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함 효시, 40년 전통 군함 명가
109척 군함 건조, 韓 해군 역량 강화 이바지
장보고·박위·도산안창호… 韓 잠수함 신화
세계 首位級 기술력, 세계 5번째 잠수함 수출국 반열
무인·첨단기술·해외 거점 확보로 ‘초격차 방산’ 겨냥
[+영상] 한화 오션 거제조선소
2018년 순수 국내 기술력으로 건조돼 실전 배치된 잠수함 ‘도산 안창호함’. [한화오션]
한화오션은 대한민국의 바다를 지킴으로써 국가안보 달성에 기여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한국을 대표하는 함정 건조 명가(名家)다. 1983년 한국 해군에 인도한 초계함 ‘안양함’을 시작으로 40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1500t급 호위함, 경비정, 초계정 등 특수선 함정 분야에서 독보적 노하우를 축적했다. 국내 유일 함정사업 전 분야 라인업을 갖춘 회사로서 한국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성과를 올리며 K-방산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83년 한화오션이 최초로 한국 해군에 인도한 초계정 ‘안양함’. [한화오션]
大洋海軍 길 닦다
한화오션의 수상함 건조 역사는 대양해군(大洋海軍)을 향한 한국 해군의 집념과 궤를 같이한다. 올해 8월 기준 한화오션은 109척의 군함을 성공적으로 건조했다. 한국형 차기구축함 사업(KDDX 사업)에선 3000t급 구축함 3척, 4000t급 구축함 3척, 1만t급 구축함 1척을 비롯해 총 40여 척의 수상함을 건조했다. 현재 한국 해군이 운용하는 구축함 가운데엔 한화오션이 만든 것이 가장 많다.2010년 8월 인도된 KDX-III(세종대왕급) 이지스함인 ‘율곡이이함’도 한화오션이 건조했다. 율곡이이함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함·대공·대잠 능력을 보유한 현존 최강 전투함이다. 고성능 레이더 등으로 구성된 전투체계를 탑재해 1000여 개의 표적을 동시 탐지 추적 후 그 가운데 20여 개의 표적을 한번에 공격할 수 있다.
2010년 한화오션이 해군에 인도한 세종대왕급 이지스함 ‘율곡이이함’. [한화오션]
또 한화오션은 수상함 설계 역량을 집결해 한국형 차세대 스마트 구축함(KDDX-S) 개념설계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KDDX-S는 2019년 한화오션에서 건조 가능성 검토를 수행한 차세대 스마트 구축함이다. 한화오션은 한화시스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의 시너지를 통해 기존 전투함과 차별화된 전투함을 탄생시킬 예정이다.
한화오션史 = 韓 잠수함史
잠수함은 한화오션의 특수선 건조 역량이 단연 도드라지는 함선이다. 한화오션의 역사가 곧 한국 잠수함의 역사라고 해도 손색없다. 한화오션은 1987년 해군으로부터 209급 잠수함 1번함 ‘장보고함’을 최초 수주한 이래 209급 9척과 214급 3척, 3000t급 신형 잠수함 4척 등 전 선종을 건조했다.한화오션 잠수함의 성능은 한국 첫 잠수함인 장보고함을 시작으로 각종 합동 훈련에서 인정받아 왔다. 2004년 림팩(RIMPAC·Rim of the Pacific Exercise)훈련에선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1척을 포함해 상대편 함선 15척을 향해 40회 이상 가상 어뢰 공격을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한화오션 잠수함은 단 한 차례도 탐지되지 않는 등 뛰어난 정숙성과 전투 능력을 보였다.
2018년 림팩훈련에서도 한화오션 잠수함의 탁월함을 입증했다. 당시 자유 공방전에 참가한 한화오션의 박위함은 함정 12척을 가상 격파했다. 같이 참여한 타 국가 함정 대부분은 공방전 도중 장비 이상, 고장, 피탐으로 격침되는 등의 이유로 공방전을 멈췄으나 박위함만은 자유 공방전 종료까지 단 한 차례 피격도 받지 않고 생존했다.
2018년 순수 한화오션의 기술만으로 만들어져 실전 배치된 도산안창호함은 가히 백미라 할 수 있다. 도산안창호함 건조로 인해 한국은 잠수함을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진수한 잠수함 강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자체 기술력으로 3000t급 이상 잠수함을 독자 개발한 국가는 미국·영국·프랑스·일본·인도·러시아·중국 단 7개 국가에 불과했는데, 한국이 8번째 국가가 된 것이다. 또 도산안창호함은 2021년 취역 즉시 첫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잠수함 발사 시험에 성공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독자 개발한 잠수함 및 SLBM으로 발사 시험에 성공한 국가가 됐다.
올해 3월 30일 기공식이 개최된 한화오션의 신형 잠수함 ‘장보고3 배치(Batch)-II’도 기대를 모은다. 기존 잠수함과 비교해 잠항 시간이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디젤 잠수함 가운데 세계 최장 수준이다. 한화오션이 개발한 공기불요 추진체계(AIP)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리튬이온전지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잠수함’으로 건조된 까닭이다.
또 다른 장점은 수직발사 SLBM이다. 현재 작전에서 쓰이는 디젤 잠수함 가운데 유일한 무장(武裝)으로 도산안창호함보다 더 늘어난 수직발사관을 갖췄다. SLBM은 일명 ‘게임체인저’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만큼 적에게 공포를 안기고 전쟁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다. SLBM 탑재 잠수함은 어떤 수역에서나 자유롭게 잠항하며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고정된 기지나 폭격기에서 발사하는 탄도탄에 비해 은밀성이 보장돼 ‘비대칭 전략무기’로 여겨지고 있다.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기술력
2017년 한화오션이 인도네시아에 수출한 잠수함 ‘나가파사함’(위). 한화오션이 노르웨이에 수출한 군수지원함. [한화오션]
특히 세계 최초로 전통적 해군 강국인 영국에 군수지원함을 수출하면서 한화오션은 납기, 가격, 성능 등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모두 성공적으로 충족해냈다. 이에 깊은 인상을 받은 영국 국방부는 노르웨이 국방부에 한화오션을 적극 추천했고, 이는 한화오션이 노르웨이로부터 군수지원함을 수주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한화오션이 자랑하는 잠수함 부문도 빼어난 수출 성과를 보여왔다. 2017년 한화오션은 인도네시아에 나가파사(NAGAPASA) 잠수함을 수출하면서 잠수함 기술도입국 가운데 최초 잠수함 수출국이라는 명예를 얻었다. 영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에 이어 세계 5번째 잠수함 수출 국가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나가파사함은 한화오션이 독자 개발한 한국 최초 수출형 잠수함이다. 전장 61m, 1400t급 규모다. 특히 설계·생산·시운전 등 모든 건조 과정을 자체 기술로 수행했다.
2011년 나가파사함 계약 시 계약금은 약 11억 달러에 달했다. 당시 국내 방산 수출 사상 최대 규모였다. 한화오션 잠수함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방증하듯 2014년 12월 10일 부산에서 열린 ‘2014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해 나가파사함 건조 현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6월 7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3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 한화오션 부스에 전시된 울산급 호위함 배치-3(Batch-III) 모형. [한화오션]
“글로벌 초격차 방산 기업 도약”
차세대 잠수함 장보고3 배치-II도 세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도입 국가 맞춤형 현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잠수함 도입국 대부분은 자국 장비나 환경에 맞춘 현지형 잠수함을 주문한다. 잠수함 수출 성공 여부는 도입국의 현지화 맞춤 설계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기술력이 관건이다. 이에 한화오션의 검증된 잠수함 건조 역량이 신뢰를 받고 있는 것이다.또 핵추진 잠수함은 세계 군사·정치적 역학관계와 기술적 난이도 때문에 공식 핵무기 보유 국가나 이들의 협조를 받은 일부 국가만이 보유하고 있다. 핵추진 잠수함을 보유할 수 없는 국가엔 한화오션의 SLBM을 갖춘 장보고3 배치-II가 최적의 대안인 셈이다. 실제 캐나다, 폴란드, 필리핀 등 잠수함 도입 국가에서 평가한 작전 성능에 따르면 한화오션이 건조한 장보고3 배치-II가 최적의 모델로 여겨지고 있다.
한화오션은 향후에도 K-방산의 한 축을 담당하는 데 진력할 계획이다. 먼저 글로벌 안보 수요에 대응해 해외 생산 거점을 구축할 방침이다. 이어 미국·유럽 중심 해양 방산 시장에 적극 진출해 ‘초격차 방산’ 솔루션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오션 솔루션 프로바이더(Global Ocean Solution Provider)’로서 도약하겠다는 게 한화오션의 비전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해양 방산 시장 진출과 더불어 안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무인·첨단기술과 함께 해외 생산 거점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글로벌 초격차 방산 기업으로 도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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