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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학 특강

유머가 경쟁력이다

  • 김영신 < 자유기고가 >

유머가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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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지 편집주간을 지낸 하드리 도노번은 “유머감각은 지도자의 필수조건”이라고 말했고, 세계적인 기업 카운슬러인 데브라 밴턴은 최고경영자들의 성공비결을 분석한 ‘최고경영자처럼 생각하는 법(How to think like a CEO)’이란 책에서 ‘유머감각이 있다’는 것과 ‘이야기를 재미있게 한다’는 것을 CEO들의 공통된 특징으로 꼽았다. 여성으로 CNN부사장 자리에 오른 게일 에반스도 자신의 저서 ‘남자처럼 일하고 여자처럼 승리하라’에서 제시한 ‘성공의 14가지 법칙’에 ‘유머감각을 길러라’는 항목을 집어넣었다.

웃음은 호감과 협력을 암시한다. 따라서 타인의 웃음을 쉽게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은 그만큼 매사에 협력과 지지를 쉽게 얻어낸다. 유머는 곧 설득력인 것이다. 뛰어난 정치인들의 유머감각이 일류인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딱히 대통령이나 대기업의 CEO가 아니더라도 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들,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헤쳐나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유머감각을 키우는 것을 성공의 필수요건으로 삼아야 한다.

‘성공하는 리더를 위한 유머기법 7가지’ ‘웃기는 리더가 성공한다’ 등의 책을 저술한 유머강사 김진배씨(HDC유머개발교육원 원장)는 “유머와 리더십은 근본이 같다”고 강조한다. “유머와 리더십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키워지는 것이며, 테크닉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인드가 문제라는 점도 비슷하다. 유머리스트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하고 여유있는 마음, 아량과 포용력, 세상만사에 대한 관심, 그리고 열정인데, 이것은 리더십에도 필수적인 덕목”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해 타계한 일본의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는 평소 “나는 아주 성실한 정치인과 유머리스트라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99년 방한해 고려대에서 강연할 때도 강연이 끝난 뒤 “오늘 강연에서 유머리스트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럴 기회를 달라”고 요청, 10여 분간 시간을 따로 내 청중을 웃기기도 했다. 스스로 유머리스트라고 자부하는 것은 물론, 그에 걸맞게 갈고 닦은 유머실력을 대중 앞에 드러내는 적극성을 보인 것이다.

흔히 언론이나 주변에서 재치있는 인사들을 소개할 때 ‘타고난 유머감각의 소유자’ 운운하는 표현을 자주 접하게 된다. 물론 상대적으로 남보다 유머감각이 뛰어나 보이는 사람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똑같은 내용을 이야기해도 그 사람의 입을 통해 나오면 더 실감나고 더 우습고 더 기억에 남는다. 그런가 하면 일껏 뭔가 남을 웃겨보려고 하다가 오히려 분위기만 썰렁하게 만드는 사람들은 스스로 초라하다는 느낌까지 갖는다.



그러나 유머감각이 선천적인 재능이라고 단정짓고 단념할 이유는 없다. 전문가들은 유머감각은 후천적인 노력으로 얼마든지 기를 수 있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독서는 유머의 원천

세계 각국의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자신이 써온 코미디 작품 등을 모아 ‘유머사전’을 펴낸 바 있는 코미디작가 최성호씨는 “재담을 곁들이는 재주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은 아니다. 틈틈이 책과 자료를 통해 유머 소재를 찾고 메모해두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사람들은 특히 웃는 것에 인색한 편인데, 유머를 한번 듣고 흘려버리는 하찮은 것으로 여길 게 아니라 인생을 즐기는 태도로 바라본다면 유머감각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

그렇다면 유머감각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마음가짐부터 달라져야 할 것이다. 김진배씨는 ▲따뜻한 마음을 가질 것 ▲여유있는 마음을 가질 것 ▲상대의 유머를 받아들일 것 ▲세상만사에 관심을 가질 것 ▲유머에 열정을 품을 것 등을 주문한다.

진정한 유머는 남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는 것인데, 그러려면 기본적으로 사람들에 대해 애정과 존중심이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외모나 신체적 결점, 동료의 실수를 비꼬는 우스개는 별로 좋은 유머가 아니다. 설혹 그런 것을 소재로 삼는다 하더라도 무시나 조소(嘲笑)를 담아서는 안 된다.

아무리 순발력과 말재간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마음이 급하고 감정이 격해지면 절대로 유머다운 유머가 나오지 않는다. 매사에 느긋하고 여유있는 심경을 유지해야 좋은 유머를 구사할 수 있다. 분노에 제압당하지 않고 유머러스한 답변으로 어려운 상황을 반전시킨 사례는 허다하다.

일본의 외무장관을 지낸 이누가이는 한쪽 눈이 없는 사람이었다. 어느날 국회에서 국제정세를 설명하는 그에게 한 야당의원이 “당신은 한쪽 눈밖에 없는데 복잡한 국제정세를 잘도 보시는군요”라고 빈정거렸다. 이런 노골적인 인신공격에 대해 이누가이는 태연하게 대꾸했다. “의원께서는 ‘일목요연(一目瞭然)하다’는 말도 못 들어보셨습니까?”

우스갯소리를 잘 하는 사람을 실없는 이로 치부한다면, 아무리 재미있는 얘기를 들어도 무표정하거나 조소를 날린다면 유머감각이 길러질 리 만무하다. 유머감각을 갖추려면 남을 웃기기 이전에 우선 남의 유머를 듣고 즐겁게 웃을 수 있어야 한다. 재미가 있건 없건 말이다. 상대의 유머를 받아들이는 것은 예의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남을 잘 웃기기 위해선 자신부터 잘 웃는 사람이 돼야 한다.

관심분야가 다양하고 지식이 풍부한 사람일수록 훌륭한 유머를 구사할 수 있다. 정신과의사 양창순씨는 “대화에 꼭 필요한 유머감각은 자신감과 지식에서 나온다. 유창하고 능숙한 말솜씨, 풍부한 어휘력 등을 길러주는 독서는 유머의 원천이다”고 강조한다.

시류에 따라 웃음 소재가 바뀌는 것은 당연한 일.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만 껴안고 있다면 남의 유머를 알아들을 수도, 자신의 유머를 창조할 수도 없다. 전공서적 외에 소설이나 인문교양서도 짬을 내 읽고, 잡지 한두 종을 구독하며, 신문과 뉴스를 꼼꼼히 챙겨본다면 충분한 상식과 지식을 갖출 수 있다. 아울러 짧은 칼럼기사 같은 글은 말을 가다듬고 이야기를 압축해 구성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유머감각이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유머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스스로 애쓰는 사람만이 유머감각을 갖출 수 있다. ‘재미있는 얘기로군, 기억해둬야지’ ‘이런 얘기를 들려주면 사람들이 웃을까’ ‘이 내용은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까’ 하는 식으로 평소 유머에 대해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실천하는 태도를 몸에 배게 만들어야 한다. 하루종일 일은 제쳐두고 유머만 찾아 헤매라는 얘기가 아니다. 화장실에서 신문을 볼 때, 점심 먹을 때, 출퇴근길에 잠깐씩 생각에 빠져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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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신 < 자유기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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