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35노트.”
부함장이 보고했지만 오태근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지스 순양함 광주호는 구축함 속초호와 초계함 4척을 이끌고 서쪽으로 비껴나 있다. 강령군 남쪽 반도의 해안포와 미사일 기지를 막기 위해서다. 따라서 옹진반도로 상륙하는 해병대의 지원은 안양함을 기함으로 하는 3척의 구축함과 2척의 초계함단이 맡고 있는 것이다. 그때였다. 앞쪽에서 붉은 불기둥이 보였으므로 오태근은 망원경을 눈에 붙였다. 북한 전투함 한 척의 함교에서 대폭발이 일어나더니 순식간에 두 동강으로 갈라졌다. 그 다음 순간 뒤쪽의 유도탄정 후미가 폭발을 일으켰다.
“두 척 명중!”
역시 옆에서 망원경을 보던 부함장이 소리쳤다. 그때 다시 좌우의 북한 함정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김천함과 여수함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명중한 것이다. 그때였다. 알람이 울렸으므로 오태근이 레이더를 보았고 동시에 미사일 담당장교 최대진 대위가 함대용 지대공 미사일 KAAM-220의 발사 버튼을 눌렀다. 다음 순간 함교 좌우에 배치된 KAAM-220 16기가 차례로 발사되고 있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레이더의 노란 점들을 응시하며 오태근이 입술을 비틀고 웃었다. 그러고는 차분하게 지시했다.
“회피 운동!”
함포 사격 시대에는 지그재그 회피 운동으로 포탄을 피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미사일도 지그재그 곡선을 그리면서 따라온다. 그것도 엄청난 속도로, 안양호가 거칠게 꺾이는 바람에 오태근의 몸이 기울었다. 미사일은 점점 가까워졌다. 이쪽에서 발사한 KAAM-220 16기와 뒤쪽의 두 구축함. 초계함들 몫까지 100여 개의 노란 점이 몰려가고 있다. 레이더 화면은 이제 노란 점으로 덮여 있다. 그것을 본 오태근이 감탄했다.
“장관이다.”
“미사일 8기 접근!”
관측장교가 소리쳤다. 안양호를 향해 8기가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최근에 개발한 천마 7호 함대함미사일이다. 사정거리 45㎞, 속력은 마하 1.8, 전장 5m에 중량은 2t이니 한국군의 KAS-28과 비슷한 성능이다. 레이더에 이쪽에서 날아간 KAAM-220기 중 10여 개가 8기를 향해 달려드는 것이 보였다.
“원산함을 맞히지 못한 건가?”
부함장 김일주가 투덜거렸을 때 최대진이 레이더 화면을 보면서 대답했다.
“맞힌 것 같습니다. 원산함은 정지되어 있습니다.”
그때 레이더 화면에서 이쪽으로 다가오던 천마 7호 미사일 3기가 사라졌다. 안양호는 회피 운동을 하는 중이어서 4200t급 선체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미사일 5기가 남아 있다.
“잡아라!”
최대진이 잇사이로 소리쳤다. 미사일을 잡으라는 말이다. 그러나 KAAM-220은 능동적 자체 레이더가 부착된 미사일이다. 찾으라고 안 해도 스스로 찾는다. 그때였다. 비상벨이 울리면서 함교의 좌우에 장착된 8연장 채프 발사기에서 자동으로 채프가 발사되었다. 천마 7호가 바짝 다가온 것이다. 로켓탄에서 쏘아 올린 채프로 허공에 알루미늄과 유리박지 조각이 구름처럼 풀어졌다. 그 순간 미사일 1기가 수면에서 솟아오르더니 채프 구름을 뚫고 뒤쪽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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