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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공교육 살리기 모델 화산중학교

“엄마가 보고 있다. 열공하리라”

  • 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공교육 살리기 모델 화산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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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살리기 모델 화산중학교

화산중학교 전경. 운동장엔 파란 잔디가 깔려 있다.

매일 운동장 2바퀴 돌아

이와 관련해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운동장 돌기다. 화산중 학생들은 매일 아침과 저녁 두 차례 운동장을 2바퀴씩 돌고 있다. 이 또한 심 교장의 걷기 철학에 따른 것이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시설도 좋아야 한다. 화산중처럼 공교육으로 승부를 거는 학교라면 더욱 그러해야 한다. 화산중은 기숙사인 문무숙(文武塾) 3동과 실내체육관(문무관·文武館), 인성교육관을 갖추고 있다.

기자는 심 교장의 안내를 받아 교내 곳곳을 둘러봤다. 먼저 기숙사인 문무숙. 기숙시설과 더불어 자습실이 자리 잡고 있다. 한 방에 4~5명이 잔다. 온돌방이고, 방마다 화장실 옷장 세탁기가 갖춰져 있다. 난방은 구들 밑에 깔린 자갈을 전기로 달궈 한다. 지하층엔 탁구대가 놓여 있다.

문무숙 3개 동에 있는 자습실은 모두 360석. 밤 10시 이후 이용할 수 있으며 대체로 새벽 2시쯤 문을 닫는다. 자습실 책상엔 사용자의 이름표와 함께 각자의 다짐이나 각오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그중 ‘엄마가 보고 있다. 열공하리라’는 문구를 보고 기자는 가슴이 찡해졌다.



화산중을 지원한 학생들은 서류심사와 심층면접 2단계를 거쳐야 한다. 서류심사에서는 토익과 토플 성적 우수자, 각종 수상경력이 있는 학생이 유리하다. 자기소개서를 잘 써내는 것도 중요하다. 대체로 입학정원의 2배수인 240명이 1차 관문을 통과한다. 심층면접에서도 영어·수학·한문 우수학생은 우대를 받는다. 그밖에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품성, 건강 상태 등을 본다. 전국에서 지원자가 몰리다보니 얘깃거리가 많다. 심 교장의 회고다.

공교육 살리기 모델 화산중학교

기숙사 복도.

“울산의 한 여학생은 6개월간 부모를 설득한 끝에 우리 학교에 올 수 있었다. 집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고 부모가 반대한 탓이었다. 이 학생은 우리 학교의 잔디운동장을 비롯한 친환경적 시설과 홈페이지에 있는 교장 인사말이 맘에 들어 지원했다고 했다. 강원도 출신으로 유난히 키 작은 여학생은 오리엔테이션에 혼자 참석했다. 버스를 6~7차례 갈아타고 왔다는 그에게 ‘부모가 안 왔느냐’고 묻자 ‘왜 혼자 못 오느냐’고 대차게 되물었다. 이 학생은 졸업 후 내게 와이셔츠를 선물했다. 면접에서 ‘내가 대통령이 꿈인데 왜 안 뽑으려 하느냐’고 따지던 남학생도 기억난다.”

공부 잘하면 장학금 듬뿍

현재 화산중의 교원 수는 44명. 정식교사가 23명, 강사가 21명이다. 전체 학생 수가 355명이니 수치로만 따지면 학생 8명당 교사 한 명인 셈이다. 교사는 봉급 외에 야간수업 수당을 받는데, 시간당 3만~7만원까지 능력에 따라 금액이 다르다. 강사는 월 평균 220만원을 받는다. 영어교사들은 하나같이 해외연수를 한 실력파. 원어민 교사도 한 명 있다.

화산중은 독특한 장학제도를 갖고 있다. 1등으로 입학한 학생에게는 1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한다. 2등에겐 50만원, 3등에겐 30만원을 준다. 매 학기 평균 95점 이상의 성적을 내면 10만원씩 지급한다. 현재 한 학년에 15명 정도가 이 장학금을 받고 있다. 민족사관고등학교나 부산과학영재학교에 합격하면 1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함과 동시에 조기졸업 시킨다. 뒷날 서울대나 사법시험, 행정고시에 합격해도 100만원을 지급한다.

기숙사와 우수한 교사 확보 등 수준 높은 학습환경을 갖추고 유지하려면 돈이 들 수밖에 없다. 중학과정은 의무교육이므로 학생들이 수업료를 내지 않는다.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다. 국고지원만으로는 턱도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화산중 영어 교사는 모두 7명인데, 그중 정부지원 대상 교사는 학년에 한 명씩 3명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4명의 교사에게 급여를 주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탓에 화산중은 외지 학생들에게 강사비로 한 달에 13만원씩 걷는다. 기숙사를 쓰는 학생들은 숙식비와 시설 이용비로 월 42만원을 낸다. 처음 기숙사에 들어갈 때는 일종의 입회비인 학교발전기금을 낸다. 각자 형편껏 50만~100만원을 내는데, 내지 않는 학생에게 강요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학습시설 중에는 컴퓨터실과 5000여 권의 장서가 비치된 도서관, 영어회화 전용교실인 멀티미디어실 등이 눈길을 끈다. 지도자 세미나실이라는 문패가 붙은 교실도 있다. 사회 지도자로 성장하라는 뜻에서 만든 이 교실에서 학생들은 사회 이슈와 관련해 자신의 주장을 발표한다. 이 방은 학교를 방문한 외국학생들과 교육관련 인사들의 토론회 장소로도 활용된다.

본관 옆에 새로 짓고 있는 4층짜리 건물에는 현재의 비좁은 도서관을 옮겨 넓게 쓸 예정이다. 이 건물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공자학당도 들어선다. 화산중은 중국 길림제일고와 자매결연을 한 상태다.

공교육 살리기 모델 화산중학교

기숙사 자습실.

마지막으로 강당을 둘러봤다.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커다란 강당에서 심 교장은 매주 월요일 아침 30분씩 훈화를 한다. 일종의 정신교육이다. 강당 전면엔 ‘천지개벽’이라는 글이 적힌 현판이 걸려 있다. 심 교장은 “어떤 일을 하든지 천지개벽 하듯이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자율학교는 3년마다 새로 지정된다. 관련법이 바뀌어 올해부터는 지역 학생들만 뽑을 수 있다. 예컨대 전북에 있는 자율중학교는 전북 소재 초등학교 졸업생만 받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새로 자율학교로 지정된 화산중학교는 2년 후부터 이 법을 적용받게 된다. 심 교장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지역인재를 양성하라는 취지인데,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정책이다. 한 지역에서만 받으면 지도자를 키우는 의미가 없다. 외국 가는 건 놔두면서 타(他)지역으로 가는 걸 막는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 교육당국을 설득해 법을 다시 바꾸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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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중이 전국에서 손꼽히는 자율중학교로 우뚝 선 데는 이 학교 설립자인 심 교장의 공이 절대적으로 크다. 화산중의 역사는 교육에 평생을 바친 심 교장의 인생행로다.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信義를 지키고 誠實히 努力하는 사람이 되자’는 이 학교의 설립이념은 심 교장의 인생철학이기도 하다. 2000년 학생수 급감으로 폐교 위기에 몰린 화산중을 살려낸 사람도 바로 심 교장이다. 그가 이제껏 화산중에 쏟아 부은 사재(私財)는 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산중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심 교장의 삶을 알아야 한다.

화산면이 고향인 심 교장은 초등학생 시절 꿈이 교장이었다. 교사가 아니라 교장이라니. 그 사연이 재미있다. 일제 강점기, 소년 심의두는 화산초등학교를 다녔다. 교사들은 일본말을 잘 못한다는 이유로 툭하면 아이들에게 매질을 했다. 그는 이 세상에서 선생이 가장 높은 줄 알았고, 나중에 크면 선생이 되겠다고 맘먹었다. 그런데 열두살 때 일어난 사건이 그의 꿈을 선생에서 교장으로 바꾸었다.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교장실을 청소하다 교장선생님의 회전의자에 앉아 봤다. 어디선가 주번교사가 나타나 ‘꼬마 교장선생님이 부임하셨네’ 했다. 장난으로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주번교사는 ‘그 의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느냐’면서 엄청 두들겨 팼다. 아버지께서 ‘남자는 팔다리 부러지기 전에는 울면 안 된다’고 하셨기에 눈물을 꾹 참았다. 그때 다짐했다. ‘내가 지금 맞고 있지만 반드시 당신보다 높게 되겠다. 꼭 교장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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