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호

“세계경제, 최악은 끝났다” 낙관론 고개 들어

문정인 교수의 다보스포럼 참관기

  • 정리·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이시내 │인턴기자 숙명여대 국문과 4학년

    입력2013-02-22 09: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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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년 1월 말 내로라하는 기업가, 금융계 최고경영자, 학계 인사, 언론인, 정치지도자 등이 참석해 열리는 다보스포럼은 국내외 언론의 주요 관심사다. 올해로 43차 총회를 맞이한 다보스포럼은 1월 23~27일 닷새 동안 열렸다. 2008년부터 다보스포럼에 교수요원(faculty member) 자격으로 참석해 ‘신동아’에 참관기를 기고해온 문정인 연세대 교수가 올해도 포럼에서 열띤 논쟁을 벌인 후 현장 소식을 전했다. ‘신동아’ 2009년, 2010년, 2011년 3월호에 실린 당시 참관기와 비교해 읽어보면 세계의 변화에 대한 지구촌 유력 인사들의 인식 흐름을 가늠해볼 수 있다. <편집자>
    • ‘미스터 둠’ 루비니 교수 “퍼펙트 스톰 가능성 낮아져”
    • 獨 메르켈, 日 엔저 정책 맹공
    • 이란 핵 문제에 관심 쏠려…북핵은 거의 언급 안 돼
    • 최태원 SK 회장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맹활약
    “세계경제, 최악은 끝났다” 낙관론 고개 들어

    ‘탄력적 역동성’을 주제로 1월 23~27일 열린 다보스포럼.

    다보스는 해발 1500m가 넘는 곳에 위치한 인구 1만 명의 작은 마을이다. 겨울에는 스키가 교통수단이 될 만큼 소박한 시골이다. 이런 다보스가 매년 1월 지구촌 오피니언 리더 모임인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 총회로 한바탕 북적인다. 올해는 45개국 정상급 인사를 비롯해 글로벌 엘리트 2654명이 참석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709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영국(232명), 독일(124명), 인도(113명), 러시아(80), 프랑스(79명) 순이었다. 한국에선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의 이인제 특사,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한덕수 무역협회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25명이 참석했다. 1971년 독일계 유대인 클라우스 슈바브 당시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만든 이 포럼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 초청된 인사들만 참석할 수 있다.

    자본주의, 어떻게 다뤄야?

    다보스포럼은 원래 자본주의의 성과를 자축하는 축제로 시작됐지만, 2008년 이후부터는 자본주의에 대한 도전과 그에 따른 재앙을 걱정하는 모임으로 바뀌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포럼의 테마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올해 포럼에서도 21세기 자본주의가 처한 다양한 리스크를 개인이나 기업, 국가가 어떻게 효과적으로 다루느냐가 주된 논의 대상으로 등장했다. 돌이켜보면 2008년 이전의 다보스포럼은 자본주의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보는 낙관론이 대세였지만 지금은 사정이 사뭇 달라 보였다.

    상근직원만 300여 명에 달하는 다보스포럼은 산하에 1400여 명의 저명인사가 참여하는 76개 글로벌어젠다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인류가 당면한 핵심 현안에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 그룹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이다. 이들 위원회는 매년 11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모여 아이디어를 조율하고 1월 다보스에서 열리는 총회의 어젠다 설정에 자문을 해준다.

    세계경제포럼은 또 매년 6000여 명의 기업인, 정치인, 교수 등에게 설문지를 보내 글로벌 리스크를 평가한다. 설문조사 결과 역시 다보스포럼의 주요 의제로 반영된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꼽힌 리스크는 5개로 압축된다. 세계경제 위기, 환경오염, 사회적 위기, 지정학적 위기, 기술적 위기가 그것이다. 특히 경제위기에 서는 국제금융시스템의 실패, 재정위기, 소득불균형 문제가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지정학적 위기와 관련해서는 국제 거버넌스의 실패가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결정한 올해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탄력적 역동성(Resilient Dynamism)이다. ‘탄력적’이라는 낱말은 ‘자연재해, 금융위기, 재정적자 등 다양한 형태의 위험에 어떻게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느냐’와 관련해 도출된 것이다. ‘역동성’이라는 단어는 ‘구조적 어려움, 특히 각국의 긴축정책으로 성장 동력이 사라진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세계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와 관련해 도출됐다.

    “경제, 바닥 쳤다” 낙관론 나와

    2012년 다보스포럼은 절망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세계경제의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공통된 화두였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시장의 실패(미국발 금융위기), 그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국가의 실패(유럽 재정위기), G20(주요 20개국)의 실패가 연거푸 일어난 직후에 열렸기 때문이다. 이안 브레머 유라시아 그룹 회장은 지난해 포럼에서 “G20이 아니라 G0(Zero)”라고 말한 바 있다. G-20을 통한 국제공조에도 희망을 걸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러나 올해 포럼에서 나온 세계경제 전망은 암울하기 그지없던 지난해와 달리 비교적 낙관적이었다. ‘미스터 둠(Mr. Doom)’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만큼 세계경제를 비관적으로 전망해온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위기 요인이 남아 있지만 퍼펙트 스톰의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도 루비니 교수 못지않게 비관적인 견해를 가진 인물이다. 2008년부터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밝혀왔는데 올해 포럼에선 “위기 극복의 1단계는 잘된 것 같다. 아직 상승 국면으로 접어든 것은 아니지만 스톱 앤 고(stop · go) 형태로 위기에 적응해나가는 과정으로 보면 될 것이다. 멈춰서 있는 상황보다 나으므로 바람직한 것 아니냐”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또한 적지 않은 전문가가 저성장, 고실업을 특징으로 하는 ‘뉴노멀(New normal) 경제’가 서서히 마무리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미국 경제 회복을 예측한 이가 많았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라 할 수도 있는데, 일부 학자는 미국의 성장률을 4%로 점치기도 했다. 유로존 경제도 바닥을 쳤다는 견해가 다수였다. 낙관론자들은 중국이 8~8.5% 성장하고 엔저 정책을 펴면서 양적완화에 나선 일본도 2.5% 넘게 성장하리라고 내다봤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최악은 끝났다”고 단언했다. 물론 2013년 세계경제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거부감도 만만찮았다.

    낙관론이 성립하려면 두 가지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한다. 하나는 성장이 지속돼야 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각국이 긴축정책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낙관이 현실이 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이번 포럼에서 나온 낙관적 기류는 의도된 것이 아닌가 싶다.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보면 실제로 악화되고, 개선될 것이라고 보면 실제로 개선되는 합리적 기대이론의 자기 치유적 처방이 이런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지난 포럼에서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는 말이 나온 뒤, 투자자들이 몸을 사리고 각국은 긴축정책을 단행했으며, 그 결과 경기가 침체됐다. 이를 교훈 삼아 올해 포럼에서는 의도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근린궁핍화 vs 경기부양책

    이번 포럼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자국 화폐가치를 떨어뜨려 경제를 살리려는 일부 국가들의 공세적 재정 및 환율 정책과 관련한 논란이었다. 다보스에서 살펴보니 환율 강세로 손해를 본 국가와 환율 약세로 이득을 본 국가가 분명하게 나뉘어 있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특별세션에서 “무제한 양적완화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본을 비판했다. 흥미로운 점은 메르켈 총리의 발언을 언론 보도를 통해 들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메르켈 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일본의 양적완화는 이웃 국가를 가난하게 하는 근린궁핍화 정책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는 것이다.

    독일뿐 아니라 이강(易綱) 중국 인민은행 부총재, 머빈 킹 영란은행(BOE·영국 중앙은행) 총재 등은 일본의 무제한 양적완화를 두고 “중상주의적 전략”이라고 몰아세웠다. 필자가 봤을 때는 일본 측 해명도 일리가 있었다. 일본은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최후의 선택으로 양적 팽창 정책을 쓸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런 점에서 “유로존의 고정환율 덕분에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수출에서 이익을 보지 않았느냐”고 말한 아마리 아키라 일본 경제상의 반박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이번 포럼에서 도드라지게 드러난 추세는, 거의 모든 국가가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 개발도상국 할 것 없이 청년실업 문제의 심각성을 피력했다. 각국 인사들의 연설 내용도 놀라울 만큼 유사했다. 하지만 고민이 같다고 문제 해결 과정에서도 상호보완적 관계로 이어지는 게 아니다.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처럼 상호대립적인 관계로 치달을 소지가 적지 않다.

    각국 인사들은 실업 중에서도 청년실업이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실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경제가 성장해야 하고, 성장하려면 경쟁력을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 연구개발(R·D)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국가의 처방이 유사했다. 자유시장 경제라는 공통된 프레임 안에서 첨예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포럼 논의를 지켜보면서 ‘보이지 않는 경쟁의 손’이 무섭게 움직이고 있음을 실감했다. 결국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핵심은 기업이 아니라 국가 쪽으로 모아지는 것 같았다.

    “세계경제, 최악은 끝났다” 낙관론 고개 들어

    다보스포럼에서 한국 인사들의 활약은 아직 미흡하다.

    중동에 쏠린 세계의 시선

    포럼에서 논의된 쟁점 가운데 하나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2015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승리하면 2017년까지 유럽연합 탈퇴 찬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탈퇴 이유는 독일과 프랑스의 일방적인 독주, 유로존에 속함으로써 부여되는 각종 규제 및 제약에 비해 얻는 것이 없다는 영국인의 정서 때문이다. 비록 캐머런 총리가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탈퇴 여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포럼에 참가한 상당수의 인사의 관심이 그 문제로 향해 있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찬성하는 국가는 프랑스에서 온 몇몇 인사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일부 프랑스인들은 “탈퇴하려면 해 보라지, 뭐”라는 식의 반응이었다. 유로존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긍정적 여론이 우세했다. 스페인,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국가 경제가 회복 양상을 띠고 있는데다 지난해부터 유로존 보호를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 독일이 프랑스와 유로존 지속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번 포럼은 예년과 다르게 미국과 중국 정상급 인사가 많이 참여하지 않았다. 국제사회가 가장 주목하는 중동 문제와 국가정상 9명이 참석한 아프리카의 발전 등이 핵심 화두로 부상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을 필두로 포럼에 참석한 지정학 리스크 전문가들은 중동을 위험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았다. 이란의 핵 보유 문제,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선제공격 여부, 시리아 내전 해법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이슈를 해결하는 방식과 관련해 다양한 관점이 나왔지만 결론적으로 군사 행동은 전쟁을 일으킬 소지가 크고, 경제제재는 이란을 실패국가로 만들 우려가 있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장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었다. 이란에서 시리아 내전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핵무기 통제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결국은 협상이 유일한 대안인 셈이다. 북한 핵 문제는 포럼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각국의 관심은 북핵이 아니라 이란 핵에 있었다.

    재스민 혁명 이후의 아랍 민주화와 관련한 세션도 3개가 있었다. 투르키 알파이잘 사우디아라비아 왕자를 비롯한 아랍 측 인사들은 “서구적 민주주의는 아랍과 맞지 않다. 대신 자유화의 길을 갈 것”이라며 ‘민주화’와 ‘자유화’라는 낱말을 구분해 사용했다. 투르키 왕자가 흥미로운 얘기를 많이 했다.

    재스민 혁명이 일어났을 때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혁명의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고자 150억 달러를 풀어 사우디아라비아 국민의 불만을 잠재운 적이 있다. 서구 학자들이 이를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한 뇌물(bribery)이 아니냐고 지적하자 투르키 왕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양적완화는 좋은 정책이라고 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비슷한 일을 하면 시민을 돈으로 매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서구의 이중 잣대를 꼬집었다. 참석자들은 투르키 왕자의 발언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박수를 쳤다. 현대적인 삶의 양식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점진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중요하지 아랍의 봄처럼 혁명적으로 민주화가 일어나는 것은 ‘비아그라’ 효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중동 인사들의 주장이었다. 실제로 아랍의 봄을 겪은 국가들에선 또 다른 권위주의적 정권이 들어서고 있다. 투르키 왕자의 지적을 눈여겨봐야 할 이유다.

    중-일 군사충돌 없을 것

    동아시아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와 관련한 논의도 있었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 등이 참여한 ‘글로벌 시큐리티 파워시프트’ 세션에서 이뤄진 논쟁 중 하나가 미국과 중국 간의 세력 전이가 이뤄지고 있느냐에 관한 것이었다. 나이 교수는 오바마 행정부의 동아시아 외교 정책의 중심축인 이른바 ‘아시아로의 회귀’ 전략 구축에 많은 도움을 준 인사로 알려져 있다. 필자도 이 세션에 발표자로 참가했는데 나이 교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미국이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을 펴고 있는데, 그것은 하나의 전략적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두 가지 선결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하나는 미국과 중국 간에 현저한 세력 전이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미중 간 이익의 상치 현상이 가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이익이 서로 보완적이라면 전략적 전환을 할 필요가 없다. 군사적으로 미국이 아직 압도적으로 강하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국력이 비슷해지고 있으나 경제적 이해와 관련해 두 나라는 상호보완적이지 상호대립적 관계가 아니다. 세력과 국익에 큰 변화가 없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왜 ‘아시아로의 회귀’라는 정책을 구사하는지 모르겠다. 당신이 그 전략에 공헌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이 교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1월 28일자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 쓰기도 했다. 나이 교수는 필자의 주장에 동의한다고 했다. “미국이 군사력에서 중국에 앞서가고 있으며 경제적 상호의존 때문에 이익도 상호보완적이다. 충돌하는 부분은 거의 없다. 그런 점에서 전략적 전이를 할 필요는 없다. 축(pivot), 재균형 (rebalancing) 같은 용어는 부적절한 것 같다. 용어를 수정해 ‘속 깊은 관여(deep engagement)’라는 표현을 쓰는 게 ‘아시아로의 회귀’보다 나을 것 같다”는 게 나이 교수의 설명이었다. 중국 학자들도 이러한 상황 인식에 동의했다.

    중국, 일본 사이에 군사적 충돌이 있을 것인지도 상당한 관심사였다. 충돌은 없을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옌쉐퉁(閻學通) 칭화대 교수는 “양국의 민족주의 정서 탓에 충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포럼에서 우리가 주도한 의제로는 녹색성장이 있다. 다보스포럼 한국미래어젠다위원회는 2010년 포럼 때 ‘사회적 책임을 같이하는 녹색성장(Green, Responsible, Growth)’을 제안해 포럼의 공식 어젠다로 채택되게 했다. 친환경적으로 성장하되 고용과 복지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포함하는 성장이어야 한다는 것이 주된 테마였다. 비록 이상론에 가까운 목표이긴 하지만, 자원사용은 50% 줄이되 경제적 가치는 50% 높이고 일자리도 20% 증가시키는 이른바 ‘50-50-20’ 제안을 핵심 개념으로 한다. 이후 다보스포럼 차원에서 ‘녹색성장 행동동맹 (green growth action alliance)’ 등을 결성하는 등 녹색성장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 하겠다.

    포럼서 한국 위상 높여야

    다보스포럼이 열릴 때마다 2000명 넘는 세계 각국의 명사가 모인다. 우리나라를 잘 알릴 수 있는 기회다. 한국이 내놓은 의제를 공론화해 국제사회의 변화를 이끌 수도 있다. 필자가 느끼기에 포럼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아시아의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우리나라 경제학자, 경영학자들의 수준이 높은 것으로 아는데, 포럼에 교수요원으로 참가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왜 초청을 못 받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한국의 경제적 위상이나 세계적 영향력을 감안할 때 다보스포럼은 우리가 활용할 부분이 매우 많은 자리다. 실력 있는 정치인, 학자, 기업인이 적극적으로 포럼에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세계경제, 최악은 끝났다” 낙관론 고개 들어
    문정인

    연세대 철학과 졸업, 미국 메릴랜드대 박사(정치학)

    現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저서:‘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일본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중국의 미래를 묻다’등


    이러한 바람과 관련해 주목한 인물이 최태원 SK㈜ 회장이다. 올해 포럼에서 최 회장이 ‘사회적 기업의 투자’에 대해 발표했는데, 사회적 기업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고 그것을 보편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자는 것이 골자였다. 많은 청중의 공감을 샀다. 다보스포럼은 다른 포럼과 달리 사전 준비한 별도의 텍스트 없이 즉문즉답으로 이뤄진다. 최 회장은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발표 내용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안목이 높은 기업인으로 포럼에서 부각됐다. 최 회장처럼 다보스포럼에서 활약하는 기업인이 늘어났으면 한다.

    다보스포럼만 본다면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국제사회에서 국가의 이미지를 드높이기 위한 노력이 미흡하다. 내년 다보스포럼에서는 한국의 위상이 달라져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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