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상당수 수험생은 지원참고표에만 의존해 입시전략을 짜고 있다. 그래서 재학생 때는 지원참고표 기준으로 지원해 불합격하고, 재수 때는 입시 상담을 받아 합격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지원참고표 이외에 참고할 만한 입시자료는 각 대학이 발표하는 전년도 입시결과다. 최근 들어 대학들은 적극적으로 입시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한 예로 최종 합격생이 100명이라면 그중 70~80등, 또는 85등까지의 성적 평균 또는 최종합격자의 언어/수리/외국어/탐구 평균 성적을 발표한다.
다만 올해 지원 여부를 고려하는데 전년도 입시 결과가 중요한 변수가 아니란 사실은 기억하자. 수능 난이도, 수험생 지원 패턴, 경쟁률, 모집인원 등이 전년과 같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저 대학은 저 정도 학생들이 지원하는구나’ 정도로만 받아들이도록 하자. 각 대학별 전년도 입시결과를 한 번에 알아보고 싶다면 12월 초에 열리는 정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에 참가한다.
한편 가·나·다 군별로 각 3~6개 정도 지원 희망 대학을 찾아놓도록 한다. 각 영역별 점수 편차가 심한 학생이라면 성적이 낮은 영역은 버리고 3개 영역 성적만을 기준으로 지원 희망대학을 찾아본다.
3. 어른벌레 타임 12월 15~21일, 심리를 꿰뚫는 결정의 시간

건국대와 동국대를 비교해보면 에서 보듯 인문계열은 수리·탐구에서, 자연계열은 언어·수리·외국어에서 반영비율이 차이가 난다. 이 반영비율로 대학별 점수를 계산해보면 과 같다.
실제 입시에서 중요한 것은 표준점수의 합이 아니라 환산점수다. 표준점수의 합이 낮더라도 반영비율이 높은 과목의 점수가 좋으면 환산점수가 잘 나와 유리하다. 손으로 환산점수를 계산하기가 까다로운데, 각 입시업체 홈페이지에서 수능 성적만 입력하면 대학별 환산점수를 무료로 계산해준다.
환산점수로 유리한 대학을 찾았다면 자녀에게 유리한 모집단위(학과)를 찾아보자.
최근 수험생들 사이에서 대학 선택 기준자료로 가장 널리 이용되는 것은 모의지원이다. 실제 지원과 괴리감이 존재할 수 있지만 수험생 이용도는 날로 높아지는 추세다. 모의지원은 ‘리허설 입시’라고 보면 되는데, 실제 지원을 앞두고 모의 지원해 대학별 환산점수로 지원자들 간에 줄을 세워 합격/불합격을 예측하는 서비스다. 전년도 입시결과, 지원참고표, 수능 영역별 반영비율 등을 통해 목표 대학을 설정하고, 모의지원을 통해 모집단위를 결정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보인다.
모집단위를 선택할 때 주의할 것은 가·나·다 각 군별로 학과 조합에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가군은 자녀가, 나군은 아빠가, 다군은 엄마가 원하는 모집단위를 선택한다. 이래야 가정에 안녕과 평화가 찾아온다는 걸 필자는 다년간의 상담을 통해 느꼈다.
수능이 쉬워져 수험생 간의 변별력이 감소한 요즘, 모든 통계적 수치를 엎어버리는 변수가 생겨났다. 바로 심리전이다. 전년도 정시 입시결과만 봐도 정말 그렇다. 경영학과 등 각 대학 최상위 학과들의 최종 합격자 성적이 하위 학과 최종합격자 성적보다 낮게 나타나곤 한다. 최상위 학과에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학생임에도 지레 겁먹고 중하위 학과에 지원하는 것이다. 물건 살 때 웃돈 내고 산 격이라 하겠다.
하향지원이 매해 입시에서 반복해 나타나는 현상이라 해도 최근의 하향지원은 도를 넘은 듯한 느낌이다. 수시는 모집인원이 많고 정시는 모집인원이 적다는 잘못된 선입관이 만들어낸 기형적 지원심리로 보인다. 대학알리미에 공개된 2012학년도 입시결과에 따르면 서울 지역 대학의 선발비율은 수시 46%, 정시 54%로 정시 선발 비율이 높았다.
인문계열 학생은 자연계열 학과에 교차 지원할 수 있는 학과를 고민해보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물론 교차지원을 고민하는 경우는 성적이 낮아 인문계열 지원이 어려울 때다. 인문계 교차지원은 서울 지역 대학 중 성적이 낮은 대학부터 가능한데, 대부분 입학 후에 전과(轉科)하는 경우가 많으니 우선은 대학 선택에 집중할 것을 권한다. 성적 낮은 모집단위보다는 중간 성적대의 선발인원이 많은 모집단위가 차라리 안전할 수 있다. 하향지원 경향 때문에 성적 낮은 모집단위에선 도깨비 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혹시 ‘재수를 하면 성적이 오르지 않을까’ 고민하는 학부모가 있다면 언어 성적을 기준으로 판단해볼 것을 조언하고 싶다. 우리 아이가 고3 내내 언어 성적이 들쭉날쭉했거나 독해가 취약하다면 어떻게든 올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낫다. 수리와 외국어는 과목 특성상 성적을 올리기 쉽지만 언어는 대체로 습관이고 우리말이라 재수, 삼수를 해도 성적이 올라가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이제 정리한다. 입시초보 아빠는 우선 입시용어를 이해하고 입시설명회 등을 통해 분위기를 파악한다. 그 다음 자녀의 성적을 분석하고 지원참고표, 전년도 대학입시결과 등을 고려해 각 군별로 3~6개 목표대학을 꼽는다. 그리고 대학별 환산점수를 계산해 이를 기준으로 유리한 대학과 모집단위를 결정한다. 단, 지나친 하향지원은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명심하자.
마지막으로 입시 전문가로 탈바꿈한 아빠가 해서는 안 될 것. 우리 아이를 데이터로만 평가하는 것이다.
“넌 OO대학밖에 못 간다.”
“아빠가 분석해보니 넌 △△대학도 어려워…”
데이터를 처음 분석해보는 입시상담사가 저지르는 흔한 실수다. 이미 나온 성적, 나무란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복장이 터질 것 같더라도 최고의 입시전략을 짜는 데만 에너지를 쏟자. 냉정한 분석과 따뜻한 마음으로 자녀를 보듬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