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 사정권 단거리 핵미사일 집중 개발
김정은, ‘근본이익’ 침탈 때 선제 핵 사용 언급
정치적 목적 큰 풍계리 핵 실험장 복구
강 대 강 대치 국면, 대화 전환 중요
북한은 2022년 6월 21일∼23일 사흘간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개최했다. [뉴시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KN-23, KN-24, 초대형 방사포 등 1000㎞ 이내 단거리 발사체 개발에 주력했다. 특히 KN-23 원형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러시아 이스칸데르 미사일이다. KN-24도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북한은 2022년 1월 KN-23과 KN-24를 발사하고 각각 검열사격 및 검수사격이라고 보도해 실전 배치가 끝났음을 시사했다. 북한은 4월 16일 사거리 110㎞의 신형전술유도무기를 발사하고 전술핵무기의 효과성과 화력임무를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상기한 단거리 핵무기들은 모두 미국이 아닌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 내에 두고 있다.
핵문제, 패러다임 바뀌었다
더 우려되는 것은 핵무기 운용을 규정하는 북한 핵 교리의 변화다. 김여정 부부장은 2022년 4월 4일 담화에서 남북 간 군사적 충돌 시 “우리의 핵 전투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할 것이며 전쟁 초기에 핵무기가 동원된다고 언급해 남측을 상대로 선제 핵공격 의도를 드러냈다. 김정은 위원장은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기념일 열병로에서 ‘근본이익’을 침탈할 경우 핵무기 사용이 가능하다고 했으며, 기념 연회에서는 선제 핵사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핵전쟁이 아닌 상황에서도 핵무기를 선제적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며, ‘근본이익’의 범위는 매우 자의적이다. 기존 핵보유국 중 핵무기 사용 조건을 이렇게까지 공격적으로 정의한 경우는 찾기 힘들다.북한은 2022년 6월 21∼23일 사흘간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개최해 전선부대들의 작전임무 추가, 작전계획 수정, 그리고 군사조직편제 개편을 토의했다. 북한이 그동안 개발한 단거리 전술핵무기들을 전방부대에서 운용하려는 의도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결국 북핵 문제의 북·미관계 착시에 빠져 있는 동안 북한은 한국 전역을 공격할 핵능력을 확보한 셈이다. 북핵 문제의 패러다임이 본질적으로 변화했으며, 이제 우리는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사는 세상’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할 때다.
북한 발표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 시기에 단행된 2차례 핵실험은 ‘핵폭발’(1차)과 ‘위력개선’(2차)으로 핵무기 개발 초기 단계다. 김정은 위원장 시기의 경우 ‘소형화·경량화’(3차) ‘수소폭탄’(4차) ‘핵탄두’(5차) ‘ICBM용 핵탄두’(6차) 등 핵무기 완성을 위한 본격적 핵실험이었다. 북한은 2017년 9월 6차 핵실험을 단행한 데 이어 11월 29일 사거리 1만3000㎞의 화성-15형 ICBM을 발사했으며, 김 위원장은 국가 핵무력 완성을 공식 선언했다.
인도의 경우 1974년 5월 18일 1차, 1998년 5월 11일 2~4차, 5월 13일 5~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파키스탄은 1998년 5월 28일과 30일 양일에 걸쳐 각각 1∼5차, 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인도와 파키스탄 모두 6차례의 핵실험을 단행했으며, 1998년을 끝으로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 북한 역시 모두 6차례의 핵실험을 단행했다. 북한은 2006년부터 2017년까지 11년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지속적으로 다양한 방식의 핵실험을 단행했기에 단기간 핵실험을 집중한 인도와 파키스탄에 비해 더 광범위한 관련 자료를 축적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의 경우 추가 핵실험이 급한 상황이 아니다. 북한이 2018년 5월 스스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한 것이 그 때문이다.
7차 핵실험 의도
북한은 올해 3월 초부터 자신들이 폭파한 풍계리 핵실험장을 복구해 언제든지 7차 핵실험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의 3, 4번 갱도가 완전하게 복구될 경우 수차례 추가 핵실험이 가능하다. 추가 핵실험이 급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공개리에 복구하는 것은 기술적 차원보다는 정치적 목적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북핵 위기 30여 년간 북한 핵 위협은 새로운 협상으로 이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1993년 북한의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는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로 연계되었으며,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은 2007년 2·13합의를 도출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또한 2017년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2018년 전격적으로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됐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비핵화 협상을 통해 북한의 경제위기 해소와 체제 안정을 도모했던 김정은 위원장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후 북한은 미국과의 장기전을 선언하고 정면돌파전과 자력갱생노선을 채택했지만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사태, 그리고 반복되는 자연재해로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김정은 정권이 당면한 복합 위기 해소를 위해서는 남북 및 북·미관계 개선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북·미관계가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바이든 정부는 북한에 대한 선(先)양보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 초부터 북한은 대남 및 대미 강경책으로 선회해 집중적인 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실험 카드를 꺼내 미국의 입장 변화를 압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추가 핵실험이 가능한 상황이다.
7차 핵실험이 초래할 동북아 군사적 긴장 고조
북한이 7차 핵실험을 단행할 경우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에는 복합적 영향이 초래될 것이다. 우선 한반도와 역내 군사적 긴장의 고조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위협에 대해 원칙적 대응과 도발 시 원점 타격 입장을 천명했으며, 대통령후보 시절에는 선제타격론을 제기한 바 있다. 바이든 정부 역시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대남 선제 핵사용을 경고한 바 있다. 미국과 나토의 공세에 대해 공동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7차 핵실험 시 한미와 협력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단행할 경우 남북·미 간 강 대 강 대치 국면은 악화될 것이며, 극적인 협상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2017년 이상의 한반도 위기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 특히 북한의 고립과 위기가 심화될 경우 추가 도발의 우려도 있다.북한의 7차 핵실험에 대한 한미의 대응은 발 빠르게 이뤄질 것이다. 우리 정부는 킬체인(Kill Chain), 대량응징보복(KMPR), 미사일방어망(KAMD) 등 한국형 3축 체계 구축을 가속화할 것이며, 미국의 확장 억제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B1-B, B-52H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전개, F-22와 F-35 등 스텔스 전투기의 일본 및 괌 기지 전개, 핵추진 항모전단의 한반도 전구 이동 및 한미연합훈련 등은 예상되는 즉각적 대응 방안이다. 고위급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본격 가동과 아울러 성주 사드기지의 정상화 및 추가 배치 등 중국에 민감한 현안도 부상할 것이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군비경쟁을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일본의 경우 적(敵)기지 공격 능력을 포함해 군비를 강화하는 행보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며, 평화헌법을 개정해 전수방위 원칙을 폐기하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전환을 도모할 개연성도 있다. 이미 유럽의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독일이 전범국가의 멍에를 일거에 벗어버렸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NPT 체제 동요 가속화할 것
2022년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회의에 참석한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의 7차 핵실험은 미·중 전략경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동맹과의 연대 강화 및 민주주의 진영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권위주의 진영에 대항하는 가치 기반 국제주의 외교안보정책을 지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바이든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은 탄력을 받고 있으며, 2022년 6월 나토 정상회의에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참여 등 나토와 아시아·태평양 주요 국가 간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중동 문제는 유럽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나토의 민감한 안보 영역에 해당한다. 특히 북한은 이란 및 시리아와 긴밀한 핵·미사일 커넥션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나토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대북제재의 이행에도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은 최근 가속화하고 있는 나토의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안보 개입을 확대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개연성이 있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단행해도 최근 강화되고 있는 북·중·러 간 연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중국과 밀착행보를 강화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일방적으로 러시아를 두둔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반대함으로써 북한을 두둔하고 있다. 향후에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행보에 대해 유엔 안보리의 일치된 대응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국제질서에서 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양국이 주도하는 브릭스(BRICS) 확대로 미국과 서방권에 맞불을 놓고 있으며, 새로운 경제권 형성을 도모하고 있다. 최근 브릭스에 이란과 아르헨티나가 합류 의사를 보였으며, 중동과 일부 아시아 국가의 참여도 점쳐지고 있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은 민주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간 새로운 글로벌 대립 구도의 형성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단행할 경우 미국은 한미일 연대를 강화하는 노력을 가속화할 것이다. 쿼드(QUAD), 오커스(AUKUS),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인도·태평양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바이든 정부에 한미일 삼각 군사협력체제는 마지막 남아 있는 퍼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일관계 개선이 필수적이며, 윤석열 정부도 양국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일본이 보수 우경화하고 있다는 점은 윤석열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나토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불발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올해 초부터 가속화하고 있는 대남. 대미 강경노선을 통해 북한은 국방력 강화 및 핵능력 고도화를 도모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협상 국면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복합 위기에 직면한 북한이 한정된 자원을 핵·미사일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 개선 없는 북한 경제와 김정은 정권의 미래는 밝지 않기 때문이다.
北 완전한 비핵화는 장기 과제
2018년 4월 전원회의를 개최해 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 중단이라는 자발적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한반도 정상외교에 나선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를 복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진실성을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북한이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에 나섰다는 점만은 분명하다.북한의 핵문제는 정치적, 기술적 차원에서 매우 복합적이며 완전한 비핵화에 수십 년이 소요되는 장기적 과정이다. 한두 번의 정상회담으로 일괄 타결을 시도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위로부터(top down)의 해법이 한계를 보인 이유다. 당면 과제는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포괄적 합의와 실현 가능한 단계적 이행 방안을 도출하는 일이며, 북한 비핵화의 불가역적 입구를 형성하는 일이다. 단계적 로드맵에 따라 북한의 핵능력 축소와 상응조치의 결합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도모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북한 비핵화 행동이 실질적이고 불가역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강대 강 대치 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북·미 간 신뢰 구조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가 북·미 양측을 협상으로 견인해 내는 코리아 이니셔티브(Korea Initiative)를 구현해야 할 것이다.
국제질서의 다극화 및 무극화 경향으로 인한 안보적 불확실성과 질적으로 변화된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능동적 자주국방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능동적 자주국방 체제는 적정 자주국방과 동맹안보를 결합해 안보 역량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방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지만 완전한 자주국방의 실현은 어려운 과제이며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지구상에서 완전한 자주국방 체제를 유지하는 국가는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적정 자주국방이다. 이는 주변국을 압도하는 국방력이 아닌 누구도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지 못할 적정 수준의 안보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와 유럽의 군사적 긴장 고조 등 민주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간 새로운 글로벌 대립 구도가 형성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당면한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확장억제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동맹안보의 중요성이 크다. 미국과 나토는 핵공유협정(Nuclear Sharing Agreement)을 맺고 있으며 핵계획그룹(Nuclear planing Group)을 구성해 나토 회원국에 배치된 미국의 전술핵을 공동으로 운영한다. 한미동맹 차원에서는 나토와 같은 높은 수준의 협력체제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2022년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미국의 확장억제 약속을 제도화하고 신뢰성을 최고 수준으로 격상하는 것은 시급한 당면 과제다.
비대칭적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동맹의 확장억제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불완전하다. 우리 스스로 능동적 대응 능력을 배가해야 하는 이유다. 장기간 잠항이 가능한 핵추진잠수함은 북핵 위협에 대한 강력한 억지력이라는 점에서 확보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지난해 9월 오커스(AUKUS)를 결성해 긴급한 안보 위협은 물론 핵무기의 위협도 없는 호주에 대해 핵추진잠수함 기술을 제공하는 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호전적인 북한의 안보 위협 및 핵무기의 직접적 위협에 직면한 한국이 자위 차원에서 핵추진잠수함을 확보하는 일에 대해 동맹국 미국이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은 세계 6위의 원전 대국이지만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라 핵연료의 농축과 재처리에 구조적 제약이 있다. 이제 한미 간 협의를 통해 농축 및 재처리 능력을 확보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농축과 재처리 능력을 확보하면 원자력 이용의 경제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으며 유사시 외부로부터의 핵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농축과 재처리 능력을 확보할 경우 북핵 문제에 대해 방관자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도 달라지게 될 것이다. 핵추진잠수함과 농축 및 재처리 능력의 확보는 핵확산방지조약(NPT)의 위반이 아니며, 당면한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당연한 권리라는 점을 자각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