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 유작 노래하며 한 서린 감성 폭발
‘성민지화자좋다’는 내 심장과 같은 존재
트로트 넘어 연기, 뮤지컬에도 도전하고파
[+영상] 표정 부자 성민지가 가정사로 포기한 것은
한 번도 힘들게 살아본 적 없는 것처럼 그늘진 구석을 찾기 어렵다. 봄 햇살 같은 환한 웃음이 보는 이마저 기분 좋게 만든다.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표정부자’라는 애칭을 얻은 21세 가수 성민지 얘기다.
힘들 때마다 일으켜 세운 긍정의 힘
트로트 가수 성민지가 유튜브채널 매거진동아의 ‘김지영의 트롯토피아’ 시리즈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지호영 기자]
“아버지 사업이 부도가 나서 갑자기 가세가 기울었어요. 가수의 꿈을 키우려고 예술고등학교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2002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난 성민지는 어려서부터 노래 잘하는 아이로 주위의 관심을 받았다. 초등학교 때는 각종 동요 대회에서 대상을 6번이나 받았다. 중학교에 진학한 뒤에는 어머니의 권유로 트로트를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가수 금잔디의 ‘오라버니’처럼 깜찍한 노래를 즐겨 불렀다고 한다. 가정 형편 때문에 예고 대신 일반고에 진학하기로 마음먹은 그는 2017년 중학교 3학년 때 첫 정규앨범 ‘돌아와요 짝짜쿵’을 냈다.
“트로트앨범을 일찍 낸 건 어머니의 뜻이었어요. 주위 분들이 왜 앨범을 안 내느냐고 자꾸 물어보니 어머니가 발매를 서두르셨죠. 앨범을 내면 가정형편에 보탬이 될 줄 알았는데 실질적으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었어요. ‘네가 버는 것보다 쓰는 게 더 많다’고 어머니가 말씀하신 적이 있거든요.”
다행히 아버지 사업이 오래지 않아 회복됐다. 그 덕분에 성민지는 일반고에서 예고로 전학할 수 있었다. 그가 나온 부산의 브니엘예고는 아이돌 가수 강다니엘, 남성 4인조 밴드 데이식스의 멤버 도운의 모교로 유명하다. 학창시절 두 선배와 교류가 있었냐고 묻자 그는 손사래를 쳤다.
“나이 차가 있어 재학 중에 두 선배를 만난 적은 없어요. 대신 선배들에게 좋은 영향을 받아 나도 멋진 가수가 돼야겠다는 꿈을 다질 수 있었어요. 가수 활동을 하면서도 학업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어요. 이왕이면 브니엘예고 출신 여자 졸업생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웃음).”
‘일단 해보자’로 트라우마 극복
가수로서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해보고자 2019년 2월 방송된 ‘미스트롯’ 시즌1에 출전했다. 결과는 예선 탈락이었다. 100인 예선전에서 탈락해 방송조차 되지 않았다.“팀 미션까지는 올라갈 줄 알았는데 너무 일찍 떨어져서 무척 속상했어요. 처음에는 충격이 작지 않았지만 제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방송을 보면서 깨달았어요. 그 일을 겪고 나서 더 겸손한 자세로 더욱 열심히 연습해서 성장해야겠구나 하고 각오를 다졌어요. 그때의 실패가 마음을 다잡고 실력을 다지는 터닝 포인트가 된 셈이죠.”
그가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데는 어머니의 한마디가 큰 힘이 됐다.
“아직 창창한 나이이니, 열심히 연습하다 보면 다시 기회가 올 거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큰 위안을 얻었어요. 그때부터 선배들의 영상을 보면서 따라해 보기도 하고 연습도 많이 하면서 내공을 쌓았어요. 무엇이든 지레 겁먹고 포기하지 말고 일단 해보자, 부딪혀보자는 좌우명이 생긴 것도 그때부터예요.”
그런 능동적 자세와 마음가짐은 그가 ‘미스트롯’ 시즌2에 도전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한번 떨어졌던 경험 때문에 처음에는 선뜻 내키지 않았어요. 실력은 전보다 좋아졌을지라도 보는 분들이 ‘쟤 한번 떨어졌던 애 아니야?’ 하고 색안경을 끼고 볼까 봐 두려움이 생기더라고요. 그럼에도 제 좌우명대로 일단 해보자 하고 나갔어요. 그랬더니 제게 생겼던 트라우마가 눈 녹듯이 사라졌어요.”
‘미스트롯’ 시즌 2에서 성민지는 예선전에서 ‘세월강’을 불러 심사위원 전원에게 하트를 받는 영광을 안았다. 본선 1차 팀 미션에서는 트로트 걸그룹 ‘성민지화자좋다’ 팀의 리더로 나서서 ‘손님 온다’라는 곡을 멋지게 소화하는 한편 훈훈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전유진과 맞붙은 본선 2차 1대1 매치에서는 ‘길면 3년 짧으면 1년’이라는 노래로 판정승을 거뒀다. 본선 3차 메들리 팀 미션에서도 선전했으나 승리하지는 못했다. 성민지는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로 100인 예선전을 꼽았다.
“두려움이 많았고 하필 고3이어서 입시준비도 같이 하던 시기라 정신적으로 무척 힘들었어요.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루에 100번은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올하트를 받는 순간 모든 걱정과 두려움이 마술처럼 사라졌어요. 어두운 동굴에 있는데 밝은 빛이 비치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가족들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아버지는 방송을 보며 감격해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트라우마 극복 이후 얻은 것은 마음의 평온만이 아니다. 성민지를 항상 응원하고 지지하는 팬덤도 생겨났다. ‘성민지화자좋다’라는 팬카페 이름은 성민지가 직접 지었다.
“팀 미션 때 우리 팀 이름이 성민지화자좋다였어요. 그 이름을 버리기가 아까워 같이 무대에 섰던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했더니 기꺼이 쓰라고 하더군요. 어차피 언니 이름 아니냐면서요.”
성민지화자좋다는 그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응원메시지가 담긴 플랜카드를 들고 와 환호하는 열의를 보인다. 성민지는 그런 팬들이 있어 “늘 감사하고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성민지화자좋다를 한마디로 표현해달라는 주문에 그는 “하트(heart)”라는 답을 내놨다.
“심장은 가장 소중한 장기고, 사랑이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어요. 팬들은 바로 제게 그런 존재입니다.”
‘트롯심청’의 기승전‘효(孝)’
그가 가수로서 지키는 철칙은 ‘팬들과 소통에 진심을 다하자,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하자, 무대 뒤에서 열성을 다해 연습하자’다. 닮고 싶은 롤 모델은 누굴까.“장윤정 선배님요. 노래도 잘하고, 예능도 잘하고, 육아도 잘하는 모습이 너무도 멋져서 닮고 싶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방송, 공연을 병행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쳐 온 성민지는 최근 ‘슈퍼스타 성민지’라는 새 앨범을 냈다. 여러 수록곡 가운데 ‘오빠오빠’와 ‘천생연분’은 쉽게 따라 부르기 좋은 멜로디와 가사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곡을 묻자 그는 잠시 망설이더니 3번 트랙 ‘내 고향 갈 때까지’라는 구슬픈 노래를 첫손에 꼽았다.
“돌아가신 송해 선생님의 유작이에요. 김동찬 작곡가님 작업실에 가서 우연히 이 노래를 듣고 너무 좋아서 리메이크를 하고 싶다고 했더니 흔쾌히 수락해주셨어요.”
한 소절 들려달라고 부탁하자 21세의 나이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한이 서린 감정을 뿜어냈다. 그 비결을 묻자 그가 수줍게 입을 열었다.
“경험이 없으니까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배우가 느끼는 감정에 몰입하려고 노력해요. 그런 연습을 계속하다 보니 노래할 때 감성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성민지는 인터뷰를 마치며 가수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포부를 밝혔다.
“가수뿐 아니라 연기나 뮤지컬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리포터 활동도 해보고 싶어요. 인간 성민지의 바람은 하나예요. 돈 많이 벌어서 부모님을 편하게 모시고 싶어요, 저를 뒷바라지하느라 애쓰신 그 은혜에 진심을 다해 보답하고 싶어요.”
[+영상] ENFJ ‘트롯심청’ 성민지 인성 검증 인터뷰 &애창곡 LIVE 열창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방송,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대중문화를 좋아하며 인물 인터뷰(INTER+VIEW)를 즐깁니다. 요즘은 팬덤 문화와 부동산, 유통 분야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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