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3일 울산 앞바다 가스층 발견 뒤 日 독도 영유권 주장 불붙어
- 러시아 과학원, “쓰나미 원인은 무리한 해저 개발”
- 한국이 독도 인근 해저 하이드레이트 채굴하면 쓰나미 발생?
- 독도는 단층 발달된 섬, 무리한 개발은 파괴 초래
인도양에서 발생한 지진해일이 휩쓸고 지나간 인도 남부해안.<br>한국도 지진해일에서 안전하지 못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독도 영유권 문제가 불거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 3월3일 한국석유공사가 울산 앞바다 인근에서 대규모 가스층을 발견했다고 밝힌 직후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더욱 거세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은 독도 인근에 대규모 가스 하이드레이트(해저에 고체 형태로 얼어 있는 천연가스)가 매장된 사실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일본은 우리가 이를 개발하기 위해 해저 시추를 하면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도 엄청난 재앙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일본이 왜 한국의 하이드레이트 개발을 우려하는지, 일본과 한국에도 과연 쓰나미가 덮칠 수 있는지를 살펴보려면 하이드레이트가 무엇이고 특성은 어떤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
차세대 에너지로 불리는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에너지 효율이 높고 지구 온난화 현상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천연자원이다. 하이드레이트는 연소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양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에너지 자원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21세기의 새로운 에너지 자원’ 하이드레이트에 주목하고 있다.
이 물질은 물 분자 안에 메탄 분자가 끌려들어가 마치 과즙을 얼린 빙과처럼 버석거리는 얼음상태로 존재한다. 온도가 매우 낮고 압력이 높아 흰색 살얼음 같다. 메탄이 주성분인 천연가스가 얼음처럼 굳어 있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심해와 같은 고압의 조건에서는 0℃ 이상의 온도에서도 안정적으로 존재한다.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온도와 압력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보통 광물질은 특정한 온도와 압력을 받아 상(象)이 형성되면 어느 정도 조건이 변해도 쉽게 용해되거나 분해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얼음은 온도 변화에 민감해 빙점보다 높아지면 바로 녹는다. 하이드레이트도 온도와 압력이 일정 조건을 넘어서면 쉽게 녹는다. 이와 같이 온도와 압력 조건의 변화에 따라 진행되는 하이드레이트의 해리(解離)는 지반을 침하시키고 해저를 붕괴시킬 수 있다.
가스 하이드레이트의 기원은 발효된 해저 미생물의 유해가 지층 속에서 열과 압력으로 분해되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러시아 시베리아 같은 툰드라 지대, 해저의 퇴적물 또는 퇴적암 층에 분포한다. 이 물질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1930년대이지만 당시 원유와 천연가스 수요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고, 이를 개발할 만한 기술이 축적돼 있지 않아 각광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엔 확연히 달라졌다. 천연가스처럼 95% 이상이 메탄으로 구성된 하이드레이트는 전세계 매장량이 천연가스 매장량보다 수십배나 많고, 공해가 적으며, 기존의 석유 개발시설로 추출해 에너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학자들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日, 하이드레이트 시험생산 돌입
더욱 눈여겨볼 것은 하이드레이트가 석유자원이 묻혀 있는 곳을 알려준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해저 석유자원이 매장된 지역을 탐사하면 으레 살얼음처럼 붙어 있는 하이드레이트층을 발견했다고 증언한다.
이처럼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지만,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아직 어느 나라도 하이드레이트를 상업적으로 생산하고 있지 않다. 하이드레이트 연구는 러시아가 세계 최고 수준이며, 그 뒤를 이어 미국과 일본, 그리고 캐나다가 연구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일본은 하이드레이트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이 ‘꿈의 자원’을 개발하려고 대규모 조직을 구성했다.
그 결과 1989년 홋카이도(北海道) 서쪽 근해에서, 1990년에는 시코쿠(四國) 근해에서 대량의 하이드레이트를 발견했다. 최근엔 혼슈(本州)를 비롯해 대여섯 군데에서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찾아냈다. 일본령 내에 매장된 하이드레이트는 일본이 100년 동안 쓸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라고 한다. 일본 정부는 1999년부터 시즈오카(靜岡)현 오마에자키(御前崎) 앞바다 난카이(南海) 해구에서 하이드레이트 시험생산 체제에 돌입했다.
러시아 과학원 무기화학연구소는 캐나다, 일본과 함께 가스 하이드레이트 지대를 연구한 결과 캐나다 북쪽 비포트해, 러시아와 알래스카 사이의 베링해, 오호츠크해와 일본열도 근해에서 가스 하이드레이트층을 발견했다. 그리고 중국 동남지역 바다에서도 가스 하이드레이트 추정지대가 있음을 알아냈다.
전세계 가스 하이드레이트 분포층 탐사에서 동해는 잃어버린 고리를 이어주는 중요한 지역 중의 하나다. 아직 정확하게 동해 어느 지역에 분포해 있는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최근 들어 매장지역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동해에 하이드레이트가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중요한 근거는 동해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동해는 지형학적으로 보면 일본분지와 울릉분지로 구분된다. 일본분지의 최대 수심은 3500m에 달하지만 우리나라 울릉분지는 이보다 얕은 1500∼2000m다. 동해 연안은 좁은 대륙붕이 특징이며 바깥쪽으로 갑자기 깊어지는 대륙사면을 지나 약 2000m 깊이의 동해 해저면과 연결된다. 좁은 해협 때문에 동해는 과거 수차례 반복된 빙하기 동안에 인근 대양과 동해 해수의 순환이 정체되거나 제한됐다. 동해의 퇴적작용 및 특성은 현재의 간빙기가 시작되던 약 1만년 전을 경계로 큰 변화를 겪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수의 순환이 정체되면서 퇴적층이 쌓인 동해는 해저자원의 측면에서 석유 천연가스, 인산염 광물, 가스 하이드레이트 등의 부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례로 독도 해역에 매장된 가스 하이드레이트는 6억t, LNG로 환산으로 하면 우리나라 국민이 30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해저에 수없이 구멍 뚫은 인도네시아
독도 근해와 동해에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비롯한 막대한 양의 지하자원이 묻혀 있다는 것은 이미 확인되기 시작했다. 일본 역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100년 동안 쓸 수 있는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확보한 일본이 집요하게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이유는 뭘까. 필자는 쓰나미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12월26일 남아시아에서 발생한 쓰나미의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세계 해양학자들은 지구 온난화 현상을 한 원인으로 지목한다. 그러나 최근 인도네시아에 또다시 지진이 발생한 것처럼 한 지역에서 지진이 계속 발생한다는 것은 해저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하이드레이트를 퍼 올리기 위해 해저에 구멍을 내다가 이것이 해저 판을 균열시켜 단층을 만든 것 같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1934년대 초부터 하이드레이트를 연구하기 위해 방대한 시추작업을 벌이면서 해저에 수많은 구멍을 뚫었다. 그러나 하이드레이트 시추작업은 생태학적, 물리화학적 그리고 해저지질학적으로 충분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 물론 인도네시아 정부가 체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시추하고 채취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럼에도 남아시아에 쓰나미가 발생한 것은 시추작업으로 인해 지각판이 수직으로 이동하면서 균열, 해수면에 영향을 줬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하이드레이트 개발에 세계 최고 기술을 갖고 있는 러시아 과학원도 남아시아 쓰나미의 원인이 인도네시아의 무리한 시추 때문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우려 때문에 일본은 20∼30년 동안 충분한 준비과정을 거쳐서 1995년부터 해저 하이드레이트를 채굴하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5개년 계획을 수립하여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와 함께 시추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듯 조심해도 해저의 지각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100% 없애지는 못한다.
앞으로 일본 지진이 한국에 계속 영향
더구나 한국이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본격적으로 채굴하기 시작하면 수많은 곳에서 시추가 이뤄질 것이고, 그러다보면 바다 밑에 많은 구멍이 뚫릴 것이다. 일본은 이런 이유로 ‘제2의 쓰나미’ 같은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염려하는 것 같다. 화산섬인 독도와 불안정한 일본의 지층을 고려할 때 한국이 동해 해저에 매장된 가스 하이드레이트를 개발하는 것은 일본에 엄청난 위협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무분별하게 시추하면 해저 지각판을 균열시켜 쓰나미가 한국을 덮칠 수도 있다.
최근 일본에서 일어난 지진은 해저의 문제가 양국을 지진해일의 피해지역으로 만들 수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지난 3월 일본에서 일어난 지진은 한국에도 영향을 끼쳤다. 부산에선 집이 흔들릴 정도였다. 과거엔 이런 일이 없었다. 1983년부터 2005년까지 살펴보면 일본열도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한국까지 흔들린 적이 없다. 일본도 인도네시아처럼 연안에 수많은 시추공을 뚫은 탓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지금까지 30여 개 시추공을 뚫었지만, 일본은 150개나 뚫었다. 앞으로 일본에서 지진이 일어나면 한국에도 영향을 끼치는 사례가 계속 생길 것이다.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쓰나미 우려를 해소하면서 독도 인근에 매장된 하이드레이트를 개발하려면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우선 특정 기관과 소수의 연구 인력으로 개발할 것이 아니라 각계각층의 전문가를 참여시켜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범정부 차원에서 개발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한국의 하이드레이트 연구는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자원연구소가 물리탐사선인 ‘탐해2호’를 동해안에 띄워 하이드레이트 탐사와 부존 조건 구명을 위해 기초적인 자료를 수집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국가들과 기술을 제휴하고, 여기에 우리의 자체 기술을 융합시켜야 한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하이드레이트를 뽑아올리고 남은 구멍을 어떻게 처리하는가다. 지금 시도하는 기술은 고체화된 하이드레이트를 채취한 뒤 뚫린 구멍에 하이드레이트보다 더 안정한 대체물질을 채워넣는 것이다. 이 분야에선 러시아, 미국, 캐나다, 일본이 기술을 주도하고 있으며, 상용화된 기술을 먼저 개발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점은 각국이 이 분야의 기술을 공유한다고 하지만, 정작 핵심 기술개발은 비밀리에 추진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하이드레이트 개발기술뿐 아니라 석유탐사 기술에서도 아직은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정부가 한국의 연안에도 묻혀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석유 탐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륙붕에는 석유 및 천연가스 같은 부존자원이 상당량 매장돼 있다. 인접국인 중국의 동해안에서 대형 유전이 발견됐고, 일본의 서해안에서도 유전이 발견됐다. 그런데 왜 유독 그 중간에 있는 한반도에서만 유전이 발견되지 않았을까.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겠지만 그동안 기술과 자료가 충분하지 못했고, 국내 대륙붕 시추작업을 외국 석유회사들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석유공급을 하는 모든 외국계 석유회사들이 대륙붕 시추작업을 하도록 단서를 달았다. 석유공급에만 관심이 있던 외국계 석유회사들은 시추구멍을 뚫는 시늉만 하고 그만두기도 했다.
국내 석유 탐사의 역사는 1960년대 후반 유엔 극동경제위원회와 미국 해양해군연구소가 국내 대륙붕에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다는 점을 시사하면서 시작됐다. 정부는 1970년 이후 네덜란드 석유회사 쉘 등 외국 기업을 동원해 9만1000km에 걸쳐 탄성파 탐사를 했고, 26개공을 시추했다. 지금까지 네 곳의 시추공에서 가스 매장을 확인했으나, 이들 지층구조 내 추정 매장량이 경제 규모에 훨씬 못미처 상업적 개발을 포기했다.
정부는 1978년 동력자원부를 발족시키면서 이듬해 한국석유공사를 설립했다. 자주적 석유개발을 통해 원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목적에서다. 이를 통해 국내 기술진은 그동안 취득한 탐사자료를 정리해서 우리 기술진 주도로 대륙붕에서 적극적으로 석유 탐사를 시작했다.
그후 1983년 국내 최초로 대륙붕 개발 사업이 진행됐고, ‘6-1광구 돌고래 3공’에서 천연가스를 발견해 해마다 1∼2공씩 탐사하게 됐다. 1998년 7월27일 한국석유공사 자료에 의하면 울산 남동쪽 50km 해상의 대륙붕 6-1광구 고래Ⅴ에서 340만∼400만t 규모의 천연가스층을 발견했다. 이는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소비량(1997년 기준) 4∼5개월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금액으로는 7억∼8억달러에 달한다. 지난 2월23일에는 산업자원부가 울산 앞바다 6-1광구 가스전 개발 선언식을 개최해 우리나라도 이제 산유국으로 진입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6-2 광구, 유일하게 유전 징후 발견
한국석유공사가 작성한 국내 대륙붕과 중국, 일본 등 인접국의 석유 발견지점을 보면 일종의 밴드가 형성된 것을 알 수 있다. 지도를 보면 중국령 동중국해 분지인 핑후유전(석유 생산 예정지)에서 출발해 대각선 동북 방향으로 올라가면 룽진 유전이 나오고, 여기서 5광구(석유 탐사 실패)를 거쳐 계속 전진하면 6-2광구가 나온다.
한국을 세계 95번째 산유국 반열에 올려놓은 동해가스전.
국내 대륙붕 탐사는 광활한 면적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겨우 30개의 시추공을 꽂았을 뿐이다. 이중에 12개는 외국 석유회사가 시추한 것이다. 7개는 외국과 한국이 공동탐사, 나머지 11개가 1980년대 중반에 들어서 한국이 독자적으로 뚫은 것이다. 이웃나라 대만은 대륙붕에 126개의 시추공을 꽂았다. 대만과 비교해도 우리나라는 기초지질 자료 획득에서 걸음마 단계인 셈이다.
우리가 독도 해역을 주목하는 것은 차세대 자원개발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약 100년간 사용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의 하이드레이트가 매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 정부 주도로 시험생산을 위한 시추에 들어갔다.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들도 하이드레이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독도 근해 가스 하이드레이트의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한국은 석유의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가스 하이드레이트에 대한 획기적인 채취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다만 독도는 크고 작은 단층이 발달한 섬으로 지반 안정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해양탐사 결과 독도를 형성하는 암석은 견고하지 못해 험난한 파도에 부딪히는 부분은 심하게 침식되고 있으며 크고 작은 균열이 관찰되고 있다. 따라서 안정성에 대한 조사 없이 독도 해저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 그리고 일반인의 관광이 허용될 경우 독도의 환경파괴와 훼손은 심각해진다. 더욱이 ‘제2의 쓰나미’가 발생한다면 그땐 늦은 것이다. 지난해 남아시아 재앙이 일어나기 사흘 전 한 일본 학자가 지진해일을 경고한 바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