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호

이재명 부부 ‘몰래’ 의전했다는 5급 공무원은 누구?

[Who’s Who] 10년 전 성남시의회… “사모님 수행한단 말이지요?”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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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2-02-03 15: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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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배우자 김혜경 씨가 1월 1일 서울 한강 노들섬 둔치에서 해맞이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배우자 김혜경 씨가 1월 1일 서울 한강 노들섬 둔치에서 해맞이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일 배우자 김혜경 씨의 ‘의전’ 논란에 대해 “경기도 재직 당시 근무하던 직원의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 후보는 이날 낸 서면 입장문에서 “지사로서 직원의 부당행위는 없는지 꼼꼼히 살피지 못했고, 저의 배우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일들을 미리 감지하고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씨 측이 경기도청 비서실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는 의혹에 관해서는 “감사기관에서 철저히 감사해 진상을 밝혀 달라”고 했다.

    이 후보가 언급한 ‘직원’은 전직 경기도청 5급 사무관 배모 씨다. 그는 경기도청 7급 공무원 A씨에게 김씨의 병원 문진표 작성과 약 처방, 아들 퇴원 수속, 이 후보 가족의 식료품 구입 등 사적 업무를 지시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박찬대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후보와 배우자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고, 배씨와 A씨 간 입장의 진위 여부는 감사청구를 통해 분명하게 밝힐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배씨의 단독 행동이라는 취지의 주장으로 읽힌다.

    배씨가 이 후보 부부의 측근이라고 판단할 정황은 여럿 있다. 이 후보는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돼 2014년에 재선했다. 2018년에는 경기지사에 출마해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를 꺾었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의 변호사 사무실 직원 출신인 배씨도 성남시청과 경기도청에서 별정직 공무원으로 일했다. 2016년에는 배씨 결혼식에 이 후보 부부가 참석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된 배씨의 존재감은 성남시에서도 남달랐다. 그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 초선이던 시절부터 이미 지역 정치권에서 입길에 올랐다. 2012년 2월 23일 열린 성남시의회 제183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1차 회의록을 보면 배씨에 관해 당시 박완정 성남시의원과 문기래 성남시 행정기획국장 간 이뤄진 질의응답이 있다.

    박: ‘외국인 의전’이라고 비서실에서 써 놓고 어제 저희가 질문과정에서 이분이 시장님 사모님을 수행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또 수행도 한대요. 그러면 도대체 이 직원의 주 역할이 뭡니까?



    문: 의전업무에 관련된 것은 물론 외국인도 하는 것이고 행사 수행도 하는 것이고 전반적인 게 의전에 다 포함되기 때문에 아마 그렇게 표현이 된 것 같습니다.

    박: 그러니까 사모님 수행도 하고 외국인 의전도 한다 이거예요, 그럼?

    문: 그렇지요. 외국인들이 상시 계속 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요.

    박 시의원이 재차 “외국인 의전이 없을 때는 사모님을 수행한단 말이지요?”라고 묻자 문 국장은 “예, 공식적인 사항은 그쪽 수행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문 국장은 이덕수 성남시의원의 “배○○ 그분이 외국인 의전을 담당한다고 업무분장에 표기되어 있는데 맞지요?”라는 질의에는 “제가 그 내용을 확인을 못해봤어요”라는 답변을 내놨다.

    행정안전부가 2016년 6월 8일 발표한 ‘지방자치단체장 배우자의 사적행위에 대한 지자체 준수사항’에는 “공무원이 지자체의 단체장 배우자에 대해 의전을 해야 할 법규나 규정, 의전편람 등 근거는 없으며, 단체장 배우자의 공·사적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비서 요원 등으로 전담 배치 지원하는 것은 법령에 위반되는 사항”이라고 적혀 있다.

    행안부 발표대로라면 배씨가 정해진 업무와 상관없이 김씨를 수행했어도 문제고, 김씨 전담으로 비서 역할을 했다면 위법 소지가 있다. 수사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3일 이 후보 및 김씨, 배씨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강요죄·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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