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랑이굴에서 아웃복서→인파이터 거듭나
- 黨 지도부, 오른팔 잘라낼 각오로 혁신해야
- 문재인 당명 개정 발언은 깊이 생각 않고 한 말
- 개헌 골든타임? 선거제도부터 바꿔야
- 금태섭 여론조사 뒤져…수원 공천 안 받아 상심
안 의원은 1월 13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당명 개정, 계파 갈등, 선거구제 개편, 개헌 등 정치 현안에 대해 조목조목 의견을 밝혔다. 민주당과 합당 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아웃복서에서 인파이터로 거듭났다. “싸울 때는 싸우겠다”며 결기도 보였다. 정치적 승부처마다 머뭇거려 ‘비운의 아웃복서’를 자처하던 그가 ‘잽’에 이은 ‘강펀치’를 예고했다.
“많이 돌아다니며 많이 만났다”
▼ 5개월 동안 어떻게 지냈나.
“2012년 9월 정치를 시작한 뒤 2년여간 대선캠프 등 다양한 정치 그룹의 대표로 일했다. 그룹 전체를 위해 필요한 일정을 소화하고, 정치 현안에 대한 목소리는 그룹 전체 입장을 대변했다. 지난해 8월 대표직을 내려놓고 처음 뒤를 돌아볼 시간을 가졌다.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서 내가 관심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
▼ 정치 현안에는 침묵했는데.
“나는 (7·30 재보선 패배) 책임을 지기 위해 대표직을 그만뒀다. 아직 정치를 한 지 얼마 안 돼서 유권자의 시각을 갖고 있다. 유권자로서 가장 큰 불만은 정치인은 책임지지 않는다는 거다. 권한은 많은데, 정작 일이 생기면 발뺌하고 책임지지 않는다. 크게 실망했다. 그래서 7·30 재보선 패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표직에서 스스로 물러났고,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진 상황에서 현안에 대해 얘기하면 비대위 지도부에 부담이 될 수 있어 자제한 거다. 이젠 새 지도부도 나올 거니까 현안에 대해 얘기하려고 한다. 그동안은 경제와 복지 분야를 많이 들여다봤다. 많이 (돌아) 다니며 집중적으로 사람을 만났다.”
▼ 오늘 장하성 교수와 연 ‘한국경제 해법’ 좌담회도 그런 노력의 결과물인가.
“같은 맥락이다.”
장 교수는 지난해 7월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소장직을 떠났다. 당시 민주당과의 합당, 연구소의 운영 등을 놓고 안 전 대표와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 장 교수와의 관계는 소원하지 않았나.
“장 교수와 함께한 지는 10년도 더 됐다. 대한민국의 미래 경제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 하는 사이다. 최근까지도 그랬다. 다만 장 교수는 ‘현실정치를 직접 할 뜻은 없다’는 생각이다. 딱 그 상황이다.”
장 교수도 이날 좌담회에서 이를 의식한 듯 “현실정치를 할 생각이 없다고 분명히 얘기했다. 재결합이 아니다”며 에드먼드 힐러리와 텐징의 일화를 통해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에베레스트 산을 처음 정복한 사람은 에드먼드 힐러리지만 셰르파인 텐징 노르게이의 사진만 있다. 텐징의 도움이 없었다면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고 생각해 사진을 남겼다고 한다.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힐러리 경이 나온다면 기꺼이 셰르파 텐징이 되겠다.”
▼ 재보선 패배에 대한 과오도 따져봤나.
“공천도 중요하지만 ‘과정 관리’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했다고 본다. 당시 여러 과정이 있었지 않나. 경선을 하느냐, 전략공천을 하느냐의 선택이었다. 정답은 없었다. 경선을 하면 현역 의원이나 지역위원장이 유리해 신인 등용이 어렵다. 장단점이 있다. 그러나 어떤 방법을 쓰든 (반대편과의) 소통과 과정 관리가 필요했다. (공천을 위한) 정지작업이라고 할까, 그런 것들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느꼈다.”
1월 13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안철수 의원(오른쪽)이 장하성 교수와 악수하고 있다.
“공천 관리 전략 부족”
안 의원을 5개월간 침묵하게 한 7·30재보선 패배는 공천 과정에서 이미 결정됐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재보선은 서울 동작을 등 전국 15곳에서 치러져 ‘미니 총선’으로 불릴 만큼 국민적 관심사였다. 세월호 참사로 여당에 대한 국민 정서도 비판적이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격한 파열음을 내며 자중지란에 빠졌다.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서울 동작을에 전략공천하자 이곳 허동준 지역위원장이 기 전 후보의 기자회견장에 난입하는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안철수의 입’으로 불리던 금태섭 전 대변인의 출마는 486 의원의 집단 반발 등으로 무산됐다. 경선을 약속한 광주 광산을에는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전략공천해 수도권 선거에 악영향을 끼쳤다.
당시 공동대표이던 안 의원은 “공천 원칙은 최적, 최강 후보를 공천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결과는 11대 4 참패. 수원 팔달에 출마한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정계를 은퇴해야 했다. 안 의원은 당시 공천 관련 비판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의미를 축소했지만, ‘신동아’ 인터뷰에서는 소통하며 갈등을 푸는 ‘관리 전략’이 부족했다고 처음 인정했다.
▼ 2·8 전당대회(전대)에 나선 당권 주자들은 당명에서 ‘새정치’를 떼자고 했다.
“‘내용 없이 이름만 또 바꾼다면 국민 신뢰를 받지 못한다’고 밝혔더니 다들 금방 철회하더라(웃음).”
▼ 문재인 의원과 당명 개정과 관련해 오간 말은 없었나.
“듣지 못했다. 처음부터 (당명 개정은) 상의하지 않았고, 나와 협의한다는 말도 공개적으로 밖에서 한 거다. 전당대회 앞두고 당원 표가 필요해서 그러지 않았나 싶다. 쉽게 (당명 개정 발언을) 철회하는 걸 보니 깊이 생각하지 않고 한 말 같다.”
▼ 안 의원은 ‘호남의 사위’로 불리며 호남에서 큰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왜 광주에서 당명 개정 얘기가 나왔다고 생각하나. 호남에서 ‘새정치’의 매력이 떨어진 건가.
“민주당의 오래된 친숙함, 그런 것에 의존하는 게 아닌가 싶다. (당권 주자들이) 국민보다는 당원들에게 어필하려고 하다보니….”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박지원 의원은 1월 1일 광주 무등산 등반을 하며 “대표가 되면 당명을 민주당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문재인 의원은 ‘새정치민주당’으로의 당명 변경을 공약으로 제시할 생각이라고 했지만, 안 의원이 쓴소리를 하자 “안 전 공동대표가 반대하면 당명 개정은 금방 이뤄질 수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인영 의원 역시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 서운하진 않았나.
“서운한 것도 없고, 합당을 후회하지도 않는다. 문제는 ‘혁신 경쟁의 장’이 돼야 할 전당대회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팔로어십’ 없는 黨
▼ 당에서 가장 필요한 혁신은 뭐라고 생각하나. 계파 문제인가.
“계파 문제를 포함한 ‘팔로어십(followership·추종자 정신)’이다. 당 대표에게 권한을 주고는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권한은 인정하지 않고 책임만 묻는 문화가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 3명의 당권주자가 단순히 ‘혁신하겠다’는 선언만 하지 말고 구체적인 공약을 내세워 공약 경쟁을 해야 한다.”
▼ 지난해 4월 공동대표 시절 기초연금법 처리와 관련한 당론을 모을 때를 염두에 둔 말 같다.
“잘 알고 있네(웃음). 기초연금은 우리 당 일부 의원들의 반발에도 결국 관철시켰다. 지금 노인분들이 그 혜택을 받고 있다. 그때 통과 안 됐으면 우리 당은 지금도 그 문제를 놓고 싸우고 있을 거다.”
▼ 국민 목소리가 커져야 혁신 경쟁도 가능한 거 아닌가. 그런데 새정치연합 전대 룰 비율은 국민 참여 비율이 가장 낮다. 각 계파 인사들이 모여 ‘대의원 : 권리당원 : 국민·일반당원’ 비율을 4.5 : 3 : 2.5로 정했다.
“문제를 지적하니까 말씀드리면, 새누리당 경선 룰은 크게 당원과 일반 국민 비율이 5 : 5로 10여 년간 그대로 유지됐다. 예측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 당은 이번에 또 바꿨다. 한번 정하면 끝까지 가야지 각 계파에 유리하게 룰을 비트는 건 맞지 않다.”
▼ 문재인 의원의 대선 패배 책임을 강조한 ‘안철수는 왜?’라는 책이 나왔다. 안 의원 측근 4명이 만든 대담집인데.
“오늘까지도 책을 보내주지 않았다. 아직 못 봤다(웃음).”
▼ 전대를 앞둔 미묘한 시기에 책이 출간돼 ‘문 의원 견제용’이란 분석도 나온다.
“글쎄. 처음부터 문 의원과는 대선 후보 경쟁 관계였고, 내가 (대선 후보를) 양보했다. 문 의원과는 경쟁과 협력 관계가 지속되는 거다.”
▼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인데 협력만 할 수 있겠나.
“지금은 오히려 그쪽(문 의원)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니까…(나를 견제할 때가 아니다).”
▼ 재보선에서 승리했다면 대선 지형이 안 의원에게 유리했을 건데.
“7·30 재보선에서 패배하지 않았다면 정당 개혁부터 했을 거다. 정말 정당 개혁을 해보고 싶었는데, 당 대표하면서 선거만 두 번 치르고 그냥 나왔다(웃음). 그래도 당 대표 때 시작한 당무 혁신은 계속되고 있다.”
“절박하고, 심각하다”
▼ 합당 당시 ‘호랑이굴(민주당)에 들어가보니 호랑이가 없었다’며 자신감을 보였는데, 호랑이굴에서 생활하다가 결국 자숙 기간을 가져야 했다.
“그런 경험들이 헛되지 않으려면 교훈을 얻어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아웃복서와 인파이터는 다르다. 나는 아웃복서였지만, 호랑이굴에 들어가서 인파이터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 아웃복서가 인파이터 기술을 배웠다.”
▼ 선제공격도 하겠다는 건가. 계파로 무장한 덩치 큰 선수나 노련한 지역 토호 선수들과 도 정면승부를?
“그런가(웃음)…. 이젠 상대가 누가 됐건 국민을 위해 싸울 때가 되면 싸울 거다.”
안 의원은 민주당과 합당 후 겪은 기간을 ‘아웃복서가 인파이터 기술을 익힌 기간’이라고 했다. 권투에서 아웃복서는 상대편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유효 타격을 노리는 수비형 복서라면, 인파이터는 상대편에 바짝 달라붙어 공격하는 공격형 복서다. 과거 ‘돌주먹’ 문성길처럼 얻어맞으면서도 저돌적으로 밀고 들어가는 복서. 인파이터는 맷집이 기본이다. ‘유리턱’은 인파이터가 될 수 없다. 무작정 들어가다간 카운터펀치 한방에 KO패 당하기 십상이다. 인파이터 비기(秘技)를 얼마나 체화했는지는 곧 드러날 안 의원의 맷집이 바로미터다.
▼ 당무 혁신은 안 의원이 대표 시절부터 지금까지 측근인 이태규 당무혁신실장이 맡아 하고 있지만 지도부가 바뀌면 힘이 실릴까.
“국민이 보고 있고, 변화 개혁하지 않으면 민심이 등을 돌릴 거다. 그들(차기 당 지도부)도 무심할 수 없을 거다.”
▼ 만약 혁신의 칼끝이 차기 지도부를 향하면?
“(지도부) 자신의 오른팔이라도 잘라내야지. 상황은 절박하고, 심각하다.”
▼ 잠재적 경쟁자가 앞서가니 불안하거나 서운하지 않나.
“그렇지는 않다. 내가 여러 직업을 가져봤는데, 내가 무엇이 되는가보다는 무슨 일을 하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직(職)’보다는 ‘업(業)’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 자체에 의미를 두고 싶다.”
▼ ‘안철수는 왜?’ 저자들에 따르면 안 의원은 “문 의원이 대통령이 되든 안 되든 나 자신의 정치를 계속하겠다. 민주당과 같이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는데.
“지난 일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게 책임지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내가 평소 세세하게 설명하지 않는 이유다. 그 책은 저자 네 분이 각자 의견을 쓴 책으로 안다. (과거 나의) 주변 사람들이 굉장히 답답했는가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난 일은 다 내 책임이다.”
▼ 부산 사람들은 잘잘못에 대한 책임 소재를 세세히 따지기보다는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가 있다. ‘부산 스타일’로 봐야 하나.
“잘 아시네. 그 책은 그런 부산 사람을 보고 답답하게 생각한 사람들이 모여서 썼는가보다(웃음).”
지난해 7월 8일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오른쪽)이 7·30 재보선 서울 동작을 출마를 선언하는 도중 허동준 전 동작을 지역위원장이 난입해 “패륜 정당이 됐다”고 고함을 지르며 기 전 부시장을 막아섰다.
“금태섭 밀어붙일 명분 부족”
▼ 윤석규 전 새정치추진위원회 전략기획팀장 등 안 의원과 독자 신당을 추진했던 인사들은 독자 신당 창당을 모색한다. 함께할 건가.
“그건 각자의 판단이다. 지금까지 나의 모든 정치 과정은 다른 정치인과 반대 순서를 밟아왔다. 대선 출마 이후에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했다. 2012년 대선캠프에 300여 명이 모였는데, 그 많은 사람을 내가 유지할 수 있겠나. 지역구 국회의원이 필요로 하는 사람 정도만 함께하다보니 예전에 일했던 사람들에게는 어떤 ‘역할’을 줄 수가 없다.”
▼ ‘한 자리’ 못 준다는 뜻인가.
“역할을 못 주니까 내가 죄송하다. 모두들 각자 생각과 역할을 찾는 단계라고 본다.”
▼ ‘안철수의 입’으로 불린 금태섭 변호사도 역할을 못 줘서 멀어졌나.
“나는 역할을 주려고 했다. 경기 수원에 공천을 주려고 했는데 금 변호사가 공천 받지 않겠다고 해서 다들 상심이 컸다.”
▼ 서울에서 ‘안철수 최측근’이 떨어질 경우 갖게 될 정치적 부담이 컸던 건 아닌가.
“그건 아니다. 6·4지방선거 직후 7·30재보선 준비하려고 우리 당 몇몇 후보와 새누리당 후보를 놓고 여론조사를 했더니,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여당 후보와 20~ 40% 격차가 났다. 그래서 현재 후보로는 안 된다고 판단했고, 인력 풀 범위를 넓혀서 찾아보다가 박원순 시장의 후광을 빌려 서울은 ‘박원순 시장 선거’로 하는 게 승산이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전략공천했다.”
▼ 여론조사 격차 탓이다?
“사실은 (금 변호사의 서울 동작을 공천을) 그대로 밀어붙일 명분도 부족했다. 그게 고민이었다. 그런데 공천을 해보니까 이기는 공천은 없더라. 여론조사와 선거구도만 보고 공천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믿고 과감히 하는 게 이길 수 있는 길이었다. 느낀 바가 컸다.”
▼ 정동영 상임고문이 “진보적 가치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했다”며 탈당했는데.
“중도 진보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당이 국민 마음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거다. 정치가 정치로서 기능을 못하는 데 실망하는 거지.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정치인들이 자신들을 위한 정치를 하기 때문이다. 선거제도부터 바꾸는 게 맞다.”
▼ 선거제도부터?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획정제도 헌법불합치 결정도 있었으니 이번이 기회다. 선거구 획정은 국회 정개특위에서 하는 게 아니라 제3의 단체에 맡겨야 한다. 이해 관계자가 개입하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시작점은 소선거구제다. 제도를 바꾸면, 문화도 바꿔갈 수 있다.”
▼ 정당명부제나 중대선거구제로 가야 하나.
“정치학자들은 비례대표를 늘리는 게 맞다고 보지만 국민은 비례대표 공천을 비리 온상으로 생각한다. 직접 뽑지 않으니 불신도 많다. 비례대표도 개방명부제로, 정당이 비례대표 1, 2, 3번을 정하지 말고, 국민이 전체 비례명부에서 뽑아서 역으로 순서를 정한다면 지도부가 (공천)장난을 칠 수 없을 거다.”
“제도를 바꾸면 문화도 바뀐다”
▼ 인지도가 높은 사람이 유리하지 않을까.
“그렇다. 한 사람만 뽑으면 지명도가 높은 사람이 지목될 거다. 그럼 변별력이 없어지니까 1인2표제를 해서 변별력이 생기도록 하면 된다. 그런 연구들을 해야 한다.”
▼ 개헌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은 ‘올해가 개헌 골든타임’이라고 했는데.
“개헌이 된다고 해도 지금 선거제도가 안 바뀌면 크게 바뀔 수가 없다. 복잡한 사안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 현안인 선거구제 개편, 선거구 획정 문제를 해결하고, 이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개헌하는 게 맞다. 헌법은 첫째가 국민의 기본권, 둘째가 권력구조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권력구조만 얘기한다. 국민 기본권을 어떻게 신장시키겠다는 얘기가 나온 뒤에 이걸 뒷받침할 권력구조를 논의해야 한다.”
안 의원의 지적은 박근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으로 이어졌다. 그는 “기자회견 한 것은 잘했지만 청와대 인사나 소통, 경제 문제에 대해선 국민 시각과 맞지 않는 거 같다”며 “경제는 내수가 문제인데, 규제개혁을 한다는 건 방향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비정규직 차별 문제와 가계부채 해결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 그는 전월세 대책과 함께 부모 경제력에 따라 계층이동이 차단되는 교육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조만간 경제 대안을 내놓은 뒤 교육정책을 개발할 것을 예고했다.
올해는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도는 집권 3년차다. 정치·사회적 현안이 불거져 나올 시점이고, 차기 대권후보들이 움직임을 시작할 때다. 야권의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문재인 의원은 당 대표 당선 가능성이 높다. 대표가 돼 내년 당무와 총선을 진두지휘한다면, 반대로 ‘4개월짜리 당 대표’에 머문 안 의원의 입지는 좁아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그는 ‘신동아’를 통해 인파이터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빠른 잽과 화끈한 강펀치를 날려 KO승을 꿈꾼다. 정치 기반이 약한 상황에서 다시 ‘대권의 링’에 오를 길은 국민의 연호뿐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