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호

녹내장, 안구건조증

오장(五臟)과 마음 다스리면 눈에도 청춘이!

  • 글·진행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도움말 : 송암한의원 김승수 대표원장 www.songamclinic.co.kr, 02-530-8200

    입력2007-05-03 16: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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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내장과 안구건조증은 나이가 들면서 오는 질환이다. 한방에서는 이를 간의 이상에서 오는 것으로 파악한다. 그래서 간과 신장을 좋게 하고 눈을 맑게 하는 처방과 침, 한방치료용 안대를 쓰면 증세를 크게 호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방 안과치료 50년 전통의 송암한의원 김승수 대표원장으로부터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녹내장, 안구건조증

    안 질환 치료의 한방적 원리를 설명하는 송암한의원 김승수 원장.

    회사원 이희정(31·여)씨는 요사이 어머니(55)가 부쩍 늙으신 것 같아 마음이 안쓰럽다. 시력이 좋아 그 흔한 안경 한번 쓴 적이 없던 어머니가 요즘은 큰 글씨체의 전단지조차 멀리 떨어뜨려놓고 보아야 내용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눈앞이 뿌옇게 보여 TV조차 제대로 보지 못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어머니의 병명은 녹내장. 하지만 어머니는 눈에 칼을 대는 것을 두려워했다. 수소문 끝에 이씨는 한방으로도 녹내장을 치료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안과 질환 전문 한의원인 송암한의원이다. 송암한의원은 1965년 강원도 삼척에서 시작해 서울 반포동으로 옮겨 2대째 50여 년간 안과 질환을 한방적으로 치료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퇴행성 안질환에는 녹내장, 백내장, 안구건조증, 노인성 황반변성이 있다. ‘몸이 천냥이면 눈은 구백냥’이라는 속담이 있지만, 사실 중·노년층에게 눈 건강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녹내장은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여러 질환을 포함하는데 가장 전형적인 형태는 안압이 높아지면서 시신경이 견디지 못하고 죽어가는 질환이다. 녹내장은 눈으로 받아들인 빛을 뇌로 전달하는 시신경에 장애가 초래돼 시야가 좁아지는 병으로 백내장과 함께 실명(失明)의 가장 큰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녹내장은 40세 이후에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이가 많거나 고도 근시가 있는 경우, 가족 중 녹내장이 있는 경우, 과거에 눈을 다친 경우, 장기간 스테로이드 점안약을 투여한 경우, 당뇨·고혈압·갑상선 질환·동맥경화증 같은 전신성 질환이 있으면 발생률이 높아진다.

    火熱 이기는 녹내장 치료법



    흔히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말하지만, 실은 몸의 창이기도 하다. 몸의 상태가 좋지 못하면 눈도 피곤하고 눈의 상태가 좋지 못할 때에는 몸에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눈은 안구뿐만 아니라 경락을 통해 오장육부 및 전신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송암한의원 김승수 대표원장은 “한방에서는 눈에 병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기전을 ‘화(火)’로 규정하며 이들 질환은 간(肝)을 비롯한 오장을 건강하게 조절하고 화열(火熱)의 기운을 멀리함으로써 치료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안구건조증, 비문증, 녹내장 같은 안과질환으로 한의원을 찾은 환자들을 관찰해보면 얼굴의 열감이나 두통, 불면 등의 화열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김 원장의 경험이다.

    녹내장의 발병 요인 중 대단히 중요한 원인의 하나는 안압의 상승이다. 대개 21mmHg 이하를 정상 안압으로 보지만 사람에 따라 안압이 정상범위인 경우에도 시신경 손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안압이 정상보다 높아도 시신경 장애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는 개인에 따라 안압에 대한 시신경의 저항력에 차이가 있음을 나타내며 안압 외에 여러 가지 요인이 녹내장의 발병에 관여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녹내장의 원인은 아직 분명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녹내장의 가장 흔한 형태는 만성 녹내장으로 선행 질환이나 자각증상이 거의 없어 환자 자신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급성 녹내장보다 만성 녹내장의 발견이 힘든 것도 그 때문이다. 만성 녹내장은 일반적으로 자각증상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경우에 따라 가벼운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에 비해 급성 녹내장은 심한 안통, 두통, 오심, 구토 같은 증상을 초래한다. 만일 이런 증세가 나타나는데도 방치하면 병세는 점차 만성기로 악화되고 끝내는 시야가 좁아지거나 시력 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한방에서는 이런 초기 증상이 나타날 때 우선 눈 주위의 경혈과 눈과 연결되는 경락에 대한 침 치료를 시작하고, 눈을 밝게 하고(明目) 몸을 편안하게 하며(安身) 피의 흐름을 좋게 하는(補血) 약물을 복용하게 한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눈은 간장 기능을 나타내는 창문이며 간의 기능이 눈으로 통하므로 간 기능이 고르면 눈의 시력이 좋아 오색을 분별할 수 있고 간이 허하면 눈이 어두워져 볼 수 없으며 간은 신장과 그 근원이 같다’고 기술하고 있다. 즉, 간 기능이 충실하면 눈에 정기가 감돌아 반짝반짝 빛나고 반대로 간 기능이 쇠약해지면 눈이 침침해지고 어지럼증이 생긴다는 논리. 또 간 기능이 좋고 나쁨은 신장 기능 여하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다.

    녹내장, 안구건조증

    경락진단기를 이용해 장부와 경락의 기흐름을 측정하고 있다. 아래는 녹내장과 안구건조증을 치료하는 한방안대와 그 안에 들어가는 약재들.

    송암한의원 김승수 원장은 녹내장 환자에게 적당한 생활요법을 강조하는데 “주색(酒色)과 칠정(七情)이 상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녹내장은 감정의 동요에 영향 받기 쉬운 병이니 지나치게 노여워하거나 흥분하지 않도록 항상 즐겁고 고요한 마음으로 생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그래서 녹내장에 대한 처방은 한의학적 원리에 따라 녹내장의 원인이 되는 장부와 경락의 부조화를 한약, 침, 안대요법으로 조절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안구건조증 80%가 호전

    1차적 치료목적은 더 이상의 악화를 막는 현상 유지이며, 치료가 진행되면서 안압을 조절하고 눈을 편안하게 만드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김승수 원장은 “우리 한의원을 찾은 녹내장 환자는 두통이나 머리가 맑지 못해 불면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양방적 방법으로 안압 조절이 잘 되지 않거나 안압강하제에 대한 부작용이 극심한 경우에 한방적 방법이 특히 좋은 효과를 거두었으며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라고 말한다.

    한편 노인성 안질환의 또 다른 대표 질환인 안구건조증은 건조감으로 눈이 항상 따갑고 뻑뻑해 눈을 뜨기가 힘든 증상을 가리킨다. 이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눈물 생성이 자연적으로 줄어 일어나는 것인데 폐경기 이후의 여성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한방에서는 그 원인을 눈물 생성이 부족한 경우, 눈물이 과다 건조되어 생기는 경우로 나누어 열을 내리고 눈물 생성을 보충하는 한약을 처방하고, 눈 기능의 향상과 열을 내려주는 작용을 하는 침 치료 및 안대요법을 사용해 치료한다. 김 원장은 “오장(五臟)의 정기를 보충하는 귀비탕·자신명목환 같은 한약을 처방하고, 눈 주위의 정명·찬죽·사죽공·동자료·양백·어료 같은 경혈과 팔다리의 후계·곡지·족삼리·태충·합곡·외관 등 관련 경혈을 침자(針刺)하고, 눈 주위에 청열(淸熱)명목(明目)하는 한약재를 도포하는 안대요법을 사용하면 일반적으로 치료 후 2~4주면 증상 호전을 느끼고, 2~3개월 꾸준히 치료받으면 좋아진다”고 말한다.

    실제 송암한의원을 다녀간 안구건조증 환자 2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평균 치료시간은 8주일이었으며 환자의 80% 이상이 호전반응을 나타냈다고 한다.

    한방에서 안 질환을 치료한다는 자체가 생소하지만 이 한의원은 보다 근본적인 치료를 목표로 한다. 고통스러운 증상 제거는 물론, 눈병의 원인을 찾아 제거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 우선 눈의 열을 내려 맑게 만들기 위해 청안 한약을 처방한다. 김 원장은 눈병을 일으키는 원인의 70%를 열에서 찾는다. 따라서 눈병을 야기한 경락의 열을 내리고 눈을 맑게 하는 게 치료의 시작이다(淸眼明目). 그 다음 단계별로 한약을 사용한다.

    다음은 안침요법으로 눈 주위의 정명, 찬죽, 사죽공, 동자료, 양백, 어료 등의 경혈과 팔다리의 후계, 곡지, 족삼리, 태충, 합곡, 외관 등 경혈을 침자해 눈에 연결된 경락의 열을 내리고 혈의 흐름을 원할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안대요법을 사용한다. 안대에는 눈 주위의 열을 내리고 눈을 밝게 하는 한약재가 도포돼 있다. 이 안대를 사용하면 한약의 향과 기가 눈과 뇌에 작용해 눈을 시원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 치료법은 눈과 관계된 장부와 경락을 다스리는 치료법이어서 비문증을 비롯 녹내장, 동안신경마비, 유루(流淚)증에 효과적이라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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