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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전문가가 분석한 태국 정치파동의 실체

레드 셔츠, 옐로 셔츠, 블랙 셔츠, 그리고 민주주의의 파멸

  • 글·피터 워│호주국립대 명예석좌교수│ 번역·강찬구│동아시아재단 간사│

서구 전문가가 분석한 태국 정치파동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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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의 정체

서구 전문가가 분석한 태국 정치파동의 실체

태국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다 저격을 받은 뒤 5월17일 오전에 숨진 카띠야 사와스디폰 소장의 시신이 지지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병원에서 방콕의 한 사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이날 반정부 시위대는 군경과 대치 중에 카띠야 소장의 사망을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레드 셔츠 시위대는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몇몇 그룹이 연합한 형태다. 참가자 대부분은 태국 사회에 만연한 정치·경제적 불평등 문제에 공감하며 시위에 나섰지만 이를 이끌어가는 방식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생각이 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시위대 대부분은 순수한 비폭력 성향의 무장하지 않은 시골 출신 시민으로 노인이나 여성, 아이들도 있었다. 특히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시위에 휘말렸고, 군경과의 충돌 과정에서 발생한 수십명의 사망자 가운데 상당수를 차지했다.이들이야말로 진정한 피해자인 셈이다. 물론 새총이나 화염병, 돌 등으로 무장한 20~30대의 젊은 극렬 시위자들도 있었다.

시위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무렵 등장한 검은 옷을 입은 일군의 무리, 일명 ‘블랙 셔츠’들은 가장 미심쩍다. 이들은 대부분 중무장한데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전직 군인이나 경찰 출신으로 추정된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에 속하는 이들은 사실 시위할 이유가 없다. 이들이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들에게 사실상 고용되어 시위대에 섞여든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이들은 주로 군인과 경찰을 전문적으로 살상해 폭력사태를 확산시킴으로써 현 정부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은 듯하다. 온갖 소문이 무성하지만 여전히 이들의 정체나 누가 이들을 고용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결국 레드 셔츠 시위 지도부의 가장 큰 실패는, 간디의 가르침과는 반대로 시위대의 테두리 안에 이 세 부류를 공존하도록 놔둔 것이었다. 특히 폭력 성향이 강한 블랙 셔츠 시위대와 공존하다보니 정부와 시위대는 맞설 수밖에 없었고, 이는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다시 말해 이는 시민들의 지지를 잃게 만들었고, 군인과 경찰이 정부의 명령에 불복종하게 유도함으로써 정부의 해산을 달성한다는 사실상 유일한 기회를 놓치게 된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방콕의 빈곤층과 저소득층 대다수는 태국 북부나 북동부의 오지로부터 유입해 들어온 이주민 1세대 혹은 2세대다. 레드 셔츠 시위대의 대부분이 이러한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끝이 보이지 않는 시위가 이어지고 또 폭력화하면서 애초에 방콕의 빈민층이 이들에게 보냈던 지지는 불만과 우려로 바뀌었다. 2008년 옐로 셔츠 시위대에게 쓰였던 ‘mob(폭도)’이라는 영어단어가 레드 셔츠 시위대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그러한 민심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이었다. 방콕의 시민들이 레드 셔츠 시위대를 옐로 셔츠 시위대 못지않게 경멸하게 된 것이다. 5월19일 밤 방화와 기물 파손이 잇달아 일어나면서 이 같은 두려움은 사실로 드러났다.



시위대 진압 명령을 받은 상당수 경찰과 군인 또한 북부와 북동부 출신이다. 시위 초반만 해도 이들을 설득해 시위대 편에 서게 만들 기회가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시위대가 군경에 대해 무장폭력을 행사하고 다시 이들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한 4월10일을 기점으로 그러한 기회는 영영 사라졌다. 비폭력 시위는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지만, 폭력을 행사하면 아예 가능성이 없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경제다

이어지는 태국 정국의 위기상황은 일차적으로는 단기적인 정치적 이해관계가 주요 동인이다. 그러나 수십 년에 걸쳐 누적돼온 경제적 요인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우선 태국의 평균소득은 최근 수십 년간 급속도로 증가했지만 동시에 경제적 불평등도 극도로 심화됐다. 최근 태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소득분배 불균형 수치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1970년대 초 0.43에서 0.53으로 증가해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국가 중 하나로 기록되게 됐다. 게다가 이 수치마저 실제의 불평등 증가치를 축소한 조작치라고 생각하는 이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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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피터 워│호주국립대 명예석좌교수│ 번역·강찬구│동아시아재단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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