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호

“로봇은 家電의 미래다” 집안일 로봇 개발 박차 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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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2-08-0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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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전제품 최종 진화는 로봇

    • AI·자율주행에 가전 기술 융합

    • 로보틱스와 함께 걷는 미래

    LG전자는 2017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서 안내용 로봇 ‘클로이 가이드봇’을 공개했다. [LG전자]

    LG전자는 2017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서 안내용 로봇 ‘클로이 가이드봇’을 공개했다. [LG전자]

    서울 인근에 혼자 사는 직장인 김진현(32) 씨는 세상에서 집안일이 가장 귀찮다. 격무에 시달린 몸을 끌고 집에 오면 손 하나 까딱하기 싫은 것이 당연지사. 그렇더라도 이대로 누울 수는 없다. 청소, 빨래, 설거지 등 해야 할 집안일이 산더미다. 가전제품의 발달로 과거보다는 집안일이 줄었다지만 아직 사람이 할 일은 여전히 많다. 그는 “1990년대 공상과학영화를 보면 로봇이 집안일도 해주곤 하던데, 이런 미래는 언제 오는 걸까”라며 집안일로부터의 자유를 꿈꾼다.

    김씨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서일까. 국내외 로봇 기업들은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사용 가능한 서비스용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로봇협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0년 로봇산업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서비스용 로봇 기업의 총매출은 8607억 원. 전년(6358억 원) 대비 35% 늘었다.

    로봇 스타트업에 1000억 원 투자

    그중 LG전자는 가전 서비스용 로봇 개발에 특히 진심이다. 2017년 산업용 로봇 개발 기업 로보티즈 지분을 90억 원을 들여 인수하며 로봇산업에 뛰어들었다. 로보티즈는 자율주행 기술에 특화된 업체다. 이후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아크릴, 미국 로봇개발업체 보사노바 로보틱스에 100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지분을 사들였다. 보사노바 로보틱스는 대형마트 매장을 정리하는 로봇을 개발하던 업체다. 산업용 로봇 개발·제조 기업인 로보스타도 880억 원을 들여 인수했다. 로봇 기술 확보를 위해 로봇 스타트업에만 10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감행한 것.

    LG전자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당시 재계와 학계에서는 LG전자가 산업용 로봇 개발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2017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LG전자가 투자한 기업의 면면을 보면 산업 현장에서 쓰는 로봇이나, 운송 로봇을 개발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고 밝혔다.

    LG전자의 행보는 업계의 예상과는 달랐다. 산업용 로봇 대신 국내 최초 도우미 로봇 브랜드 ‘클로이’를 내놓은 것. 2017년 LG전자는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17에서 안내 업무를 할 수 있는 로봇 ‘클로이 가이드봇’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LG전자 측은 로봇 개발에 미래를 걸겠다고 밝혔다. 조성진 전 LG전자 부회장(당시 LG전자 대표이사)은 “여러 가지 기능을 한 제품에 모은 융·복합 가전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융·복합이 궁극에 달한 모습이 로봇이라고 생각한다”며 가정용 로봇 개발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LG전자가 개발한 서빙용 로봇인 ‘클로이 서브봇’. 선반형, 서랍형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됐다. [LG전자]

    LG전자가 개발한 서빙용 로봇인 ‘클로이 서브봇’. 선반형, 서랍형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됐다. [LG전자]

    LG전자는 안내 외에도 다양한 기능의 클로이를 개발·출시하고 있다. 식당에서 서빙 업무를 할 수 있는 ‘클로이 서브봇’, 사람 대신 건물 소독·방역·살균 업무를 하는 ‘UV-C봇’, 잔디깎이, 정원 관리 업무를 하는 ‘한국형 잔디깎이 로봇’도 내놓았다. 이외에도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 봇’, 간단한 조리를 하는 ‘셰프봇’을 개발해 일부 상용화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배송 로봇인 ‘캐리봇’ 개발에 성공, 상용화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로봇 관련 기업 중 서비스용 로봇을 개발·생산하는 곳은 많으나, LG전자처럼 빠르게 상용화를 이룬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LG전자가 비대면 방역 서비스를 위해 개발한 ‘클로이 UV-C’. [LG전자]

    LG전자가 비대면 방역 서비스를 위해 개발한 ‘클로이 UV-C’. [LG전자]

    가전 기술력 = 로봇 개발 기초체력

    로봇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지 4년 만에 LG전자는 서비스용 로봇 산업으로 실질적 성과를 내고 있다. LG그룹 감사보고서와 로봇업계 등에 따르면 클로이를 만드는 LG전자의 자회사 로보스타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성공의 비결은 기초체력이다. LG전자는 계열사의 기술을 집약해 다양한 서비스용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가전제품 기술. LG전자는 2003년 국내 기업 최초로 로봇청소기를 출시했다. 로봇청소기는 센서로 주변을 탐지하고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집 안의 이동 경로를 짠다. 이 기능은 클로이의 자율주행 기능으로 이어졌다. 로봇 기술은 다시 로봇청소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LG전자는 최근 로봇청소기에 라이다(LiDAR) 도입을 시사했다. 라이다는 주변 360도에 레이저를 쏴 돌아오는 시간차를 측정해 로봇이 공간을 파악하도록 돕는 센서다.

    LG전자 관계자는 “가전제품 외에도 자동차 부품, TV, 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모아 연구·발전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2018년 로봇사업센터를 출범시켰다. 이곳은 LG전자는 물론 LG그룹 계열사에 퍼져 있는 로봇 관련 기술개발 부서를 통합해 만든 기구다.

    웨어러블·헬스케어 포기 못 해

    성공의 뒤편에는 실패도 있다. 대표적 예가 웨어러블 로봇을 기반으로 한 헬스케어 사업이다. 웨어러블 로봇은 말 그대로 사람이 입는 로봇이다. 입은 사람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재활, 장애 치료 등 의료 분야는 물론 물류, 농업, 공업 등 용처가 많다. LG전자가 로봇산업에 도전하며 가장 먼저 손을 댄 분야이기도 하다. 로보티즈 인수 전 LG전자와 가장 먼저 관계를 맺은 회사는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 엔젤로보틱스(당시 사명은 SG로보틱스). 노약자 및 장애인의 보행 보조용 로봇 ‘엔젤렉스’를 개발한 곳이다.

    지난해 12월 LG전자는 헬스케어 로봇 관련 계열사를 없앴다. 수익성이 악화돼 회사를 정리한 것. 사라진 회사는 LG전자의 손자회사이자 로보틱스의 자회사 로보메디다. 전동 휠체어 사업을 기반으로 헬스케어 로봇 등과 관련해 LG전자 및 LG그룹 계열사와 협력할 가능성이 높았던 곳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회사는 청산됐지만 주요 사업은 로보스타로 이관해 계속 연구·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웨어러블 로봇에 대한 개발 및 상품화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LG전자는 2018년 엔젤로보틱스와 협력해 ‘클로이 수트봇’을 내놓았다. 엔젤로보틱스도 웨어러블 로봇 표준 플랫폼(WaSP) 등을 LG그룹과 공동 개발하고 있다. 5G 인터넷망으로 웨어러블 간 데이터를 공유, 사용자에 따라 로봇을 최적화하는 시스템이다. 엔젤로보틱스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공경철 KAIST 교수는 “웨어러블 로봇이 플랫폼화되면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을 이끄는 핵심기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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