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0월호

불면증 완벽 퇴치법

현대인은 왜 쉽게 잠들지 못하는가

  • 김현미 khmzip@donga.com

    입력2002-10-06 12:5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도시는 잠들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 24시간 편의점, 24시간 주유소들이 한밤중에도 1000∼2000룩스의 강한 빛을 내뿜는다.
    •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근처에 살고 있는 사람들 모두 체내시계가 뒤죽박죽이 된다. 이곳뿐만 아니다.
    • 불면은 이제 대도시 현대인의 가장 큰 질병이 되었다.
    • 잠들지 못하는 고통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불면증 완벽 퇴치법
    9·11 테러사건 이후 미국인들은 스트레스와 불안감, 악몽 등으로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 최근 미국수면재단(NSF)의 조사에 따르면 1주일에 하루 이상 잠을 잘 때 불편함을 느낀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2000년 19%에서 2002년에는 75%로 급증했다.

    ‘뉴스위크’도 미국인 가운데 7000만 명이 밤에 쉽게 잠들지 못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절반은 불면증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꺼지지 않는 도시의 불빛, 케이블TV와 인터넷 등 잠들지 않는 세계가 불면증을 양산하고 있으며, 여기에 카페인 섭취, 운동부족, 불규칙한 생활 등이 더욱 잠들기 어려운 조건을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아시아도 잠들지 못하기는 마찬가지. 2년 전 아시아수면연구학회가 발표한 조사보고서를 보면 아시아인의 절반 가량이 각종 수면장애를 겪고 있으면서도 방치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필리핀, 타이, 대만의 성인 36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2%가 잠들기 어렵다, 56%는 한밤중에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한다, 44%는 아침에 잠이 깬 뒤에도 졸립거나 피로하며, 38%는 아침에 너무 일찍 잠이 깬다고 대답했다. 60%가 점심 먹고 꾸벅꾸벅 조는 것이 생활의 한 부분이 됐고, 70%는 수면부족으로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은 수면장애의 원인을 찾아내고 치료하기보다 수면제 몇 알로 해결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어떨까? 가톨릭대 의대 성빈센트병원 신경정신과 홍승철 교수가 지난해 한국수면학회에서 발표한 설문조사(전국 15세 이상 남녀 3719명) 결과를 보면, 17%가 1주 3회 이상 제대로 잠을 못 이루며, 8%는 미국 정신장애진단분류 기준에 따라 불면증 혹은 수면시 무호흡증 등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 그 가운데 불면증 치료를 제대로 받고 있는 사람은 5% 미만이었다.

    2000년 보건사회연구원에서 20세 이상 성인 500명을 조사한 결과 역시 한 달 동안 불면증을 경험한 비율이 73.4%로 4명 중 3명이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면증 내용을 보면 33%는 30분 이내에 잠들기 어렵고, 45.2%는 자다가 깨며, 40.2%는 자다가 화장실에 간다.



    잠을 자야 키가 큰다

    수면장애는 성장기 아이들에게 더욱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밤늦도록 TV를 보는 자녀에게 “빨리 자지 않으면 키가 안 큰다”고 하는 말은 상당한 근거가 있다. 각종 연구결과를 보면 키 작은 아이들 중 상당수가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해 성장호르몬 분비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코를 고는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에 견주어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장애가 나타날 위험성이 2배나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국청소년(고교생) 가운데 코골이는 11.2%. 고대 안산병원 수면호흡장애센터 신철 교수팀은 학업성적과 수면의 관계를 밝혔다. 학급석차 25% 안에 드는 상위권 학생과 그 이하 하위권 학생의 코골이 비율이 각각 9.9%와 13.9%로 1.5배 가량 차이가 났다. 코골이로 인한 수면장애는 만성피로와 집중력 저하를 가져오며 학업성취를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의 코골이 위험성은 피우지 않는 학생보다 1.8배나 높다.

    이처럼 잠들지 못하는 현대인 탓에 수면산업이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 미국에서 불면증 산업은 연간 140억달러(18조8000억원)를 벌어들인다. 미국 내 불면증 클리닉은 10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각종 치료약과 요가 CD 등 잠자기를 도와주는 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인들의 수면장애도 심각한 수준. 1997년부터 2년에 걸쳐 일본 국립공중위생역학부가 20세 이상 성인 남녀 2만8000명을 조사한 결과 5명 중 1명꼴로 불면에 시달리고 있었다. 남성의 17.3%, 여성의 21.5%가 1주일에 3회 이상 잠자리에서 30분 이상 뒤척이거나 한밤중 혹은 새벽에 눈이 번쩍 떠지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증세가 한 달 이상 계속되면 불면이다. 불면은 20∼30대에 시작되어 중년이 되면서 급증하고 40∼50대에 가장 많다. 성비로 보면 여성쪽이 더 많은 편.

    잠의 위기를 느끼고 있는 일본인에게 올해 6월 후생노동성 연구반이 발표한 ‘수면장애의 대응과 치료 가이드라인’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책은 잠의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최저 8시간 수면 등 잠에 대해 잘못 알려진 상식을 바로잡으며 다양한 수면장애별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수면제나 전문 치료에 의존하지 않고 생활습관만 바꾸어서 불면을 치료하는 등 개인이 일상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 관심을 끈다. “잠이 좀 부족한 것 때문에 병원까지 가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다음은 일본에서 출간된 ‘수면장애의 대응과 치료 가이드라인’ 중에서 약물치료요법을 제외한 핵심 정보를 간추린 것이다. 잠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왜 잠을 자야 할까?

    잠을 자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부터 생각해보자. 1965년 미국에서 17세 남자 고교생이 잠 안 자기 실험에 참가해 264시간 12분(11일 12분)으로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 학생이 잠을 자지 않기 시작한 지 4일째가 되자 기분이 가라앉고 불안을 느끼며 물건이 사람처럼 보이는 등 환각이 생겼다. 자신이 주위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고 있다는 망상이 생기기도 했다. 7일째부터 8일째까지는 말이 어눌해지고 기억력과 집중력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11일째가 되니 사고력도 떨어졌다. 그러나 신체 기능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이 실험을 마치자마자 남학생은 집으로 가서 14시간 45분을 잤다고 한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심신의 모든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독일에서 실시된 비슷한 실험에서는 피실험자가 4일째에 선 채로 잠이 들어버렸다.

    1999년 시카고 대학의 이브 반 코터팀은 수면부족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연구해 의학잡지 ‘랜싯’에 발표했다. 한 수면실험실에서 건강하고 젊은 남성들을 매일 4시간씩 자게 했다. 1주일이 지나자 이들은 수면부족으로 호르몬 분비의 균형이 깨지고 신진대사가 뒤죽박죽이 됐다. 특히 췌장에서 분비되어 당뇨병을 예방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혈당치를 더 이상 조절할 수 없게 됐다. 젊고 건강한 청년들의 몸 상태는 마치 노인들 혹은 당뇨병 초기 환자와 비슷해졌다.(‘잠꾸러기 건강법’ 중에서)

    잠이 부족하다고 해서 당장 몸에 병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동물을 강제로 운동을 시켜서 잠을 자지 못하게 하면 체온저하와 탈모 현상이 나타나며 결국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생물이라도 하루중 일정기간은 휴식을 취해야 한다. 잠은 지구의 자전주기에 맞춰 인체가 활동에 적합하지 않은 시간에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단순히 신체적 활동만 정지되는 것이 아니라 뇌의 활동이 저하된다. 뇌의 무게는 체중의 2%밖에 되지 않지만 평소 20%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깊은 수면에 들어가면 뇌의 에너지 소비량은 깨어있을 때의 40% 수준으로 떨어진다.

    충분히 잠을 자지 않으면 뇌가 쉬지 못하기 때문에 집중력, 기억력, 사고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무력감, 초조감이 생기기도 한다. 정신분열증이나 신경증 등 정신질환자의 수면을 방해하면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다.

    갓 태어난 아기는 3시간 자고 젖(혹은 우유)을 먹고, 다시 3시간을 자는 주기를 반복한다. 이것은 아직 체내시계가 불완전해서 하루 단위로 수면사이클을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후 3∼4개월까지는 체내시계와 지구의 자전주기가 잘 맞지 않으며, 체내시계는 하루를 25시간으로 인식하고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생활리듬이 매일 1시간씩 늦어진다. 생후 3∼4개월이 지나면 아침햇빛과 식사시간, 사회환경에 적응하면서 자신의 체내시계를 지구의 자전주기에 맞추게 된다. 낮잠시간이 저녁에 자는 시간보다 짧아지는 것도 생후 3∼4개월을 지나서부터다.

    산모의 젖이 돌게 하는 프롤락틴, 난소에서 난포 형성이나 배란을 촉진하는 성선호르몬도 수면중 분비된다.

    잠은 생명유지 수단

    수면은 면역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오염되면 이 침입자를 퇴치하기 위해 면역계를 활성화하는 물질이 백혈구나 림프구에서 분비된다. 이런 면역물질이 잠을 촉진하고 잠은 면역물질 분비를 돕는다. 감기에 걸렸을 때 잠이 늘고, 잘 자면 낫는다고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원리다. 이처럼 잠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생명을 유지하는 필수적인 요소다.

    누구나 하루 8시간을 자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자. 갓 태어난 아기들은 하루 16∼18시간씩 자며 쑥쑥 자란다. 아기들의 잠은 50%가 깊은 잠, 즉 숙면이다. 깊은 잠에 빠진 아기를 보면 입 주변 근육이 실룩거리며 마치 웃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것을 신생아 미소라고 한다. 그러나 두 살 무렵이 되면 숙면상태는 어른과 비슷해서 20∼25%로 감소한다.

    생후 4개월까지는 14∼15시간, 한 살까지는 11∼13시간, 1년6개월에서 세 살까지는 12시간씩 잔다. 이처럼 나이를 먹으면서 총 수면시간이 줄어들다가 사춘기에 이르면 일시적으로 수면시간이 늘어난다. 최근 24시간 사회가 되면서 성인이나 어린아이나 모두 취침시각이 늦어지고 기상시각은 거의 변하지 않아 총 수면시간이 늘 부족한 상태가 됐다.

    수면시간은 아침에 상쾌하게 눈이 떠지고, 일과중 피로감 없이 활동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적절한 수면시간은 개인차가 워낙 심해서 정답이 없다. 5시간 미만의 수면으로도 충분하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0시간 이상 자야 개운하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있다(물론 성인의 경우). 사실 신체가 필요한 시간 이상 자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내버려두면 몸은 스스로 필요한 수면시간을 찾아낸다. 8시간 수면에 대한 강박이 오히려 불면 원인이 된다.

    대체적으로 성인들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수면시간은 6∼7시간. 다음에는 7∼8시간으로 조사됐다. 반면 잠이 부족하다고 대답하는 경우 5∼6시간 잔다는 사람들에게서 가장 많고 다음으로 6∼7시간이다. 결국 성인들은 7시간 정도 자면 충분하고 6시간이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수면시간은 인간의 의지로 정할 문제가 아니다. 뇌의 수면중추가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조절해야 한다. 잠이 부족한 날이 계속되면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 뇌의 수면중추가 긴 잠을 요구하게 된다.

    잠의 양은 계절적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밤이 길어지는 가을부터 겨울에 걸쳐 점차 수면시간이 길어지고, 봄부터 여름에는 짧아진다. 가을에도 봄 여름과 똑같은 수면량을 유지하면 조금 부족하다고 느끼게 된다. 곰이 가을부터 겨울까지 잔뜩 먹고 동면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몸도 계절에 따라 요구하는 수면량이 달라진다.

    불면에도 종류가 있다

    불면증 완벽 퇴치법

    충분히 잠을 자지 않으면 집중력, 기억력, 사고력이 떨어진다.

    처음부터 잠이 잘 안 오는 불면, 잠든 후 자주 눈이 떠지고 다시 자기 어려운 불면, 너무 일찍 깨어나서 늘 피곤한 불면, 시간상으로는 충분히 잤는데도 잔 것 같지 않은 불면 등 불면의 종류는 여러가지다. 불면에는 첫째, 잠을 자고 싶어도 잠이 오지 않는 입면(入眠)장애가 있다. 일반적으로 잠이 들기까지 30분에서 1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다. 그러나 잠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해서 불면은 아니고 본인이 이를 고통스럽게 여기는 상황에 이르면 불면이다.

    둘째, 중도각성(中途覺醒)은 일단 잠이 들었다가 다음날 기상시간까지 몇 번이고 눈이 떠지는 상태. 나이를 먹을수록 깨는 횟수가 늘고 한번 깨면 다시 잠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셋째, 조조각성(早朝覺醒)은 본인이 원하는 시간이나 정상적인 기상시간에 비해 2시간 이상 빨리 깨는 것으로 그 후 다시 잠을 잘 수 없다. 역시 나이를 먹을수록 조조각성이 증가한다.

    넷째, 숙면(熟眠)장애. 수면시간은 충분한데 깊은 잠을 자지 못해 생기는 잠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다. 먼저 자신의 불면이 어떤 원인에서 일어났는지 확인해야 치료가 가능하다.

    ① 생활습관에 문제는 없는가. 일단 자신의 수면주기를 따져보자. 몇시에 잠자리에 드는가. 진짜 잠이 드는 것은 몇 시인가? 자다가 화장실에 가는 것은 몇 시쯤, 몇 회나 되는가? 아침에 눈을 뜨는 것은 몇 시, 그리고 실제로 잠자리에서 털고 일어나는 시간은 몇시인가? 특정 요일에는 아침에 일어나기가 더 쉬운가? 여성의 경우 생리주기와 잠이 관계가 있고 계절의 변화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환절기에 반복해서 불면증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처럼 자신의 일상생활을 먼저 점검하는 이유는 잘못된 습관으로 불면이 생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잠을 자겠다고 너무 일찍부터 잠자리에 누워 오랫동안 뒤척이다 보면 중도각성 상태에 들어가거나 숙면 부족을 가져올 수 있다. 또 일과중 운동, 낮잠, 카페인 섭취, 흡연, 음주습관, 복용중인 약물도 점검해봐야 한다.

    ② 신체질환에 의한 수면방해는 불면치료보다 질병치료가 우선이다. 가려움증이나 만성 통증으로 인해 불면이 생긴다. 특히 아토피성 피부염환자는 가려움증 때문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이것은 중도각성의 원인이 된다. 밤에 자주 화장실을 가는 경우도 마찬가지. 이때는 전립선비대나 방광염을 의심해야 한다.

    ③ 현재 복용중인 약. 신체질환치료를 위해 복용하고 있는 약의 부작용으로 불면증이 생길 수 있다.

    일본의 20세 이상 성인 8.1%가 잠들지 못해 괴로워한다. 불면상태도 연령에 따라 특징이 있다. 60세 이상은 자다가 깨서 다시 잠이 들기 어려운 중도각성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특별히 불면이 되기 쉬운 성격도 있다.

    46세의 한 남성은 승진을 계기로 불면이 생겼다. 부하 직원을 장악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너무 큰 나머지 자다가 벌떡 일어나거나 아침에 너무 일찍 깨는 등 불면증세가 시작됐다. 초조감, 식욕저하, 집중력저하, 우울증도 생겼다. 한 달 넘게 이런 상태가 지속되자 상사의 권유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진단 결과 가벼운 우울증. 이 남자는 항우울증 치료제와 수면제를 복용하자 며칠 내에 불면이 눈에 띄게 사라지고 식욕도 되살아났다. 한 달 후 근무의욕, 집중력이 회복되면서 불면도 씻은 듯 사라졌다.

    이런 여러가지 특성을 종합해 불면의 원인을 보면 ▲ 일과성 불면(지속 수일간)=급성 스트레스와 불안, 통증, 외과수술 전, 시차 적응 등의 일시적 불면. ▲ 단기 불면(지속 1∼3주간)=일이나 가정생활의 스트레스, 심각한 병 등 ▲ 장기불면(지속 1개월 이상)=신경증성 불면, 신체질환을 동반한 불면(수면시 무호흡증후군, 주기성사지운동장해, 고혈압, 심질환 등), 정신질환에 따른 불면(신경증, 우울증, 정신분열증, 노년기치매 등), 알코올과 약물에 관련한 불면, 노인성불면, 생활리듬에 관련한 불면 등이 있다.

    30대 여성으로 직업은 간호사. 원래 잠을 아주 잘 자는 사람이었으나 3개월 째 3교대 근무를 하면서 생활리듬이 망가졌다. 잠이 잘 오지 않고 중간에 깨는 등 불면이 시작됐고 일과중 심하게 졸리거나 업무 실수가 잦아졌다. 생활리듬이 깨지면 왜 잠이 오지 않는 것일까.

    사람의 몸은 잠들 무렵부터 체온이 내려가고 다시 체온이 천천히 올라가면서 눈을 뜬다. 그러나 밤 새워 일을 하면 체온이 상승하는 아침에 접어든다. 이때는 잠을 자려고 해도 쉽게 잠들지 않는다.

    잠을 방해하는 것은 체온만이 아니라 빛이 결정적이다. 아무리 졸립고 피곤한 상태라도 강력한 햇빛을 쬐고 나면 어느 정도 활력을 되찾는다. 쾌청한 날 옥외 빛의 강도는 1만룩스로 보통 실내 조명보다 10배에서 20배 이상 강하다. 밤근무 후 아침에 귀가하는 사람들은 강한 햇빛을 쬐면서 생체리듬이 ‘활동’쪽으로 맞춰진다. 이때는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퇴근하는 것도 방법이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커튼을 쳐서 방안을 어둡게 한 후 잠자리에 든다.

    반면 아침에 상쾌하게 일어나려면 눈을 뜨자마자 커튼을 제치고 방안 가득 들어오는 햇빛을 쬐는 것이 좋다. 햇볕에 반응한 체내시계가 지구의 자전주기에 맞춰 활동을 시작한다.

    도시는 잠들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24시간 편의점, 24시간 주유소들이 한밤중에도 1000∼2000룩스의 강한 빛을 내뿜는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근처에 살고 있는 사람들 모두 체내시계가 뒤죽박죽이 된다.

    심야근무를 할 수밖에 없다면 가능한 한 빨리 정상 일과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 사람의 체내시계에 각인된 리듬은 약 25시간 주기로 하루의 길이보다 길기 때문에 근무는 일근, 준야근, 심야근의 순서로 근무시간대를 늦춰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심·야근으로 근무를 마치고 하루 푹 쉬면서 생체리듬을 조절한다. 야근중 체온이 가장 떨어지는 새벽 시간 대에 잠시 눈을 붙이는 것도 피로회복과 생체리듬 교란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잠자리에 들기 전 위장이 활발히 운동하고 있으면 수면에 방해가 된다. 저녁식사는 자기 3시간 전에 한다. 잠을 청하기 위한 술 한 잔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정작 깊은 잠에 빠지는 것을 방해한다. 술은 이뇨작용을 하기 때문에 술을 많이 마신 날은 자다가도 몇 번씩 화장실에 간 경험이 있을 것이다. 또 알코올은 내성이 있다. 처음에는 한 잔만 마셔도 쉽게 잠이 들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알코올의 양을 늘려야 된다. 알코올을 수면제 대신 마시는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알코올 중독자가 된다.

    카페인의 각성작용은 널리 알려진 것이다. 특히 취침 직전 섭취한 카페인은 중도각성 상태를 만든다. 또 술처럼 이뇨작용이 있어 한밤중에 깨서 화장실을 들락거리게 만든다. 커피, 홍차, 코코아, 녹차, 초콜릿, 청량음료, 건강음료에도 카페인이 들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흔히 불면증이 있는 사람에게 목욕을 권하는 데 이유가 있다. 사람의 체온은 오후부터 저녁까지 최고로 올라갔다가 점차 내려가서 새벽녘에 최저가 된다. 체온이 내려갈 무렵 가장 잠이 잘 온다. 목욕을 하면 체온이 높아졌다가 서서히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잠이 든다. 그러나 취침 30∼60분 전에 열탕에서 한껏 체온을 높여놓으면 오히려 잠을 방해한다. 열탕이 체온을 높이고 교감신경계를 활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취침 전 목욕은 40도 전후의 미적지근한 물이 좋다.

    저녁 무렵의 적절한 운동은 깊은 잠에 들도록 해준다. 그러나 역시 격렬한 운동은 취침 직전 열탕에 들어가는 것과 똑같이 체온을 상승시키고 교감신경계의 활동을 조장해서 수면에 방해만 된다. 만족스러운 섹스 후 푹 잘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섹스의 효과는 미지근한 물에서의 목욕과 적당한 운동 효과를 합쳐놓은 것과 같다. 서로 만족스러운 섹스이거나 마스터베이션을 해서 심신이 완전히 이완된 상태라면 누구나 잠에 빠진다.

    끝으로 담배. 담배에 포함돼 있는 니코틴은 잠에 어떤 작용을 할까. 흡입 직전까지는 몸을 풀어주어 수면에 도움을 주는 듯하다. 그러나 그 작용은 잠시, 수시간 동안 각성상태를 유지시킨다. 그 때문에 야간 흡연은 수면을 방해한다.

    만약 술을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면 어떻게 될까. 처음에는 알코올 기운으로 잠이 오는 듯하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알코올과 니코틴의 각성작용, 이뇨작용이 합해져 잠을 잘 수 없게 된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베란다에 나와 담배를 피우는 것은 절대로 해서는 안될 일이다.

    불면공포가 불면 부추겨

    55세의 여성으로 완벽주의자이며 사소한 일에도 끙끙거리는 소심한 성격 때문에 불면이 된 경우가 있다. 스물다섯에 첫 아이를 낳은 후 정확한 수유시간을 지키려다 만성 수면부족에 시달리게 됐다. 게다가 가벼운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모시게 되면서부터 잠이 잘 오지 않고 자다가도 몇 번씩 깨어나는 경험을 하게 됐다. 점점 잠이 들지 않는 입면장애가 생기고 잠들기까지 2∼3시간씩 뒤척이는 경우가 잦아졌다. 그런데도 아침 7시만 되면 눈이 떠져 피로가 누적되었다. 하루종일 두통에 시달리며 식욕은 보통 수준. 가사는 어떡해든 해결하고 있으나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에 자야 한다는 마음의 부담을 느낀다.

    불면증이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잠에 대해 공포를 느낀다는 것이다. 오늘밤도 잠이 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미리 걱정한다. 이런 불면 공포가 불면을 부추긴다.

    잠자리에 누웠는 데도 정신이 말똥말똥하고 도저히 잠이 오지 않으면 차라리 침실을 나와버린다. 이런 치료법을 ‘자극제어요법’이라고 하는데 특히 잠이 오지 않는 불면과 중도각성 불면에 효과가 있다.

    그밖에 자극제어요법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졸리지 않을 때는 침실 밖에서 걸어다니다가 진짜 졸릴 때 침실로 들어간다. 잠자리에 누웠는데도 잠이 오지 않으면 뒤척이지 말고 다시 침실을 나온다. 세 번 정도 반복한다. 이것은 침실이나 욕실 하면 곧 잠을 연상케 하는 훈련이다. 지난 밤에 충분히 자지 못했더라도 매일 아침 자명종 시계는 늘 일정한 시간에 맞춰놓는다. 기상시간이 일정해야 체내 수면각성리듬이 자리를 잡는다. 물론 일과중 낮잠은 자지 않는다.

    불면증 환자들은 필요 이상으로 잠자리에 길게 누워 있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오히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했다는 기분이 들게 하고, 자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중도각성의 원인이 된다. 이때는 아예 ‘수면제한요법’으로 잠을 줄인다.

    먼저 환자는 2주간 수면일지를 기록하고 평균수면시간을 산출한다. 여기에 15분 정도를 더한다. 기상시각은 휴일을 포함해 매일 일정하게 한다. 일과중 낮잠을 자거나 침대에 눕지 않는다. 눈을 뜨면 몇 시간을 잤는지 정확히 기록한다. 5일 동안 평균시간의 90% 이상을 잤다면 자는 시간을 15분씩 늘린다.

    근육이완요법은 잠자리에 들기 전 교감신경계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다. 팔, 얼굴, 머리, 어깨, 등 위, 가슴, 복부, 등 아래, 둔부, 대퇴, 하퇴, 전신 순으로 근육을 이완한다. 매일 2∼3회씩 하며 마지막은 반드시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 한다.





    건강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