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 든 사람의 대부분은 다리가 저려 잘 걷지 못하겠다고 하소연한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는 다리병이 아니라 허리병인 경우가 많다. 그중 대표적인 중·노년층 질환은 허리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 척추관절 전문병원인 KS병원 전문의들에게서 척추 질환의 최신 치료법을 들어봤다.
내시경을 이용해 척추수술을 하고 있는 KS병원 의료진.
심하지 않으면 약물과 물리치료 등 보존적 요법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견딜 수 없는 급성통증이 4주 넘게 지속되거나 신경마비가 오는 경우, 3개월 넘게 보존적 요법을 했는데도 만성적 통증으로 인해 생활에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수술을 해야 한다. 아주 큰 수핵이 급성으로 튀어나와 대소변 장애나 다리 마비 증세를 보이는 ‘아미 증후군’은 응급 수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종래의 디스크 제거술은 전신마취를 하고 피부를 절개해 수술하므로 응급 수술이 필요한 환자라도 시술에 걸리는 시간 때문에 고통을 참고 물리치료로 버텨온 게 사실. 서울 역삼동의 척추·관절 전문 병원인 KS병원 척추센터는 이를 내시경을 이용해 간단하게 수술한다. 종래 디스크 제거술과 달리 수술 자국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최소침습(미세침습)술이 바로 그것이다. 내시경 수술은 내시경이 들어갈 정도의 작은 구멍만 뚫어서 하기 때문에 전신마취를 하지 않아도 된다.
6mm 절개로 디스크가 말끔
추간판탈출증으로 판정받은 지 6개월 후 추간판이 터져 수술을 권유받은 보험회사 영업사원 김모(30)씨. 하지만 하루라도 쉬면 영업 실적이 뚝 떨어지는 그로서는 며칠씩 입원해야 하는 기존의 수술을 선뜻 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수술 당일 퇴원이 가능하다는 KS병원의 설명을 듣고 수술을 받게 됐다. 김씨는 경피적 내시경 디스크 제거술을 받은 뒤 당일 퇴원해 업무에 복귀할 수 있었다.
KS병원 송금영 원장은 “수술할 때 부분마취를 하기 때문에 합병증이 거의 없어 당뇨 등 전신 질환이 있는 노인도 수술이 가능하다”며 “근육이나 다른 조직들을 잘라내는 일이 없으므로 조직 손상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한편, 수술 후 통증이 약하고 재활 속도가 빨라 일상생활로 복귀하기가 쉽다”고 밝혔다. 내시경을 이용해 환부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어 통증의 원인이 되는 디스크만을 제거, 정상적인 디스크에 피해를 주는 부작용이 있을 수 없다는 것.
KS병원은 지하 1층, 지상 6층, 50병상 규모로 병원 이름처럼 무릎(Knee)과 척추(Spine)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병원. 한때 서울대 의대 정형외과 동문들이 모여 개원했다고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KS병원의 또 하나의 축을 이루는 척추센터에는 서울대 의대 정형외과 출신의 남기세 원장과 송금영 원장이 포진해 있다. 남 원장은 4000여 건의 척추 수술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며 정형외과 의사로는 특이하게도 신경외과 의사들뿐이던 척추 전문 병원에서 5년간 근무하면서,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척추 수술 기법의 장단점을 비교 분석해 장점을 취했다. 척추 수술의 외연을 넓힌 것이다. 송 원장은 수지(손가락)접합 수술의 대가로 1000여 건의 수지 접합 수술 경험을 최소 침습적인 척추 수술에 응용해 주목을 받았다.
미세침습 척추 수술의 대표적인 방법은 경피적 내시경 디스크 제거술로, 국소마취를 하고 피부를 6mm 정도만 절개한 뒤 6mm 두께의 수술용 관과 내시경을 이용해 신경을 정확히 보면서 고주파열이나 레이저, 미세집게 등으로 터진 수핵 덩어리를 제거한다. 국소마취 상태이기 때문에 환자는 수술하는 동안 의사와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수혈이 필요치 않아 에이즈나 간염 같은 수혈 합병증이 없다. 수술 뒤 남은 상처는 단지 한 땀의 봉합자국뿐, 3주 동안 복대를 착용한 뒤 허리 재활운동만 제대로 하면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
송금영 원장은 “경피적 내시경 디스크 제거술은 흉터가 거의 남지 않으며 조직 주변이나 인대, 뼈, 신경 등을 건드리지 않아 신경 유착, 요통, 손발저림 같은 수술 후유증이 생길 염려가 거의 없다”며 “수술 1시간 뒤부터 복대를 착용하면 정상 보행이 가능하고 당일 퇴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척추관 넓히는 현미경과 내시경
KS병원 척추 센터의 송금영 원장(왼쪽)과 남기세 원장.
척추 디스크인지 협착증인지 구별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방바닥이나 침대 바닥에 바로 누워서 무릎을 편 채 다리를 들어올려본다. 디스크라면 엉덩이부터 허벅지 뒤쪽, 장딴지 뒤쪽, 발등 또는 복사뼈에 통증이 느껴진다. 협착증은 다리를 들어올리기가 쉽고 대부분 정상 각도를 유지하며 제한이 있다고 해도 가볍다.
남기세 원장은 “디스크는 허리를 굽힐 때 신경이 압박을 받는 반면, 협착증은 신경 구멍이 넓어져 더 편한데 허리를 바로 펴고 걸을 때가 불편하다”고 설명한다. 척추협착증은 종종 혈관성 질환과도 혼동된다. 걷거나 작업하다가 다리가 저릴 때 동작을 멈춘 채 서 있기만 해도 증상이 호전되면 혈관성 질환, 쪼그려 앉아야만 호전되면 척추관협착증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어 뼈가 노화하기 시작하면 뼈마디가 굵어지기 때문에 척추관이 좁아진다. 이렇게 척추관이 좁아지면 그 부분의 신경이 압박을 받아 통증이 발생한다. 척추협착증의 주요 증상은 요통, 다리 통증, 다리 저림이다. 걸으면 다리가 아프고 땅기는 통증이 생기고, 앉아서 쉬면 통증이 가라앉는 증상이 반복된다. 증세가 가벼울 경우 한두 번 쉬기만 해도 계속 걸을 수 있다. 그러나 심한 경우에는 앉았다가 서기만 해도 다리가 땅기고 저린 증상이 나타나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점점 짧아진다. 병세가 악화되면 다리를 움직이는 근육이 마비돼 일어서기조차 힘든 상태가 된다.
척추관협착증의 진단은 단순 방사선 검사나 척수조영술,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로 가능하다. 척추협착증 초기에는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만으로 증세가 좋아지기도 한다. 그런데 골다공증이 심한 노인 환자들이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뼈를 맞추거나 치료를 받다가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로 호전되지 않을 경우 신경차단술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증상의 일시적 호전에 그치는 경우가 많으므로 6개월 이상 증세가 나아지지 않으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수술법은 좁아진 척수관 및 신경 뿌리가 지나가는 공간을 넓혀주는 것인데, 이전엔 척추후궁을 완전히 제거하고 나사못 고정술을 시행하는 등 노인 환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 KS병원 척추센터에서는 현미경 및 내시경을 이용해 최소한의 절개 및 손상으로 비교적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술법을 도입해, 척추협착증으로 고통 받는 중·노년층 환자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류머티스성 관절염 권위자
한편 KS병원은 관절 치료로도 유명하다. KS병원 관절센터의 김석준 원장(대표원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디스프로슘’과 ‘홀뮴’이란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한 류머티스성 관절염 치료법을 국내 최초로 시술한 류머티스성 관절염 권위자다.
KS병원 김석준 대표원장은 “최소침습적 수술과 수술 후 감염을 없애 입원기간을 단축하는 등 의료의 질로 승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