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7월17일 사의표명 뒤 검찰청사를 나서고 있다.
그러나 광화문 사거리에서 특정 이슈를 주장하며 1주일 이상 1인 시위를 벌인 사람의 경우는 어떨까. 언론이 그에 관한 개인정보를 노출한다고 해서 프라이버시 침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이미 대중 앞에 일정 기간 노출되었고 상당수가 인지하고 있어, 단순한 개인이라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넓게 봐서 이 사람은 공인의 범주에 든다. 상당 기간의 시위 행위로 인해 그에 대한 공적인 관심사와 가치(public concern)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자발적 공인(vortex public figure), 또는 제한적 공인(limited public figure)이라고 한다.
폭로한 쪽이 져야 할 부담
한 개인의 과거를 밝히는 것(recounting the past)은 때때로 논란을 부른다. 특히 감춰진 밝히고 싶지 않은 과거라면 더욱 그렇다. 개인적인 일의 공표는 이번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 측의 쇼핑 내역 유출’에서 보듯 뜨거운 쟁점이 되기도 한다. 당사자로서는 매우 불쾌한 일이다. 폭로한 쪽엔 타인의 프라이버시 침해와 관련한 부담이 돌아간다.
결국 공인이냐 아니냐는 이분법적인 접근이 핵심이 된다. 공무원은 당연히 공인이라고 여겨지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국가가 운영하는 국립병원의 베테랑 의사는 공인이 아니다. 공적 감시(public scrutiny)를 받는 직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직자라도 공적 생활과 사적 생활에 구분이 있을 수 있다. 고위직 공무원은 대체로 모든 활동이 공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동사무소 서기는 공인으로 보기 힘들지만 민원인과 직접, 빈번하게 접하는 사회복지사나 경찰관은 공인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천성관 전 후보자의 개인정보 유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검찰이 내사에 나서 논란이 일었다. 검찰은 “인사청문회와는 관계없이 국가기관이 관리하는 사생활 정보가 불법적으로 유출됐다는 제보에 따라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 확인될 경우 엄정하게 처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면세점 구매기록은 개인의 사생활 정보인 만큼 함부로 유출되어서는 안 되는 자료다. 그러나 국회에서 지극히 높은 고위직 공직자의 도덕적 결함을 밝히는 자료로만 쓰였다면 유출한 행위의 불법성을 굳이 따져야 하는지 의문이다. 문제의 자료가 중요한 국가기밀이 아닐진댄 더욱 그러하다.
검찰이 보란 듯 나선 건…
이번 논란은 전방위적인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 천 전 후보자가 불명예 퇴진하자마자 검찰이 보란 듯 내사에 나서면서 보복수사라는 인상을 줬다. 조사가 필요하다면 경찰이나 감사원 등 제3의 기관이 맡는 게 맞다. “고위공직자 검증을 위한 사생활 정보수집이라도 합법적이며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틀린 건 아니다.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사회공동체에 심각한 위해를 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원론도 중요하지만 상황논리 또한 무시하기 힘들다. 단순히 그 자체만 보기보다는 사안에 따라 전체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거대 악(惡)을 폭로하기 위해 개인의 과거를 다소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들추어냈다고 해서 그것을 두고 선뜻 문제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무도 중요하지만 숲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