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조경제’ 성장동력은 소프트웨어산업
- ‘통신’에만 편중된 소프트웨어 정책
- 소프트웨어 1원 투자하면 13.28원 가치 창출
- “정부부터 소프트웨어 지적재산권 인정하라”
지난 정부들의 ‘공염불’
‘스마트 뉴딜 정책’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여러 산업에 생기를 불어넣자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산업을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개방과 공유를 통해 ‘일 잘하는 창조정부’를 지향한다. 또 우리 청년들의 세계 진출을 지원하고 창업을 장려해 지식창조문화산업을 키우겠다고 한다.
소프트웨어산업을 창조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는 매우 바람직하다. 소프트웨어는 지식창조사회의 피(血)다. 소프트웨어는 지식 창출의 도구로 제조, 서비스 등 모든 산업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생산성을 높이며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나아가 소프트웨어는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 소통하는 신뢰 사회, 풍요롭고 따뜻한 복지 사회를 이루는 도구로도 작용한다. 경제적 가치 그 이상을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완성한 우리는 소프트웨어를 적극 활용해 산업구조를 재편하고 지식창조사회로 조속히 진입해야 한다.
IT 강국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소프트웨어산업은 영세하고 경쟁력이 뒤떨어진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지난 30년간 소프트웨어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를 물질재(物質財)나 통신서비스와 동일하게 취급한 정책에 있다.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은 1970년대부터 시작됐다. 당시 이 임무는 과학기술처가 맡았다. 그때는 컴퓨터가 워낙 고가여서 국책연구소에 중대형 크기의 컴퓨터 한 대를 설치하고 주로 과학계산 목적으로 사용했다. 민간에선 주로 데이터 처리 목적으로 국책연구소 컴퓨터를 빌려 쓰거나 그곳 연구원들과 공동 작업했다. 컴퓨터 활용기술은 점점 발전해 1988년 서울올림픽 전산화 사업을 우리 힘으로 완수할 정도로 성장했다. 정보시스템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민간기업들도 설립되기 시작했다.
김영삼 정부는 정보통신부를 신설해 소프트웨어산업 육성 업무를 맡겼다. 국가기간전산망 사업 차원에서 전국적인 통신망 구축과 행정전산화, 금융실명제 등 국가적으로 의미 있는 굵직한 전산화 작업이 이때 추진됐다. 그러나 ‘정보’보다는 ‘통신’ 중심이었고, 단지 하나의 과(課) 조직에서 소프트웨어산업 업무를 맡았다. 그래서 정보통신부 업무는 정보와 통신이 아니라 ‘정보의 통신뿐’이라는 비아냥거림이 있었다.
역대 대통령 중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에 가장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던 이는 김대중 대통령이었다. 그는 취임식에서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를 만들고, 대학입시에 컴퓨터 과목을 반영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초·중·고 교육에서 컴퓨터 과목이 상당히 축소됐다. 소프트웨어산업 생태계 육성에 필수적인 고속인터넷 보급과 IT벤처 육성 등을 집중 지원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김대중 대통령 임기 중에 소프트웨어산업에 치명적인 여러 조치가 취해졌다.
유일한 소프트웨어 국책연구소였던 시스템공학연구소가 전자통신연구소에 통폐합됐고, 각 대학의 컴퓨터과학과는 전자공학과로의 통합을 강요받았다. 군에서는 전산병과가 통신병과에 통합됐다. 인터넷이 충분히 보급된 당시 그 위에서 꽃을 피울 소프트웨어산업을 강조했어야 하는데, 통신 관료들의 헤게모니 집착 때문에 소프트웨어가 홀대받은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소프트웨어 면에서 큰 진전을 보지 못했음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피력한 바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해봤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IT 강국에서 소프트웨어 강국으로’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그런데도 정보통신부에서 추진한 대규모 국책과제인 839전략은 소프트웨어는 제외되고 하드웨어 중심으로 운영됐다. 임기 종료 6개월 전에야 정보통신부에 국장급 단장이 이끄는 소프트웨어진흥단을 설립했으나 임기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엔 한계가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정보통신부를 폐지하면서 관련 업무를 4개 부처로 분산했다. 당시 논리는 IT를 국정 전반으로 확산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보통신산업, 방송·통신·인터넷, 디지털 콘텐츠, 국가정보화 업무가 분산되면서 부처 간 갈등이 심화되고, 때마침 불어닥친 모바일 스마트 혁명에 대처하는 데 실기(失機)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소프트웨어 업무를 이관받은 부처의 이름은 ‘지식경제부’였지만, 이 부처의 업무는 전통적인 굴뚝산업과 하드웨어, 에너지에 집중됐다. 이 부처 공무원들에게 소프트웨어 업무는 그저 생소한 것이었다. 부처 성격상 자연스럽게 제조업에서 활용하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활용만 부각됐고, 규모가 커져가는 인터넷 및 디지털 콘텐츠 분야와의 연계 부족으로 소프트웨어 정책은 추진력을 잃었다.
IT가 일자리 줄인다고?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민과의 대화’에서 “IT가 일자리를 줄인다”는 둥 엉뚱한 발언을 쏟아냈다. 애플의 아이폰 도입 충격을 겪은 후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WBS) 등 소프트웨어 연구개발(R·D)사업을 시행하는 등 노력했지만 임기 내내 IT를 홀대한다는 평가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IT 업무의 다부처 분산은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돼 미래부 설립의 원인을 제공했다.
이처럼 역대 정권은 모두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는 총론에 동의하며 소프트웨어산업 육성 의지를 보였지만 성과는 없었다. 창조경제를 모토로 미래부를 신설한 박근혜 정부는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의 ‘디테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새 정부의 성공 여부가 걸린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박 대통령이 왜 창조경제를 추구하면서 그 성장동력으로 소프트웨어산업을 꼽았는지 짚어보자. 이는 소프트웨어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효율성을 제고하는 혁신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를 장착하면 제품이 똑똑해진다.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 노동생산성이 높아진다. 또 인터넷은 소통방식을 혁신한다. 이런 소프트웨어를 통해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고, 상품과 서비스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자연히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소프트웨어산업은 그 자체로 커다란 시장이다.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2011년 기준 1조1000달러로 반도체 시장의 3.5배, 휴대전화 시장의 4.5배에 달한다. 그러나 더욱 큰 가치는, 다양한 산업에 응용돼 고부가가치를 이루는 도구산업이란 데 있다. 미국 시애틀의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엔 ‘우리에게 1달러를 투자하면 8달러를 돌려드립니다’라고 쓰여 있다. 1달러의 소프트웨어 투자가 8달러의 경제활성화 효과를 낸다는 뜻이다. 소프트웨어 제품에 1원을 투자할 때 한국 경제가 13.28원을 창출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소프트웨어산업은 고용창출 효과도 크다. 2007년 기준 소프트웨어의 부가가치율은 28.7%로 자동차(20.6%), 컴퓨터 하드웨어(11.5%)보다 월등히 높다. 고용유발계수(매출 10억 원당 고용창출효과)를 보면 2011년 기준 소프트웨어가 14.6으로 제조업의 1.6배다.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산업의 간접고용 효과는 직접고용 효과의 1.14배에 달한다고 보고됐다.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혁신으로 시장을 석권한 사례를 보자.
2007년 휴대전화 사업에 진출한 애플은 4년 후인 2011년 이 시장에서 발생한 총이익의 75%를 가져간다. 지난 10여 년 간 줄곧 수위를 지키던 핀란드의 노키아는 적자를 봤다. 어떻게 컴퓨터회사 애플이 통신기기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을까. 애플이 휴대전화를 통신기기라기보다는 컴퓨터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이동하며 사용하는 컴퓨터다. 전 세계 고객들이 아이폰을 선택한 것은 ‘기기’보다 ‘소프트웨어’가 좋아서다.
‘3D 프린터’ 시대
소프트웨어 기술을 갖춘 회사가 전혀 새로운 시장에 진입해 기존 질서를 파괴하고 시장을 장악하는 현상에 대해 미국 언론은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우고 있다(Software is eating the World)’라는 표현을 썼다. 이런 현상은 휴대전화 시장에서뿐 아니라 모든 산업과 시장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검색엔진 구글은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 즉 무인자동차를 상용화 수준으로 개발 중이다. 비행기 제조에도 이미 오래전부터 컴퓨터와 소프트웨어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 비중은 계속 높아져서이제 항공기 기능의 대부분이 소프트웨어에 의해 구현된다. 최신 기종인 F35 전투기에는 2400만 줄의 소스코드가 사용됐다고 한다.
영화 ‘아바타’는 3만5000대의 컴퓨터를 동원해 외계 세상을 정교하게 표현해냈다. 이제 가전회사의 경쟁력은 소프트웨어가 결정한다. 냉장고가 스스로 남은 식재료를 파악해 요리법을 알려주는 때가 올 것이다. 사람들은 독감에 걸리면 ‘발열’ ‘콧물’ 등 특정 단어로 인터넷 검색을 한다. 이런 특정 검색어의 빈도를 분석하면 독감 창궐 여부를 법정 진료기관보다 2~3주 빨리 예측해 대비할 수 있다.
최근에는 3D 프린터가 등장했다. 컴퓨터상에서 소프트웨어로 제작한 3차원 모델을 물질로 찍어내는 기계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D 프린터는 거의 모든 제조방법을 바꿀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듯이 이는 제조업 혁명을 가져올 것이다. 공장에서 제조한 물건을 소비자에게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가 일어나는 곳에서 물건을 찍어낼 수 있기 때문에 물류, 저장, 통관 등의 절차가 필요 없게 된다. 이미 공구, 신발 등은 소비자가 직접 디자인해 찍어내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는 3D 프린터로 총을 제작해 발사까지 가능하다는 게 알려져 논란을 일으켰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산업은 한마디로 열악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9개국 중 14위에 그친다. 시장규모도 20조 원 수준으로 작아서 전(全)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 불과하고 성장률은 1% 안팎이다. 그나마도 글로벌 기업이 소프트웨어 패키지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산업에서 1인당 부가가치는 6100만 원으로 전체 산업 평균 6800만 원보다 낮다(2006년 기준).
박근혜 대통령은 3월 12일 취임 이후 첫 현장 방문지로 소프트웨어 기업인 알티캐스트를 찾았다.
우리나라에는 소프트웨어 전문 국책연구소도 없고, 소프트웨어 정책을 체계적으로 수립하는 두뇌집단도 없다. 산업통계도 부족하고, 정확한 산업 현황을 파악할 능력도 없다. 소프트웨어 영역이 급격하게 확장되고 모든 영역에서 활용되기 때문에 범(汎)부처적 노력이 필요한데도 민간 경제연구소에서 간헐적으로 발간되는 보고서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우리나라의 산업과 사회 전반의 소프트웨어 활용 수준도 미흡하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의 소프트웨어 활용점수는 13점이라고 한다. 미국의 41점, 일본의 33점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이다. 효율성 제고의 도구인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지 않으니 당연한 귀결로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활용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기만 해도 연간 16조 원의 국내총생산(GDP) 증가효과가 있다.
정부가 무상으로 배포하니…
우리나라는 자동차나 통신에서 보듯 보호주의 정책으로 내수산업을 키워왔다. 외국 기업의 진입을 봉쇄하고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키우게 배려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산업만은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외국 선진기업들과 경쟁해야 했다. 1등만 살아남는 승자독식의 산업 생태계에서 우리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는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던 게 아닌가 싶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R·D 투자도 미미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08년 한 해에 사용한 R·D 비용이 총매출의 15%인 6조6000억 원인 데 비해 우리 정부의 소프트웨어 R·D 비용은 3700억 원에 그쳤다. 우리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도 1.5%에 불과하다.
무형재산과 지식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은 자생을 위해 몸부림치던 소프트웨어 기업들에 치명상을 입혔다. 민간 영역에선 소프트웨어 불법복제가 만연했고, 정부 부처와 학교 등 공공영역에서조차 정품 구매 예산을 확보하지 않아 불법복제를 조장했다. 법원에서도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를 처벌하지 않았다.
소프트웨어 용역 발주에서는 갑·을 간 힘의 불균형으로 개발자들을 울렸다. 외국에선 발주자인 ‘갑’이 발주 개발한 소프트웨어의 ‘사용권’만을 소유하는 것이 통상적이나, 우리나라에선 배포권, 2차 저작물 작성권까지 모든 권리를 소유했다. 따라서 개발회사가 소프트웨어를 재사용할 기회가 봉쇄되어 소프트웨어의 사회적 가치를 저해했다. 정부 부처들은 국가예산으로 소프트웨어를 제작해 관련 기관에 무상으로 배포하기도 했다. 이런 행위로 인해 중소 소프트웨어 전문기업들은 시장을 잃었다.
요구사항을 명확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주한 후 요구사항 변경에 따른 개발비 추가 지급을 거부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이는 공공 발주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슈퍼 갑(甲)’인 정부를 개발회사와 그 하도급회사가 당해낼 수 있을까. 또 품질보다는 가격 중심의 입찰, 초저가 입찰, 유지보수 비용의 불인정, 단년도 예산주의 등은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의 수익성을 한계로 몰아넣었다.
소프트웨어의 권리를 보호하는 저작권법도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저작물 중에서 유독 소프트웨어 저작물에 대해서만 ‘2차적 저작권의 양도’를 거래 원칙으로 한다. 또 교육 목적이면 교사가 학생들에게 소프트웨어를 복제·배포할 수 있도록 허용해 교육용 소프트웨어 시장을 말살했다.
소프트웨어 인재난도 우리 소프트웨어산업의 고질적 문제다. 근무 처우가 나쁘니 우수 학생들이 소프트웨어 전공을 기피하고, 대학교육이 부실화하고, 대학에서 배출되는 인재가 산업에서 요구하는 수준을 맞추지 못한다. 이에 따라 산업경쟁력이 약화되어 근무 처우가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최근 고급인재 수요가 증가했음에도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는 여전히 견고하다.
스마트인프라, 스마트밸리…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정책을 어찌 한두 사람이 만들 수 있겠냐마는 발제하는 의미에서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대규모 스마트 공공서비스 및 인프라 구축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최상의 소프트웨어산업 육성 정책은 시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우선 스마트 공공서비스 사업은 대국민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정부의 생산성을 높이는 공공정보화 사업으로 구성한다. 일 잘하는 정부3.0을 가능하게 할 스마트워크시스템, 맞춤형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교육사업, 찾아가는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구현하는 스마트복지시스템, 위험을 예방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스마트안전체제 등이 그것이다. 이런 공공사업을 시행하면 좋은 일자리 창출과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것이다. 이 과정 중에 개발한 상품과 공공서비스는 수출상품으로도 만들 수 있다. 지하철요금 자동징수시스템과 전자정부시스템을 수출한 선례가 있다.
스마트인프라 구축사업은 정부와 기업, 국민 등 불특정다수가 사용할 지식창조사회의 지식 인프라로서 지식·문화콘텐츠자원뱅크, 국가지리정보서비스 등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산업화 시절 도로, 교량, 항만 등이 산업 발전을 위한 인프라였던 것처럼, 지식창조사회에서는 창조산업을 위한 지식창조의 인프라가 필요하다. 시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 자원에 자유롭게 접근하며 이를 융합해 새로운 것을 창조함으로써 신산업 창출과 성장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소프트웨어 전문기업들이 집중 입주할 소프트웨어산업단지, 가칭 스마트밸리를 조성해야 한다. 지난날 제조업을 위해 공단을 만들고 기업들을 집적시켜 지원했던 것과 같이 교통이 원활한 곳에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될 스마트밸리를 조성해 지식·문화산업 관련 기업들을 집적시켜 지원하자는 것이다. 업무공간과 국제회의장 등 지원시설을 배치하고 대기업, 외국기업, 발주기관, R·D연구소, 호텔 등을 유치한다. 또 교육, 문화, 주거, 복지, 편의시설 등을 유기적으로 배치해 젊은이들이 일하고 공부하고 즐기는 지식산업단지의 전형으로 육성한다. 그러면 스마트밸리를 중심으로 창업과 인수합병(M·A)이 활발히 일어나고 수평과 수직적 기업연계 및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셋째, 지식산업의 생태계 육성을 위해 법·제도·관행 등을 소프트웨어 친화적으로 바꿔야 한다.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인정하고 지적재산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사회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또한 대·중소기업 간 공정경쟁이 가능하도록 부적절한 법, 제도,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 소프트웨어는 불공정거래에 가장 취약한 산업이다. 정부가 먼저 소프트웨어 계약에서 모범을 보임으로써 민간기업을 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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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양성 통합·조정해야
넷째, 창의적인 소프트웨어 인력이 지속적으로 양성되도록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사업을 통합 조정해야 한다. 우선 초·중·고교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제대로 시행하자. 정규 교육과정에서 소프트웨어 원리, 알고리즘 등 컴퓨터를 이용한 문제해결 중심교육을 실시한다. 이를 위한 교육용 컴퓨터 시설은 국가가 담당해야 한다. 발전 속도가 빠른 소프트웨어 기술을 따라갈 수 있도록 개발자 재교육 지원 정책도 실시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에 재직하는 기술자의 재교육은 정부가 책임진다’고 선언하고 소프트웨어전문대학 및 대학원을 산업현장에 설립할 것을 제안한다.
다섯째, 소프트웨어 친화적으로 R·D 체제를 개편하고 창업지원제도를 보완하는 것도 일자리 창출과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육성에 중요하다. ‘미래선도소프트웨어연구원’(가칭)을 설립해 특정 핵심 소프트웨어 기술 연구를 한시적으로 수행하게 하고, 연구 종료 후에는 글로벌 진출을 위한 창업, 혹은 산업계로의 전직을 유도한다. 소프트웨어는 기술 전수가 어렵기 때문에 연구에 참여한 인재가 기업으로 옮겨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섯째, 소프트웨어 중심의 창업 지원 정책을 펴야 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새로 창업하는 회사 대다수는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이거나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기업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이 모두 소프트웨어로 성장한 기업 사례다. 우리나라에도 NHN, 넥슨 등 성공한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조 단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NHN의 시가총액은 12조 원으로 SKT 10조 원, KT 8조 원보다 크다.
소프트웨어 분야는 그 어느 분야보다 창업하기가 쉽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큰 자본 없이도 창업할 수 있다. 특히 요즘은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이 확산되고, 공개 소프트웨어가 풍부해져서 누구나 어디에서든 저렴한 비용으로 기업가가 될 수 있다. 인터넷 인프라가 좋은 우리나라는 더욱 그렇다.
소프트웨어 회사는 그 어느 분야보다 빨리 성장한다. 인터넷은 시작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고, 앱스토어 등을 통해 마케팅 투자 없이도 전 세계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다. 페이스북에 매각된 인스타그램(Instagram)은 10주 만에 100만 명, 1년 만에 1억 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우리나라의 카카오톡도 유사한 성장궤도를 따라가고 있다. 요즘엔 3개월이면 하나의 서비스나 제품을 만들고 이를 시장에서 즉시 검증할 수 있다. 따라서 크게 성공하기까지 가벼운 실패를 계속해도 된다. 가벼운 창업. 이것은 소프트웨어가 패기 넘치는 젊은이에게 주는 축복이다. 창조경제 시대에 바람직한 창업 정책은 젊은이들에게 소프트웨어 개발능력을 심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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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정책을 종합 조정할 수 있는 싱크탱크를 양성하고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중용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정책의 수립과 운영은 어렵다. 특히 디테일은 매우 어렵다.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를 설립하면 소프트웨어-인터넷-콘텐츠-정보화 관련 국가의 미래전략을 지속적으로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