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4월호

20년 동안 쓸 수 있는 油田 터진다

  • 최영재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yj@donga.com

    입력2005-04-20 1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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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Miller & Lents’사는 2000년 7월부터 12월까지 서사할린에서 탄성파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홈스크 광구는 원유 추정 매장량이 75억배럴, 채유 가능한 양은 24억 4600만 배럴로 나왔다. 홈스크 광구 아래에 자리잡은 파이오니어 광구는전체 면적의 7분의 1만 탐사했는데 추정매장량이 34억 배럴, 채유 가능량이 10억 6800만 배럴로 나왔다.
    지난 2월16일 서울 르네상스 호텔. 한국 에너지 개발사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한·러 합작 유전 개발 협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국측 기업인 (주)대현자원개발과 러시아측 파트너인 (주)코스트로마네프테가스사 및 (주)홈스크테프테가스사는 ‘사할린 석유 및 가스개발 프로젝트’에 관한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이 날 한국측에서는 (주)대현의 왕기주 사장을 비롯, 에너지 전문가·석유공사·산업자원부 관계자들이, 러시아측에서는 홈스크시 돌기허 시장과 (주)코스트로마네프테가스사 및 (주)홈스크테프테가스사의 미하일비치 사장 등이 참석했다.

    현재 한·러 양측이 합작으로 개발하려는 유전은 서사할린 지역의 홈스크 광구와 파이오니어광구이다(지도 참조). 홈스크 광구는 면적이 605km2로 싱가포르만한 크기다. 이 곳의 말킨스카야 지구에 현재 높이 51m의 시추탑을 설치하고 시추를 진행하고 있다. 홈스크 광구 바로 아래에 있는 파이오니어 광구는 면적이 640km2 정도 된다.

    이 두 광구 지역은 사할린의 주도(州都)인 유즈노사할린스크에서 서북쪽으로 약 120km 떨어진 홈스크시 주변에 있다. 사할린 가스 유전 지대는 사할린과 대륙 사이의 타타르 해협에 붙어있는 곳으로 1만3600km2 면적에 50억∼55억t의 가스,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의 총매장량과 맞먹는 양이다.

    이 곳은 유전을 개발하기에는 최고의 입지 조건을 갖고 있다. 홈스크 지역은 사회간접자본이 잘 갖추어진 곳이다. 도로, 철도, 저장 창고, 전력선 등이 구비되어 있고, 1만2000t의 원유 저장 시설도 있다. 무엇보다 이곳은 사할린 최대의 부동항인 홈스크시(인구 51,200명)로부터 14km 떨어진 거리에 있다. 그래서 파이프라인을 20km 정도만 건설하면 부동항인 홈스크항까지 천연가스와 원유를 실어나를 수 있다.



    최고의 입지조건

    한국까지의 이동 거리도 짧다. 홈스크항에서 일본 하코다테까지는 600km, 부산항까지는 1900km, 상하이까지는 2700km, 타이페이까지는 3400km에 지나지 않는다. 전체 원유 소비량의 75.7%를 중동에서 가져오는 한국으로서는 엄청난 물류비 절감이 예상된다.

    현재 러시아 쪽이 한국의 개발 참여를 요청하고 있는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가스전에 견주더라도 2분의 1 미만의 거리다.

    홈스크에는 일본이 건설한 옛 군용비행장(활주거리 1200m)까지 있다. 러시아는 얼마 전까지 이 비행장을 군용 관제기지로 이용했다. 아울러 사할린에는 다른 유전 지역과 달리 오일 비즈니스에 얽힌 조직적인 범죄가 전혀 없다.

    이곳에는 30만 정도의 사할린 교포들이 살고 있다. 대부분 일제 때 징용으로 끌려간 사람들의 후예다. 이들을 우선 고용하여 생계를 지원하고 사할린 지역 중 일부를 한국촌으로 만들 수도 있다. 또 장차 이 지역을 면세 지역으로 지정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할린 주정부는 한국이 투자를 하면 여러가지 편의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 지역에 대한 지질학적 조사는 이미 1981년과 1999년 9∼10월 두차례 실시되었다. 그 중 1999년 조사는 홈스크 지역의 채굴권을 가진 코스트로마네프테가스사의 용역을 받아 보스톡게올로기아사가 조사했다. 그 결과 가스, 석유의 시추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천연가스도 기대

    1961∼1972년 사이에도 여러 차례 시추가 있었다. 1968년 시추 때는 지하 480m 지점에서 천연가스층이 발견됐다. 러시아 연방 천연자원부 산하 전 러시아 지질석유연구소는 종합 조사 결과 이 지역에 대략 3억4000만~3억5000만t의 화석연료가 매장되어 있다고 추정했다(99.6.29). 러시아 연방경제부 광물자원과 측지경제국의 전문가 평가에 따르면 3억6000만t에서 3억9000만t이 매장되어 있는데, 그 중 천연가스가 2800억∼3050억m3, 원유가 8000만∼8500만t이 묻혀 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러시아 자체 측정 결과이고,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미국 원유 컨설팅 회사의 분석도 있다. 이 유전을 개발 중인 러시아의 (주)코스트로마네프테가스사는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지난 해 6월, 미국 휴스턴의 세계적인 원유·가스 전문 컨설팅사인 ‘Miller&Lents’에 평가를 의뢰했다. ‘Miller&Lents’사는 2000년 7월부터 12월까지 탄성파 조사(인위적으로 지진을 일으켜 나타난 자료를 토대로 지하자원을 조사하는 방법)를 실시했다. 그 결과 홈스크 광구는 원유만 따져 추정 매장량이 75억 배럴, 채유 가능한 양은 24억4600만 배럴로 나왔다. 홈스크 광구 아래 자리잡은 파이오니어 광구는 전체 광구의 7분의 1만 탐사했는데 추정매장량이 34억 배럴, 채유 가능량이 10억6800만 배럴로 나왔다.

    한국의 한해 원유도입량은 7억∼8억 배럴 정도다. 1배럴 당 원유가격을 24달러 정도로 계산한다면 한 해에 원유를 수입하는 데 쓰는 돈만 180억∼200억 달러다. 홈스크 지역의 가채(可採) 매장량은 미국의 ‘Miller&Lents’사 분석을 따를 경우 두 곳을 합쳐 35억 배럴 정도다. 한국의 한해 원유 소비량의 10∼15% 정도를 20년 동안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양이다.

    서사할린 유전에서는 원유 뿐 아니라 천연가스도 기대해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10일 이한동 총리는 미하일 카시야노프 러시아 총리와 가진 한·러 총리회담에서 이르쿠츠크와 사할린 가스전 개발 사업을 협의하고 한·러 에너지협력협정을 체결했다. 현재 국내의 주된 가스 도입선은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와 오만, 카타르 등 중동국이다. 러시아로부터 들어오는 양은 거의 없다.

    국내의 한해 가스(LNG) 도입량은 1400만∼1500만t으로 금액상 약 5조 원에 이른다. 정부가 가스 도입선을 러시아로 확대하려는 것은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안정적인 공급원을 찾기 위해서다.

    한·러간에 지금까지 논의된 가스·원유 개발 사업은 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 북사할린 유전 개발이다. 2001년 2월27일 한·러 정상회담 결과 발표된 한·러 공동성명의 일부다.

    양측은 ‘대한민국 정부와 러시아 연방 정부간 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에 관한 협정’이 성공적으로 이행되어 오고 있음을 환영하였다. 양측은 이르쿠츠크(코비크타)에서의 가스전 개발에 있어 긴밀히 협력해 나가는 한편, 양국간 광물자원 교역 및 사할린과 여타 러시아 지역에서의 석유와 가스 개발 사업에 한국측이 참여하는 문제와 같은 상호 관심사에 대해 계속 협의하기로 합의하였다.

    현재 극동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과 관련해서 거론되고 있는 곳은 ▲이르쿠츠크 가스전 ▲북사할린 유전 ▲서사할린 유전 등 세 곳이다. 이 가운데 러시아측이 한국에 투자를 권고해온 지역은 이르쿠츠크 가스전과 북사할린 유전이었다. 그러나 에너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두 곳은 사업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 먼저 이르쿠츠크 가스전의 경우 거론된지 7∼8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곳은 한국까지 4200km가 넘는 송유 가스관을 설치해야 한다. 따라서 초기에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가며, 지금 당장 사업을 시작한다 해도 최소한 8년 뒤에야 결과를 볼 수 있다.

    북사할린의 경우는 해저 유전이고, 바다가 얼기 때문에 1년 중 6개월만 작업이 가능하다. 또 항만 등 사회간접시설이 거의 없고, 남사할린의 부동항 코사코브항까지 가스와 원유를 수송하는 파이프라인 750km를 설치해야 한다. 물론 러시아는 한국측이 이 두 곳을 개발해 주기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사할린의 경우도 러시아측이 희망하는 곳은 북사할린 유전이다.

    한국이 참여하는 서사할린 유전은 북사할린 유전보다는 입지 조건 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유리하다. 지상 유전이고 부동항 근처에 있기 때문에 별도로 수백km에 이르는 송유관 공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현재 서사할린 프로젝트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투자자를 유치하는 문제다. 엄청난 개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미국‘Miller & Lents’사의 최종 평가서에 따르면 원유만 따져서 매출 가능총액이 미화 773억 달러, 매출 순익이 145억 달러나 되지만, 향후 20년간 45억∼50억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 러시아쪽 개발회사가 한국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이유도 이처럼 막대한 비용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일본같은 선진국의 석유 메이저에게 돌아갈 수도 있었다. 한국에 이 프로젝트가 올 수 있었던 것은 러시아 교포 발레리 최씨(50·한국명 최경덕)의 노력 때문이다. 최씨는 일제강점기인 1936년 사할린으로 강제징용된 부친 최해진씨(경남 울산 출신, 67년 작고)와 모친 김구열 여사(84)의 7남매중 네째로 사할린에서는 드물게 블라디보스톡에서 대학을 나온 인텔리다.

    그는 주(州)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나 90년대 소련연방이 해체되면서 실직했다. 그 뒤 건축·수산업에 종사하다 현재는 사할린에서 가장 큰 수산공장인 ‘센츄리’를 운영하는 사업가로 자리잡았다.

    최씨는 90년대 초반부터 홈스크 광구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어떻게든 한국 자본을 이곳으로 끌어오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비록 사할린에서 자고 나란 러시아인이지만, 부모님의 나라 한국에 대한 집착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이다.

    1991년경 현대그룹이 사할린 유전 개발에 참여하면서 그는 정주영 명예회장 등 현대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는 1992년 정주영 회장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면서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대통령선거에 동원하면서 유전 사업을 중단했다. 1998년 다시 한국을 찾은 최씨는 정부와 기업을 찾아다니면서 사할린 자원개발에 참여해줄 것을 호소했지만 진지한 관심을 드러내는 곳은 드물었다.

    그러던 중 2000년 7월 발틱연구소 이동호 소장을 만나면서 그의 꿈은 빛을 보기 시작했다. 이동호 박사는 독일에서 러시아와 주변국을 연구한 러시아 전문가로 최씨가 내민 자료의 정확성을 인정하고 미국의 아더앤더슨사와 일본·독일 등 여러 연구기관의 자료와 비교 검토하는 절차를 거쳤다. 이박사는 사할린 프로젝트를 검증하기 위해 정부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현장을 답사하고 참여할 업체를 찾아나섰다.

    이 과정에서 연결된 국내업체가 (주)대현자원개발이다. 석유개발은 엄청난 투자비가 들어가는 사업이다. 대기업이 들어간다 해도 한 두 기업 차원으로는 힘들고 정부와 여러 기업이 컨소시엄을 형성해야만 감당할 수 있는 사업이다.

    생소한 중소기업체인 (주)대현자원개발이 석유개발같은 엄청난 사업에 초기 사업자로 뛰어든 데는 뒷배경이 있다. 대현자원개발의 전신은 대현농수산이라는 회사인데, 이 회사의 회장이 바레인·아랍에미레이트·리비아 대사를 지낸 최필립씨다. 최필립 회장은 중동에서 대사를 오래 지냈기 때문에 석유 사업에 대한 전문지식과 애착이 있었다.

    물론 이 사업은 (주)대현자원개발 차원에서도 감당할 수 없고, 한국 정부 차원에서 참여해야 가능한 사업이다. 그런 탓에 성패 여부는 해당 광구에서 원유가 터져나오는 것 뿐 아니라, 우리 정부의 결정이 어느쪽으로 나느냐에 달렸다. 현재 이 사업에는 초기 주체인 (주)대현자원개발 이외에 대기업인 SK와 동원산업, 석유공사 등이 관여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의 최종 결정에 따라 참여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말하자면 정부가 이 사업 성사 여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자원부 당국자는 “관심을 갖고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부 차원에서 조사할 가치가 있다. 권리와 의무, 러시아 제도 등을 정밀 조사해서 분쟁 소지가 없는지 따져보겠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서사할린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유전 개발 사업에 뛰어들 때는 단계적으로 투자할 기회가 있다. 첫번째는 탐사 단계 때 투자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초기 시추 단계에 투자하는 것이다. 일단 시추공 하나를 뚫어서 원유가 나온 것을 확인한 다음 투자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경제성있는 원유가 안정적으로 산출되는 것이 입증되었을 때 투자에 참여하는 것이다.

    유전 사업은 ‘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 자체가 도박성 짙은 사업이다. 위험성은 크지만 이 세 단계 중 첫째 단계에서 투자하면 산출물에 대한 권리도 가장 많이 가질 수 있고, 당연히 수익도 커진다. 지금까지 한국이 정부 차원에서 시행했던 유전 사업은 모두 두번째와 세번째 단계였다.

    최초의 탐사단계 투자

    그런데 이번 서사할린 건은 첫번째 단계다. 그런만큼 참여해서 원유만 솟아오른다면 우리 정부와 기업이 거의 전적으로 이곳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도 크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곳에 대해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이곳의 입지 조건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이곳은 해상이 아닌 지상 유전이라 해상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시추할 수 있다.

    다만 정부는 러시아쪽 회사인 코스트로마테프트가스사가 주장하는 광구권과 한국의 지분 확보를 법적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러시아무역대표부와 산업자원부는 이 사안을 놓고 긴밀히 협의 중이다. 사할린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특히 정부가 못박고자 하는 사항은 한국측 사업 주체가 광업권, 조광권을 전부 또는 60%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생산물인 원유나 가스에 대한 권리를 한국측이 가질 수 있느냐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러시아에서 지하자원을 개발한 사례를 보면 산출물의 80%를 러시아가 가져가고, 20%는 개발한 외국 회사가 갖는 식이었다.

    이에 비해 사할린 프로젝트는 생산량의 75%를 한국에 반입하고 나머지 25%를 국제원유가격의 3분의 2 조건으로 러시아 국내에 판다는 것이다. 이같은 조건은 형식적인 개발주체가 러시아법인이고, 러시아법인의 주식을 한국 기업이 60%이상 소유해서 사실상 지배하는 모양새로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정부는 이러한 사안들이 러시아 국가두마(하원)와 연방정부 에너지청에서 승인받는 것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이 모든 사항들은 구두로 합의되어 있는 상태다.

    현재 정부는 이 프로젝트에 대한 구체적인 개발참여 추진일정을 잡았다. 먼저 3월부터 6월까지 투자 환경을 정밀 분석하게 된다. 세부 내용을 보면 정부는 3월 안에 러시아 연방 정부과 사할린 주정부의 공식의견을 외교공관을 통해서 확인할 예정이다. 또한 오는 4월에 있을 한·러 자원협력위원회에서 이 건을 공식 논의할 계획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은 러시아의 자원 소유권은 국가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간 채널을 통해 러시아 정부의 견해를 들어보고 명확한 권리관계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산자부와 석유공사는 이 기간에 러시아 자원 개발과 투자에 관련된 제도와 법령, 세제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산자부 김동원 자원개발국장은 “러시아 자원개발 관련 제도는 변화가 잦고 복잡하기 때문에 최근 제도 현황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자부는 6월 중으로 해외 석유 메이저의 입장도 확인할 태세다. 이 광구에 대한 미쓰비시와 쉘 같은 해외기업의 시각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4월 안으로 광구 정보를 재확인할 계획이다. 이 광구에 대한 계약에 따라 우리가 어느 정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 원유가 터져나온다면 이를 국내에 얼마만큼 반입할 수 있는 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또 국내기업과 더불어 매장량에 관한 추가자료를 8월까지 확인할 계획이다. 물론 현재 진행되고 있는 1차 시추 분석 결과도 사업 타당성 판단에 활용된다. 이런 모든 수순을 밟아 정부는 하반기에 참여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그리고 이런 결정 사항을 국내 기업들에 통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가 확인하고자 하는 내용은 이미 대부분 이 프로젝트의 한국측 관계자들이 검증한 사항들이다. 사할린 프로젝트 관계자들은 지난 1월 러시아 변호사 면허를 가지고 있는 이원형 변호사를 모스크바와 사할린 현지에 파견해 러시아측 개발 회사의 존속 여부, 재정 상황, 사할린 지역 내 석유·가스 관련 광업권 취득 여부를 조사했다. 또 한국 당사자가 러시아측 개발회사의 주식을 취득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조사했다. 이변호사의 보고서를 보면 정부가 우려하는 사안은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검증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엔 러시아 정부도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주한러시아대사관과 주한러시아무역대표부가 이 건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 지난 1월19일 러시아 외교부 발레리 B 수이닝 한국과장은 “한국의 서사할린 유전 개발 참여는 러시아 연방 정부로서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러시아쪽 회사의 권리 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이 서사할린 유전 개발에 참여하면 최대한 돕겠다”고 말했다.

    6월15일 첫 산출물 기대

    이 모든 것은 정부 차원에서 움직이는 일정이지만, 현재 러시아쪽 개발 주체인 코스트로마네프트사와 한국쪽 파트너인 (주)대현자원개발은 이미 홈스크 라이센스 지역(KLA, 606평방m)에 51m 높이 시추탑을 세워놓고 한 구멍을 시추하고 있다. 5월16일까지 1500m를 뚫고, 6월15일까지 2400m까지 파내려갈 계획이다.

    이 정도를 파면 광구의 규모를 판단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탄성파 조사를 한 상태다. 7월부터는 홈스크 라이센스 지역의 다른 곳에도 시추를 하며 2002년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생산한다는 것이다.

    이 사할린 프로젝트는 사안 자체의 경제적 의미를 떠나 여러가지 파급 효과를 가지고 있고, 정치적 의미도 크다. 우선 이 프로젝트는 극동러시아 개발이라는 원대한 계획과 맞물려 있다. 극동러시아 개발 계획에는 몇가지 축이 있는데, 그 첫째가 연해주 식량개발이다. 연해주의 광활한 땅에 한반도의 면적과 맞먹는 농장을 개발해, 장기적으로 식량을 자급하고 북한에 지원 식량까지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러시아의 농지와 남한 자본, 북한 노동력을 한데 묶는다는 합영농장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이미 농림부 산하에 발해사업단을 만들어 실행에 옮기고 있다.

    둘째가 에너지 개발이다. 석유개발과 가스개발이 있는데 바로 사할린 프로젝트가 여기에 해당된다.

    셋째는 동북아 물류 유통망 건설이다. 이는 한반도 횡단철도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연결해 동북아의 유통 질서를 새로 만드는 계획이다.

    넷째는 북해와 오오츠크해 어장의 수산자원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다섯째는 이 모든 사업에 자금을 댈 동북아개발은행을 설립하는 것이다. 여기에 참여하는 국가는 남북한과 러시아, 중국, 일본, 미국 등 6개국이다. 말하자면 중국과 일본, 미국 등 3개국은 현금을 출자하고, 한국은 러시아 차관을 투자로 전환하고, 러시아는 시베리아횡단철도 운영권을 현물로 출자하며, 북한은 경의선, 경원선 운영권을 현물로 출자한다는 안이다. 현재 정부는 이 모든 사업을 총괄하는 민관합동기구로 극동러시아개발위원회를 조직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이곳 사할린에는 이미 외국 석유회사들이 유전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사할린의 자원에 대한 관심은 일본과 미국이 한국보다 훨씬 앞선 상태다. 일본과 미국 회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곳은 북사할린의 해저 유전. 현재 마라톤(Marathon), 미쓰이(Mitsui), 쉘(Shell), 미쓰비시(Mitsubishi) 등 4개 회사가 공동 투자하여 석유와 가스 수중탐사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이 추진하는 사할린 프로젝트는 현재 사할린Ⅰ에서 사할린Ⅵ 프로젝트까지 6단계 개발전략으로 알려져 있다.

    1990년대 러시아 지역에 대한 서방 기업의 투자가 확대되면서 일본의 소데코(Sodeco)는 그동안 미루었던 원유 가스전 개발을 시작했다. 일본 소데코는 1995년 6월 미국 엑슨(Exxon)과 함께 ‘사할린Ⅰ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생산물분배계약(PSA)를 체결하였다.

    사할린Ⅱ 개발지역은 룬스코예(Lun- skoye) 유전과 피툼(Pitum) 유전(원유 1억t과 천연가스 14조 입방ft)를 포함하는 해역인데, 여기에는 마라톤, 미쓰이, 로열 더치, 셸 등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참여하고 있다. 사할린Ⅲ프로젝트는 키린스키(Kirinsky) 광구를 탐사하는 서방 석유회사들이 하루 원유 50만배럴을 생산하는 구조물을 투입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지역은 모빌/텍사코사와 러시아의 로스네프트(Rosneft)사가 관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유전 개발은 모두 사할린 북부 지역에 몰려 있다. 또 이 유전들은 하나같이 해저 유전이다. 현재 이 가운데서 원유가 나오고 있는 곳은 두 곳이다. 바로 사할린Ⅱ 개발지역인 삘톤-아스또흐꼬예 지역과 룬스코예로 1999년 하반기부터 석유와 가스를 추출하기 시작했다. 한국이 참여하는 서사할린 홈스크 광구는 1999년까지 청정지역으로 묶여 개발이 제한된 탓에 외국 회사가 참여하지 못했다.

    해외 에너지 개발에 대해서 우리 정부가 너무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정부가 해외 유전 개발과 대체 에너지 기술개발 지원에 쓰는 예산은 전체 에너지 개발·지원 예산 가운데 5.5%에 지나지 않는다. 산업자원부와 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95년부터 99년까지 5년 동안 유전개발·지원자금은 4080억원으로 에너지 사업 전체 예산 8조3882억원의 4.9%에 그쳤다. 대체에너지 기술개발 지원예산은 5년 동안 모두 541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0.6%에 불과했다.

    같은 비산유국인 일본의 경우 석유특별예산으로 지난 98년에만 67억달러(7조3천여억원)를 조성해 이 가운데 16%인 11억달러를 유전 개발에 사용했다. 또 대체에너지 개발에도 20%인 13억달러를 지원했다. 99년 말까지 유전개발 투자액을 보면 우리나라가 29억 달러였고, 일본은 16배인 489억달러였다.

    석유위기에 가장 취약한 한국

    그 결과 한국은 비산유국 및 석유 순수입국 가운데서도 석유위기에 가장 취약한 나라가 되었다. 한국은 기초에너지(석유,석탄,원자력 등) 가운데 석유 의존도가 세계평균 38%에 견주어 월등히 높다(60. 6%).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또 전체 석유 소비량의 75.7%를 중동에서 들여오고 있어, 중동 분쟁에 매우 취약한 형편이다. 2000년 한국석유공사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일본, 대만, 독일 등 세계 9대 석유 순수입국 가운데 석유 위기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다음으로 허약한 나라가 대만이고 그 다음은 스페인, 인도, 일본 순이었다.

    현재 프랑스는 원유 50.2%를 해외에서 직접 생산해서 들여온다. 이탈리아와 독일도 해외의 자주개발원유 비중이 각각 27%와 18%다. 그러나 한국은 해외 석유 개발에 참여중인 기존 업체들도 외환 위기 이후 철수하거나 지분을 줄이고 있다.

    이번 서사할린 유전개발 프로젝트는 단순히 경제적인 가치로만 따질 수 없는 사업이다. 성공만 한다면 동북아 평화 산업망을 구축한다는 의미에서도 의미가 크다. 현재 러시아는 시베리아와 극동 아시아에 매장되어 있는 지하자원과 임업자원등을 이용해 이 지역의 경제를 일으켜 세울 계획을 갖고 있다. 그래서 사할린, 캄차카, 사하 공화국 등에 매장된 천연가스와 원유를 개발하기 위해 미국, 일본, 독일, 스페인 등 각국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부정한 방법으로 미국 메이저 석유사들의 지원을 받은 사할린 주지사를 부정부패 혐의로 물러나게 하고, 이를 지난 2월11일 국영 방송에 발표했다. 이는 미국이 러시아 지역 원유 자원을 독점하는 것을 거부한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극동 러시아 지역에 중국인들의 간접 침투가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고 있어 고심하고 있다. 극동러시아는 남한 면적의 62배나 되는 면적에(약 620만 km2), 인구는 불과 800만명이다. 반면에 석유 매장량 세계 2위, 천연가스 1위, 금 2위, 다이아몬드 2위, 임산물 3위, 수자원 5위로 천연자원의 보고다. 농지는 남북한이 자급하고도 남을 면적인 58만km2나 된다.

    극동러시아 주민들이 소비하는 생필품의 80%는 중국인이 국경을 넘어서 공급하고 있다. 중국인은 대부분 불법 체류자인데 주로 1개월짜리 관광비자로 입국해 눌러 앉는다. 그런데 이들을 단속하면 이 지역의 상권이 마비된다. 심지어 러시아 주민들이 경찰서로 몰려가 중국 상인들을 풀어주든지, 경찰이 생필품을 공급하라고 항의하는 일까지 있었다. 이는 생필품을 무기로 한 중국 전략이 성공한 사례 가운데 일부에 불과하다.

    중국은 1999년부터 모범 공무원과 직장 단위 민간인에게 보조금까지 지원하면서 극동지역 관광을 권유하고 있는데 11개 국경지역을 통해 매일 3500∼5000명이 러시아로 건너가서 극동러시아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닌다. 이들은 관광후 직장에 소감을 제출하는데, 관광 이유는 과거 중국의 땅이었던 극동 지역에서 사업거리를 찾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는 과거에도, 앞으로도 초지일관 남북통일에 가장 비중있는 협력자가 될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는 중국의 간접 침투를 한민족으로 하여금 대응하게 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말하자면 러시아는 한민족을 극동러시아로 유치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극동러시아 주민의 생활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또 러시아는 역사적인 경험 때문에 일본 자본의 상륙도 경계하고 있다.

    그래서 푸틴 대통령의 대안은 바로 한국을 이곳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더구나 한국과는 차관 문제가 있기 때문에 러시아는 극동 러시아의 지하자원 개발권을 한국에 넘겨주면서 이를 변제하겠다는 생각이다.

    또한 한반도 횡단철도와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연결하면 그것 자체가 러시아에서 가장 낙후한 극동 지역을 활성화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북한 노동력도 끌어들인다면 러시아로서는 일거양득이다. 한반도에서 영향력도 높이고, 극동 개발도 이룰 수 있다. 한국과 북한 모두에게 이익이다. 한마디로 상생(相生)하는 게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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