 진짜 탈당이냐
“李, 혼자서라도 당 만들 것”
“비례정당이면 모를까, 대구 돌파는…”
새로운선택 “조정훈·용혜인 학습효과”
“바른정당 때와 조건과 상황 달라”
조국·송영길黨에 野 분열로 다자 구도?
“尹 신당 만들어 혁신하면 양자 구도”
4월 9일 경남 진주시에서 ‘신동아’와 인터뷰 중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조영철 기자]
돌아보면 이준석 전 대표는 이때부터 어렴풋하게나마 신당 카드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일반적 해법’은 보수정당 내부에서부터 지지를 얻는 방식을 뜻한다. 그는 이 길을 가지 않겠다고 했다. 노무현을 이준석으로, ‘난닝구 정치인’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으로 치환해 그의 발언을 다시 읽어보자. 대강의 윤곽이 그려진다. 국회의원 당선에 연연치 않고 훗날의 대권을 위해 투자하겠다는 얘기다. “보수 계열 신당으로 광주를 돌파할 수 있다”(11월 9일, KBS 라디오 ‘최강시사’)는 그의 발언도 구체성은 떨어지지만 아예 빈말일 가능성은 낮은 이유다.
그에게 ‘총선에서 윤 대통령이 손을 내밀면 어떻게 하겠나’라고 물었다. 그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일어난다 해도 이제 신용거래는 없다. 현찰 거래밖에 안 된다”고 답했다. 말로만 하는 협상은 거부하겠다는 의미다. 현찰이 무얼 뜻하는지에 관해선 말하지 않았다. 이 전 대표와 교유(交遊)해 온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선거대책위원장 정도가 아니라 공천권도 주고 비상대책위원장도 맡는 식, 즉 당대표에서 쫓겨나기 전의 상태로 되돌리라는 얘기로 보인다”면서 윤 대통령이 받아들일 가능성에 대해선 “없다”고 단언했다.
“혼자라도 당을 만들 것”
장 소장은 항간에 도는 ‘반대급부를 얻어내기 위한 이준석의 레버리지(leverage) 전략’이라는 해석을 두고도 “말이 안 된다. 이 전 대표는 혼자서라도 당을 만들 것”이라고 답했다. 사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이르렀는데 창당을 안 하겠다고 하면 이 전 대표 처지가 궁색해진다. 그리하여 잠정적으로 도출된 결론은 이렇다. ‘창당 열차’가 달리기 시작했다고. 바야흐로 총선의 계절이 시작됐다.‘창당 열차’의 종착점으로 주목받는 곳이 대구·경북(TK)이다. 한국 보수의 아성이자 고토다. 이곳에 깃발을 꽂겠다는 의지다. 상징성을 고려하면 납득이 가는 승부수다. 이 전 대표에게 조언하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1월 13일 KBS 라디오 ‘최강시사’에 나와 “이 전 대표가 경북이나 대구를 바탕으로 했을 적에 성공 가능성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 역시 11월 9일 대구를 찾은 자리에서 “1996년 대구는 이미 다른 선택을 했던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1996년 제15대 총선을 앞두고 창당한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은 대구 지역 13개 의석 가운데 8석을 휩쓸었다. 여당인 신한국당은 2석에 그쳤다.
1996년 대구 유권자들에게는 ‘여당 심판’이라는 동기가 존재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1996년 총선의 경우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이미 JP(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결별한 상태였고, 1995년 12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시킴으로써 그 여파가 TK까지 옮겨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준석 신당’이 비례정당이면 모를까, 과연 대구 돌파가 가능할지 그리고 지역 기반의 정당을 만들어서 성공할지에 대한 회의감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갤럽 11월 2주차 조사를 기준으로, 대구·경북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55%다. 텃밭치고는 낮다. 그래도 빨간불이 켜졌다고 할 수는 없는 수치다. 지역 내 야당을 만들기에는 에너지가 부족하다.(*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는 여권 주류가 ‘이준석 신당’의 파괴력을 평가 절하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이준석 신당’이 비례대표에서 2~3석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역구 후보를 못 내면 큰 의미가 없다. TK에서도 어렵다”면서 “국민의힘도 신당 출현 시나리오를 가정해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이야 신당 뉴스가 많이 나오지만 연말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의 출마 이슈가 나오면 뉴스는 그리로 옮겨갈 것”이라고 했다.
新黨의 토양
윤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점도 변수다. TK에는 여당을 지지하되 주류 쏠림 현상에는 비판적인 유권자층이 존재한다. ‘윤석열+박근혜’ 노선은 이들의 불만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낸다. ‘박정희 향수’로 지역 내 다수파를 결집하는 전략이다.이는 보수 지지 블록을 단단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TK 내 지지율은 우상향의 궤적을 그릴 확률이 높다. ‘이준석 신당’에는 없는 카드다. TK 선거의 주된 프레임은 ‘집권 여당의 안정적 의석’으로 설정될 공산이 커진다. 도전자가 치고 들어갈 틈은 바늘구멍처럼 좁아진다. “같은 당만 찍으니 대구 발전이 더디다”는 호소가 먹히기 어렵다.
지역 변수를 소거(消去)해 보자. 그러면 제3지대가 보인다. 한국 정치의 중원이다. 기계적 중도가 아니라 또렷한 선호를 가진 유권자가 모인 공간이다. 적극적이라기보다는 비판적 지지층이다. 이들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자신들의 정책 선호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본다. 정당이나 인물에 대한 일체감도 약하다. 팬덤 정치에도 거부감이 크다. 외려 가치를 중심에 둔다. 어떤 면에서는 양당 고정 지지층보다 더 가치지향적일 수도 있다.
비단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정치 현장에 존재하는 집단이다. 여기에 주목한 이가 미국의 정치학자 러셀 돌턴(Russell J. Dalton)이다. 그가 꺼낸 유명한 표현을 빌리면, ‘인지적 동원(cognitive mobilization)’이 이뤄진 비당파층(apartisan)이다. 돌턴의 개념을 2012년 대선에 적용한 논문(정진민·길정아, ‘18대 대선에서 나타난 한국 무당파 유권자의 특성과 행태: 인지적 동원을 중심으로’, ‘국가전략’ 제20권 3호)에 따르면, 국내 비당파층은 1980년 이후 출생한 세대에서 32.59%로 가장 높다. 결속력이 약해 유동성은 큰 편이다. 그럼에도 양당 구조 바깥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 겨냥해야 할 핵심 수요층이다. 바꿔 말하면 신당의 토양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지역 기반 정당보다 제3지대에 다 모이는 게 (성공의)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렇게 부연했다.
“나는 항상 ‘3번 정당은 하나여야 한다’고 얘기한다. 현재까지는 비명계가 이준석 전 대표와 함께할 가능성에 손사래를 치고 있으니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스윙보터 성격이 강한 20·30 세대에서는) 일부는 가겠지만 정당의 미래를 담보해 줄 폭발력 있는 기반이 되기는 어렵겠지. 그래서 (이 전 대표가) 한국 정치를 바꾸려면 3번 하나로 다 모이거나, 아니면 국민의힘에 남는 게 낫다고 보는 것이다. 둘 다 싫어 그냥 자기 길을 가겠다면 아직 젊으니 노무현처럼 국회의원 떨어져도 좋다고 생각하고 길게 보고 가라는 의미다. 그러려면 만들려는 정당이 무엇인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하나의 3번 정당’에서 이 전 대표와 함께 핵심 ‘키맨’은 금태섭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회 대표다. 두 사람은 11월 10일 김종인 전 위원장의 주선으로 서울 종로구에서 오찬 회동을 했다. 회동 직후 이 전 대표는 엇박자가 아니라 공통분모를 노출했다. 이날 그는 CBS 유튜브 채널에 나와 “(금 대표와) 수권정당으로 가야 한다는 점에서 생각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수권 정당이냐 비례 1석 정당이냐
9월 19일 서울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열린 새로운선택 창당발기인대회 모습. 왼쪽부터 김창인 청년정의당 대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금태섭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회 대표,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조성주 정의당 ‘세 번째 권력’ 공동운영위원장. [뉴스1]
금태섭 대표가 CBS 라디오에서 “이준석 전 대표가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같은 길을 가겠다고 하면 같이 갈 수밖에 없다고 저도 생각한다”고 했더라.
“금 대표와 이 전 대표가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함께할 사람인지 아닌지는 상대해 보면서 알아가야 한다. 상대도 안 해보고 ‘저 사람은 안 되겠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다. 접촉을 넓혀가다 보면 평가가 되겠지.”
금태섭·이준석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한 김종인 전 위원장은 양당을 대체할 제3당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굉장히 강하지 않나.
“아주 강하다. 새로운선택 대변인으로 간다고 인사드리러 가니 ‘이번에는 정말 무언가 만들어보라’고 말씀했다. 지금은 극단적인 대립 구도로 인해 양당 정치에 대한 혐오가 가장 극심한 때다. (제3당이 등장하기에는) 힘들 때이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가장 큰 기회이기도 하다.”
새로운선택과 양향자 대표의 한국의희망, 조성주·류호정·장혜영 등의 인물이 주도하는 정의당 ‘세 번째 권력’ 간 합당 가능성은 어떤가.
“이준석 전 대표와 합치는 쪽보다 가능성이 더 높다. 그들과는 그간 쭉 만나왔다. 이제는 서로 눈빛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정도다. 실무자끼리도 많이 친하다. 그중에서 ‘저 사람은 말이 통하지도 않고 함께하면 분란만 일어나겠다’ 생각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그들과의 통합에 더해, 이준석 전 대표까지 결합하는 ‘빅텐트’의 가능성은.
“그전에는 이 전 대표가 구상하고 있는 게 뭔지 정확히 몰랐다. 국민의힘에서 해보려다 안 되니 밖에서 무언가 도모하려는 건지 혹은 정말로 수권 정당을 만들려고 하는 건지. 들은 바로는 이번에 (금 대표가 이 전 대표를) 만나 보니 수권 정당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굳은 것 같다더라. 그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그 점을 확인한 것이 이번 만남의 성과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수권 정당의 정치적 정체성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선 맞춰나가야 한다.”
목표점은 같다는 얘기로 들린다.
“제3지대에 있어 보니 그 합의점(수권 정당)을 이해하는 건 꽤 중요한 일이더라. 제3지대 안에서도 딴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잖게 있다. 우리는 ‘조정훈·용혜인 학습효과’라는 표현을 쓴다. 두 사람이 아주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 어떻게든 비례대표 1석이라도 얻어보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생겨버린 거다. (제3지대) 활동하면 그런 사람들이 눈에 보인다. ‘금요연석회의’의 경우 그럴 분들은 아니라는 점이 확인돼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금요연석회의’에는 금태섭·양향자 대표와 조성주 공동운영위원장에 더해 이상민 민주당 의원과 정태근 정치혁신포럼 ‘당신과함께’ 공동대표 등이 참여하고 있다.)
‘앙마르슈’와 ‘잡탕밥’ 사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오찬 회동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왼쪽은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그런 바른정당도 침몰했다. 시작 단계서부터 원내교섭단체 규모를 갖췄지만 단명했다. 같은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출신 인사들끼리 뭉쳤는데도 내부 갈등이 심각했다. 오른쪽으로는 이준석, 왼쪽으로는 류호정을 아우를 수 있다는 ‘하나의 3번 정당’ 아이디어가 직면한 최대 리스크이기도 하다. 아직까지 한국 정치에서는 등장한 적이 없던 모델이기 때문이다. 널따란 규모의 교집합을 찾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그간의 역사가 웅변하듯 ‘반(反)윤석열·비(非)이재명’ 깃발만으로는 존속이 어렵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의 설명이다.
“‘이준석 신당’이 20·30세대에 강점을 가질 수 있는 건 외부 요인 덕이다.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싫다’는 게 요즘 청년층의 주된 정서이고, 이는 높은 무당층 비율로도 나타난다. 60·70은 국민의힘, 40·50은 민주당이라는 구도 속에서 20·30에 소구력 있는 정치 세력은 없는 상태다. 다만 ‘이준석 신당’의 흥행 변수는 내부적 요인으로 결정될 것이다. 현재 ‘이준석 신당’의 세력이 작아서 다른 정치 세력과의 연대설이 나오는데, 어떤 연대체를 구성하느냐에 따라 과거 마크롱의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현재 명칭은 ‘르네상스’)처럼 기성 정당의 대체재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이도저도 아닌 ‘잡탕밥’이 될 수도 있다.”
바른정당 창당 과정에서 실무를 맡았던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2017년과 지금의 상황이 다르다고 본다. 대개 유권자를 움직이는 연료는 실망과 분노다. 장 소장이 주목하는 지점도 바로 이것이다. 그 역시 ‘하나의 3번 정당’이 필요하다는 쪽이다. 그와 나눈 문답이다.
바른정당도 결국 실패하지 않았나. 이번이라고 다를까.
“영남과 호남이라는 지역에 기반을 두지 않은 정당, 국민적 인지도와 지지도가 높은 대선후보급 지도자가 없는 정당은 성공하기 힘들다. 그런 관점에서는 누구도 창당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문재인·윤석열 정권을 거치면서 거대 양당이 갈등만 일으키고 분열만 조장하는 점에 대해 국민이 신물이 나 있다. 그러면서 제3정당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다. 지금은 상식과 합리에 기반하고 극단적 양당 정치에 신물이 난 사람들이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당을 만들어보자는 차원이니까 (바른정당 때와는) 여러 조건이나 상황이 다르다.”
별다른 접점이 없는 이준석·금태섭 두 사람이 한 정당에서 함께할 수 있나.
“과거에 노선과 주장이 달랐다고 해서 미래를 함께할 수 없다고 예측하는 건 대단히 부적절하다. 그리고 공통점이 하나만 있으면 아흔아홉 개가 달라도 이번에는 정치적 노선과 당을 함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이 최근에는 교유가 없는 것으로 아는데, 함께 행동할까.
“지금 만나지 않는다 해도 같이할 수밖에 없다. ‘유승민당’ ‘이준석당’ ‘금태섭당’ 따로 만들어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의석을 얻을 수 있겠나. 지금은 (각자가) 접점을 찾아가는 단계로 보인다.”
민주당의 파열음
1월 3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명계 의원들의 모임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하나의 3번 정당’이건, ‘이준석 신당’과 새로운선택이 각자도생하건 차기 총선은 다자 구도로 짜일 개연성이 커졌다. 일단 원내 제1당 민주당이 파열음을 내고 있다.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 등은 비명계 모임 ‘원칙과 상식’을 출범시켰다. 그간에는 각자 언론 인터뷰를 통해 목소리를 냈지만 이제부터는 조직화에 나서겠다는 심산이다. 이상민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국민의힘 합류 가능성에 대해 “배제할 필요는 없다”(11월 15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고 말했다. 기폭제가 생기면 언제든 갈가리 찢어질 수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비례대표 신당’ 창당 여지를 열어뒀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흔들리고 있다. 인 위원장이 꺼낸 ‘중진 의원 총선 불출마 및 험지 출마 권고안’은 좀체 힘을 받지 못하는 형국이다. 일각에서 ‘혁신위 조기 해산설’이 나왔지만, 인 위원장은 “내부 논의 과정에서 나온 하나의 의견”(11월 14일)이라고만 말했다. 그럼에도 당내 안팎에서는 혁신위가 해산하고 비상대책원회가 출범할 수 있다는 얘기가 돈다. 여론의 뒷받침을 얻지 못하는 김기현 대표에게나, 총선을 처음 치러보는 윤석열 대통령에게나 고차방정식이다. 여야의 불안정성은 제3지대의 동력으로 옮겨간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의 설명이다.
“민주당에서도 위증교사로 인해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또 하나 불거졌다. (비명계가) 결국 명분을 찾아 나올 테고, 민주당이 분열하면 이쪽(국민의힘)도 분열할 수 있으니 다자 구도 가능성이 있다. 만약 양자 구도가 되려면 윤석열 대통령이 신당을 만들면서 당을 완전히 혁신하고 윤핵관과도 갈라서는 동시에, 민주당 일부 비명계 의원들을 여당에 영입해 (총선에) 내보내는 방식도 있다. 이것이 과거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새천년민주당 모델인데, (아직은 변수가 많으니) 지켜봐야 한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새천년민주당 모델의 얼개는 이렇다. DJ는 집권 3년차이자 총선을 앞둔 2000년 1월, 새천년민주당을 창당했다. 그 과정에서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86세대(1980년대 학번·1960년대 출생) 운동권 출신이 대거 영입됐다. 재야 시민사회 인사들도 합류했다. 기존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는 새천년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방식으로 사라졌다. 이념적으로는 중도개혁을 표방했다. 노선에서나 인적 구성에서나 외연 확장을 택한 셈이다. 신당의 형태를 띠었지만 속살은 새정치국민회의를 모태로 둔 재창당이다.다시 국민의힘 얘기다. 비명계 및 중도 성향 인사를 포괄한 ‘윤석열식(式) 재창당’은 제3지대의 결집을 이완시킬 가장 강력한 무기다. 중간지대 유권자에게는 대통령이 변했다는 인상을 준다. 둥지를 옮기려는 정치인에게는 명분을 제공한다. 당의 얼굴을 교체하는 부수 효과도 있다. 영남 주류의 반발이 있겠지만 아직은 ‘대통령 권력’이 강한 집권 초기다. 고로 우리는 분출하는 신당론이 윤석열발(發) 정계 개편의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이 지난한 정치적 대장정을 시작할 의지가 있느냐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실은 이준석이 아니라 윤석열이다.
[신동아 12월호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