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호

“아이돌 인기는 구름 같은 것 시간 흐르면 다 내려놓아야 해요”

god 출신 연기자 데니안

  • 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1-02-23 11: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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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0년대 초반 god의 인기는 대단했다. ‘어머님께’ ‘거짓말’ 등
    • 히트곡을 여럿 발표하며 ‘국민그룹’으로 불렸다.
    • 그러나 2003년 소속사와의 재계약이 난항을 겪으면서
    • 2년간 무대에 서지 못했고, 이후 다시는 전성기 때의 인기를 찾지 못했다.
    • god의 래퍼였던 데니안씨는 지금 배우이자 MC로 활동 중이다.
    • 그에게 아이돌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물었다.
    “아이돌 인기는 구름 같은 것 시간 흐르면 다 내려놓아야 해요”
    ▼ 요즘 ‘동방신기’와 ‘카라’가 전속계약 분쟁을 겪고 있습니다. 아이돌 그룹 선배로서 마음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생각을 많이 하게 되죠. 저도 겪었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조금은 아니까, 마음이 아파요.”

    ▼ god도 5집 활동 후 한동안 계약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죠.

    “네 2년을 쉬었죠. 그때는 우리가 최고였고, 해외 진출도 추진하고 있었는데 마침 소속사와 계약 기간이 끝난 거예요. 곳곳에서 연락이 왔죠. 여기서는 얼마 제시하고, 저기서는 얼마 제시하고. 결국 2대 3으로 갈라졌어요.”

    ▼ 아이돌 그룹이 전성기에 계약 분쟁을 겪는 이유는 뭡니까.



    “그룹을 하다 보면 주위에 사람이 정말 많아지거든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한 명 한 명이 다 1인 기업이니까요. 그러다보면 입김 센 사람이 생기고, 서로 다른 생각들을 조율하기가 어려워져요. 딱 멤버들끼리만 얘기할 수 있으면 좋은데, 그럴 수 없게 만드는 조건들이 자꾸 생기죠.”

    ▼ 그 과정에서 팬들이 실망을 많이 하죠. 친형제 같은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으니까요.

    “실은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싸우는 거예요. 애정이 없으면 왜 힘들게 시간을 끌겠어요. 서로를 포기할 수 없으니 싸우는 거죠. 카라나 동방신기도 분명 지금 그런 상황일 거예요. 그걸 팬들이 이해해주실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들을 미워하지는 마셨으면 해요.”

    1인 기업체

    ▼ 당시 다른 기획사의 제안이 어떤 수준이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말도 안되게 어마어마한 규모의 계약금이요. 이전 계약금의 한 일곱 배? 엄청났어요. 사실 저희는 데뷔할 때 소속사와 계약서를 안 쓴 상태였어요. 2집 때까지는 ‘너희 수익이 이 정도다’ 하면 주는 대로 받았죠. 그때는 회사에 기대하는 게 별로 없었어요. 그냥 앨범이 나오기만 하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죠. 처음 돈을 받아들고는 엄마랑 부둥켜안고 울었어요. 계약 내용을 따지고 말고 할 게 없었어요.”

    ▼ 그럼 2집 끝나고는 왜 계약한 건가요.

    “우리 회사가 다른 회사와 합병하면서 체계가 생겨서 계약서가 필요했어요. 그때는 이미 우리가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로 ‘빵’ 터진 뒤여서 다른 쪽에서도 영입 제안이 많이 왔는데, 힘들 때 같이 고생했던 사람들과 함께 가자고 5명이 뜻을 모았죠. 그때는 그게 됐어요. 그런데 5집 끝나고 나니 이미 머리도 너무 커지고, 연예계 생리도 알게 되고…. 우리끼리 결정하기가 힘들어진 거죠.”

    ▼ 아이돌은 체감 인기가 엄청날 것 같은데요. 2집으로 ‘빵’ 터졌을 때, 인기가 어느 정도였나요?

    “1집 때만 해도 우리가 HOT랑 같이 방송을 하면 공개홀이 다 (HOT 상징색인) 하얀색 풍선이었어요. 활동 끝난 뒤에도 지하철 타고 다녔죠. 그런데 2집 때 갑자기 달라진 거예요. 2집 마지막 공개방송 때 방송국으로 우리 팬만 1만명 정도가 왔어요. 공개방송 끝나고 빠져나갈 때면 거리가 마비되니까 낯설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그랬죠.”

    ▼ 그렇게 갑자기 인기가 생기면 삶에 어떤 변화가 있나요?

    “일단 아무 데도 갈 수가 없어요. 팬들이 숙소 앞에서 택시 타고 기다리고 계시다가 우리가 나가면 따라붙어요. 저희는 20~30대 팬이 많았기 때문에 자기 차를 타고 쫓아오는 분들도 있었죠. 어디를 가든 차가 10대는 따라왔어요. 자유가 사라졌죠.”

    분주함 뒤의 외로움

    ▼ 어느 날 갑자기 그러면 힘들고 당황스럽기도 하겠군요.

    “불편하고 힘들긴 하지만 우리가 바랐던 거니까 행복한 마음이 더 컸죠. 또 좋은 쪽으로 달라지는 것도 많아요. 데뷔했을 때는 방송국에서 대기실을 안 줘서 복도에서 옷을 갈아입곤 했거든요. 그런데 뜨니까 굉장히 넓은 방을 우리 단독 대기실로 주는 거예요.”

    ▼ 엄청 바빴겠죠?

    “그때는 경기가 좋아서 지금보다 행사나 공개방송이 훨씬 많았어요. 하루에 비행기를 서너 번씩 탄 적도 있어요. 그래서 일할 때는 외롭고 힘든 줄 몰랐죠. 그런데 활동 쉴 때, 어디 편하게 다닐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음대로 연애할 수도 없으니까 공허함이 밀려왔어요.”

    ▼ 그런 걸 어떻게 푸셨나요?

    “쉴 때마다 멤버들 다 같이 해외여행을 갔어요. 매니저와 댄서분들 다 같이 가서 그렇게 스트레스 풀었죠. 크리스마스 날에는 타고 다니는 밴 안에다가 전구 달고 캐럴 틀어놓고 같이 놀았죠.”

    ▼ 말씀 듣다 보면 정말 멤버들끼리 굉장히 끈끈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렇죠. 우리만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많으니까. 물론 콘서트나 방송할 때는 경쟁도 하죠. 하지만 마음속에는 가족애 같은 게 있어요. 지금 동방신기 카라도 그럴 거예요. 서로 친하지 않으면 같이 일 못해요. 아마 지금 가장 가슴 아픈 건 그 친구들일 거예요.”

    ▼ 아까 멤버 각각이 하나의 기업이라 원하는 바를 조율하기 어렵다고 하셨는데, 한창때 얼마나 버셨는지 아세요?

    “돈 관리를 엄마가 하셔서 사실 잘 몰라요. 하지만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을 거예요. 수익을 멤버 수로 나눴고 세금도 많이 냈거든요. 그 나이 또래가 벌 수 있는 것보다는 많이 벌었지만 god 하면 벌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그런 수준은 아니죠. 연예계가 그래요. 일본 진출하면 더할 거고요. 우리나라에서는 기획사랑 연예인 단둘이 계약하잖아요. 하지만 일본 쪽은 그 사이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단계가 있거든요. 거기서 떼고 떼고 떼고 떼면 가수가 받는 건 얼마 안 돼요. 그런 것들도 친구들을 힘들게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 요즘 1세대 아이돌 스타들이 추문에 연루되는 경우가 많아요. 젝스키스의 강성훈씨, NRG 이성진씨…. 우울증 때문에 힘들었다고 하는 분도 많더군요.

    “그건 연예인이면 다 똑같은 것 같아요. 아이돌은 더 어린 나이에 그런 걸 겪으니까 예민하게 반응할 수는 있겠지만…. 그걸 알아야 해요. 인기라는 게, 정말 구름이라는 것. 구름은 절대 멈춰 있지 않잖아요. 구름이 멈추길 바라면 안 돼요. 저도 계약문제로 2년 쉴 때까지만 해도 그걸 몰랐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아무리 어마어마하던 인기라도 다 흘러가는구나, 그걸 받아들이지 못했다면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내려놓기

    ▼ 데니안씨는 힘들었던 적이 없나요.

    “우울증에 걸린 적은 없지만 지금 말씀드린 그때 충격을 받았죠. 2년 쉬고 나왔는데 팬들이 예전 같지 않을 때. 결국 ‘잠시 쉬자’ 결정하고 god 활동을 중단했어요. 호영이와 태우는 바로 솔로 음반이 나왔는데 저만 일이 없었죠. 영화를 한 편 찍었는데 잘 안 됐고요. 제 연기를 보고 저부터 충격을 받았어요. 이러다가는 내가 아무것도 못하겠구나. 큰일났구나.”

    ▼ 자존심이 많이 상했겠군요.

    “저는 할 일 없으면 편의점 점원이라도 하면 된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왕 연기를 시작했으니,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연극을 시작했죠. 거기서 처음부터 하나하나 배운 경험이 제게 큰 도움이 됐죠. 연극하는 분들과 친하게 어울리면서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god에서 벗어난 거예요. 지금은 이렇게 카페에 앉아 있어도 누구 하나 다가오지 않잖아요. 이런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거죠.”

    ▼ 아이돌 스타 출신은 연기를 해도 주연을 맡으려고 할 것 같은데 데니안씨는 조연을 주로 하시더군요.

    “소극장 연극도 하고, 작은 뮤지컬도 하고. 정말 연기 잘 하는 게 꿈이거든요. 언젠가는 주연을 해도 좋겠지만 폼 잡고 싶지는 않아요. 제가 지원이(젝스키스 은지원)를 되게 좋아해요. 팬이에요. 왜냐면 자기를 버렸거든요. 옛날 아이돌은 그러기 쉽지 않아요. 그 친구는 별명이 은 각하, 카리스마 였다고요. 그걸 다 버리고 ‘1박2일’에서 망가지잖아요. 저랑 동갑인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 데니안씨도 은지원씨처럼 예능 쪽에 도전할 생각도 있나요.

    “아니요. 저는 연기랑 음악을 하고 싶어요. 얼마 전에 작곡팀도 만들었어요. 저까지 3명인데 이제 본격적으로 곡 작업을 하려고 해요.”

    ▼ 지금도 트위터 팔로어가 2만명이 넘더군요. 여전히 데니안씨의 다음 행보에 관심 갖고 지켜보는 팬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친구들은 이제 저와 추억을 같이 하는 그런 사이죠. 예전처럼 열정적이지는 않지만, 제가 뭘 하든 힘을 주는. 언젠가는 우리 멤버들과 그 친구들이 다 모여서, 소극장 같은 데서 god 콘서트를 하고 싶어요. 잠실운동장을 하늘색 풍선으로 꽉 채웠을 때 못지않게 행복할 거 같아요. 인기가 있을 때는 즐기고 그 시간이 지나면 내려놓으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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