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과 교직원 간의 조화를 중요한 과제로 삼은 김문환 총장은 부임 이후 교내 분위기를 활기차게 만들기 위해 크고 작은 행사를 많이 만들고 있다. 다양해진 교내 행사는 국민대 학생들이 김 총장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이유 중 하나다. 유명 인사들이 국민대를 찾아 학생들과 만나고, 클래식과 대중가요를 망라한 다채로운 음악회가 교내에서 일주일에 한 번꼴로 열린다. 서울, 전주, 광주, 대구, 울산 등 지방순회 공연까지 마친 ‘국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교수와 학생이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상징이다. 지난해부터 재학생 중 120명을 선발해 전국의 유적지와 금강산 탐방 기회를 제공하는 ‘국민大장정’도 학생들로부터 열렬한 호응을 얻고 있다.
▼ 국내 대학 교육이 기업의 요구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은 어떻게 봅니까.
“대학은 기업이나 정부와 관계 설정을 잘 해야 합니다. 졸업생이 진출하는 곳이 주로 기업이고, 대학이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 정부니까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기업과 정부의 힘이 커진 반면 대학은 힘에서 밀리고 있는 게 사실이에요. 그렇게 된 원인 중 하나가 기업에서 지적하는 대학 교육의 전근대성이죠. 이 상태로 가다가는 대학이 기업이나 정부에 예속될 가능성이 높아요. 대학들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기업이나 정부에 끌려 다니지 않으려면 소신이 필요해요. 생각만이라도 기업이나 정부보다 위에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나는 국민대의 주인이 아니다”
김문환 총장은 1979년에 국민대 법학과 교수로 임용된 후 총장이 된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북한산 자락을 지키고 있는 열혈 ‘국민인’이다. 그가 국민대에 각별한 애정을 갖는 건 오랜 재직 기간 때문만은 아니다. 김문환 총장은 출생연도가 국민대 개교연도와 같다. 그는 이런 인연을 운명으로 여기고 있다. 김문환 총장과 국민대는 같은 1946년생이다. 둘 다 모진 한국 현대사를 경험했고, 꿋꿋하게 중심을 지켜왔다. 올해로 함께 환갑을 맞은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 올해로 국민대가 개교 60주년, 사람 나이로 치면 환갑을 맞았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셨을 것 같은데요.
“새로운 60년을 시작하는 시점에 동갑내기 대학의 총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영광스럽기도 해요. 동양철학에서는 60년을 소우주의 한 주기로 봅니다. 60년…삶을 한 번 살아낸 셈이죠. 쉽지 않았어요. 광복 직후에 태어나 4·19와 5·16 격동기를 고스란히 겪었어요.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우리나라가 현대식 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광복 직후예요. 당시 대학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터를 닦으면서 우리나라가 전쟁의 상처를 딛고 지금 같은 경제 발전을 이루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어요. 고급교육의 대중화를 실현한 거죠. 국민대도 그런 역할에 충실했다고 생각합니다.”
김 총장은 “나는 국민대의 주인이 아니다”라며 “교직원과 학생들이 모두 훌륭한 덕분에 지난 60년간 국민대의 성장 속도가 가장 빨랐다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 개교 60주년을 기념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습니까.
“2005년 2월, ‘개교 60주년 기념사업 테마기획위원회’를 구성해 크게 세 가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가 국민대 60년사(史)를 정리하는 사업이에요. 단순히 책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모든 사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큰 사업이죠. 두 번째는 국민대 학생과 교직원, 동문이 한자리에 모이는 큰 잔치를 열 예정이에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 2만여 명을 모을 계획입니다. 또한 국민대 중흥자인 김성곤(쌍용그룹 창업주) 선생의 호를 따서 만든 ‘성곡(省谷) 프런티어’ 사업이 있습니다. 수백명의 학생과 교직원을 아프리카와 남미를 제외한 전세계로 보내 견문을 넓힐 기회를 주었고, 외국의 20개 대학 교직원을 초청해 우리 문화를 체험할 시간을 마련했어요. 이외에도 많은 사업을 소리 없이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문환 총장은 개교 60주년을 맞아 ‘도약 2010 프로젝트’라는 장기발전 계획을 추진 중이다. 대학간 고등교육 서비스 강화 경쟁과 실무 교육에 대한 갈망 등 급변하는 대학교육의 시류에 대응하기 위한 대대적인 정비계획을 마련한 것. 이 프로젝트는 ‘창의성과 리더십을 겸비한 21세기 글로벌 시티즌을 양성한다’는 목표 아래 ‘세계 속의 명문 대학’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5대 전략, 28개 추진방향, 100개 추진과제를 설정했다.
‘도약 2010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목표는 네 가지다. 3~4개 분야에서 국내 최상위권 확보, 1~2개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 진입, 국내 최고 수준의 캠퍼스 환경 구축, 전문적 대학 운영체계 구축. 김 총장은 이 모든 것을 반드시 일궈내겠다는 각오다.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