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안산병원 미래 조감도. [고려대안산병원]
고려대안산병원은 환자 중심 혁신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대대적 변화가 한창이다. 2021년 본격적으로 첫 삽을 뜬 ‘단기 마스터플랜’ 공사가 순항하고 있다. 이는 총 세 단계에 걸쳐 진행될 장기 프로젝트의 첫 번째 단계다. 본관 지하 1층 리모델링, 미래의학관 3개 층 증축, 지하주차장 3개 층 신설을 주요 골자로 하는 이 사업은 대대적 증축과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환자 중심 스마트 미래 병원 구축의 초석이 될 예정이다.
약 1720m2(520평) 이상의 기존 주차장을 진료 공간으로 전면 탈바꿈한 본관 지하 1층 리모델링 공사는 이미 2022년 6월 완료돼 신경과, 내분비내과가 확장 이전했다. 미래의학관 증축 및 지하주차장 신설은 각각 2024년 1월, 3월 완공을 목표로 약 3537m2(1070평) 이상의 진료 및 연구 공간과 약 8705m2(2633평)의 주차장을 확보할 계획이다. 완공 이후엔 대대적 외래 공간 재배치 및 리모델링으로 여러 진료과가 확장 이전돼 동선 효율화는 물론 한층 쾌적한 진료 환경이 구축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향후 계획 중인 ‘중장기 마스터플랜’에서는 신관 및 교육관 증축, 신별관 신축을 통해 대대적 인프라 확장을 기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증대되는 지역 내 의료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암병원 설립과 함께 중증암 클리닉을 다각화할 예정이다. 중증질환 특성화 센터도 확대해 환자 맞춤형 초정밀 의료서비스 제공과 희귀질환 및 중증난치질환 정복의 계기를 마련할 전망이다.
스마트 병원 환경 조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P-HIS)과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외래 기초검사 키오스크와 교대 근무표 자동 생성 AI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스마트 기술 적용을 통한 환자 및 직원의 만족도를 높였다. 2023년 2월부터는 최첨단 생체정보 측정 및 수액 관리 모니터링 시스템이 적용된 스마트 병동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추후 병상마다 환자 정보가 실시간으로 표출되는 전자 명찰을 도입해 낙상·욕창 등과 관련한 환자 안전을 강화할 계획이다.
권역응급의료센터 가동, 중증 환자·재난 대비 거점병원 우뚝
2023년 1월 본격 가동한 고려대안산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 응급환자 중심 진료와 재난 대비·대응을 위한 거점병원 역할을 수행한다. [고려대안산병원]
현재 경기 서남부를 담당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는 고려대안산병원을 비롯해, 안양 한림대성심병원, 아주대병원 3곳이다. 안양시와 과천시, 수원시, 오산시에선 최종 처치 제공을 위한 응급의료자원 배치가 비교적 양호한 편이지만 고려대안산병원이 인접한 시흥시와 화성시는 상황이 다르다.
반월공단, 시화공단 등 대규모 공단 시설이 들어서 재난 발생 가능성이 있는 안산시와 시흥시 인근 권역응급의료센터는 고려대안산병원이 유일하다. 특히 경기 서남부에서 면적이 가장 넓은 화성시(총면적 700㎦)는 중증 응급환자 처치를 위한 의료시설이 사실상 지역응급의료센터 1개소(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 그친다. 따라서 고려대안산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의 필요성이 더 강조되고 있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책임 응급의료기관으로서 중증 응급환자 중심 진료와 재난 대비·대응 등을 위한 거점병원 역할을 맡는다. 고려대안산병원은 2014년 세월호 사고와 이듬해 메르스 발병 때 재난 대응 역량을 입증한 바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트라우마센터를 운영하며 우울증 등을 호소하는 유가족의 정신 건강을 책임졌고, 메르스 발병 국면에선 정부의 국민안심병원으로 참여하며 최일선에서 안산 지역 확진자 방지에 나섰다. 대규모 재난 발생에 대비해 유무선, SNS 등을 이용한 재난의료 핫라인도 구축했다. 재난 상황 시 여유 병상, 장비 및 시설 확보를 위한 구체적 계획이 마련돼 있다.
고려대안산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응급질환별로 신속·체계화된 응급의료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진료 구역을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세분화하고 내과, 산부인과, 정형외과 등 10개 배후 진료과 의료진이 24시간 전문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2023년 10월 기준 센터 전담 의료진만 응급실 전문의 12명, 응급실 전공의 7명, 간호사 66명, 응급구조사 7명, 응급전용중환자실 간호사 36명 등 모두 145명에 달한다. 가동 후 이 시기까지 총 4만5061명의 환자가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찾았다.
첨단 의료 인프라 구축으로 환자 만족 극대화
2023년 5월 고려대안산병원이 도입해 운용하는 첨단 암 치료 선형가속기 바이탈빔. [고려대안산병원]
바이탈빔은 CT나 MRI를 바탕으로 병변 부위를 좀 더 정확하게 조준할 수 있는 ‘영상유도 방사선치료(IGRT)’ 기능이 탑재된 최신 방사선 치료기다. IGRT 기능을 통해 주변의 정상 조직은 안전하게 보존하면서 암세포만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다.
또 단시간에 고선량의 방사선을 종양 부위에만 정확히 조사(照射)하는 ‘정위적 체부 방사선치료(SBRT)’가 가능해 조기 암이나 전이성 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세기조절 방사선치료(IMRT)’를 통해 각 치료 방향마다 방사선의 세기를 다르게 조절할 수 있어 종양 모양별 맞춤 치료도 가능하다. 이 같은 최신 방사선 치료법을 융합한 ‘입체 세기조절 회전 방사선치료(VMAT)’는 정확성, 치료 시간 단축, 방사선 피폭량 최소화까지 일석삼조(一石三鳥)를 가능케 한다. 윤원섭 고려대안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바이탈빔은 인체 모든 부위에서 발생하는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옵션을 탑재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방사선 암 치료의 정확도와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19년 10월 고려대안산병원은 트루빔 STx를 도입하며 일찌감치 첨단 정밀 의료기기 구축에 힘써온 바 있다. 트루빔 STx는 현존하는 암 치료용 선형가속기 가운데 가장 세밀한 2.5㎜ 크기의 다엽 콜리메이터(가변형 방사선 조준장치·Multi-leaf Collimator) 조준경을 이용한다. 기존 장비 대비 4배 이상 높은 방사선을 암 조직에만 정확히 조사할 수 있다. 고려대안산병원은 여기에 더해 2021년 경기도 최초로 단일공 로봇수술기 ‘다빈치 SP(Single Port)’를 도입해 각종 암 치료에서 최소침습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고려대안산병원은 병원의 디지털화에도 신경 쓰고 있다. 2021년 고려대의료원 차원에서 국내 상급종합병원 최초로 클라우드 기반 P-HIS를 개발·도입한 데 이어 안산병원에선 디지털병리시스템 도입을 추진한다. 디지털병리시스템은 전자동 스캐너를 통해 대량의 슬라이드를 스캔하고, 이를 모니터에 구현해 분석할 수 있는 첨단 시스템이다.
조직 검체를 유리 슬라이드 위에 얹어 현미경으로 분석하던 기존 아날로그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만큼 업무 효율성이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스캔한 슬라이드 이미지를 의료진이 웹 기반으로 확인할 수 있어 신속한 진단 및 환자별 케이스 관리가 가능하다.
로봇수술 2300례 돌파… 경기 서남부 정밀의료 메카
고려대안산병원은 경기 최초로 단일공 로봇수술기 '다빈치 SP'를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고려대안산병원]
고려대안산병원 로봇수술센터는 2023년 10월 기준 로봇수술 2341례를 기록했다. 2015년 1세대 ‘다빈치 S’를 도입하며 로봇수술 시스템을 구축한 고려대안산병원 로봇수술센터는 2018년 4세대 ‘다빈치 Xi’에 이어 2021년 경기도 최초로 단일공 로봇수술기 ‘다빈치 SP’를 가동하며 경기 서남권 로봇수술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로봇수술센터에서 다빈치 SP의 공헌은 단연 돋보인다. 최대 4군데 구멍을 뚫어 수술하던 기존 로봇수술기와 달리 다빈치 SP는 하나의 구멍으로 수술이 가능하다. 수술 부위 흉터가 더 작고 회복도 빨라 환자 만족도가 높다. 하나의 삽입관을 통해 수술부위에 도달하는 3개의 수술기구와 3차원 고화질(3DHD) 카메라 모두 다관절 손목 기능을 갖춰 좁고 깊은 부위까지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다.
고려대안산병원은 로봇수술법 연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장영우 고려대안산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는 기존 겨드랑이 접근법과 차별화된 ‘가스 주입 원스텝 단일공 겨드랑이 접근법을 이용한 로봇 갑상선 수술법(gas-insufflation one-step single-port transaxillary approach, GOSTA)’을 고안했다.
GOSTA는 겨드랑이 주름을 따라 2.5㎝가량 단일 절개창을 내고 가스를 주입한 후, 다빈치 SP를 이용해 수술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환자 팔을 치켜 올린 상태로 수술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양팔을 자연스럽게 내린 상태에서 수술이 진행돼 환자의 불편함을 줄였다. 성대의 움직임을 담당하는 되돌이후두신경과 상후두신경의 외측분지를 보존하는 데에도 유리해 성대 마비나 목소리 변화 등 후유증도 최소화했다.
장 교수는 “갑상선암이 진행돼 측경부임파선까지 전이된 경우도 목에 상처 하나 없이 수술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고려대안산병원 로봇수술센터는 지속적 연구를 통해 통증, 출혈, 흉터, 감염 위험 등 수술 부작용을 최소화함으로써 정밀 의료의 새 시대를 열어갈 계획이다.
다학제 치료 선봉장 ‘뇌종양센터’
2023년 10월 말 문을 연 고려대안산병원 뇌종양센터도 눈길을 끈다. 고려대의료원 3개 병원(안암, 구로, 안산) 가운데 첫 뇌종양센터다. 11개 진료과, 27명의 의료진이 참여해 뇌종양 진단 및 치료에 긴밀한 협조 체계를 유지한다.고려대안산병원 뇌종양센터의 핵심은 다학제 진료 및 체계적 치료 시스템이다. 뇌종양 치료를 위해선 정확한 진단 및 정밀한 수술, 사후관리가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여러 진료과의 유기적 협조도 필수적이다. 예컨대 안과를 비롯한 여러 진료과에서 소견을 종합해 뇌종양을 진단하면 신경외과는 절제 수술 및 치료 계획을 세운다. 외과적 수술로도 제거하지 못한 종양은 방사선종양학과에서 치료한다. 영상의학과에선 CT와 MRI 검사를 통해 뇌종양을 진단하고 치료 후 반응을 평가한다. 내분비내과는 종양에서 분비되는 호르몬과 관련한 약물 치료를 시행한다. 소아환자의 항암치료는 소아청소년과가 맡는다.
고려대안산병원 뇌종양센터에선 뇌하수체 선종과 교모세포종, 삼차신경초종, 청신경초종, 뇌전이암 등 다양한 형태의 종양에 대한 다학제 진료·치료가 가능하다. 특히 청신경초종, 뇌하수체 선종처럼 두개골 밑부분에 생기는 두개저종양은 뇌 내시경 수술을 통해 제거한다. 뇌 내시경 수술은 머리를 열지 않고 콧속으로 내시경과 미세 수술기구를 넣어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법이다. 김상대 고려대안산병원 뇌종양센터장(신경외과)은 “뇌내시경 수술은 두개골을 절개해 현미경을 통해 종양을 제거하는 기존 개두술에 비해 안정성이 높고 다음 날 퇴원이 가능할 정도로 통증이 적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세계로 뻗어나가는 인술
2023년 6월 15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정성우 고려대안산병원 진료협력센터장(왼쪽)과 아브두가니예프 우루그백 타슈켄트주 보건국장이 보건의료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고려대안산병원]
2023년 11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주 대표단이 병원을 방문해 의료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해외 의료진의 방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17년부터 운영하는 외국인 연수의 프로그램도 인기다. 몽골 및 우즈베키스탄 의료진에게 4주간의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로봇수술을 비롯한 최신 의료 기술과 중증질환 치료 노하우 등 국내 선진 의료 기술을 전파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박애 정신을 실천하기 위한 고려대안산병원의 여정도 계속되고 있다. 고려대안산병원 로제타 홀 의료봉사단은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함께 2023년 6월 24일부터 9일간 인도네시아 파푸아(Papua)주 울릴린 지역에서 의료 사회 공헌 활동을 펼쳤다.
고려대안산병원은 세계에 인술을 펼치며 인류애 실천에 힘쓰고 있다. [고려대안산병원]
고려대안산병원은 미얀마에서 선천성 안면기형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에게도 새 얼굴을 선물했다. 2023년 10월 29일부터 11월 5일까지 미얀마를 방문한 고려대안산병원 의료봉사팀은 미얀마의 수도 네피도에 위치한 ‘1000 Bedded Naypyitaw General Hospital’에서 이틀에 걸쳐 총 26건의 구순구개열 수술을 집도했다. 환자들의 연령대는 2~3세로, 대부분 적정 치료 시기를 놓친 상태였다.
고려대안산병원 의료봉사팀은 수술 집도 외에 미얀마 보건복지부와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미얀마 현행법상 외국인 의료진이 현지에서 무료 수술을 시행하기 위해선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이에 봉사팀은 향후 봉사활동의 원활한 지속을 위해서 출국 전부터 현지 정부기관과 MOU 체결을 추진했다. 준비 기간만 1년가량이 소요됐다. 봉사팀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향후 더 많은 현지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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