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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가경쟁력, 인문학에 해답 있다”

[단국대 HK+사업단 연속 기획 ‘한국사회와 지식권력Ⅱ’ ❶] 백원담 인문한국(HK)연구소협의회 회장

  •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한국 국가경쟁력, 인문학에 해답 있다”

  • ● 인문학 위기는 신자유주의 산물
    ● 비경제적? 지구 살리는 것보다 더 큰 가치 있나
    ● 新냉전시대 평화의 열쇠
    ● 인문학 연구, ‘성과’에 매몰되지 않아야
‘신동아’는 단국대 일본연구소 HK+ ‘동아시아 지식권력의 변천과 인문학’ 사업단과 함께 ‘한국사회와 지식권력’을 주제로 연쇄 인터뷰를 진행한다.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기관·인물을 통해 삶과 지식, 권력의 연관 관계를 살피고 지식과 권력의 미래상 또한 모색하려는 기획이다. <편집자 주>



백원담 회장은 “학생들이 ‘나는 아무렇게나 자라도 돼’라고 말하는 게 두렵다. 도덕과 사회문제를 사유할 줄 아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인문학의 역할이다”라고 당부했다. [홍태식 객원기자]

백원담 회장은 “학생들이 ‘나는 아무렇게나 자라도 돼’라고 말하는 게 두렵다. 도덕과 사회문제를 사유할 줄 아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인문학의 역할이다”라고 당부했다. [홍태식 객원기자]

한국 인문학에 위기라는 말이 단짝처럼 따라붙은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7년 불어닥친 외환위기 사태는 한국 사회에 ‘생존’의 문제를 대두시켰다. 당장 먹고사는 것 이외의 모든 것은 사치가 됐다. 효율성, 경제성이 가치판단의 최우선 기준으로 자리매김했다. 외환위기 극복 이후엔 저성장이 발목을 잡았다. 더는 늘어나지 않는 파이를 둘러싼 각축전이 이어졌다.

당장의 가시적 ‘수치’ 혹은 ‘생산성’으로 나타나기 어려운 인문학이 한 걸음 밀려난 건 당연한 수순. 학계를 중심으로 위기론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지난해 12월 21일 교육부가 발표한 ‘제2차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 진흥 기본계획’에 따르면 인문계열 학과 수와 입학정원은 2012년 976개 학과 4만6108명에서 2020년 828개 학과 3만7352명으로 8년 사이 148개 학과가 사라지고, 입학정원은 8756명 줄었다. 또 교육부는 대학이 인문계 학과부터 우선적 구조개혁 대상으로 상정하고 있으며 인문학 전공자들의 취업시장 소외 장기화로 인문학계 전반의 사기 저하가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7월 8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리영희재단 인문학교실’에서 만난 백원담(64) 인문한국(HK)연구소 협의회 회장은 “효율과 이익 등 경제적 가치만을 따지는 신자유주의가 인문학의 위기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백 회장은 민족운동가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장녀다. 동아시아 문화 전문가다. 연세대 중문과를 나와 같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겸 동아시아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백 회장이 총괄하는 인문한국연구소협의회는 2007년 교육부 산하 한국연구재단(NRF)이 인문학 진흥을 위해 진행한 인문한국(HK)지원사업을 통해 탄생한 연구소들의 총집합이다. 본 사업은 한국연구재단 연구 지원 사업 중 학술·인문사회 사업 분야에서 가장 큰 규모다. 단국대 일본연구소, 서울대 일본연구소, 연세대 국학연구원 등 총 43개가 소속돼 인문학 교육과 비전 제시에 힘쓰고 있다.

백 회장은 인터뷰 내내 한국 인문학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열띤 어조를 이어갔다. 수수하면서도 청아한 모습에서 마치 위기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투사가 오버랩됐다. 백 회장은 “지구를 살리는 것보다 우선되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가. 인문학이 바로 지구를 살리는 열쇠”라며 “인문학 연구는 신(新)냉전시대를 맞아 한국이 동아시아의 담론을 재정립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산성으로 평가되는 교육에 미래는 없다

지난해 2월 1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에서 백원담 회장이 유족을 대표해 인사를 하고 있다. 백 회장은 고 백기완 소장의 장녀다. [뉴스1]

지난해 2월 1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의 영결식에서 백원담 회장이 유족을 대표해 인사를 하고 있다. 백 회장은 고 백기완 소장의 장녀다. [뉴스1]

HK사업이 시작된 지 올해로 15년입니다. 그간의 성과를 어떻게 바라보나요.

“통계를 보니 15년간 8910회의 학술대회 개최, 3996개의 저·역서 및 1만3136개의 논문 발간, 5943회의 시민 강좌를 열었습니다. 간단한 일은 아니었죠(웃음). 한국 또는 한반도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문제의식을 꼼꼼히 제기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이러한 성과를 우리가 어떻게 다시 사회에, 세계에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고요.”

백 회장은 1999년 저서 ‘인문학의 위기’를 출간했다. 평생 대학 강단에 서며 인문학자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인문학에 닥쳐온 시련을 느끼지 못할 리 없었다
.
인문학 위기론이 제기된 지 오래입니다. 대학·기업 등에선 인문계열 학생의 취업난에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유행합니다.

“1999년에 제가 낸 책은 중국의 이른바 ‘인문 정신’의 위기를 지적한 것입니다. 당시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임을 표방하면서도 자본주의 논리가 도입되던 혼란의 시대였죠. 이 과정에서 국가 정책·지향점을 설정하는 데 지식인의 역할이 없어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팽배했습니다. 지금의 한국 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여요. 신자유주의로 인한 혼란이 발생한 거죠. 결국 인문학의 위기란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어째서 그런가요.

“노동의 유연화,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 등 신자유주의의 지향점은 결국 ‘효율성’을 의미합니다. 고(故) 신영복 교수께서 살아생전 말씀하시길 ‘인문학의 가장 기본은 공감’이라고 하셨어요. 신자유주의 논리가 잠식하니 인간과 인간, 자연과 인간 등 관계성에 대한 고민이 사라졌어요. 대학에선 학생들이 학점을 두고 경쟁에만 몰두합니다. 또 학생이 어느 곳에, 얼마나 취직했느냐가 학교를 평가하는 지표가 됐죠. 이대로라면 과연 한국 사회, 나아가 인류의 미래가 존재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맹자는 “항산(恒産)이 있어야 항심(恒心)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제성과 멀어도 인문학 연구 사업이 의미를 갖는 까닭이 있습니까.

“HK사업의 성과 중 하나가 인문학의 가장 기본적인 틀을 재구성했다는 점입니다. 이전의 한국 인문학은 ‘2차 인문학’이었어요. 즉, 서양의 것을 가져와 재가공해 썼죠. 이제는 한국만의 것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은 뛰어난 경제발전을 이미 이룩한 상황입니다. 인문학이라는 것은 지금 사회에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답을 찾아줍니다. 지금 한국엔 정서적, 감정적으로 ‘내가 지금 살고 싶은 수준의 삶을 살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희망이 필요해요. 이를 이루기 위해선 인문학이 해야 할,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습니다.”

인문학은 충분히 경제적이다

인문학의 가치에 ‘경제적 효용론’을 척도로 들이대지 않아야 한다는 뜻인가요.

“인문학이 경제성이 없다는 건 틀린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으로 ‘한류’를 예로 들 수 있죠. 전 솔직히 예전엔 한류를 그저 ‘상업적 대중문화’ 정도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한 대만 학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죠. 그가 말하길 ‘냉전으로 인해 아시아 국가들은 한 번도 서로를 제대로 바라본 적이 없다. 한류를 보며 한국인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게 됐다’더군요. 전 한류의 가장 큰 힘은 ‘서로에게 말 걸기’라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문화적인, ‘새 언어’와 ‘새로운 공감의 정서’가 만들어진 거죠. 한국은 일제강점기엔 일본 문화, 광복 후 냉전시대엔 미국 문화를 주로 소비했습니다. 이젠 한류가 그 역할을 대체하고 뻗어나갈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한류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죠.”

‘인문학적 접근’이란 어떤 의미입니까.

“많은 예를 들 수 있습니다. 전 세계의 영화가 한국 관중에게 검증받습니다. 마치 한국이 하나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된 듯이요. 또 예전에는 ‘대상화’되기 일쑤였다면 이젠 드라마 ‘오징어 게임’ 혹은 영화 ‘미나리’처럼 한국문화발(發)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죠. 이는 한국에 그만한 ‘문화 향유력’이 생겼음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인문학은 더는 학자의 영역에서만 향유되지 않아요. 대중이 먼저 인문학을 ‘방출’하고 있죠. 이는 ‘정동(情動·희로애락과 같이 일시적으로 급격히 일어나는 감정. 진행 중인 사고 과정이 멎게 되거나 신체 변화가 뒤따르는 강렬한 감정 상태)’이 되고, 사람 간 연대로 이어져 미얀마, 우크라이나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구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지구를 살리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더 가치 있는 일이 있겠습니까.”

인문학이 ‘지식권력’ 혹은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습니까.

“물론이죠. 다만 국가경쟁력을 위해 인문학을 육성할 때 ‘국적성(國籍性)’에 대해선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 인문학이 갈 길은 세계와의 공생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세상은 미국 중심의 단극 체제로 흐르다 근래엔 중국이 끼어든 양극 체제로 흘러가고 있어요. 이러한 상황에서 진정 한국이 국가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세계에 보편적으로 통할 수 있는 담론으로 ‘평화’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인문학이 해야 할 일이기도 하고요.”

인문학으로 新냉전시대 지혜 구해야

인문학 위기론은 1990년대 후반부터 제기돼 왔고, 여전히 유효하다. 사진은 2006년 9월 26일 전국 80여 개 대학교 인문대 학장들이 서울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 열린 ‘인문주간’ 개막식에서 ‘인문학의 위기’를 선언하고 있는 모습. [동아 DB]

인문학 위기론은 1990년대 후반부터 제기돼 왔고, 여전히 유효하다. 사진은 2006년 9월 26일 전국 80여 개 대학교 인문대 학장들이 서울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 열린 ‘인문주간’ 개막식에서 ‘인문학의 위기’를 선언하고 있는 모습. [동아 DB]

세계엔 크고 작은 갈등이 끊임없이 벌어진다. 미·중 패권 다툼, 중·일 영토 분쟁 등 해묵은 갈등은 말할 것도 없다.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일어난 ‘우크라이나 전쟁’에 세계는 신냉전체제로 흐르고 있다. 한국은 지리적 특성상 작게는 동아시아, 크게는 세계정세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백 회장은 인문학에 대해 말하며 단순히 ‘한국만의 것’을 말하지 않았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국제 정세와 이에 따른 한국 인문학의 미래로 옮겨갔다.

한국은 국제 정세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나라입니다. 동아시아 정세와 관련해 한국 인문학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그 즉시 ‘이제 한반도는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금의 국제 정세를 두고 ‘신냉전시대’라고 하죠. 냉전시대 인문학을 떠올리게 됩니다. 과거 냉전이 시작될 당시 미국, 유럽의 강대국은 철저히 자기중심적으로 세계의 질서를 구성하고 약소국을 재식민화했어요. 따라서 이제 한국의 인문학은 그때의 부조리를 통찰해 재구성돼야만 합니다. 그러지 않아 학문의 비대칭 구조를 타파하지 못하면 끊임없이 당하며, 우리만의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됩니다. 제국주의·냉전 과정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았는가, 세상이 어떻게 변화될 거라 믿었고 어떤 사회에 살고 싶었는가,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 이것이 인문학의 주제가 돼야 합니다. 한반도가 분단된 지 70년이 넘었습니다. 왜 우리만 계속 이렇게 살고 있는 겁니까. 지금까지의 곤경을 극복하고 이를 극복해 새 시대를 여는 것이 인문학의 소임 아닐까요.”

균형을 잘 잡는 게 중요하겠네요.

“동아시아는 세계의 하위 구조라 결국 세계정세로부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에 제재가 가해졌는데, 러시아는 당연히 중국과의 관계를 통해 이를 해결하려 하겠죠. 그것이 북한과의 결속으로 이어질 테고요. 그러면 당연히 한국은 미·일과 공조하겠죠. 결국 이는 한국의 문제로 직결됩니다. 미국의 아태 지역 전략의 핵심은 한국입니다. 한국을 린치핀(핵심축)으로 삼아 완충지대를 만들려 하죠. 이러한 상황에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눈치만 보는 건 옳지 않아요.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야 하죠. 강대국 사이 패권 경쟁으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것이 정말 한국이 바라는 걸까요. 남북 경협이든, 연합론이든, 일국양제든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사회적 논의를 이끌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남북문제에 대해 공론화하지 않고 그저 따르게만 했죠. 저는 작금의 상황에 가장 중요한 화두가 ‘평화’라고 생각해요. 인문학은 동북아 정세의 긴장을 완화하고 어떻게 평화 세계를 만들 것인지, 평등한 문명 세상을 만들어갈지 공론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맡아 수행하는 것이 인문학의 과제이기도 하고요.”

“아무렇게나 살아도 괜찮다”는 세상이어서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는 신냉전체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백 회장은 “평화를 위한 공론의 장을 만드는 데 인문학이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로켓을 발사하는 광경. 6월 25일 러시아 국방부가 발표한 내용이다. [AP 뉴시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는 신냉전체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백 회장은 “평화를 위한 공론의 장을 만드는 데 인문학이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로켓을 발사하는 광경. 6월 25일 러시아 국방부가 발표한 내용이다. [AP 뉴시스]

이 대목에서 백 회장은 ‘포스트 지구화’에 대해 말했다. 이는 백 회장이 소장을 맡고 있는 동아시아연구소가 2018년 인문한국플러스(HK+)사업을 통해 삼은 의제 ‘포스트지구화의 정동정치와 아시아 : 기억, 신체, 공간’과 깊은 연관이 있는 내용이다. 백 회장은 “포스트지구화 상황에선 지난 시간 동안 연구의 초점이었던 ‘문화’에서 ‘정동’으로 개념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화가 정동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말은 어떤 의미입니까.

“그간의 문화 연구는 담론, 언어에 지나치게 편중된 경향이 있었어요. 물론 의미 있는 일이지만 인간의 ‘몸’에 각인된 기억까지 다뤄낼 순 없어요. 예를 들자면 2000년대 초반 중국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난징 학살 사태에서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당시를 떠올리길 ‘날 성폭행한 일본군은 체구가 엄청나게 컸다’는 거예요. 하지만 실제로 잡은 가해자의 체구는 왜소했어요. 역사는 결국 누가, 어떤 방식으로 기억한 것을 현재로 가져오는 것이죠. 물론 이 사례는 ‘사회적 기억’은 아닙니다. 사실 그래서 문제죠. 현재 아시아엔 공인된 사회적 기억이 없어요. 미국 등 서구가 ‘기억시켜 준’ 기억이죠. 따라서 한국, 나아가 아시아의 인문학은 ‘정동의 연대’를 시도해야 하고, 이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문학의 위기론은 여전히 유효하고 신자유주의 폐해 극복, 정동 정치로의 변화 등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인문한국연구소협의회 산하 대학 연구소의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회장으로서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돌이켜 보면 각 연구소가 극복해 낸 어려움, 이뤄낸 성과가 참 많습니다. 지금 우리가 ‘인문학을 연구한다’는 것은 ‘포스트 코로나’와 ‘포스트 우크라이나’를 대비해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한 담론을 일컬음이겠죠. 이를 각자의 연구 의제 속에 어떻게 담아낼지 고민이 많을 거예요. 이를 잘 연결해 사회에 내보이는 것, 즉 ‘사회 인문학’을 실현하길 바랍니다. 또 성과에 너무 매몰되지 않길 원합니다. 평가는 받아야겠지만 인문학의 진정한 성과란 인간이 인간답게, 더 살고 싶은 사회를 만드는 데 대한 기여입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가장 두려운 게 있습니다. 아이들이 ‘나는 아무렇게나 자라도 돼’라고 말하는 거예요. ‘난 음주운전쯤 몇 번 해도 교육부 장관이 될 수 있고, 남을 좀 속여도 대통령 부인이 될 수 있는데, 왜 내게 도덕을 강요해’라고 하는 거죠. 성과, 결과에 집중할 게 아니라 사회문제를 사유할 줄 알고, 그러한 사고를 통해 자기 결정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을 기름이 인문학의 메시지입니다. 각 연구소가 서로 보완해 한국을 세계적인 인문학의 장으로 만들길 바라고, 이를 위해 한국 인문학이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고심하는 게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신동아 2022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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