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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60이 인생 내리막길? 중년의 ‘끈기’로 도전하세요”

환갑에 누드사진집 , 4개 외국어시험 합격 김원곤 서울의대 교수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60이 인생 내리막길? 중년의 ‘끈기’로 도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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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도 시험 치세요?”

“60이 인생 내리막길? 중년의 ‘끈기’로 도전하세요”

김원곤 교수가 딴 4개 외국어 고급 자격증.

“사실, 처음부터 외국어 시험에 응시하려고 학원에 다닌 건 아니었어요. 수강생들과 얘기를 하다가 HSK(한어수평고사)가 있다는 것을 들었죠. 공부한 것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 듣고 이상하게 시험에 대한 미련이 생기더라고요. 2011년 3월 시험을 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신동아 원고 청탁이 들어왔기에, 4개 외국어 자격증을 모두 따겠다고 선언해버렸어요.”

일반인의 눈에는 이런 그의 도전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성격과 강박관념을 잘 활용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나는 약속에 대해 일종의 강박관념이 있어요. 약속을 지키려고 애를 쓰는데 이미 4개 외국어 고급 자격증을 따겠다고 약속했으니 지켜야 했어요. 그러니 악착같이 할 수밖에요. 하다가 보니까 끈질기게 하는 게 뭔지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요.”

그가 골프를 시작하지 않은 것도 ‘약속 강박관념’과 관련돼 있다. 일이 많던 젊은 시절, 일은 소홀히 하면서 골프를 즐기는 선배 의사들을 비판하며 ‘나는 나이 들면 골프를 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어느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수십 년 전 그 약속을 지금까지 혼자 지키고 있다.



운동도 마찬가지. 2008년 병원 송년회 때 흉부외과 직원들 앞에서 옷을 벗은 사진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해버렸다. 그날 그 약속을 기억하는 직원들도 없지만 그는 혼자 조용히 바벨을 들었다. 결국 2009년 5월 사진이 취미인 레지던트가 그의 사진을 찍었다. 이후 신동아 버킷 리스트에 누드집을 찍겠다고 ‘선언’하고 다시 틈틈이 바벨을 들었다. 그의 취미생활은 술병 미니어처 수집이다. 술도 즐겨 마신다. 신동아에 ‘세계 지도자와 술’ 코너를 매월 연재하고, 서울대병원 웹진에도 글을 쓴다. 술과 관련한 강연 요청도 쇄도한다. 그가 모은 술병 미니어처는 2000여 개에 달한다.

외국어에, 누드사진집에, 술까지 나오니 모르는 사람들은 ‘날라리 의사’ ‘기인 의사’로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는 국내 심혈관 분야 권위자로 흉부외과와 심장병, 심장수술에 관한 책을 10여 권이나 낸 학구파다. 집필 저서를 이렇게 많이 낸 의사도 찾아보기 어렵다. 운동은 어릴 적부터 좋아했다고 한다.

“본과 2학년 때인 1975년 서울대 의·치대 역도부를 창설하고 초대 부장을 맡을 정도로 운동을 좋아했어요. 외과 중에서 가장 힘들다는 흉부외과에서 지난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도 체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죠. 심장을 멈춰놓고 제한된 시간에 빨리 끝내는 흉부외과 수술은 다른 과 수술과는 긴장의 강도가 달라요.”

일과 후 매일 학원과 피트니스센터를 찾는 그를 대하는 가족의 반응은 어떨까. 기자의 예상과 달리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가족이 무척 좋아해요. 주변에선 나이 50 넘으니 인생이 외롭고 허무하다면서 바람을 피우기도 하고 막 흔들려요. 생각해보세요. 이런 건전한 취미생활이 어디 있나요? 아내 입장에서도 ‘안전’하잖아요(웃음).”

▼ 안전하다?

“아내는요, 남편이 자신의 예상 범위를 벗어날 때 불안해하잖아요? 그런데 저의 하루 동선은 항상 예측할 수 있거든요. 열심히 한다는 건 합격증을 보면 알 수 있으니까요.”

▼ 가족들은 외국어 공부와 몸 만드는 일, 둘 중 어느 쪽을 더 좋아하나요?

“아내는 당연히 몸 만드는 일이고(웃음).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피트니스센터 다니는데 동네 아줌마들도 저를 다 알아봐요. 나이가 있다보니 운동할 때면 다들 쳐다보는데, 이런 시선을 견디며 혼자 운동한다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 참, 훌륭하십니다.

“아내는 출근할 때 현관에서 구두를 닦아줘요. 요즘 젊은 사람은 이해 못하죠. 그러니 나도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아내가 더 영리한 거 같기도 하고….”

▼ 언제까지 하실 건가요?

“더 이상 후퇴하기 싫으니까 공부를 하는 건데, 하는 데까지는 계속 해야죠. 글쎄요. 유창하게 말할 정도까지 할까 싶기도 해요.”

▼ 시간 관리를 잘해야겠군요.

“이 나이 되니 모두들 그럽디다. 나빠질 일만 남았다고요. 그런데 나이 든 분들은 꾸준함이 있잖아요? 정년퇴직 앞둔 나이면 시간은 충분히 낼 수 있어요. 그때 한 가지 일에 도전하면 됩니다. 뭐든 꾸준히 하면 해낼 수 있어요. 도전하는 계기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죠.”

신동아 2012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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