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트렌드 리포트

중년 남성들의 로망, 직장인 밴드 열풍

대학가요제 세대 중심으로 뜨거운 인기, 자작곡으로 활동하는 ‘준 프로’ 밴드까지 탄생

  •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

중년 남성들의 로망, 직장인 밴드 열풍

2/4
최씨는 “프로 연주자끼리 연습하고 공연하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아마추어 직장인 밴드는 연주 실력은 떨어지지만 열의와 열정이 대단하다. 거기서 신선한 자극을 받는다. 또 프로 음악인 세계에 머물 때와 달리 다양한 부류의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들과 함께 공연하며 어울리다 보면 사람 사는 느낌이 들어 좋다. 음악이 좋고 연주가 좋아 늦은 나이에 밴드를 시작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프로 기타리스트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활력의 근거

그가 ‘자일리톨’ 밴드와 인연을 맺게 된 건 10년 지기(知己) 기세호 원장 때문이다. 최씨는 “대중적인 기성곡을 주로 연주하는 직장인 밴드의 경우 보컬이 매우 중요한데 자일리톨의 강점은 보컬을 맡은 신용준씨의 노래실력이 좋다는 점이다. 기세호씨도 노래를 잘해 두 사람이 서로 주고받으며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기본적으로 이 팀 멤버들은 다 노래실력이 좋다. 또 연습시간도 잘 지키고 책임감이 있어 팀워크가 강하다”고 했다.

이 밴드의 기타리스트인 박규태 원장은 “혼자 기타에 취해 연주하던 밴드 초창기 때는 내 연주가 틀렸는지도 모르고 넘어갔다. 드럼을 치는 영준이가 연주에 까다로운 편이라 다른 파트가 조금이라도 틀리면 귀신같이 잡아내 지적한다”고 했다. 이승택 원장도 “연주하다 첫 부분에서 틀리면 파트 전체를 다시 시작한다. 그런데 중간에서 틀리면 어느 파트에 맞춰 연주를 따라가야 할지 서로 눈치 보느라 정신없다. 보통은 드럼이 정확하기 때문에 거기 맞춰서 따라간다. 어쩌다 김영준 사장이 실수하면 연주 전체가 엉망진창이 돼버린다”고 했다.

대학시절 밴드 동아리에서 보컬로 활동하다 2004년부터 ‘정든 밴드’로 활동하고 있는 조영민(47·기업 이사)씨는 현재 7080직장인밴드 카페 회장을 맡고 있다. 동호회 사이트인 이곳에는 ‘정든 밴드’를 비롯해 ‘트리플A’ ‘선데이서울’ 등 직장인 밴드 10개 팀이 소속돼 있다. 2004년 개설한 카페 회원수는 현재 3359명이다. 조 회장은 “당시 KBS에 캠퍼스7080이라는 프로그램 있었는데 그 방송을 보니 학창시절 노래하던 생각이 났다. 다시 밴드를 해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을 때 마침 중학교 동창을 만나 밴드 연습실에 가게 됐다”고 했다.



‘정든 밴드’의 정규 멤버는 조 회장 외에 보컬 김명석(45·전산회사 근무), 드러머 이동현(50·공인중개사), 베이시스트 최효길, 기타리스트 이영실(41·여행사 근무), 키보디스트 옥현정(37·주부) 등이다. 이영실과 옥현정씨는 밴드에서 만나 2년 전 결혼에 골인했고 최근 첫아이를 출산했다.

유명 프로 밴드에서 베이스 주자로 활동하다 전업(轉業)한 최효길씨는 17년 만에 다시 기타를 잡으면서 아마추어 밴드 멤버로 합류한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생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음악을 포기했던 그가 다시 음악을 시작한 건 아내의 권유 때문이었다. “일에 치여 재미없게 사니까 보기 딱했는지 다시 밴드를 시작해 활력을 찾으라고 했다. 지난해 인사동 축제에서 17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서니 엄청 떨렸다.”

부대 산업 호황

국내 직장인 밴드의 원조로 불리는 팀은 1998년 결성된 ‘갑근세 밴드’다. 직장인들이 모여 만든 아마추어 밴드가 주는 신선함과 월급쟁이를 대표하는 ‘갑근세’라는 팀 명칭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직장인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이들이 방송과 신문 등 미디어를 통해 널리 알려지자 밴드에 관심 있는 직장인들이 인터넷에서 하나 둘 모이며 밴드를 결성하기 시작했다. 그 열기가 사내 밴드 동아리 결성으로 이어지면서 2000년대 중반 무렵에는 전국적으로 직장인 밴드가 활성화됐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인터넷에 직장인 밴드 연합 사이트와 동호회, 팀별 카페들이 급속히 생겨났다. 직장인 밴드 사이에 인기 있는 카페나 사이트의 회원수는 수천 명에서 1만명을 넘는 곳이 적지 않다.

2/4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
목록 닫기

중년 남성들의 로망, 직장인 밴드 열풍

댓글 창 닫기

2023/06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