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호

전략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의 절대 원칙

[책 속으로] 투자의 미래

  • 이은주 엔터스코리아 소속 전문 번역가

    입력2022-03-1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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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러미 시겔 지음, 이은주 옮김, 이레미디어, 552쪽, 2만2000원

    제러미 시겔 지음, 이은주 옮김, 이레미디어, 552쪽, 2만2000원

    오늘은 또 어떤 사골을 우려야 하나? 금융 자산 투자와 관련한 서적의 번역 의뢰를 받으면 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책장을 넘긴다. 투자 관련 서적을 번역한 지도 벌써 십수 년이 되다 보니 시작할 때면 으레 이렇게 심드렁한 채로 책을 읽게 된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것이 읽다 보면 또 고개를 끄덕이며 책 내용에 빠져든다. 그 내용이 새롭고 기발해서가 아니다. 내용 자체만 보면 그 말이 그 말이고 그 원칙이 그 원칙이다. 그런데 왜 볼 때마다 새로운 기분이 들까.

    금융 자산에 투자 좀 해볼까 하는 사람치고, 또 투자 좀 해봤다는 사람치고 이런 책 한두 권쯤 안 읽어본 사람이 없을 터다. 그런데 장담하건대 어떤 책을 읽든 “옳지, 바로 이거야!”라며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경우는 별로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이는 책 내용이 그저 그래서가 아니다. 읽다 보면 다 아는 내용이라 식상하다는 느낌이 들어서가 아닐까. 구체적인 전략이라는 것들도 원칙만 알면 새로울 것이 없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누군가는 그 책이 도움이 많이 됐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하나 마나 한 소리 또 한다며 쓰레기 취급하고 던져버린다. 투자란 한마디로 ‘예측의 게임’이고 투자의 성공은 그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능력에 달렸다. 주식 좀 해본 사람치고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 아는 말을 가지고 뭔 잘난 체를 하시나?’ 싶겠지만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인간사 다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 만고의 진리이니 뭐 어쩌겠는가!

    무엇이 중요하고 아니고는 그 무엇을 대하는 자세와 의지에 달렸다. 따지고 보면 똑같은 내용을 주야장천 떠드는 이유는 알고도 실천하지 않는 사람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 아닐까. 복권에 당첨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노파에게 하느님이 “어르신, 제발 복권부터 사세요”라고 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생각난다. 독자의 관점에서는 어떤 내용을 수긍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수긍한 대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의 관점에서는 전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전략의 바탕이 된 기본 투자 원칙을 설득하는 방법이 훨씬 중요하다. 고전이 고전인 이유는 설득 방법의 우월함에서 찾아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시겔의 투자 관련 서적은 거의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고 감히 주장하고 싶다.

    나 역시 사골을 또 끓이게 생겼다고 구시렁대면서도 결국은 재탕, 삼탕을 넘어 수십 탕쯤 끓여낸 이 사골국을 이번에도 맛있게 들이켰다. 묘한 일이다. 온 세계를 패닉 상태로 몰아넣은 전대미문의 팬데믹 사태와 그 와중에 널을 뛰는 시장 환경에서 길을 잃은 수많은 투자자 여러분도 이 사골국을 마시고 기운 내시기를!



    클래식 한잔 할까요?
    이현모 지음, 다울림, 328쪽. 1만7800원

    수많은 여성에게 대시하고도 번번이 차였던 베토벤. 운명이라 믿었던 한 여인과의 애절한 사랑도 운명의 장난 때문에 결국 이뤄지지 못했지만 그녀를 향한 사랑의 열매는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남았다. 짝사랑하는 연인에게 외면당한 베를리오즈는 ‘환상 교향곡’으로 복수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베를리오즈는 ‘환상 교향곡’에 프랑스혁명이라는 원대한 야심을 심어놓았다고. 청춘을 예찬한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은 처음 세상에 선보였을 때 평론가로부터 냉대를 받았다. 하지만 오늘날 말러의 곡은 베토벤보다 더 자주 연주되고 있다. 알고 들으면 더 감동적인 클래식 명곡에 담긴 놀라운 스토리를 친절히 설명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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