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호

한동훈과 경쟁 구도? ‘판자촌 흙수저’ 김동연 대망론

이재명·이낙연 이어 3위 부상… 변수는 세력화

  • 김대현 시사평론가·대현TV 운영자

    kimdaehyun15@gmail.com

    입력2022-08-0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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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 살린 수도권 유일 광역단체장

    • 개혁, 기득권 혁파… 정치적 발언권 커져

    • 청계천 판자촌·상고 출신 흙수저 성공 신화

    • 경기도정 성공하면 한동훈과 어깨 나란히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임기 첫날인 7월 1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임기 첫날인 7월 1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동연(65) 경기지사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그의 존재감이 커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수도권 유일의 야당 광역단체장이라는 정치적 입지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김 지사는 6·1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텃밭인 호남과 제주를 제외한 광역 단위 선거에서 유일하게 당선됐다. 인접한 서울과 인천의 경우 민주당 소속 후보들이 큰 격차로 패배한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6·1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송영길 민주당 후보(39%)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59%)에게 20%포인트 차로 대패했고, 인천시장 선거의 경우 박남춘 민주당 후보(44%)는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51%)에게 7%포인트 격차로 졌다.

    김 지사는 중앙 정치에서도 눈에 띄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70석의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변화와 개혁 필요성을 역설하며 ‘새 정치’에 대한 대중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상처가 많이 나더라도 민주당부터 변화하겠다고 하는 개혁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기득권을 내려놓음으로써 기득권 깨기에 솔선해야 한다.” 6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국민통합·정치교체 추진위원회 2차 회의에 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한 김 지사의 주요 발언이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전체를 상대로 개혁을 주문한 모양새여서 당내에 잔잔한 파장을 일으켰다.

    야권 차기 적합도 두 자릿수 확보

    김 지사가 개혁을 관철하기 위해 어떤 움직임을 보이느냐에 따라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무게감 또한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가 6월 28~30일 실시한 ‘범진보진영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 조사에서 김 지사는 이재명 의원(33%), 이낙연 전 대표(15%)에 이어 3위(11%)에 올랐다. 무명에 가까웠던 김 지사의 정치적 위상이 경기지사 당선 이후 확연히 달라진 셈이다.



    직전 대선에서 석패한 이재명 의원이 앞서가는 형국이지만 김 지사가 경기도를 이끌면서 동시에 민주당 변화와 혁신의 주도권까지 쥔다면 언제든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이 의원의 경우 대선을 치른 ‘후광효과’가 상당함에도 여야의 집중 견제를 받으며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다른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6월에 미국 연수를 떠났다. 본인이 귀국하기 전까지 지지세 확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흙수저 성공 신화’ ‘탈(脫)기득권’ ‘경제통’ ‘유쾌한 반란’…. 김 지사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수식어의 특징은 기존 정치와의 차별화다. 김 지사는 가난을 극복하고 경제부총리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어린 시절 그는 청계천 무허가 판자촌에서 자랐다. 판자촌이 강제 철거되며 광주대단지(경기 성남시)로 쫓겨나 살기도 했다. 덕수상고를 졸업하고 한국신탁은행에 입사한 김 지사는 야간 대학에 진학했고, 이후 입법고시와 행정고시에 잇따라 합격했다.

    하지만 엘리트 코스를 밟은 대다수 관료들 사이에서 김 지사는 언제나 비주류였다. 가난과 싸워 일군 성과는 다시 기득권이라는 장애물에 직면해야 했다. 이런 삶의 궤적 때문일까. 김 지사는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단어로 ‘열등감’을 언급한 적도 있다.

    김 지사는 요즘도 기득권 혁파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2021년 7월 그는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면서 “위기의 핵심은 기득권, 기득권에서 나오는 사회 갈등”이라며 “혁신은 자기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고 변할 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가 경기지사에 취임하며 비서실장으로 경기도청 소속 공무원을 선발한 것도 기성 정치와는 결이 다른 행보다.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는 6월 말 도청 4급(지방서기관) 공무원을 대상으로 도지사 비서실장 공모에 나섰고, 총 11명의 지원자 가운데 정구원 여성가족국 보육정책과장(지방서기관)을 최종 낙점했다.

    민선 지방자치 시대에 내부 공모를 통해 도지사 비서실장을 선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전임 도지사들은 자신의 선거를 돕거나 정치권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를 비서실장으로 영입하곤 했다. 이들의 과잉 충성이 때론 논란의 단초가 되기도 했다. 예컨대 이재명 의원이 경기지사로 재직하던 시절,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이 불거진 게 대표적 사례다. 이 사안은 현재 경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공직자가 물러나야 할 때

    김 지사는 예산통이자 행정 전문가다.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을 거친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차관을,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을,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맡아 역대 정부에서 공히 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김 지사는 소신과 철학을 지키며 공직을 수행했다고 자부해 왔다. 그는 2011년 기재부 예산실장 시절 신동아에 ‘아버지와의 대화’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한 적이 있다. 당시 김 지사가 ‘공직에서 물러나야 할 때’를 언급한 대목을 인용해 본다.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거나 또는 스스로 비전이 없어질 때. 일에 대한 열정을 느끼지 못하고 문득 무사안일에 빠지자는 유혹에 굴할 때. 문제를 알면서도 침묵할 때. 문제의 해결 방안을 엉뚱한 곳에서 찾는 무능력을,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노안(老眼)처럼 느낄 때. 잘못된 정책을 국민을 위한 것일 줄 알고 고집하는 확신범이란 생각이 들 때.”

    김 지사는 공직에서 물러난 뒤 정치권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다.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에는 여야 모두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그는 기득권 정치와의 타협을 거부하는 대신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을 만들어 우리 사회 저변과 소통하는 길을 선택했다.

    김 지사는 ‘유쾌한 반란’을 이끈 2년 동안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을 발굴하는 일, 농어촌과 축산 농가의 혁신을 위한 물꼬를 트는 일,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도전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의 활동을 해왔다.

    대개의 정치인이 재래시장 소상공인을 만날 때 그들과 공감하기보다 체험에 가까운 일정을 소화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밑바닥 인생’을 경험한 김 지사는 서민과의 만남을 허투루 대하지 않기로 정평이 나 있다.

    아주대 총장 시절 성적이 우수한 학생보다 가난한 학생을 우선 선발해 해외 경험을 쌓게 한 것도 그의 경험칙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김 지사는 유쾌한 반란이란 단체를 만들고 활동을 지속한 것에 대해 “경제나 사회 구조적 문제를 단번에 해결한 해법이나 대안을 갖지 못했기에 더 고민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답변을 내놓은 적도 있다. 때 묻지 않은 솔직함도 그의 장점이다.

    윤석열 정부와 차별화된 아이콘

    6월 28일 김동연 당시 경기도지사 당선인(오른쪽)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치교체추진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그는 민주당 정치교체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왼쪽은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6월 28일 김동연 당시 경기도지사 당선인(오른쪽)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치교체추진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그는 민주당 정치교체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왼쪽은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김 지사가 경기지사에 당선된 것은 민주당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6·1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유일하게 광역단체장에 당선된 이면에는 민주당 색채가 덜하다는 신선함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만약 김 지사가 민주당 내 특정 정파에 속한 정치인이었거나 기득권 정치에 물든 인물이었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낙선했을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에는 현재 이재명 의원과 경쟁할 인물이 마땅치 않다. 친문재인계 세력은 당의 주류임에도 자신들을 대표할 주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 친문 인사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이른바 드루킹 사건에 연루돼 수감 돼 있다.

    당 일각의 ‘김동연 대망론’은 윤석열 정부와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7월 4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와 리얼미터가 나란히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 평가는 긍정보다 부정이 높았다. KSOI의 경우 긍정 43%, 부정 51%였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긍정이 44%, 부정이 50%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이 국정을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한 이유로는 인사 논란과 여권 내부 갈등, 경제 대책 미흡 등이 상위에 올랐다.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던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대외 행보도 부정적 평가의 이유로 꼽혔다.

    김 지사는 경제에 관한 전문성을 갖췄고 기득권 정치의 알력 다툼에서 자유로운 데다, 부인과 관련한 구설이 없다는 점에서 차기 주자로서 선명성을 평가받고 있다.

    김 지사는 최근 도정 1호 지시로 민생경제회복 특별위원회를 조직하는 등 경기 회복에 앞장서고 있다. 7월 4일 경기도청 확대간부회의에서 김 지사는 “국제 정치, 경제 상황이 급박하고 우리나라에 유리하지 않게 전개되고 있어 경기도민의 삶이 팍팍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민생회복 대책을 위해 도의회 양당과 도가 함께 참여하는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30년 이상 경제관료로 일한 전문가로서 현 경제 상황을 진단하고 대응책 마련을 주문하는 순발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한동훈과 김동연

    김 지사가 경기도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동시에 민주당의 혁신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정치 세력화를 도모해야 하는 난제(難題)도 풀어야 한다.

    일련의 과제를 무난히 극복한다면 여권의 새로운 대권주자로 떠오른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모양새도 가능해 보인다. 마침 김 지사가 ‘범진보진영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 11%를 기록한 리서치뷰 조사에서 한 장관은 ‘범보수진영 차기 정치지도자 적합도’에서 15%를 얻어 오세훈 서울시장과 공동 1위를 기록했다(이 기사에 나온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 지사와 한 장관은 관료 출신 정치 신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이 각자의 진영에서 부상(浮上)하면 기존 여의도 정치인 간 경쟁 구도와는 별개로 또 다른 이야깃거리를 제공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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