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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 중국 공산당에게 배워라

내각은 합숙교육, 정파는 분권… ‘예측 가능한 미래’ 만드는 엘리트 정치

  • 황의봉 동아일보 2020위원회 부국장 전 베이징 특파원 heb8610@donga.com

한국정치, 중국 공산당에게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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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 중국 공산당에게 배워라

10월1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7차 전국대표대회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개막 연설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와 장쩌민 전 국가주석과 활짝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과거 중국은 마오쩌둥(毛澤東) 시기에 후계자로 지목된 류샤오치(劉少奇), 린뱌오(林彪), 화궈펑(華國鋒)뿐 아니라 덩샤오핑(鄧小平) 통치기간 중 후계자로 지목된 후야오방(胡耀邦), 자오쯔양(趙紫陽)까지 모두 권력승계에 실패했다. 1949년 건국 이후 무난히 권력을 승계한 경우는 최근의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 두 사람뿐이다. 권력승계에 대한 제도적 절차나 정치적 합의과정이 미비한 것이 권력승계를 어렵게 만든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2002년에 이어 2007년 중국 공산당은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처럼 절대권력을 쥔 카리스마형 지도자가 없는 상태에서 최고지도부 개편에 성공했다. 지도부 구성을 둘러싼 내부의 대립과 세력간 투쟁과정은 베일에 싸여 있으나, 결국 최종적인 합의를 도출한 것이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 집단지도체제가 정착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징표다.

언론이나 관측통들은 후진타오 총서기가 자파의 리커창(李克强) 전 랴오닝성 서기를 정치국 상무위원회 서열 6위인 국가부주석 자리에 진입시키려 했으나 결국은 시진핑(習近平) 전 상하이시 서기에 밀려 서열 7위인 부총리 자리로 낙착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서열 1위의 후진타오가 자기 사람을 후계자로 만들기에 유리한 지위에 앉히는 데 실패한 셈이다. 과거 중국 정치사에 비추어 보면 상상하기도 힘든 이 같은 결과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정치세력간 경쟁과 타협의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집단지도체제의 정치문화가 성숙했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권력승계의 제도화 진전에는 연령제한제의 정착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예가 16기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후진타오에 이어 실세로 꼽히던 쩡칭훙(曾慶紅) 국가부주석이다. 올해 68세인 쩡 부주석은 70세가 되면 당의 주요 영도직위를 맡지 못한다는 규정에 따라 은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같은 이유로 정치국 상무위원 서열 7위인 우관정(吳官正·69)과 9위 뤄간(羅幹·72)도 이번에 용퇴하고 후진들에게 자리를 물려주었다.

새로 선임된 17기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최연장자는 저우융캉(周永康) 전 공안부장으로 65세이며 그 다음이 허궈창(賀國强) 전 당조직부장이다. 이들이 후진타오의 뒤를 이을 차기 최고지도자로 꼽히지 않는 것은 다른 요인은 차치하고라도 우선 나이제한에 걸리기 때문이다. 나이로 보아 1회용 상무위원인 셈이다. 반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시진핑과 리커창은 각각 54세와 52세로 5년 후 예상대로 국가주석과 총리에 오를 경우 5년씩 두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마오쩌둥 사망 후 간부 종신 임기의 폐해를 경험한 중국 공산당은 1978년 이를 방지하는 규정을 발표했으며, 1988년 이후에는 정년이 되면 자동퇴직하는 제도로 운영돼왔다. 68세의 경우, 정년은 아니지만 임기 5년을 채울 수 없게 돼 스스로 용퇴하는 전통이 굳어져가고 있는 것이다.

권력승계를 둘러싼 게임의 룰이 정착됨에 따라 차기 정권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주목된다. 후진타오가 15차 당대표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진입하고 국가부주석으로 발탁된 후 2002년 16차 당대회에서 총서기와 국가주석이라는 대권을 잡은 것에 비추어, 5년 후에는 큰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내년 봄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국가부주석에 선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진핑 혹은 제1부총리에 기용될 리커창이 대권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 5년 후에는 현재의 상무위원 9명 중 시진핑과 리커창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이 모두 은퇴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일부 관측통들은 이번에 중앙위원에 선임된 40대 중반의 엘리트 가운데 2012년 18차 당대회에서 상무위원회에 진입할 것으로 점쳐지는 인물을 거명하기도 했다. 차기는 물론 차차기 지도부도 윤곽을 그려볼 수 있다는 얘기다.

권력투쟁보다는 분권정치에 가까워

장쩌민과 후진타오 시대에 들어와 집단지도체제가 확립돼간다는 것은 중국 정치의 커다란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이는 1인 권력자의 종신 지배라는 후진적 정치행태에서 탈피했음을 의미하고, 나아가서 중국식 민주화의 모델을 만들어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집단지도체제를 통해 안정적으로 정권의 승계와 유지가 지속될 경우 정치안정에 크게 기여할 뿐 아니라 정치안정을 토대로 경제발전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17차 당대회를 통해 최고의 권력 엘리트라 할 정치국 상무위원 9인에 대한 계파분석을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시진핑, 리커창, 허궈창, 저우융캉 등 새로 상무위원이 된 4인 가운데 리커창을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에 대해서는 관측통들의 계파분석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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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봉 동아일보 2020위원회 부국장 전 베이징 특파원 heb86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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