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호

〈인터뷰〉 황교안 “제가 친박(親朴)이라고? 얼굴에 써 있나”

2·27 全大로 돌아온 황교안 전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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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9-02-18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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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핵 사건’ 심려 끼쳐 송구

    • 文정부 失政이 나를 소환했다

    • 文정부 보복과 이념에 사로잡힌 ‘정책 폭주’

    • 北만을 위하는 文정부, 총선에서 심판

    • 통진당 해산, 헌법수호 역사로 기억될 것

    • 폐질환 앓은 아들 분진 인쇄소 배치된 게 병역특혜?

    • 강한 야당 필요…黨 근본 체질부터 확 바꾸겠다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황교안이 돌아왔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1월 1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하고 내친김에 당대표 선거에 뛰어들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한동안 구심점을 찾지 못하던 한국당은 ‘황교안 소환’에 반색했고, 황 전 총리는 ‘강한 야당’ 깃발을 높이 들고 ‘보수 결집의 아이콘’을 자처한다. 한국당 지지율은 모처럼 고개를 들었고, 오랫동안 당권을 노리던 노장(老將)들은 ‘황의 등장’에 무대 밖으로 밀려났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진태 의원과의 당권 레이스에서도 ‘통합’을 강조한다.

    그러나 당 대표가 되면 ‘도로 친박당’이 될 거라는 ‘박근혜 프레임’은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는다. 확장성과 콘텐츠 부족을 우려하는 시선도 걷어내야 한다. 그는 탄핵과 잇따른 선거 패배로 수렁에 빠진 보수파를 통합하고 혁신해낼 수 있을까. 2022년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까. 정치 신인 황교안의 ‘쇼’는 이제부터다. 그래서일까. 2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황교안 캠프’에서 만난 그는 “내가 친박인가?”라며 되물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는 ‘황 전 총리가 대통령권한대행 시절(박 전 대통령 수감 구치소 방에) 책상과 의자 반입을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며 ‘배박(背朴) 논란’에 불을 지폈다. 황 전 국무총리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검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불허(不許)한 점을 부각해 맞불을 놓았는데.

    “글쎄. 내가 ‘친박’인가…. ‘친박’ ‘비박’이라고 얼굴에 쓰여 있나?”

    -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냈고, ‘친박’은 한국당 입당의 원동력인 거 같은데.




    “장관, 총리로서 일할 때는 대한민국을 위해 함께 일한 것이지 ‘친박’ 때문이 아니다. 이미 당내 계파는 없고, 계파 싸움할 시간도 없다.”


    박근혜 정부 공동책임론

    - 황 전 총리가 대표가 되면 한국당은 ‘도로 친박당’이 되고, 선거에서는 ‘민주당 도우미’가 될 거라는 관측이 당내에서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 공동책임론’ ‘탄핵 프레임’ 공세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그런 책임감 때문에 나라가 흔들리는 부분에 대해 또 다른 책임감을 갖게 됐다. 망가진 나라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사명이 생겼다. 사실 박 전 대통령이 법적 조치를 받아 수감돼 있는 상황은 안타깝고 불편한 마음이 크다. 당시 국무총리로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엄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고, 국민들이 이 문제로 걱정하고 많이 아파하는 걸 보면 무척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중요한 것은 단합된 힘으로 흔들리는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이런 목적이 같다면 여러 갈등은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과거의 일에 매달리기보다 현 정부 실정(失政)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을 위해 다 함께 하나로 통합해 미래로 나아가야 할 때다. 지난 정부의 어려움에 머물러선 안 되며, 정말로 나라를 다시 살리기 위한 일을 해나가야 한다.”

    - 황 전 총리는 수필집(‘황교안의 답’)에서 박근혜 정부를 ‘개혁지향정부’라고 평가했지만 당시 함께 일한 청와대 참모 다수가 수감 중이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일부 여론의 반대 속에 공무원 연금개혁을 단행했고, 세수 기반을 확충해 나라의 재정을 튼튼하게 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지금과는 다른 평가를 받을 것이라 확신한다. 모든 정권이 그러했듯, 박근혜 정부도 공과(功過)가 있다. 부족한 부분 때문에 박 전 대통령과 많은 공무원이 고초를 겪고 있는 건 사실이나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 정권은 바뀌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계속 발전해나가야 한다. 그렇기에 현 정부는 국가 발전 차원에서 지난 정부가 잘한 정책은 계승하는 등 정책 연속성을 살펴보고 열린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


    “탄핵 이후 뭘 했냐면…”

    - 설 민심(民心)은 무엇이었나.

    “경제 파탄 등 정부 실정(失政)으로 ‘너무 힘들다’는 호소를 많이 했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苛政猛於虎)’라는 말을 실감했다. 정치 보복과 이념에 사로잡힌 ‘정책 폭주’를 멈추고 합리적인 정부로 돌아오게 해달라는 간곡한 당부도 있었다. 생각보다 현장의 삶이 훨씬 어렵다는 걸 체감했다. 이제는 중산층이 극빈층으로 떨어져 복지에 의존하는 시대가 됐고, 나라는 총체적 난국인 상황이다.”

    - 대선 이후 1년 7개월간 ‘혼돈의 보수진영을 위해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동안은 당의 고군분투를 보면서 당과 국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이대로 두면 나라가 후퇴하겠다는 절박함이 생기더라.”

    - 성찰 결과가 정치권 입문이었나.


    “그렇다. 국민을 대상으로 한 무모한 경제 실험, ‘이대로는 못살겠다’는 국민들의 절실한 목소리, 국민 중심이 아니라 북한 중심의 불안한 북핵(北核) 협상 등 현 정권이 만든 실정과 파탄이 나를 (정치권으로) 소환했다. 지금은 자유로운 대한민국, 잘사는 대한민국을 유지하느냐 마느냐가 절박한 문제가 됐다. 서민이 잘사는 나라, 중산층을 늘리고 중산층이 부자가 되는 선순환을 만들어내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 자유 우파를 위해 공직에서 쌓은 경험과 역량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진력해보려고 한다.”


    “이제 강력한 야당이 필요하다”

    2월 14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2·27전당대회 충청·호남권 첫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진태 의원(왼쪽부터)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동아일보 양회성 기자]

    2월 14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2·27전당대회 충청·호남권 첫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진태 의원(왼쪽부터)이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동아일보 양회성 기자]

    - 그러고 보니 황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 경제 기조는 땜질 경제’라며 연일 비판하는데. 문재인 경제정책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시장경제 체제에서 경제는 시장에 맡기는 게 순리다. 지나치게 개입하고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보면 그런 우려가 현실이 되는 거 같아 무척 걱정스럽다. 경제가 파탄 나면 국가 시스템이 붕괴되고, 나아가 총체적 난국에 봉착해 손을 쓰기 힘든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한국 경제는 과거 7% 이상의 고성장에서 지금은 3% 성장도 어려운 지경이고, 저성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수축사회’로 치닫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데만 급급해 공공 분야 일자리와 단기 알바(아르바이트) 자리를 만드는 것으로 국민의 눈을 가리려고 한다. 이는 미봉책이다. 관치(官治)를 통해 시장경제 생태계를 교란하지 말고, 기업과 근로자가 활발히 경제활동을 해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성장시키는 촉매제 역할에 충실하기 바란다.” 

    - 입당 후 곧바로 당권 도전에 나선 이유는 뭔가. 

    “한국당은 예기치 못한 패배에 좌절했고, 나아갈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허둥대고 있다. 대한민국의 가치를 지키고 이 나라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이제 강력한 야당이 필요하다. 지금과는 다른 방식의, 국민 여론이 물 흐르듯 당으로 유입되고, 국민 의견이 당 의견이 되고, 그 의견을 바탕으로 희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당의 근본 체질부터 확 바꿔 민주적 정당으로 재탄생하게 하려면 강력한 지도력이 필요하다. 구태 정치에 때 묻지 않은, 신선한 시각과 철학으로 당을 바꿔야 한다.” 

    - 전당대회 후보 지지율과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1위에 오르는 등 초반 분위기는 좋은 거 같다. ‘보수 구심점’이 됐다고 보나. 

    “국민들의 여망이 반영됐다고 본다. 여론조사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국민들의 여망이 서서히 드러나는 거 같다.” 

    -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국민들의 여망이라면…. 

    “국민은 상식과 합리에 바탕을 둔 나라, 헌법 가치를 지키는 나라를 원하는데 철 지난 이념에 매몰된 현 정부가 우리를 어디로 끌고 가는지, 이들이 말하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 어떤 길인지, ‘주류 사회를 교체하겠다’는 이들의 주장이 과연 무엇을 말하는지 공포스럽다. 나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뜻을 살피고 받들어 담대하게 정치의 길을 가겠다.” 

    - 이번 당 대표 선거는 대선 전초전 성격이 짙다. 대표가 되면 내년 4월 총선을 이끌어야 하고, 2022년 차기 대선 후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 

    “내년 총선은 2022년 정권교체를 위한 중간 과정이다. 현 정권은 나라를 성장시키고 경제를 키우고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정책보다는 남북관계 개선에만 집중하는 정책, 북한 처지를 염두에 두고 정책을 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국민들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당 대표가 되면 우선 한국당이 제1당이 되도록 할 거다. 행복하고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정책들을 제시하겠다.” 

    - 총선, 대선 승리는 결국 지도자 리더십과 확장성 여부에 달린 게 아닐까. 선거에서 이기려면 ‘산토끼’를 잡아야 하는데, ‘황 전 총리는 우파 중 제일 오른쪽에 있다’(오세훈 전 서울시장)거나, 정치 경험 부족으로 투쟁과 통합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 


    “글쎄. 내가 입당하고 당권 주자가 된 요즘처럼 당이 활기찬 적이 있었나.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처음으로 당 지지율은 30%를 돌파했다. 나보고 공무원 생활만 했다고 하는데, 국무총리는 ‘반(半)정치인’ 자리다. 여당은 물론 야당과도 긴밀하게 협조·소통해야 하고 국정 전반과 정치를 알아야 하는 자리다. 물론 당 대표가 되면 더 많은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 대여(對與) 투쟁력을 강화하려면 통합과 혁신은 필수다. 우리 당은 물론, 다른 야당과 긴밀하게 협조해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철저히 바로잡겠다.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 자유 우파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극복할 것이다. 새로운 자유 우파의 모습을 만들기 위한 혁신과 변화에도 주저하지 않겠다.” 

    황 전 총리의 입당 이후인 1월 29일 한국당 지지율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가장 높은 26.7%(YTN·리얼미터 조사)를 기록했다. 2월 8일에는 29.7%(tbs·리얼미터 조사)로 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고, 2월 12일 아시아투데이·알앤서치 조사에선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처음 30%를 돌파(30.5%)했다. 그러나 한국당 이종명 김순례 김진태 의원 등 이른바 ‘5·18 폄훼 논란’ 이후 조사에선 25.7%(tbs·리얼미터 2월 11~13일 조사), 19%(한국갤럽 2월 12~14일 조사)로 급락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공안검사와 시대정신

    - 2월 8일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한국당 의원들과 지만원 씨 발언이 알려지며 ‘5·18 폄훼 논란’이 있었다. 당 지지율도 급락했는데.

    “그 사람(지만원) 주장을 여기에서 말할 건 아니고… 5·18은 역사적 아픔이고 되풀이해서는 안 되는 교훈이고, 여러 차례 법적 판단도 있었다. 미래를 향해 나가야 할 때에 아픈 과거에 대한 논란을 만들거나 또는 상처를 입힐 말은 삼가야 한다. 일부 의원들이 극단적 주장에 동조하는 것처럼 비치는 발언을 해 당 전체가 논란에 휩싸이게 된 것은 유감스럽다.”

    -황 전 총리는 입당 기자회견 때부터 줄곧 보수대통합을 강조했지만 구체적 전략은 안 보이는 거 같다. 당내 계파는 물론 야당과의 통합 전략은 무엇인가.

    “내가 자주 쓰는 말이 ‘삼합(三合)’이다. 통합·화합·단합.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가진 분이라면 누구든 함께할 수 있는 것이 자유민주주의다. 지향하는 헌법 가치가 같다면 과거 갈등과 서로 다른 부분들은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한국당의 문(門)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하고, 시장경제, 법치주의 등 헌법적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들은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 통합 대상에 특정인이나 특정 세력을 제한해선 안 된다. 물론 보수통합을 하려면 전략과 협상이 필요한데, 나는 ‘내려놓는’ 협상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본다. ‘내려놓음’이라는 과정을 통해 통합을 이뤄가는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세훈式 비핵화’ 불필요한 논란 만들어”

    - 황 전 총리는 고위층의 ‘압력’에도 국가정보원 도청 사건(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이 야당 정치인과 민간인을 대상으로 도감청한 사건), 동국대 강정구 교수 사건(‘6·25는 통일전쟁’ 등의 글을 인터넷에 올려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 등을 수사하며 ‘공안검사’로 이름을 알렸지만, 공안검사가 오늘날 시대정신과 맞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국정원 도청 사건’ 당시 나는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였는데, ‘불법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는 기본 입장으로 수사 검사들을 지휘했다. 그 결과 전직 국정원장 2명과 차장 1명을 구속됐고, 이후 관행적으로 해오던 국정원의 불법 도청은 사라졌다. 국민이 안심하고 생활하는 사회를 만드는 게 오늘날 시대정신 아닌가. 30년 동안 검사로 일하며 사회 정의와 법치를 구현하고, 안전하고 안심하며 사는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평소 ‘반걸음만 앞서 가자’는 신념으로 공직생활을 해왔다. 성실하고 꾸준하게 임하자는 생각으로 살아왔고, 주도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다.”

    - ‘꽃길만 걸어왔다’는 일각의 인식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꽃길만 걷는 삶과는 거리가 멀다. 어려서부터 가정환경이 어려웠고, ‘소신 수사’를 했다가 동기들이 진급할 때 ‘물먹은’ 적도 있었다. 검사직을 그만둘 생각을 한 적도 있었는데, ‘꽃길만 걸었다’는 것은 제가 법무부 장관 할 때와 국무총리 시절 모습만 보고 말하는 거 같다.”

    - 보수 정치인의 주요 덕목 중 하나가 ‘노블레스 오블리주’인데, 황 전 총리의 군 면제 사실은 알려졌지만 최근 아들의 병역특혜 의혹도 불거졌다. 황 전 총리가 2009년 대구고검장 시절, 지인이 있는 부대에 아들이 배치돼 보직 변경 특혜를 받았다는 건데.

    “나의 군 면제 관련 의혹은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때 다 모두 해명된 사안이다. 나는 군대를 가고 싶었으나 (1980년 신체검사에서 담마진(두드러기) 질환으로) 현역 판정을 받지 못해 군대를 가지 못했을 뿐이다. 병역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늘 국가와 국민에 빚진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아들이 군 복무 시절 여러 번 보직변경으로 특혜를 받았다는 보도는 모두 ‘가짜뉴스’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쇄소 근무병(보급)에서 행정병으로 딱 한 번 보직변경이 있었는데, 통상 부대 내에서 공석이 생겨서 후임병으로 간 것이고, 소속은 여전히 인쇄소였다. 기흉 질환(폐에 기낭이 터지거나, 흉막이 파열돼 폐를 감싸는 흉막 사이에 공기가 고이는 질환)을 앓아 치료를 받았던 아들이 종이가루가 날려 공기가 좋지 않은 인쇄소로 배치된 게 특혜란 말인가. 억지다.”

    -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과 북한 핵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선 가장 중요한 ‘북한 비핵화’를 위해 두 정상 간에 실질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김정은 정권은 권력 유지의 핵심 수단인 핵을 자발적으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제재와 압박뿐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대한민국의 국익과 안보가 최우선시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길 바란다. 그리고 반드시 비핵화가 이뤄져야 하고, ‘북핵 동결, 장거리미사일(ICBM) 폐기’에 머무르는 협상은 안 된다. 북한의 비핵화 이후에 제재 해제 논의도 가능하다.”

    - 당권 경쟁을 벌이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독자적 핵개발’을 주장하며 “당론으로 핵개발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동의하는가.

    “우리가 북한 비핵화를 추진하는 것은 우리 안보에 대한 직접적 위협을 제거하려는 목적이다. 이와 함께 핵확산금지조약(NPT) 당사국으로서 추가적으로 핵무기 보유국이 되는 걸 막고 핵 비확산 체제를 수호하려는 거 아닌가. 북한 비핵화는 우리가 결코 포기해선 안 될 과제다. 북핵에 맞서 우리도 핵무기를 갖자는 주장은 비핵화 노력을 무산시키고, 우리 스스로 문제를 만드는 것으로 경계해야 한다. 지금은 불필요한 논란으로 우리끼리 논쟁을 벌일 게 아니라, 국민과 정부가 하나 돼 북한 비핵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때다.”


    통진당 해산심판 사건 최후 변론의 날

    아내 최지영 여사와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 학창 시절의 황교안(맨 왼쪽) [사진제공·황교안 캠프]

    아내 최지영 여사와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 학창 시절의 황교안(맨 왼쪽) [사진제공·황교안 캠프]

    - 올해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지만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는 요원해 보인다. 

    “일본은 한미일 3국 공조를 위한 중요한 이웃 국가이며,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어내는 데 필수적인 우방국이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우리가 일본과의 과거사,
독도 영유권 문제 등 사안에 대해서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해나가되, 앞으로의 100년을 내다보면서 미래지향적 관계를 정립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는 물론 정계, 재계, 경제계, 학계, 언론계 등 온 국민의 경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 황 전 총리는 그동안 대여(對與) 투쟁 경험 부족을 지적할 때마다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킨 사람이 누구냐’고 했다. 통진당 해산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나.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주의 정신은 오롯이 헌법에 깃들어 있다. 만일 헌법 질서가 훼손되면 이는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것과 같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으로 드러난 통진당의 반(反)헌법적 행위는 국가체제를 흔드는 중대한 범죄로 헌법재판소가 판결했다. 당시 13개월에 걸쳐 진행된 헌법재판소 심리 입증 자료만 무려 17만 쪽에 달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2014년 11월 25일 통진당 해산심판 사건 최후 변론에서 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통진당의 진보적 민주주의가 실제 추구하는 것은 용공(容共)정부 수립과 연방제 통일을 통한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이고, 통진당 강령도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한 북한의 대남 혁명전략을 그럴듯하게 포장했다’고 했다. 이 사건은 우리 헌법은 정당의 설립 및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정당의 목적과 활동이 자유민주주의의 질서를 위반하면 헌법에 따라 해산된다는 자명한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결국 통진당 해산은 건국 이래 우리 국민이 지켜온 대한민국의 헌법 수호 역사로 기억될 것이다.” 

    - 어릴 적 ‘고물상집 아들’로 태어나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다. 학창 시절에 학도호국단 활동을 하고 사법고시에 도전한 이유는 뭔가. 

    “어릴 적 아버지가 고물상을 운영하셨고, 6남매와 함께 놀며 자랐다. 가난한 가정형편 때문에 도시락을 싸들고 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대학 입학 즈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진학을 포기하려고 했으나, 어머니의 권유로 진학했고, 대학생이 되고 열심히 공부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도 나를 믿어준 가족들을 위해 더 힘을 냈다. 가난했지만 학창 시절에는 줄곧 ‘반장’을 하면서 점차 친구들로부터 리더십을 인정받았고, 리더 자리에서 책임과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배우는 계기가 됐다. 자연스럽게 주변과 사회공동체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특히 투철한 국가관을 쌓으면서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에 끌렸다.” 

    - 앞머리를 세운 ‘포마드 스타일’과 패션 코디는 아내(최지영 여사) 내조라고 들었다. 

    “우리 부부를 맺어준 사람은 큰형수다. 나보다 16살 많은 형수의 주선으로 처음 만났을 때 시간 가는지 모르고 4시간 동안 이야기했던 추억이 생생하다. 그러고 보니 부부로 인연을 맺은 지 어느새 34년이 흘렀다. 지방에서 일하는 나를 보러 그 먼 길을 찾아준 아내 덕에 화목한 가정을 이룰 수 있었다.”



    배수강 편집장

    배수강 편집장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키듯, 평범한 이웃들이 나라를 지켰다고 생각합니다. ‘남도 나와 같이, 겉도 속과 같이, 끝도 시작과 같이’ 살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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