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일부 대선주자 진영과 정치인, 학자들 사이에 ‘한국-몽골 국가연합론’이 거론되고 있다. 아직은 ‘아이디어’ 수준이다. “남북통일이라면 몰라도 이건 비현실적이다”는 견해도 많다. 그러나 ‘역사의 새 물줄기’는 언제나 현실의 틀을 뛰어넘는 상상력에 의해 발원한다. 특히 한국사(史)엔 돌궐(옛 몽골)과의 동맹이 고구려의 융성을 가져다준 ‘달콤한 추억’이 있다. 유럽연합(EU), 독립국가연합(CIS), 영(英)연방 등 국가간 합종연횡은 그리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한-몽 국가연합이 두 나라에 얼마만한 필요성과 현실성이 있는지가 관건이다.
또한 노 대통령은 한국과 몽골의 우호 관계를 설명하면서 ‘공동체’라는 단어를 다섯 번이나 사용했다. “국가공동체가 확장되어왔다” “공동체가 결국 인간을 마지막으로 포용하는 다리” “국경을 뛰어넘는 화해 공존의 공동체” “멀리 내다보는 가치공동체” “자유와 평화의 공동체”….
“국경 뛰어넘는 공동체” 역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세계에서) 한-몽골이 더 빨리 가까워질 것입니다”라며 결론을 내듯 예상했다. ‘국가공동체의 확장’ ‘가치 공동체’ 등을 언급한 전반적 연설 맥락과 연결지어 보면 노 대통령이 ‘친선우호’ 이상의 한-몽 관계를 심중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곱씹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이는 한-몽 관계의 미래에 있어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몽골에서 “(한국 경호원과 몽골 경호원이 섞인) 합동 경호원을 쓰고 있는데, 누가 누군지 잘 모르겠더군요. 100년쯤 뒤엔 정말 누가 누군지 모를 수도 있습니다”라고 한국인과 몽골인의 ‘민족적 동질성’까지 언급했다. 중국인, 일본인도 한국인과 외형적으로 비슷하지만, 노 대통령이 중국이나 일본을 방문해 이런 수위의 말을 한 적은 없다.
노 대통령의 이번 몽골 방문은 ‘한국 정부가 동아시아 외교에서 몽골의 전략적 중요성에 눈을 떴다’는 징후로 받아들여진다. 1990년 몽골과 국교(國交)를 수립한 이후에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정부는 몽골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주(駐)몽골 한국대사 자리는 외교관들 사이에선 한직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도 있었다. “한국 정부의 대(對) 몽골 전략엔 ‘구체적인 목표’와 ‘비전’이 없는 것 같다”는 견해도 있었다. 이는 몽골에 각별한 관심을 쏟아는 중국 러시아 일본과 대조된다는 것.
한-몽 국가연합은 ‘경제·영토 대국’
이런 가운데 일부 대선주자 진영, 정치인, 학자들 사이에선 몽골에 대한 색다른 접근법이 제시되고 있다. ‘길게는 수십 년의 시간을 두고 몽골과의 우호를 증진하면서 ‘한국-몽골 국가연합’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구상이 그것이다. 한국-몽골 국가연합론은 3~4년 전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 추진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부 국내 역사학자에 의해 즉흥적으로 제기된 바 있는데, 현재는 그때보다 더 심도 있고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
국가연합은 두 개 이상의 나라가 각자 정부를 두고 내정, 외교, 군사에서 완전한 자주권을 행사하면서 공통의 협의기구를 통해 경제, 외교, 국방 문제에 대해 서로 긴밀히 도움을 주며 느슨하게 결합하는 형태다. 역내 국가간 상호 국민에 대한 내국인 대우 및 활발한 교류가 뒤따를 수 있다.
이에 비해 연방제는 두 개 이상의 나라가 각자 정부를 두되 내정만 담당하고 외교와 국방에 대한 권리는 별도의 연방정부가 맡는 제도다. 현재 몽골은 헌법으로 외국과 군사동맹을 불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연합론’ 지지자들은 ‘국민 정서’ ‘안보’ ‘경제’의 세 가지 요인에서 한-몽 양국의 이해가 일치하는 점을 국가연합의 근거로 꼽는다. 다음은 이들이 제시하는 기본적 견해다.
“민족감정상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과 국가연합 등 지역공동체를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 마찬가지로 몽골도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섣부른 국가연합을 ‘몽골의 멸망’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한국은 몽골에 대해, 몽골은 한국에 대해 인종·정서·문화적으로 일치하고 교감하는 부분이 많아 ‘양자 공동체 구성’의 수용 가능성이 동아시아 국가들의 조합 중 가장 높다.
한국과 몽골은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인접 강대국으로부터 영토·주권·체제에 대한 안보 위협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반대로 근대 이후 한-몽 양국이 서로 영토적 야욕을 드러낸 사례는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따라서 서로 적대적이지 않고 공통의 대외 환경에 직면한 한-몽은 연대할 여건이 충분하다.
한국과 몽골이 국경을 접하지 않고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은 국가연합 이후 어느 한쪽으로의 일방적 흡수를 방지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남북한 통일과 한-몽 국가연합은 상치하지 않는다. 북한은 한국과 단독으로 통일 문제를 논의하는 것보다는 사회주의 경험을 공유하는 몽골이 완충적으로 참여하는 환경에 더 편안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한반도 7배 면적(156만4160㎢)의 영토대국 몽골과 세계 10위 경제규모(2005년 GDP 7930억7000만달러)의 한국이 연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동아시아에서 중국, 일본, 한-몽 국가연합 3자간 세력균형도 이룰 수 있다. 이는 안보 보장에 있어서도 한-몽 두 나라에 유리하다.
경제 측면에서 국가연합은 한국 자본의 몽골 투자를 촉진해 개발도상국 몽골의 국민소득 증대와 경제 선진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내륙국인 몽골에 한반도는 항구로 기능하게 된다. 몽골의 풍부한 자원, 유라시아 대륙 한복판에 위치한 지정학적 위치, 북한 노동력과의 연계는 한국 경제의 ‘블루 오션’이 될 수 있다.”
이명박 “몽골 인구 적어 실현 가능”
대선주자인 이명박 서울시장은 최근 사석에서 기자로부터 한-몽 국가연합에 대한 질문을 받자 “중국의 반대가 없다면 실현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몽골을 방문해 환대를 받은 바 있는 이 시장은 몽골과의 우호친선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 듯 보였다.
-장기적으로 한국-몽골 국가연합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구상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실현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반대할 것이다.”
-중국이 반대하지 않는다면.
“중국이 반대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선 실현 가능하다.”
-국가연합의 필요성은 있다고 보나.
“그럴 필요성이 있다. 몽골과 함께하는 것은 한국으로선 바람직한 일이다. 한국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여러 여건이 맞다면 몽골도 원할 것이다.”
-중국이 반대하지만 않는다면 두 나라의 연합이 수월할 것으로 보는 이유는?
“두 나라에 모두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몽골의 인구가 280만 정도밖에 안 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몽골 인구가 1000만을 넘으면 문제가 좀 복잡해진다. 인구 4800만의 한국은 280만의 몽골과 충분히 연합할 수 있다.”
‘몽골의 인구가 적기 때문에 국가연합이 쉽게 이뤄질 수 있다’는 논리엔 대다수 몽골 전문가도 동의한다. 이들은 “한국이 인구수로 몽골을 압도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국가연합 이후 한국의 지원으로 몽골의 경제수준을 끌어올리는 비용이 그만큼 덜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비용 문제만 놓고 보면 같은 민족이지만 인구가 2300만에 이르는 북한과 통일하는 것보다 부담이 훨씬 덜하다는 얘기다. 물론 북한과의 통일은 단순히 경제 문제로만 따질 수 없는 사안이지만.
몽골 국민의 42%는 목축업과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몽골에는 어떤 게 이익이 될 수 있나.
“경제적인 면이 가장 크다. 현재 한국에 취업한 몽골인은 몽골 전체인구의 1%인 2만5000명 정도다. 그런데 이들이 몽골로 송금하는 돈은 연간 3억달러로, 몽골 GDP(약 18억7000만달러)의 16%나 된다. 한국이 몽골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이처럼 크다. 몽골은 한국과 경제활동을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갖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안다.
또한 몽골은 한국을 우방국으로 여긴다. 한국을 안보위협국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 또한 좋은 환경이다. 몽골인도 ‘몽골과 한국은 같은 뿌리를 갖고 있다’고 본다. 몽골인은 한국인과 같은 종교(불교)를 믿고 있어 금방 친해진다.”
-몽골과 중국의 관계는 어떤가.
“몽골은 중국 물자에 많이 의존한다. 그러나 중국을 안보위협국으로 생각한다. 중국은 내몽골에서 몽골 민족을 몰아내는 소수민족정책을 쓰고 있다.”
-한국이 몽골과의 우호관계 증진에 더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보나.
“물론이다. 한국과 몽골은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몽골은 육류를 많이 생산한다(몽골의 가축 수는 300만마리 정도로, 인구보다 조금 더 많다). 그런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수출을 못한다. 선진국들이 그렇게 기준을 정한 것도 세계화 전략의 일환이다. 한국 전문가들이 몽골에 가서 몇 년 걸리더라도 OECD 기준에 맞추는 방법을 전수할 수 있다. 그래서 몽골로부터 육류를 값싸게 공급받아 국민이 육류를 풍족하게 즐기도록 했으면 좋겠다. 몽골에선 주식이 육류인데, 한국에서 근무하는 몽골 노동자들은 값이 비싸 고기 먹을 엄두를 못 낸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몽골 육류를 수입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수성, “한-몽 연합, 안보상 필요”
이수성 전 총리도 5월4일 ‘신동아’와 한 인터뷰(154쪽 기사 참조) 뒤에 이어진 자리에서 “내가 1997년에 대통령이 됐다면 엄청난 투자를 해서 한-몽 관계를 획기적으로 증진시켜 놓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몽골에 관심을 소홀히 한 지난 10년이 한국에는 아쉬운 순간이었다는 것이다. 이 전 총리 역시 ‘한국-몽골 국가연합론’에 적극 동의했다.
“정치인들은 몽골의 전략적 중요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선 안 된다. 지금이라도 한국은 몽골과의 협력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 몽골은 중국 일본 미국과 다르다. 한국인과 몽골인은 똑같은 민족으로 봐도 된다. 진정한 형제의 나라다. 한-몽간 신뢰가 쌓이면서 10∼30년의 시간이 지나면 한국-몽골 국가연합은 자연스럽게 가시화할 것이다.”
이 전 총리가 몽골과의 연합론에 동의하는 주된 이유는 한반도 안보상 문제가 있다. 그는 “현재의 동아시아 정세를 볼 때 한국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한반도에 다시 어려운 상황이 밀려올 수도 있다. 몽골과의 연합은 한반도의 위기를 능히 막아낼 수 있는 방패”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부 몽골 전문가들은 ‘중국의 머리 꼭대기’에 있는 몽골의 지정학적 위치에 주목한다.
차기 대선주자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명예회장으로 있는 ‘한·러문제연구소’는 소속 교수진에 의뢰해 올해 말쯤 ‘한국-몽골 국가연합(또는 연방제)’의 필요성, 문제점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연구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몽골을 방문해 몽골 정부 관계자, 경제인, 지식인들의 의견도 청취할 계획이다. 다음은 이 연구소 권영갑 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한-몽 국가연합의 필요성과 실현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나.
“국가연합이 성사되려면 국민투표에 부쳐 통과해야 한다. 지금 정도의 신뢰관계, 유대관계로는 한국과 몽골 양쪽에서 모두 부결될 것이다. 한국과 몽골은 문화·정치적·경제적 우방이라는 현재의 상황을 더 진전시켜 하나의 공동체이며, 미래의 동반자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의식이 양국에 뿌리내려야 한다. 수십년이 걸릴지 모른다. 그런 뒤에야 국가연합이 가능하다.”
-대통령도 한-몽 공동체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는데, 두 나라는 어떤 부분에서 협력할 수 있나.
“한국과 몽골은 환경재앙에 직면해 있다. 몽골은 사막화가 진행 중이다. 국토의 80%가 사막이 됐다는 얘기도 있다. 칭기즈칸 군대가 달리던 초원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대로 두면 100년 뒤 과연 이 국가가 존속할지도 의문이다.
몽골의 사막에서 발원하는 황사는 한국에도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서울이 몽골과 중국에서 날아온 황사에 뒤덮이는 날, 미세먼지는 공기 1㎥당 2000㎍을 넘는다. 이는 기준치의 13배가 넘는 수치다. 먼지 속엔 중금속,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다. 한국이 당사국인 몽골과 함께 몽골 사막의 녹화에 적극 나선다면 이는 한-몽 공동체가 형성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정부도 대통령의 몽골 방문 때 몽골 고비사막 등의 녹화를 지원할 의사를 밝혔는데….
“정부가 몽골 사막 녹화에 눈을 돌린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정부는 ‘왜 몽골의 사막에까지 우리가 신경을 써야 하느냐’는 물음에 제대로 답을 못한다. ‘사막 녹화를 통해 한-몽 공동체를 구축하겠다’는 확실한 목표가 설정되지 않았기 때문인 듯하다. 정부는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 실천방안도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측 “사막 녹화로 한-몽 공동체 구축”
-그렇다면 몽골 사막 녹화사업은 어떻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몽골 사막 녹화를 한-몽 공동체 형성의 계기로 삼으려면 녹화사업을 ‘제대로’ 해야 한다. ‘매년 제주도 면적만한 사막을 숲과 초원, 경작지로 바꿔놓겠다’는 식의 분명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 이를 실현해 보여야 한다. 이는 황사를 줄여 한국의 대기오염을 감소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사막을 녹지로 바꾸기 위해선 태양과 물이 필요하다. 몽골엔 일조량은 충분하다. 몽골측 조사에 따르면 사막 지하에 상당한 양의 지하수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하수가 없다면 인근 러시아의 바이칼 호 등지에서 수로를 내어 물을 대야 한다. 지하수를 지상으로 끌어올려 스프링쿨러 설비로 지속적으로 공급하면 사막에서도 식물이 자랄 수 있다.
결국 관건은 물 공급에 들어가는 전기다. 황사를 태평양 건너 미국까지 날려보내는 엄청난 에너지의 ‘사막 바람’을 전기생산(풍력 발전)에 활용할 수 있다. 이는 몽골 인근의 중국측 사막에서도 사업성이 증명됐다. 식물이 모래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는 방풍시설도 필요하다. 초원과 사막의 경계지점부터 사막 쪽으로 전진해가는 식으로 녹화사업을 진행한다. 10년쯤 뒤엔 이렇게 조성된 녹지와 숲에서 수분이 증발해 비가 오기 시작할 것이다. 몽골 사막을 녹지로 바꾸는 일은 불가능하지 않다.”
-그렇다면 사막 녹화에 들어가는 비용도 엄청난 규모일 텐데….
“실질적 효과를 내려면 매년 1억달러 정도는 들 것으로 본다. 앞서 얘기했듯 정부가 국고로 추진하면 ‘국민 세금을 왜 남의 나라 사막에다 퍼붓나’ 하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그렇다고 녹화 사업비를 줄이면 실질적 효과가 나지 않는다. 기후협약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후협약은 향후 이산화탄소를 기준치보다 초과해 배출하는 국가나 기업에 막대한 금액의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다. 이에 상응하는 보상책으로 기후협약은 식목 등으로 공기 중 산소배출을 늘려 지구온난화 방지에 기여한 국가엔 현금과 다름없는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부여한다. 배출권을 받으려면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유엔의 실사를 받아 배출권 부여 대상 사업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외국에서 벌이는 사업에도 배출권이 부여된다.
한국은 무턱대고 몽골 사막 녹화에 뛰어들 것이 아니라, 수종(樹種) 선택 등 사업시작 이전 단계부터 몽골 사막 녹화사업이 유엔의 배출권 제공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검토해 기후협약에 대한 대응과 연계시켜야 한다. 굳이 정부가 세금을 쓰면서 직접 나설 것이 아니라, 사막 녹화와 배출권 확보에 전문성이 있는 새로운 국제적 환경기구(세계녹십자연맹) 창설을 지원하거나 현재 배출권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인 이산화탄소 다량배출 대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국과 몽골은 국경이 맞닿아 있지 않아 교류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지 않다. 2000년에 한국은 몽골의 네 번째 교역대상국(5700만달러)이 됐다. 600여 개의 합작회사가 설립돼 있고, 이번 노 대통령의 방문으로 더 많은 몽골인 유학생과 근로자가 한국으로 오게 됐다. 몽골에서도 한류(韓流) 문화 및 자동차, 가전 등 한국 제품의 인기가 높다. 정보통신 등 한국 기업의 투자도 늘고 있다. 현재 2000여 명의 한국인이 몽골에서 활동하고 있다. 몽골은 세계 10대 자원국으로 석탄, 석유, 구리, 우라늄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한국에 절실히 필요한 자원들이다. 철도는 북한 통과 문제만 해결되면 한국-몽골의 자원-상품 교류 활성화에 커다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국토의 사막화는 몽골의 존립을 위협하는 문제다.
‘몽골은 13세기 칭기즈칸의 거대한 유라시아 제국 건설로 명성을 얻었다. 그 후 몽골은 중국의 지배하에 있었으며 1921년 소련의 도움으로 중국으로부터 독립해 1924년 공산주의 정권이 수립됐다. 현재는 대통령제와 내각제가 혼합된 정치체제다. 중국으로부터 해방된 7월11일이 국경일(독립기념일)이다.
국토는 알래스카보다 약간 작으며,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전략적 위치에 있다. 남중부의 고비사막 등 광활한 사막지역, 초원, 서쪽과 남서쪽의 산악지역으로 돼 있다. 자원이 풍부하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수도 울란바토르의 공기가 오염돼 있다. 먼지 폭풍(황사)이 생성된다. 인구는 283만명, 출산율은 1.46%, 영아사망률은 1000명당 52명, 평균수명은 64세, 문맹률은 2.22%, HIV 감염자는 0.1%도 안 된다.
국민 중 몽골족은 94.9%, 카자흐족이 5%, 중국인 러시아인 등 다른 민족은 0.1%에 불과하다. 신도는 불교(라마) 50%, 무교 40%, 샤머니즘과 기독교 6%, 이슬람교 4%다. 직업은 목축업-농업 42%, 광업 4%, 제조업 6%, 무역업 14%, 서비스업 29%, 공공부문 5%로 되어 있다.
휴대전화 사용 대수는 40만대, 인터넷 이용자는 20만명, 실업률은 6.7%, 빈곤층은 인구의 36.1%, 1인당 GDP(2005년)는 2200달러(한국은 2만400달러), 외채는 13억달러, 정부 1년 예산(2005년 세입)은 7억달러(한국은 1950억달러)다.’
中 동북공정에 대응하는 ‘카드’
몽골은 1921년 소련의 도움으로 중국으로부터 독립했으나 소련군이 몽골에서 철수한 뒤 중국은 몽골을 중국 영토로 표기하고 있다고 한다. 8000여 명의 육군을 보유한 몽골은 2003년 미국을 위해 이라크에 179명의 전투병을 파병했다.
한국-몽골 우호협력 단체에 소속돼 몽골에서 친선활동을 펴온 김태균 수원과학대 교수(정치학 박사)는 “미래의 몽골 역사도 ‘사막화’ 및 ‘중국’이라는 2대 위협에 맞서 주권을 지켜 나가야 할 역사다. 몽골이 친러, 친미 외교를 펴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귀띔했다. 김 교수는 또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의 옛 영토인 북한지역뿐 아니라 현재의 몽골지역에도 영유권을 주장할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몽골은 한반도 안보에 실존적 위협으로 가시화하는 동북공정에 ‘동변상련’을 느끼고 있다. 이런 점에서 몽골은 좋은 파트너다. 몽골과의 연대는 동북공정에 대응하는 유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천하의 중심, 고구려’의 저자 이윤섭씨(역사 작가)는 자신이 쓴 글에서 “몽골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몽골이 앞으로 전략적 동맹으로 삼아야 할 나라로 4대 강국을 제치고 한국이 꼽히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했다. 지난 2004년 우르진훈데브 페렌레이 주한 몽골대사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몽골 사람은 한국을 외국으로 치지 않는다. 한국과 몽골은 운명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하기도 했다.
4년여 전 삼성경제연구소 고위 관계자가 ‘한국-몽골 경제통합론’을 주장했으나 몽골측에서 부정적 의사를 표시한 바 있다. 그러나 국가연합과 경제통합은 개념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국가연합은 안보·경제 문제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인적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이지만 관세철폐 등 경제통합을 전제로 하지는 않는다. 소속 국가들이 느슨하게 연합한 영(英)연방의 경우 영국이 다른 나라와 무력 분쟁을 벌일 때 영연방 소속 국가가 영국을 비판한 일도 있다. 국가연합은 역내 국가들의 공동체적 결속력을 대외에 보여주지만, 역내 국가의 주권을 제약하는 효과는 없다는 것.
또한 국가연합에 동의하는 사람들도 “국가연합은 오랜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수성 전 총리는 “한국과 몽골이 정서적 유대감의 바탕 위에서 경제·문화·인적 교류를 한층 활성화해 신뢰를 충분히 쌓은 뒤 중장기적으로 국가연합도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이지, 당장 무엇을 도모하자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정부, “동북아공동체가 우선”
일부 전문가는 “미국은 중국 견제 차원에서 동맹국인 한국과 친미노선의 몽골이 가까워지는 것에 동의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미국의 태도는 오히려 한미 관계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갑 소장은 “한국과 중국간 우호관계와 교류는 더욱 발전돼야 한다”고 전제한 뒤 “중국은 한국-몽골이 동북공정에 공동대응하겠다고 나선다면 이를 제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힘의 논리’가 국제사회를 지배한다지만, 뚜렷한 명분 없이 주변국의 자주권 행사에 간섭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안보·군사·경제 문제에서 주변 4강(强)의 협력이 필요한 한국과 몽골이 독자적으로 양국만의 국가연합 단계에 이르기는 어렵다”는 부정적 시각도 상당하다. 김선호 부산외국어대 국제통상지역원 교수는 “한국과 몽골이 단순히 가까워지는 정도라면 몰라도,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일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한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반대하겠지만, 러시아는 한-몽골 연합이 연해주-시베리아 개발과 연계될 수 있어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상반된 의견도 있다.
한국-몽골 국가연합은 노무현 정부가 구상 중인 ‘동북아공동체’와 상충한다. 동북아공동체라는 ‘거대 담론’에 대한 반발의 일종으로 파악되기도 한다.
노 대통령은 유럽연합(EU) 모델을 벤치마킹해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 몽골을 포괄하는 동북아(경제)공동체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동북아위원회, 통일연구원 등이 이를 정책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권영갑 소장은 “동북아공동체 구상은 지금의 동아시아 정세에선 추상적으로 들린다. 목표를 너무 높게 잡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권 소장의 말이다.
“미국을 배제한 동북아공동체가 한국의 안보·경제에 어떤 이익을 주는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섣불리 추진하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만 훼손하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르는데, 이에 대비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실제로 동북아공동체에 대해 한국만 얘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유럽은 비록 여러 나라로 나눠져 있지만 십자군전쟁 등으로 오랜 ‘역사적 공동체’ 경험을 갖고 있으며, 1950년 ‘유럽철강석탄공동체(ECSC)’를 결성하는 등 당면 문제 해결을 위한 현실적 기반 위에서 출발해 유럽연합을 형성했다. 그러나 몇몇 동북아 국가는 민주화의 수준, 이웃국가와의 호혜평등의 전통이 일천한 상태인데, 이러한 동북아시아 지역에 인위적으로 유럽 모델이 이식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동북공정을 추진하는 나라, 식민 지배를 반성하지 않는 나라와 공동체를 만들자는 것은 정서적으로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동북아 국가들은 이 지역의 자연재해인 황사를 줄일 ‘환경 공동체’부터 먼저 구성해 모범을 보이고, 신뢰를 쌓는 것이 순서다. 동북아 공동체 구성은 그 뒤의 일이다.”
“몽골? 잘 모른다”
국내 동아시아 전문가 상당수는 몽골의 전략적 가치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말했다. 한국-몽골 국가연합에 대해서도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라는 견해도 상당하다. 정부나 정치권 내에서도 부정적 시각 또는 무관심한 태도가 많다. 외교안보연구원 관계자는 “몽골은 동아시아의 일원이긴 하지만, 한국의 통일·안보·경제 관련 외교는 4강과 북한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