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개막을 한 달 앞두고 강 위원장은 ‘학생 모드’에 돌입했다. 그는 “상대가 내 영화를 봤는지 안 봤는지는 배우인 내가 정확히 안다”며 “전 세계에서 어렵게 가져온 영화를 미리 공부하지 않는 건 영화인의 자세가 아니다”고 말했다.
시작은 구원투수였지만 영화제가 끝날 땐 안방마님이었다. 그는 강풍주의보가 발령된 영화제 개막식 당일 레드카펫 위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직접 게스트들을 맞는 열성을 보였다. 관객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섰다. 영화 ‘주바안’의 행사 중재자를 자임한 그는 영화 출연 의향에 대해 질문을 받자 “마음 같아서는 하고 싶지만 내가 출연한다면 버전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재치 있게 답변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강 위원장과 함께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우려와는 달리 몇 가지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22만7000명의 관객이 찾아 최다 관객을 기록했고, 10월 3~6일 열린 아시아필름마켓에서는 CJ E·M의 ‘탐정’ ‘성난 변호사’ 등 30여 편의 판권 계약이 성사됐다.
위기의 또 다른 이름은 기회다. 올해 20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이를 증명했다. 그 한복판에 여배우에서 집행위원장으로 변신한 강수연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