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전환이 가져올 메가톤급 안보 구조 변화
미래사 역할 축소돼 전작권 전환 유명무실해질 수도
한국군이 사령관 맡는 미래사 부사령관에는 미군 중장 보임할 듯
안보는 명분보다 실리… 용미(用美)의 지혜 발휘해야
2018년 한반도에 불어온 일시적 봄바람이 멈춘 듯한 형국이다. 10월 초순 북·미 실무회담은 새로운 계산법에 대한 이견만 확인한 채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 같은 교착 상태가 2020년 11월 미국 대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강경책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
트럼프의 재선 성공 여부는 미·중 무역전쟁의 수준과 속도는 물론이고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재선 성공 여부는 한반도 안보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안보 구도 요동치게 할 전작권 전환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당시 미국 국방장관이 2018년 10월 3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제50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에도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연합방위지침’에 서명했다. [국방부 제공]
정부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전작권 전환과 연동된 한미연합군사령부(이하 연합사) 해체, 미래한미연합군사령부(이하 미래사) 창설과 유엔군사령부(이하 유엔사)의 관계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대단히 부족하다. 특히 유엔사는 국민 대부분이 잘 모르고 있으며, 군의 장성들은 물론 국방 전문 기자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대령 진급 예정자 시절과 대령 때 유엔사와 연합사에 근무한 바 있다. 유엔사 문제에 정통한 몇 안 되는 전문가 중 한 사람인 셈이다. 유엔사는 연합사와 더불어 한반도 안보와 한미동맹의 핵심이다. 또한 한미연합 방위체제의 근간이 되는 기제(mechanism)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문재인 정부가 유엔사의 위상 및 역할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전작권 전환에 따른 연합사 해체와 미래사 창설에 대비해 미국은 유엔사의 위상과 역할 조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한미동맹과 한반도·동아시아 안보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초대형 이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작권 전환 이후 연합방위지침’에 합의했다. 이 지침의 목적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한반도 무력분쟁 방지 △동북아 평화·안전 증진 △세계평화 기여다. 양국 국방부는 이 지침을 통해 유엔사를 지원하며 유엔사와 합동참모본부·연합사·주한미군사의 상호 관계 발전을 도모하기로 했다. 지금부터 전작권 전환과 미래사 창설이라는 초대형 안보 이슈를 정밀하게 분석해보자.
한국군 대장이 미래사 사령관… 본부는 평택 미군기지 주둔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018년 11월 13일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 연병장에서 열린 환영 행사장에 도착해 박한기 합참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둘째, 한미는 서울 용산 미군기지 이전에 따라 연합사 본부를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로 이전하기로 했다. 연합사가 해체되면 미래사 본부가 평택 미군기지에 주둔하는 것이다. 2017년 10월 송영무 당시 국방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SCM에서 양해각서까지 체결하면서 연합사(미래사)를 국방부 영내로 이전하기로 합의했으나 지난해 11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 부임하면서 논의는 백지상태로 돌아갔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연합사 요원들이 서울 용산 국방부와 합참 건물에 분산돼 근무할 경우 군사적 비효율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연합사는 현재 평택으로 이전하지 않은 채 용산 미군기지에 남아 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평택 미군기지로 연합사를 옮기는 안(案)을 내놓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다고 한다. 미군 측은 다른 국가의 기존 건물은 보안상의 이유로 사용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국방부 영내로의 연합사 이전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작전을 위한 별도의 비밀 시설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결국 한미 협상 실무팀이 비용과 시간, 작전 효율성 등을 검토한 결과 평택 이전이 더 낫다는 판단을 내렸고,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실무팀의 안을 최종 확정했다. 미래사가 평택으로 이전하게 되면서 이른바 ‘인계철선’(주한미군 2사단을 지칭하던 말로 병력이 북한군의 주요 예상 남침로인 한강 이북 중서부 전선에 집중 배치돼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자동개입을 보장할 수 있다는 의미로 붙은 명칭이다)과 관련한 수도권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대두됐다. 연합사 평택 이전은 사실상 안보선의 후퇴라고도 볼 수 있다.
미래사 부사령관 맡는 미군 장성이 유엔사령관 겸직할까
셋째, 미래사 부사령관은 2018년 11월 SCM에서 합의한 대로 미군 장성이 맡는다. 한국 언론은 주한미군사령관이 미래사 부사령관을 겸직한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8월 한국군 미래사령관이 행사하는 전작권 검증 연습훈련 시 미군 측에서 미래사 부사령관이 될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을 겸직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결국 한국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 측 안이 관철됐다. 8월 5일부터 시작된 연습훈련에서 3일 동안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 지위를 겸했다.유엔사령관은 정전협정에 의해 한반도 정전체제를 관리·통제한다. 정전체제를 관리하는 유엔사령관과 평시작전통제권(평작권)을 가진 한국군 합참의장, 데프콘(DEFCON)-3부터 전작권을 행사하는 미래사령관의 지휘 관계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노태우 정부 때 전환된 평작권은 한국군 합참의장이 행사하고 있으나 북한과 대치 중인 한국은 평시가 데프콘-4 수준이다. 정전체제에서 한국과 북한은 원칙적으로 유엔사령관의 정전 관리 및 통제에 따라야 한다. 물론 북한은 유엔사의 역할을 무시하고 있다.
전작권 전환 이전인 현재 유엔사령관은 유사시 연합사령관에게 전력을 제공하는(Force Provider) 역할을 하게 돼 있다. 전시에는 미군 증원군뿐 아니라 6·25전쟁 때 군대를 파견한 국가를 주축으로 17개 전력제공국이 유엔사 깃발 아래 모인다. 유엔사에 증원되는 69만 미군을 비롯해 17개 전력 제공국이 파견한 전력의 지휘와 운용을 한국군 대장인 미래사령관이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 미군 장성이 부사령관을 맡는 것으로 확정되자 미국이 스스로 퍼싱 원칙을 저버렸다는 말이 나왔다. 퍼싱 원칙은 미군은 타국군의 지휘를 받지 않는 것을 말한다. 미국은 소규모 전투를 제외하고는 이 원칙을 줄곧 준수해왔다. 한반도에서 전작권이 전환돼 미래사령관을 한국군 대장이 맡더라도 퍼싱 원칙은 준수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모자 4개 쓰고 있는 주한미군사령관
현재 연합사령관의 겸직 1 주한미군선임장교 2 유엔군사령관 3 연합군사령관 4 주한미군사령관
주한미군선임장교는 연합사령관이 가진 직책 중 한미 군사관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국가군사지휘기구(NCMA)와 군사위원회(MC)부터 살펴보자. 한미 양국 대통령은 자국(自國)의 군사력을 통수하면서 각각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의 보좌를 받는다. 이를 국가군사지휘기구라고 칭한다.
이 같은 지휘 구조는 양국 대통령이 한미연합사를 지휘할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미 양국 국가군사지휘기구, 즉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은 유기적으로 한미 양국 간 협의체를 운용해 양국 대통령이 연합사를 효율적으로 지휘·운용하도록 보좌한다.
매년 10~11월 정기적으로 양국 국방장관은 SCM, 양국 합참의장은 군사위원회 회의(MCM)를 열어 연합사의 운용상 문제점을 검토하면서 양국이 합의한 전략지시(Strategic Directive)와 작전지침(Operational Guidance)을 연합사령관에게 내린다. SCM, MCM의 본회의는 미국과 한국에서 교대로 열린다. 한미 군사위원회는 본회의와 상설회의가 있는데 본회의 때는 양국 합참의장과 미군 인도태평양사령관이 참가한다.
군사위원회(MC) 상설회의는 연합사 운용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상설협의체다. 안보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수시로 한국에서 열린다. MC 상설회의에서 합의한 사항은 연합사령관에게 하달된다. 이 상설회의에 미국 합참의장을 대리해 연합사령관이 ‘주한미군선임장교’라는 직책으로 참석한다. 다시 말해 연합사령관이 미국 합참의장을 대리해 한국 합참의장과 회동한 후 자신(연합사령관)에게 전략지시와 작전지침을 하달하는 구조다.
미래사 부사령관을 맡을 미군 장성이 4가지 직책(미래사 부사령관, 주한미군선임장교, 유엔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을 겸직하는지가 중요하다. 미래사 부사령관이 주한미군선임장교를 겸직하면서 미국 합참의장을 대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어떻게 사령관(한국군 대장)은 배제되고 부사령관(미군 대장)이 MC 상설회의에 참석해 한국 합참의장과 회동한 후 전략지시와 작전지침을 지휘관인 미래사령관에게 하달할 수 있는가. 따라서 미래사 부사령관이 주한미군선임장교 직책을 겸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엔사는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6·25전쟁이 발발하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대한민국을 수호하고자 같은 해 7월 24일 창설됐다. 유엔 총회와 안보리는 통합군사령부로서의 유엔군 창설과 운용을 전적으로 미국에 위임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사에 미국을 비롯한 16개 국가가 전투부대를 파견해 3년 동안 대한민국을 위해 싸운 것이다. 유엔사는 69년간 그 명맥을 이어왔다.
美, 유엔사 위상과 역할 고민 중
1976년 7월 26일 태국군을 끝으로 미군을 제외한 유엔사 참여국 전력이 한반도에서 철수했다. 정전체제가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된 데다가 1990년대 이후 북한이 노골적으로 유엔사 무력화에 나서면서 유엔사의 위상과 기능은 크게 손상됐다. 한미연합사는 유엔사 해체에 대비해 1978년 11월 7일 창설된 것이다. 유엔사가 ‘한국방위 임무’를 연합사에 이관하면서 유엔사의 존재감은 더욱 약화됐다.필자의 취재 결과 미국은 전작권 전환 이후 유엔사 위상과 역할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사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은 전작권 전환과 동시에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므로 유엔사의 고유 임무인 ‘정전체제 관리’ ‘유사시 회원국 전력 제공’과 관련한 실행 능력이 제한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1978년 연합사 창설 이전까지는 그 2가지 임무를 유엔사가 직접 담당해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연합사 창설 이후 유엔사는 정전체제 관리 지침만 연합사에 하달하고 실질적인 작전 및 병력운용지침은 연합사가 발전시켜왔다.
이 같은 구조와 관련해 평시에는 문제가 대두되지 않으나 정전에서 전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는 대단히 복잡다양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북한이 지금 연평도를 ‘포격 도발’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평시작전권을 가진 한국 합참의장 통제로 국지도발 대응작전을 수행해야 한다. 연합사령관(유엔사령관 겸직)은 정전관리 지침에 따라 이 위기가 전쟁으로 발전할지 파악한다. 국지도발이 전쟁으로 발전하거나 위기가 증폭돼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를 대비해 연합사령관은 평시에도 연합위기관리, 작전계획 수립 및 발전, 연합 연습 등 6개 사항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다. 이를 ‘연합권한위임사항(CODA)’이라고 하는데, 평시에서 전시로 원활한 전환을 위해 고안된 안전장치다. 이렇듯 한국군이 전작권을 갖고 있는 평시에도 연합사령관이 행사하는 권한이 크다. 한국군 합참의장이 평작권을 보유하고 있다지만 대침투(간첩)작전과 소규모 국지도발 작전에 국한된다.
합참의장-미래사령관-유엔사령관 서로 다른 장성이 맡아
앞서 설명했듯 한반도는 정전체제이기에 정전관리 및 통제는 유엔사령관 권한이다. 따라서 평시에서 전시로 전환될 때 한국 합참의장–유엔사령관-연합사령관의 긴밀한 협조 및 상호 지원이 필수적이다. 현재처럼 연합사령관이 유엔사령관을 겸직하면 평시에서 전시로 전환되는 복잡 다양한 상황에서 연합사령관의 전작권 발휘가 용이하다. 특히 전시 전환 결정은 정보 능력이 중요한데 정찰위성도 갖추지 못한 한국군은 이를 미군 전력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다.전작권이 전환돼 연합사가 해체되고 미래사가 창설되면 상황은 매우 복잡해진다. 위기일발의 상황에서 한국군 합참의장, 미래사령관, 유엔사령관이 다 다른 사람이다. 현재 한반도는 데프콘4 상태다. 전쟁이 다가오면 데프콘3→2→1 순으로 태세를 조정하면서 억제 노력과 전쟁 준비 활동을 병행해야 한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지휘와 관련해 경우의 수가 늘어난다. 유엔사령관이 주도하고 한국 합참의장과 미래사령관이 지원할 수 있으며, 미래사령관이 주도하고 한국 합참의장과 유엔사령관이 지원할 수도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미래사령관(한국군 대장)은 전쟁 준비·수행에 필요한 전력이 적시에 제공되도록 유엔사령관(미군 대장)에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경우 미래사령관인 한국군 대장은 주도적 지위, 부사령관인 미국군 대장은 지원적 지위다. 주도(supported)와 지원(supporting)의 역할 분담이 명확하게 이뤄져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그런데 주도와 지원의 협조관계가 원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군 미래사령관의 역량 부족이 문제다. 5개 항모전단과 전략폭격기 등 최첨단 전략무기가 포함된 69만의 미군 증원군과 유엔사의 노력으로 지원되는 17개 전력제공국의 전력이 증원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미래사령관이 미군을 포함한 18개 국가의 군을 원활하게 지휘·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18개국 모두가 전력 제공에 협조할지도 의문이다. 이들 국가 대표는 1953년 7월 27일 워싱턴에서 ‘휴전에 관한 참전 16개국 공동정책선언’을 발표하면서 유사시 미래 한국전쟁에 참전하겠다고 서명했으나 실제로 그렇게 할지는 미지수다. 현재는 6·25전쟁 때 군대를 파견한 16개국 중 에티오피아와 룩셈부르크가 제외되고 의료지원국인 덴마크, 노르웨이, 이탈리아가 포함돼 있으며, 지난해 독일이 신규로 지정됐다.
유엔사, 미래사 분리되나
평택 주한미군사령부 [사진공동취재단]
서울 용산 미군기지 [뉴스1]
한미동맹 파열음이 지금보다 더 커질 경우 미래사의 미군 부사령관이 유엔사령관을 겸직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중국 눈치를 보느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임시 배치된 사드를 정식 배치하지 않은 상황에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갈등이 증폭되면 미래사, 유엔사의 교통 정리가 한국의 안보 이익에 해가 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도 미국이 미래사 부사령관을 대장이 아닌 중장으로 보임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7공군사령관이나 8군사령관이 미래사 부사령관을 겸직할 것이다. 대신 연합사령관이 겸직한 주한미군선임장교와 유엔사령관의 직책을 미래사와 분리해 주한미군사령관에게 맡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같은 분리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1978년 연합사 창설 이래 용산기지의 유엔사/연합사 건물에는 지금껏 유엔사와 연합사 깃발이 함께 나부끼고 있다. 작전계획을 비롯한 주요 문건에는 유엔사/연합사(UNC/CFC)를 마치 한 단어처럼 사용해왔다. 미군들은 주한미군사령부를 더해 유엔사/연합사/주한미군사(UNC/CFC/ SFK)의 휘장과 배지(badge)를 모든 주요 문서에 넣는다.<그림 참조>
그런데 현재 평택에 있는 유엔사 건물은 유엔사/주한미군사령부(UNC/USFK)만 겸하는 것으로 돼 있다. 연합사가 빠져 있는 것이다. 미래사로 대체될 연합사 건물은 별도로 지어졌으며, 현재는 다른 부대가 임시로 사용하는데, 연합사 이전을 대비해 증축을 준비하고 있다.
유엔사 재활성화(UNC Revitalization)
[동아 DB]
미국은 북한, 중국 등이 전략적으로 유엔사의 법적 지위를 문제 삼아온 과거에 주목한다. 전작권 전환을 계기로 한동안 잠잠하던 유엔사 실체 부정 논리나 해체 주장의 재이슈화를 염려한다. 유엔사 해체 주장은 남북관계가 좋아지고 북한의 위협이 감소하는 것처럼 보이는 시기에 주로 대두됐다.
1972년 7월 4일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됐을 때 유엔사 해체 문제가 불거졌다. 때마침 1971년 중국이 유엔 총회 결의에 따라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면서 공산진영에 동조하는 비동맹 국가들이 유엔사 해체를 요구했다. 1975년 8월 페루에서 개최된 비동맹 국가 외교장관 회의에서 북한과 베트남이 비동맹에 가입하기로 함으로써 비동맹 내 공산권의 영향력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를 배경으로 1975년 제30차 유엔 총회에서 남·북 지지 세력 간 일대 외교 대결이 전개됐다.
1975년 9월 22일 제30차 유엔 총회에서 한국은 남북 대화 촉구, 휴전협정 대안 및 항구적 평화 보장을 위한 협상 개시 등의 내용이 담긴 결의안을 제출했다. 북한은 유엔사의 무조건 해체, 주한 외국군 철수,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 등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냈다. 두 결의안이 표결에 부쳐져 한국 측 결의안(제3390 A호), 북한 측 결의안(제3390 B호)이 동시에 통과됐다.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유엔의 능력에 한계가 큼을 보여준 표결이다.
미국은 결국 유엔사 존속이 어렵다고 판단해 1978년 한미연합사를 창설했다. 유엔사령관이 보유한 작전통제권은 연합사령관에게 이양됐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유엔사에 소수의 조직을 두고 지금까지 운영해왔다. 지금도 유엔사는 군사정전위원회 가동, 중립국 감독위원회 운영,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파견 및 운영, 비무장지대(DMZ) 내 경계초소 운영, 북한과의 장성급 회담 등 정전협정과 관련한 고유 임무를 수행한다.
유엔사 강화해 다국적군으로 중국 견제
북핵 위협이 증가하고 중국이 급부상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연대하자 미국은 유엔사를 강화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견제 구도를 강화하려는 전략 구상을 하는 듯하다. 이는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표출되고 있으나 그 구상의 핵심에 유엔사가 있다. 유엔사는 미국 외 17개 국가라는 전력 제공국이 있으며, 일본에 후방사령부와 7개의 후방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유엔사를 통해 유럽의 나토가 러시아를 견제하는 것처럼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려는 것이다.미국은 전작권 전환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6년부터 ‘재활성화’ 명목으로 유엔사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왔으며 회원국들이 참여하는 다국적군 참모부로 조직을 보강하고 있다. 유엔사 회원국들의 결속력을 다지는 다양한 활동과 노력도 경주했다.
앞서 설명했듯 현재 유엔사령관은 한미연합사령관인 에이브럼스 대장이 겸직한다. 통상 미국 7공군사령관이 겸직하던 유엔사 부사령관은 웨인 에어 캐나다 육군 중장, 스튜어트 마이어 호주 해군 소장에 이어 7월 말부터 스튜어트 캠벨 마이어 호주 해군 중장으로 바뀌었다. 캐나다, 호주 장성의 기용은 다국적으로서 유엔사를 재활성화하려는 포석이다.
연합사 참모장과 8군사령관이 겸직하던 유엔사 참모장도 별도의 장성인 마크 질레트 미국 육군 소장이 맡고 있다. 미국은 한국·미국·회원국 군인을 적정한 비율로 편성해 유엔사 참모부의 제3국인 비중을 과반으로 높일 계획이다. 그런데 장성급 지휘부에 한국군은 배제돼 있다.
이렇듯 미국이 전작권 전환과 연계해 발 빠르게 ‘유엔사 재활성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미래사 창설 이후 생겨날 새로운 연합지휘 구조에 대비하고, 연합사가 수행해오던 일부 임무에 공백이 생기는 것을 유엔사 재활성화를 통해 회복하려는 것이다. 한반도 유사시 재참전을 결의한 유엔사 회원국들로 하여금 ‘워싱턴 선언’의 정신을 지키게 하려는 목적이기도 하다.
유엔사를 남북관계 가로막는 ‘장애물’로 여기는 文정부
미국은 연합사가 해체된 후에도 유엔사 존속을 정당화하는 동시에 그 역할과 기능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유사시 다국적군 전력을 창출하는 기반을 다지고 있다. 전략적 거점인 일본의 유엔사 후방기지를 디딤돌로 중국의 팽창을 저지하고 차단함으로써 동아시아에서의 질서 주도와 힘의 균형을 유지하려 한다.그런데 유엔사 재활성화(revitalization)와 관련해 논란이 인다. 유엔사의 존재 이유는 평시 한반도 정전체제의 안정화이며, 전시에는 외교 경로를 통해 유엔사와 유엔 회원국들이 제공하는 병력과 물자를 확보해 연합작전 수행을 지원하는 데 있다.
유엔사는 참모조직 보강이 필요하며 미래사와의 상호관계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으나 문재인 정부는 유보적 태도를 보인다. 유엔사를 남북관계를 가로막는 ‘장애물’, 한미동맹을 남북관계의 종속변수로 간주하는 듯한 태도다. 문재인 정부의 이 같은 태도로 말미암아 유엔사령관(미군 대장)과 미래사령관(한국군 대장)의 지휘 관계 설정 문제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가 말하는 ‘대중 영합적 민족주의’의 산물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안보 문제를 사회주의적 ‘정체성’과 역사적 소외 의식으로 빚어진 ‘분노의 정치’로 접근해선 안 될 일이다.
특히 국방부는 유엔사 재활성화 움직임을 오래전부터 인지했으면서도 제대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으며, 유엔사가 직접 나서 재활성화와 관련한 다양한 논의 주제를 제기하는데도 적정선에서 봉합하거나 논의 자체를 지연·회피하는 자세로 일관했다.
선무당이 사람 잡아서는 안 돼
유엔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유엔이 미국에 위임해 창설한 기구다. 따라서 유엔사의 운영과 심지어 해체까지도 미국의 권한이다. 미국이 해체를 원하지 않는 한 해체가 불가능한 구조다. 따라서 유엔사 재활성화가 전작권 전환을 유명무실하게 한다는 이유로 부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재활성화 과정에서 실익을 찾을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다.예를 들면 현재 호주 장성이 맡은 부사령관을 한국군이 맡아 유엔사 지휘부에 한국 입김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참모부 실무진에 한국군 장교가 대폭 참여해 정책 결정 과정에서 한국 국익을 반영해야 한다. 지휘 구조만 보고 전작권 전환을 유명무실하게 한다거나 남북관계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여길 게 아니다. 안보는 명분보다 실리다.
문재인 정부가 정전체제에서 전쟁 선포 직전 단계까지 유엔사령관의 주도적 역할과 유엔사의 재활성화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한미관계는 파열음이 더 커지고 연합방위 체제는 유명무실해질 것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옛말이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다국적 기구인 유엔사는 한미동맹의 탁월한 안보 기제다. 한반도 평화는 물론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면서 동아시아의 전략 균형을 유지하는 수단이다. 혼자 힘으로는 버거운 북한에 대한 ‘강압 외교’ 및 주변국 관계에서도 미국과 합심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정부와 군이 대한민국 안보의 정체성을 오롯이 세우고 ‘용미(用美)’의 지혜를 발휘해 유엔사 재활성화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