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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외고

글로벌 인재의 산실인가 사교육 조장의 주범인가

  • 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뜨거운 감자,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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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현행 선발방식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은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원외고 최원호 교장은 외고 입시에서 사교육 열풍이 문제가 된다면 “2011학년 입시부터 영어듣기 시험을 폐지하고 내신과 면접만으로 학생을 선발하겠다. 또 서울대처럼 서울지역 25개 자치구에서 학생을 골고루 뽑는 지역균형선발제와 정원의 35%는 외국어·예체능 우수자·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뽑는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화외고 역시 입시전형에서 영어듣기 시험을 폐지하고 ‘내신+입학사정관제’로 전환하는 방안과 ‘내신+기본영어실력(자격시험)’으로 바꾸는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 영어가 자격시험으로 바뀔 경우 합격 혹은 불합격의 기준으로만 사용 된다.

하지만 외고의 학생 선발권을 없애고 국제중, 자율형사립고 등에서 실시되는 추첨제를 통해 학생을 선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다.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수학·과학 가중치 변경, 대입 내신 반영방식 변경, 입학전형방식 변경 등 부분적인 개선책은 그동안 여러 차례 있어왔지만 외고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다. 외고에 선발권이 있는 한 사교육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번에 외고를 일반고로 전환해 문제의 소지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했다.

외고 관련 논란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외고 입시안 개선에 관한 외부 연구용역을 실시한 후 늦어도 12월10일까지 자체 안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밝힌 뒤 일단락된 상태다. 교과부 관계자는 “원래 연말까지 개편안을 마련할 방침이었으나 학생·학부모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정을 앞당기기로 결정했다”며 “개편안에는 외고 입시안 및 교육과정, 외고를 포함한 고교 체제 재편 방안 등을 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선발권 폐지│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특혜 편법의 온상 외고에 제자리 찾아줘야 한다”



▼ 외고 개혁 논란이 뜨겁다.

뜨거운 감자,외고
“교육 문제의 폭발력을 알았다. 국민들이 사교육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지도 깨달았다. 외고 문제를 제기한 건 이 부분을 건드리지 않으면 사교육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핵심 공약 중 하나가 ‘사교육비 반으로 줄이기’다. 그런데 2008년 통계를 보니 사교육비가 오히려 늘었더라. 경제위기가 아직 다 극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교육비 부담이 심화되면 중산층은 저소득층으로 몰락할 수밖에 없다. 사교육비용 감소는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을 구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 국회에 제출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설명해달라.

“내용은 간단하다. 지금 외고는 가짜 외고니까 진짜 외고로 만들자는 거다. 이를 위해 외고의 선발방식을 선지원 후추첨제로 바꾸도록 했다. 외국어에 소질과 적성이 있는 지원자 가운데 추첨을 통해 학생을 선발한 뒤 이들을 잘 가르쳐서 외국어 분야 인재를 양성하도록 하자는 게 법안의 골자다.”

▼ 지금의 외고가 왜 ‘가짜 외고’라는 건가.

“외고는 외국어에 소질과 적성이 있는 학생을 뽑으라고 준 독점적인 선발권을 남용해 전 과목 우수자를 싹쓸이하고 있다. 탈법 특혜다. 이것을 내려놓게 하고, 본래의 목적으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 내 주장에 대해 외고를 없애자는 뜻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게 아니라 외고를 ‘진짜 외고’로 만들자는 게 내 생각이다.”

▼ 외고에는 공(功)도 많은데 과(過) 부분만 부각시켜 얘기한다는 지적이 있다.

“외고에 무슨 공이 있나. 나는 정말 외고의 공을 단 하나도 모르겠다.”

▼ 수월성 교육과 글로벌 인재 양성 얘기를 많이 하지 않나.

“교육은 가르치는 거지 뽑는 게 아니다. 잠재력 있는 학생을 발굴해 키우는 것과 시험 잘 본 애를 뽑는 것 가운데 뭐가 교육인가. 다른 학교들은 ‘우리한테 선발권 줘봐라. 훨씬 훌륭한 글로벌 인재로 키울 수 있다’고 할 거다. 지금 전국 최고의 사립초등학교로 평가받는 서울 영훈초등학교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학생수가 미달되는 학교였다. 좋은 선생님들이 열심히 가르치니까 학교가 변한 거다. 이렇게 교육의 질을 높여서 수월성 교육을 하게 해야 한다. 외고는 지금껏 수월성 교육을 못해온 걸 최근 자인했다.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하라니까, 재단전입금 낼 능력이 안 된다고 하지 않나. 전국 최고의 인재를 뽑아서 최고의 교육을 시킨다면서 학교를 그렇게 부실하게 운영해도 되나. 외고 애들이 사교육을 제일 많이 받는다는 것도 문제다. 메가스터디에서 준 통계를 보면 외고 학생들이 일반고 학생보다 훨씬 강의를 많이 들었다. 학교에서 제대로 하면 애들이 왜 학원에 가겠나. 외고가 글로벌 인재를 키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판·검사, 의사를 키운 거 아닌가. 아이비리그에 많이 간 건 우리나라 명문대 가기에 내신이 불리하니까 그렇게 된 거다. 외고마다 아이비리그 특별반이 있는데, 추천서 써주고 관리하는 게 거의 학원 수준이다. 그걸 갖고 잘했다고 얘기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외고가 ‘우리는 훌륭한 학원이다’ 하면 인정하겠지만 ‘훌륭한 학교다’라고 하는 건 인정할 수 없다.”

“외고는 훌륭한 학원일 뿐”

▼ 외고 찬성론자들은 외고가 해외 유학 수요를 흡수한다고도 한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조기유학이 외고 때문에 생긴 거라는 건 상식 아닌가. 우리나라에서 자식 키우는 데 하도 사교육비가 많이 드니까 그 돈이면 차라리 외국 가서 공부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나가는 거다.”

▼ 외고 선발 방식을 바꾸면 사교육도 사라질 것이라고 보나.

“당연하다. 엊그제 한 기자가 찾아와 아이를 외고 입시반에 보내는데 매달 250만원이 든다고 했다. 거기에 플러스 알파가 또 있겠지. 외고가 없어지면 이런 데 돈 쓸 필요가 없는 거 아닌가. 학원에 가보면 다들 외고 가려고 공부한다고 한다. 외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교육 전문가들을 여럿 만났는데 한결같이 ‘대입 사교육은 별문제가 안 된다. 문제는 고교 입시다. 외고 문제 해결 못하면 초·중학교 사교육은 결코 줄어들지 않는다’고 한다. 이게 현장의 목소리다. 어떤 시스템이 현저하게 공정성을 상실하면 개혁 대상이 된다. 외고는 이미 현저하게 공정성을 상실했다. 처음엔 수월성으로 학생을 선발하겠다고 해놓고, 이젠 거의 경제력이 선발 기준이 됐다. 공정성을 상실한 사회 시스템은 분열과 갈등의 씨앗이 되는데, 외고는 그 씨앗이 커서 어느새 숲이 돼 있는 상태다. 사회의 굉장한 위험 요소다. 모든 사교육이 외고 때문은 아니겠지만, 외고가 사교육 문제의 뇌관인 만큼 그것부터 건드려야 한다.”

▼ 하지만 학생을 추첨으로 선발하겠다는 법안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이 많다.

“지금 일반계고는 지원도 없이 배정 방식으로 학생을 뽑는다. 추첨에 대해 지적하는 분들이 지금까지는 어떻게 가만히 있었는지 모르겠다. 추첨 논란은 청계천 뚜껑을 덮어놓았을 때는 아무 말 안 하다가 친환경적인 공간으로 개선하겠다고 하니 ‘왜 좀 더 환경적으로 안 하느냐’고 비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 현행 외고 입시 요강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폐해를 줄일 수 있을 거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다. 하지만 결과는 외고가 더 커지고 강해지기만 했다. 이번에 좀 세게 개혁할 거 같으니까 외고에서 보인 첫 번째 반응이 선발 과정에서 영어 듣기평가를 빼겠다는 거였다. 얼마나 웃기는 이야기인가. 외고 입시에서 듣기평가를 안 하고 내신만 보겠다는 건 ‘우리는 그동안 가짜 외고였어요’ 하고 커밍아웃한 거나 다름없다. 외고들이 전 과목 최우수자를 뽑겠다는 걸 이렇게 공공연하게 드러내는 상황에서 입시 요강 개선은 해법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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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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