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 사옥 내 라이브러리. ‘지식을 다루는 기업’답게 NHN은 지식의 보고인 책을 중시한다.
한국 대표 포털 사이트 네이버(www.naver.com)는 NHN의 인터넷 서비스다. NHN은 인터넷 벤처 기업 설립 붐이 일었던 1999년 서울 테헤란로에 직원 40명으로 시작해, 현재 직원이 3500명에 달하는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경부고속도로 판교나들목을 지날 때마다 한눈에 들어오는 NHN의 사옥 ‘그린 팩토리’ 건물 상부에는 NHN의 CI(Corporate Identity)가 붙어 찾아볼 수 있다. 2009년 기업 홈페이지 개편에 맞춰 리뉴얼한 CI는 영문 서체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조형성을 살려 한 획 한 획 그어놓은 듯한 느낌으로 디자인했다. NHN의 브랜드로 제공되는 모든 서비스의 창의적인 디자인과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CMD(Creative Marketing · Design)본부 조항수 센터장의 말을 들어보자.
“각 획은 커넥트, 즉 연결과 링크를 상징합니다.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사람과 사람을, 사람과 정보를, 그리고 정보와 정보를 연결하고 소통의 고도화를 추구하는 것에 NHN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NHN의 새 CI는 아주 오래전, 인간이 정보를 표현하던 방식인 상형문자에서 모티프를 얻었죠. 돌이나 흙에 글자를 새겨 기록하던 방식 말입니다. 끝과 끝은 통한다고, 아주 예스러운 언어가 곧 미래지향적인 언어가 될 수도 있으니 누구보다 앞서 미래를 내다볼 줄 알아야 하는 NHN을 상징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벤처 기업”
네이버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상단 탭에서 ‘나의 경쟁력, 네이버’라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사용자가 네이버의 서비스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개인의 퍼포먼스를 극대화하는 데 네이버가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정한 슬로건이란다.
“사실 마케팅적 관점에서 볼 때 ‘경쟁력’이라는 단어가 결코 부드럽게 다가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네이버가 사용자에게 실용적이며 핵심을 관통하는, 즉 본질적인 쓰임새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미사여구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적인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실용과 본질, 그리고 가치를 중시하는 네이버는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소통하는 ‘능동’, 빠른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변화’,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젊음’ 의 세 가지 키워드로 대변된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젊은 생각과 자세를 가지려 긴장하는 모습이다. 남다른 생각을 하려는 용기와 도전을 멈추지 않는 것. 능동적인 자세로 사용자에게 유용한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 이것이 네이버가 말하는 ‘젊음’이다.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는 불가하다
인터브랜드는 ‘2011 세계 100대 브랜드’ 중 브랜드 가치 상승률이 가장 높은 5개 브랜드를 선정했다. 그중 애플, 아마존, 구글, 삼성전자 4개가 IT브랜드다. 게다가 하락세가 가장 큰 5개 브랜드 노키아, 닌텐도, 소니, 야후, 델 역시 모두 IT브랜드였다. 이는 어떤 산업보다 소비자의 요구와 업계 동향을 빠르게 파악하고 명민하게 업계를 이끌어나가야 살아남는 IT업계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결과다. 조 센터장은 “서비스 전방위에 걸쳐 사용자와 시대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흐름을 찾고 발견하려고 노력한다. 웹에서의 성공이 모바일에서의 성공까지 보장해주지 않는다. 급변하는 IT업계에서는 네이버라고 해도 5년 뒤에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며 위기감을 표현했다.
사실 네이버가 론칭 시점부터 포털 사이트 업계 1위였던 것은 아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국민 메일 계정’으로 불렸던 한메일(hanmail) 서비스로 한국 포털 사이트를 주도하고 있었다. 네이버가 다음을 앞선 것은 2002년 ‘지식인(iN)’서비스를 출시하면서부터다. 다른 포털에서는 ‘맛집’ ‘홍대’ 등의 단어로 검색해서 얻던 결과를, 네이버에서는 ‘홍대에서 파스타 맛있는 곳’ 같이 한국어와 한국인 생활양식에 맞는 구절로 검색해 바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된 것. 지식인 서비스는 사용자가 궁금한 모든 것을 물어보도록 했고, 정말 그에 맞는 답을 내놓았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질문을 하지 않는 이유가 지식인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통용될 정도였으니.
조 센터장은 “디자인이나 마케팅을 잘한다고 해서 좋은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검색에 강하고 지식인 서비스를 통해 구글이 주지 못하는 가치를 줬으며 블로그, 카페와 같은 커뮤니티 플랫폼을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는 것.
또한 네이버는 사용자가 원하는 검색 결과를 좀 더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로 알려주기 위해 네이버캐스트 같은 콘텐츠 DB도 쌓아가고 있다. 사용자가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라는 피드백을 받지 않도록, 네이버는 사명감을 가지고 ‘한국어와 문화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아카이빙’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NHN은 이런 콘텐츠 DB가 훗날 네이버의 거대한 자산이 될 것이라 믿는다.
검색을 이미지로 형상화한 녹색 창
그린팩토리 전경.
‘검색하다’라는 사용자의 행동을 하나의 이미지로 형상화해 인터넷은 검색, 검색은 곧 네이버라는 브랜드 자산의 기반을 닦을 수 있었다. 그린 윈도는 NHN과 네이버의 상징이자, 견고한 비주얼 아이덴티티가 됐다.
2010년에는 모바일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플러스 모바일’ 아이콘을 추가했다. 또한 흰색 면을 유지하던 그린 윈도에 검은색, 파란색, 노란색 등 다양한 색상을 입혔다. 광고주와 함께 진행하는 크로스미디어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시대의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과 좀 더 모던한 디자인을 선보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조 센터장은 그린 윈도가 네이버의 시각적 일관성을 가져가는 것일 뿐 브랜드의 가치를 투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론칭 초기에는 그린 윈도와 네이버를 동일시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그린 윈도와 네이버, 그리고 NHN이 어떤 생각과 가치를 중요시하는지에 대해 말해야 할 시기라는 것.
NHN은 온라인 기부 플랫폼인 해피빈, 네이버의 정보를 다루는 언어인 한글의 가치를 알리고자 시작한 한글 캠페인, 환경을 주제로 네이버만의 방식으로 온·오프라인에서 펼치고 있는 캠페인과 문화예술을 통한 소통의 일환으로 최근 시작한 로고아트프로젝트와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2006년부터 지속적으로 참가하고 있는 것까지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NHN은 자신의 본질이 무엇이고, 어떻게 일하는 것이 ‘NHN답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를 고민해 브랜드의 일관성을 유지하고자 한다.
“브랜딩의 원칙이 있다면 ‘T자형 일관성’, 즉 종과 횡의 일관성을 가져가는 겁니다. NHN의 다양한 서비스와 브랜드, 프로모션에서 신뢰, 변화와 혁신, 앞서가는, 젊고 감각 있는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이 횡적인 일관성이라면 시간을 두고 그것을 지켜나가는 것이 종적 일관성이라 하겠습니다.”
지식을 생산하는 굴뚝 없는 녹색 공장. 바로 2010년 완공된 NHN의 첫 사옥, 그린 팩토리다. 그린 팩토리의 ‘그린’은 네이버의 상징이며 친환경 건물에 대한 NHN의 의욕과 열의를 나타낸다. NHN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크리에이티브한 서비스를 만든다는 소프트한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결국 조직으로 구성된 회사이기에 치열하게 일해야만 하고 전 세계 강자들과 싸워야 하기 때문에 ‘팩토리’라는 강인한 단어를 선택했다. 스스로를 여전히 벤처 기업이라 여기며 항상 변화와 혁신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식을 생산하는 공장, 그린팩토리
신사옥을 지을 때 중점 키워드는 건축적 아름다움보다는 실용성을 갖춘 아름다움과 변화와 소통이었다. 건물 외관을 감싸고 있는 커튼월, 각도 조절에 따라 건물의 이미지가 변하는 수직 루버 등을 활용해 변화와 소통을 나타내고자 했으며 내부는 층간 평균 높이를 일반 오피스보다 1m 더 높게 설계하고 노출천장을 적용해 공간감을 높였다. 또한 업무 효율과 직원들의 건강을 동시에 고려했다. 냉온 기류의 흐름을 고려한 바닥공조시스템, 건강을 위해 카펫 대신 도입한 원목 액세스 플로어, 눈의 피로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대규모 오피스 공간에 도입한 간접조명 시스템이 그것.
NHN은 그린 팩토리 입주와 동시에 전 직원에게 ‘사무용품 명품’으로 꼽히는 허먼 밀러의 에어론 의자와 아르떼미데의 스탠드 ‘똘로메오 타볼로 미니’를 제공해 화제가 됐다. 고가의 제품을 들여놓았다고 해서 ‘돈만 많이 들여 디자인했다’는 오해를 받았지만 오래 앉아서 모니터를 응시하는 시간이 긴 IT업계 특성상 허리가 편하고 눈의 피로도가 덜해야 업무 집중도가 높아진다는 실용주의 차원에서 지급한 것이었다. 게다가 오후 7시 경에는 최소한의 간접조명만 남기고 소등한 뒤 개인 조명을 사용하면 조명 전력량이 10% 절감되는 효과도 있었다.
네이버가 가장 중시하는 부분이 실용성이기 때문에, 그린 팩토리를 설계할 때 역시 실용성을 가장 기저에 두었다. ‘효율과 기능’이 그린 팩토리의 외관을 만들었다면, 내부는 ‘사용자의 경험에 의한 실용성과 건강’으로 완성됐다. 그린 팩토리는 한국 사옥 디자인의 선례로 자리 잡으며 NHN의 기업 이미지를 한층 더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이 건축은 “직원이 감동을 받아야 더 즐겁게 일하면서 남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그것이 그대로 서비스를 통해 나타날 것”이라는 NHN만의 실용주의에서 비롯됐다. NHN의 직원들이 사는 공간을 연구하는 부서인 SPX(Space Experience)팀은 각 공간에 대한 네이밍, 그린 팩토리부터 라이브러리1, 커넥트 홀, 운동하는 계단, 사색하는 계단 등부터 1층 미디어월에 어떤 내용을 노출할지 등 아이디어를 뽑아 진행했다. 보통 건물을 짓게 되면 건축법에 의해 예술작품을 설치해야 한다. 남다른 경험과 가치를 고민하는 NHN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하면서 스스로에게 도움이 될 방법을 찾았다. 그린 팩토리 1층에 위치한 ‘라이브러리1’은 비싸거나 구하기 어렵기로 유명한 디자인과 IT 관련 서적 2만여 권을 실컷 볼 수 있는 개방형 도서관이다. NHN은 정보를 다루는 기업이므로 정보의 보고, 책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표출하기 위해서다.
조 센터장이 NHN에 오자마자 진행했던 ‘지식인의 서재’ 프로젝트도 라이브러리1의 한 코너를 차지했다. 지식인의 서재는 베스트셀러는 아니라도 오래 사랑받는 콘텐츠의 가치를 알리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그러다 사용자와 출판 시장의 반응이 좋아 아예 네이버 제공 서비스로 정착됐다.
1층 로비에 들어서면 만나는 미디어월도 처음에는 LED로 꾸밀 계획이었다가 너무 무겁고, 다소 형식적인 장식으로 비칠 수 있으며 무엇보다 ‘NHN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계획을 수정했다. 날것 그대로의 시멘트벽에 빔 프로젝터를 활용하는 방식. 포장하지 않고 본질적인 모습을 드러내길 원하는 NHN을, 때에 따라 바뀌는 콘텐츠는 빠른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길 지향하는 NHN의 모습을 닮았다. 비싼 LED 유지 보수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NHN의 실용주의와 차별화된 경험을 모두 담을 수 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