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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동 교수의 新經筵 ⑨

엽전 푼다고 大同사회 올쏘냐

대선 후보마다 일자리, 경제민주화, 사회복지…

  • 이기동| 성균관대 유학동양학과 교수 kdyi0208@naver.com

엽전 푼다고 大同사회 올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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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전 푼다고 大同사회 올쏘냐

맹자.

“현명한 자만이 이러한 즐거움이 있는 것입니다. 현명하지 못한 자는 이처럼 호화스러운 별장생활도 즐거운 것이 아닙니다. ‘시경’이라는 책에 문왕을 두고 읊은 다음과 같은 시가 있습니다. ‘영대를 지으려고 계획하시어, 이리저리 땅을 재고 푯말 세우니, 서민이 나서서 일하는지라, 며칠이 아니 가서 완성되었네. 서둘지 말라고 당부했으나, 서민이 아들처럼 와서 도왔네, 왕께서 동산을 거니실 때는 사슴들이 다가와 엎드려 있네. 사슴들은 포동포동 살이 쪄 있고, 백조들은 새하얗게 반짝거리네. 왕께서 연못가를 거니실 때는, 그득한 물고기들 뛰며 노니네.’ 문왕이 백성의 힘으로 전망대를 만들고 연못을 만들었으나, 백성은 오히려 그것을 기뻐하고 즐거워해서, 그 전망대의 이름을 신령스러운 전망대라 하고, 그 연못의 이름을 신령한 연못이라 하며, 거기에 사슴들이 뛰놀고 물고기들이 헤엄치며 노니는 것을 즐거워했습니다. 문왕 같은 사람은 백성들과 함께 즐겼기 때문에 참으로 즐거웠던 것입니다. 하(夏)나라의 독재자인 ‘걸(桀)’이라는 임금은 백성을 못살게 굴면서도 자기가 태양이라고 외치고 다녔습니다. 그러자 이에 분노한 백성이 말했습니다. ‘이놈의 태양은 언제 없어지는가! 너 죽고 나 죽을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 이처럼 백성이 함께 죽자고 덤빌 정도가 되면, 아무리 좋은 별장에 전망대와 연못이 있고, 짐승들과 새들이 놀고 있어도 어찌 혼자서만 즐거울 수 있겠습니까?”

“어찌 혼자만 즐거울 수 있겠습니까?”

위의 내용은 ‘맹자’라는 책에 나온다. 사람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설명한 많은 글 중에서 이처럼 잘 설명한 글을 다른 데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람은 혼자 있으면 외롭다. 좋은 사람들과 한마음이 되어 서로 사랑하며 어울리는 것이 행복이다. 사람뿐만이 아니라 하늘을 나는 새와도 어울리고 동산에 뛰노는 짐승들과도 어울려 함께 기쁨을 만끽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고, 그렇게 된 상태가 천국이다. 사람은 천국을 그리워하고 천국에서 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행복한 삶을 놓아두고 서로 헐뜯고 싸운다. 그 이유는 욕심에 빠져 있어서 그렇다. 눈앞의 욕심을 채우기만 하면 바로 행복해질 것이라 착각하기 때문에 그렇다. 욕심을 채우는 사람들은 양나라 혜왕처럼 자기 것만 챙긴다. 자기 것만 챙기는 사람은 결국 외로워진다. 권력이나 돈이 있으면 외롭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사람들이 권력이나 돈이 있는 사람을 따르는 것은 권력이나 돈 때문이지 그 사람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잃었을 때면 알게 된다. 권력이나 돈을 따라 모인 사람들과는 마음을 공유하지 못한다. 마음을 공유하지 못하면 외롭다. 외로움 속에는 행복이 없다. 행복은 모든 사람과 한마음이 될 때 찾아온다.

지금의 대통령후보들이 내세우는 정책들은 사람들에게 욕심을 채워주겠다는 것들이다. 그런 정책들은 결국 사람들을 불행으로 인도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눈앞의 욕심에 눈이 멀어 어떤 후보의 정책이 더 현실성이 있는지를 따지고 있다. 돈은 좋다. 그러나 그 돈이 욕심을 채우는 수단이 된다면 불행해진다. 오직 현명한 사람의 수중에 들어갈 때만 행복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무작정 돈을 좋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한마음을 회복하는 일이다. 행복은 거기에 있다. 이제 우리는 그것을 알아야 한다. 모두가 행복해져야 하고,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弘益人間이 우리의 목표

우리나라는 원래 지상에 세워진 천국이었다. 상징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단군에 관한 기록은 우리 민족의 정서와 사상을 가장 집약해 설명해주는 자료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들을 내려보내기 위해 지상에 천국을 세울 만한 곳을 찾았다. 거기가 지금의 한국 땅이다. 하느님의 아들 환웅은 이 땅으로 내려왔다. 그래서 이 땅을 신들이 사는 곳이란 의미에서 신시(神市)라 했다. 천국에서는 모든 사람이 불만이 없다. 모든 사람이 주인공이 되어 만족하게 산다. 천국에서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산다. 그런 나라를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 했다. 홍익인간은 모든 사람에게 다 도움이 되는 세상이고, 모든 사람이 다 만족하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을 건설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홍익인간은 단군 할아버지 때 실현되었다. 인도의 시성(詩聖)이라 추앙받는 타고르가 노래했던 것처럼, 당시의 우리나라는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절에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그 단군조선은 1500년가량 지속되다가 소멸되었고, 우리의 조상들은 여러 부족으로 흩어져 살고 있었다. 당시 중국에서 구이(九夷)라 불렀던 부족이 바로 그들이었다. 단군조선이 망한 뒤에도 그 유풍은 구이에 남아 있었으므로 공자는 구이 거주지역에서 살고 싶어 했다. 공자가 구이에서 살고자 했을 때 어떤 사람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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