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 마닐라의 식량관리국 창고에서 한 인부가 수입된 쌀 포대를 옮기고 있다.
이 잡지의 예측대로 애그플레이션이 2008년 1/4분기까지 최고조에 달하면서 국제사회에선 식량위기가 도래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까지 나왔다. 실제로 멕시코에서는 옥수수 가격의 상승으로 주식인 토티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반정부 시위까지 일어났다. 아이티에서는 총리가 쫓겨났고 카메룬에선 시위로 40여 명이 사망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군대가 빵을 구워 국민에게 직접 배급하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필리핀 정부는 쌀을 사재기하다 적발될 경우 종신형에 처하겠다고 경고했다. 당시 국제 쌀가격은 1t당 10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2007년 초 1t에 3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던 쌀값이 불과 15개월 만에 3배나 폭등했다. 밀, 옥수수, 대두 등 식량 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르기도 했다.
신흥시장과 바이오연료
식품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영국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1766~1834)의 ‘인구론’(1798)이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맬서스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인구와 식량 사이의 불균형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인류는 필연적으로 기근과 빈곤을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아직까지 맬서스가 예언한 재앙이 지구촌에서 발생한 적은 없다. 세계는 인구 증가에도 불구, 새로운 기술과 자원 개발 등을 통해 지금까지 식량을 증산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맬서스의 인구론이 맞아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 도래하고 있는 셈이다.
식량가격이 폭등한 이유를 살펴보면 무엇보다 먼저 중국과 인도 등 이머징마켓(신흥시장) 국가들의 급격한 성장에 따른 육류 소비 급증 등 식단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유엔(UN)에 따르면 현재 66억 명인 전세계 인구는 2025년 80억명, 2050년 91억9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증가와 관련, 가장 큰 문제는 지구촌에 풍족한 삶을 사는 사람의 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풍요로운 삶을 살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볼 때 잘사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사람이 잘살수록, 소비하는 자원의 양이 커져만 가는 게 문제다. 전세계 인구 중 15%만이 높은 생활수준을 누릴 때는 글로벌 경제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했다. 하지만 15%가 50%로 늘어나면, 경제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할지 예측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급속한 경제발전에 따라 인구 대국 중국과 인도의 중산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현재 중국인의 식단에서 육류 비중은 1990년보다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중국의 육류 소비 수준이 대만의 그것과 비슷해지면, 앞으로 돼지고기 공급이 연 50억㎏씩 늘어나야 한다. 미국인들이 6~7개월간 소비하는 양과 비슷하다. 돼지고기 1㎏을 얻기 위해서는 9㎏의 사료작물이 들어간다. 곡물 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의 쌀과 밀, 옥수수 생산량은 1998년 총 4억4140만t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감소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