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시 ‘비정상의 정상화’ 작업
재개발·재건축 속도 높이고, 민간 분양 늘려야
서울시와 협의해 정밀안전진단 간소화·면제 고려
시행령 개정으로 보유세 부담 완화
제한된 정부 역량, 취약계층·미래세대에 집중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윤석열 대선후보의 부동산 공약을 설계했다. [홍태식 기자]
윤 후보의 부동산 공약 설계를 총괄한 이는 박근혜 대통령 집권기인 2015년부터 2년간 국토교통부 제1차관을 지낸 김경환(65)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다. 그는 1980년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은행에서 근무했고, 1981년 미국으로 유학해 1987년 프린스턴대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8년부터 모교에서 경제학과 조교수로 시작해 1997년 정교수로 임용된 뒤 지금껏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시장경제 이론 추종 도시경제학자
김 교수는 1999년 경제학 개론서로 잘 알려진 ‘맨큐의 경제학’을 공역해 경제학도에게 친숙한 인물이다. 전공은 도시경제학으로 교수로 재직하면서 다년간 국내외 관련 연구기관 및 정부 부처와 협력해 왔다. 1994~1996년 UNCHS(UN Habitat) 재정자문관, 2003년 건설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을 맡았다. 2001년 아시아 부동산학회 회장, 2010년 한국주택학회 회장, 2013년 국토연구원 제14대 원장 등을 역임했다.자유시장경제 체제하의 부동산시장 작동 논리를 추종하는 김 교수는 줄곧 정부의 지나친 개입을 반대해 왔다. 주택정책을 수립할 때는 시장에 맡길 것과 정부가 나서야 할 것을 분명히 구분하고, 정부는 시장 기능이 작동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과 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지원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게 그의 신조다.
윤석열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부동산 공약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교수에게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의 실패 원인은 무엇이고, 윤 후보 부동산 공약을 통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지 들었다.
새 정부는 지난 정부 정책의 과오를 바로잡는 일부터 해야 할 듯하다. 윤 후보가 당선된다면 부동산 현안 중 어떤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가.
“현 정부는 많은 부동산 대책으로 전 분야에 걸쳐 개입해 주택시장의 정상적 작동을 어렵게 만들었다. 윤 후보가 집권하면 제일 먼저 ‘주택시장 정상화 작업’이 필요하다. 규제와 금융, 세제 등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틀이 필요한데, 국회를 통한 법률 개정은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행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할 것이다. 먼저 과도한 주택대출 규제를 완화하고,보유세 부담을 줄여야 한다. 보유세는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곱한 과세표준액에 세율을 곱해서 계산한다. 법령인 세율은 손댈 수 없지만 정부가 시행령을 고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추면 국민의 세부담을 줄일 수 있다.
재건축 규제완화도 필요하다. 정밀안전진단 기준과 분양가 산정의 합리적 개선은 정부가 처리할 수 있다. 이러한 행정부 차원의 제도개선과 함께 주택공급 로드맵을 수립하여 공급 계획을 실행하고 정기적으로 진행상황을 공유하여 공급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안정적 주택 공급은 가격 안정 차원에서 중요한 문제다. 5년간 250만 호를 어떻게 공급할 계획인가.
“얼마나 공급하는가보다 국민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주택을 짓는 것이 더 중요하다. 수도권 수요가 많기 때문에 최소 130만에서 최대 150만 호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서울은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재개발재건축을 원활하게 하고 도심복합개발 추진, 철도차량기지 등을 활용한 공급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 서울 외곽과 경기도는 광역교통망과 연계한 택지 개발로 공급할 계획이다. 청년과 신혼부부 등에 대해서는 일찍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역세권 첫집 주택 20만 호, 청년 원가주택 30만 호를 공급할 예정이다. 나머지는 민간 및 공공 분양주택과 민간임대 주택 형태로 공급될 것이다.”
윤 후보 1호 공약인 ‘청년 원가주택’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5년만 거주하면 집값 상승분의 일부를 가져갈 수 있는데, 일각에서는 반쪽 분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청년 원가주택은 말 그대로 원가에 공급하는 주택이다. 즉 보통의 공공분양주택보다 더 낮은 가격에 공급된다.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오를 경우 자본이득이 발생한다. 최초 수분양자가 나중에 국가에 되팔 경우 매각시점의 가격과 최초 분양가의 차액의 70%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국가가 환수한다. 보통의 공공분양주택을 분양받으면 자본이득 100%를 차지할 수 있지만 당첨 확률이 낮고 분양가도 높으므로 청년원가주택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시중 가격의 50~70% 가격에 5년 이상 거주 후 차익의 일부를 가져갈 수 있는 지분공유형 공공분양주택인 ‘역세권 첫집 주택’도 주목받았다. 특히 ‘역세권’ ‘지분공유’ 등은 청년층에 매력적인데 어떻게 현실화할 계획인가.
“두 가지 유형을 생각하고 있다. 하나는 재개발재건축과 연계해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신 추가로 주어지는 용적률의 절반을 공공기여 형식으로 받는 것이다. 기존에는 공공임대주택으로 받았지만 역세권 주택은 ‘공공분양’ 형태로 받게 된다. 또 다른 하나는 역세권 국공유지를 활용한 공급 방안인데, 철도차량기지나 공영주차장을 복합 개발할 계획이다. 이미 국회에 제출된 관련 법안이 통과된다면 공공분양 방식으로 공급할 수 있을 걸로 보인다. 특히 서울시 안에 역세권 국공유지가 많이 남아 있어서 가능할 걸로 본다. 역세권 첫집 주택은 도심에 살기 원하는 공간 수요가 적은 1인 청년과 신혼부부를 주요 대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토지는 국가가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기존과는 차이가 있다.”
최근 5년간 수도권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멈추다시피 해 무주택자의 불만이 컸다. 윤 후보는 서울과 1기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재건축 규제 완화의 뜻을 피력했는데, 속도전이 가능할까.
“재개발재건축은 기본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고 과정도 복잡하다.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개선도 필요하지만 지자체의 역할이 크다. 특히 서울의 경우 시와 협업이 중요하다. 오세훈 시장의 신속통합기획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정밀안전진단기준의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낮추는 등 합리적 조정, 분양가산정 방식 개선, 법 개정을 통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 완화 등으로 재건축 활성화를 지원할 것이다. 지금 1기 신도시가 벌써 30년이 돼간다. 어떤 식으로든 정비가 필요하다. 그런데 애당초 1기 신도시는 서울 재건축 대상 아파트보다 밀도가 높아 지금의 틀 안에서 재건축하기 어렵다. 그래서 특별법을 제정하여 규제를 완화하고, 1기 신도시 28만 호를 일시에 재건축하는 게 아니라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재정비를 통해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해 스마트 도시로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난해 8월 29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김경환 서강대 교수(가운데)는 국민의힘 당사에서 경선을 앞두고 부동산 공약을 발표했다. [뉴스1]
“세금 부담되면 집 팔라? 정부가 할 소리 아냐”
최근 1~2년 사이, 다주택자뿐만 아니라 수도권에 집 한 채를 가진 이들의 세금 부담이 과도하게 늘었다. 집값 상승 여파와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영향으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가 전년도 대비 2~3배가량 증가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가운데서도 높은 수준이다. 1월 20일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자산세(부동산 보유세, 상속증여세, 자산거래세) 비율은 3.98%로 36개국 가운데 캐나다(4.1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부동산 보유세 증가율은 2016년 대비 50.5%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지난해 12월 윤 후보는 ‘부동산 세제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시행령을 개정해 2022년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윤 후보는 이중과세 논란이 있는 재산세와 종부세를 통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하겠다고 밝히는 등 부동산 관련 세제의 대대적인 개혁을 시사했다.정부가 단기간 공시가격을 급격히 올려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장기적으로 공시가격을 어떤 방식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보는가.
“공시가격은 60여 개 복지제도의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어 국민 생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현실화율을 보면 분자는 공시가격, 분모는 시장가격으로 이뤄져 있다.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분자인데 공시가격을 올려도 집값이 오르면 현실화율이 떨어지고, 시장가격이 떨어지면 현실화율이 목표보다 높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정부가 분자와 분모를 한꺼번에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현실화율의 완벽한 조정은 불가능하다. 설령 현실화가 가능하더라도 국민의 세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결과가 발생하면 곤란하다. 세금은 소득에서 나오는데, 집값이 올랐다고 해서 소득이 오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을 재평가하여 실천 가능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주택 유형별, 지역별 현실화율 차이를 줄이고 공시가격의 신뢰성을 높이는데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현재 종부세는 재산세와 이중 부과돼 위헌소송도 진행 중이다. 윤 후보는 종부세와 재산세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가능할까.
“종부세는 처음 제정 당시부터 위헌 소송이 있을 정도로 논란이 많았다. 현 정부 들어서 세율과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올리고 다주택자 대상으로 중과세율을 새로 도입했다. 그 결과 1주택자를 포함한 주택소유자들의 세금이 크게 늘었고 다주택 중과의 여파로 임대료도 올랐다. 사실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종부세와 비슷한 세제를 가진 나라가 없다. 몇몇 유럽 국가의 부유세(일정액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특정 상위계층에 비례적, 누진적으로 부과하는 세금)와 비교되기는 하는데 종부세는 부동산만을 타깃으로 한다. 또 하나 다른 점은 유럽의 경우 재산 가액에서 빚을 빼주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장치조차 없다. 세 부담이 과하고, 일부 사람들만 집중적으로 내게 하는 것은 종부세의 제정 취지에도 맞지 않다. 재산세와 종부세 통합은 고려할 사항이 많아 철저한 준비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추진하되 통합 이전에 종부세 자체의 문제점도 시정해야 할 것이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규제는 시장에 매물이 돌지 않게 하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윤 후보는 중과세율 부과를 2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하겠다는 공약을 냈는데, 장기적으로는 어떤 안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부가 다주택자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다주택자가 다른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을 사서 권리를 침해하는 사람들인지, 어차피 집을 사기 어렵거나 집을 소유하길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임대사업자인지 판단에 따라 정책은 달라진다. 노무현 정부 때 다주택자 중과세를 시행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폐지했다. 현 정부 들어 다시 시행했는데 결과적으로 증여가 늘고 ‘똘똘한 한 채’ 현상 등 시장 왜곡으로 매물이 묶이는 상황이 벌어졌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우선 최대 2년간 중과세를 유예하고 부동산세제 TF를 통해 장기적인 개편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2020년 7월부터 시행된 ‘임대차 3법’도 취지는 좋았으나 전세 가격을 폭등시키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갈등이 증폭되는 등 부작용이 있었다. 개선 계획이 있는가.
“임대차 3법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두 가지가 쟁점인데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사실 전문가들은 이 법의 시행 전부터 지금과 같은 결과를 예견했다. 그 이치는 간단하다. 임대료가 너무 높기 때문에 법을 도입하겠다는 건데,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법이 시장을 이기기 어렵다. 과거 서울의 전세가가 전체적으로 안정된 경우가 2008년 잠실의 경우다. 당시 잠실 주공1~4단지 재건축이 완료되면서 한꺼번에 1만8000가구가 들어서자 전세가가 안정됐다. 이런 공급 없이 임대차 3법을 시행한다고 수요가 줄어들까? 전혀 아니다. 규제만으로 임대료를 안정시킬 수 없다.
더군다나 2년 계약기간이 짧아 4년을 보장해 준다고 하면 다른 세입자들은 전세 구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집주인들은 세입자를 고르게 되고,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대상 매물인지에 따라 집값이 달라지는 현상까지 벌어진다. 결국 임대-임차인 간 ‘갑을 갈등’뿐 아니라 임차-임차인 간 ‘을을 갈등’도 야기됐다. 근본적으로는 법을 원래대로 돌려놔야 하는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감안해 법률 개정 전 체결 계약은 유효하게 하고, 임대인이 임차인의 계약 연장요청에 동의할 경우 임대인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현 정부는 ‘취득세는 적게, 보유세는 많이’ 내는 선진국형 세제를 추종해 왔다.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부동산 세제는 어느 방향으로 나가야 하나.
“선진국 세제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 나라마다 제도가 다르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원 배분 역할이 다르다. 선진국 세제가 꼭 이상적이라고 볼 수 없다. 다만 보유세가 지방정부의 중요 재원이 돼야 한다는 데는 전문가들도 동의한다. 어떤 사람이 특정 시나 구에 살면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도서관을 이용하는 등 공공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운영비용은 그 지역 사람들에게 걷어야 한다. 보유세는 비용 조달 측면에서 이상적인 세금이다. 보유세 인상 목적이 공공서비스 재원 마련에 있다면 타당하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나라 보유세는 주택 보유비용을 높여 주택수요를 줄이고 부동산 가격을 낮추려는 목적으로 활용돼 취지에 맞지 않다.
보유세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주로 언급하는 미국에서는 각 지자체가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매년 재산세 과표와 세율을 결정한다. 그래서 실효세율이 0.3%인 곳도 있고 3.3%인 곳도 있다. 거래세도 주마다 다르지만 그리 높지 않다. 이러한 본질적인 차이를 무시하고 우리나라 보유세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미국의 재산세 실효세율이 평균 1%를 넘는다고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면 감당이 안 된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가격이 12억 원인데 1%면 1년에 1200만 원을 내야 한다. ‘세금이 부담되면 팔라’는 건 정부가 국민에게 할 소리는 아니다.”
“부동산 공약 비슷해져서 나쁠 것 없어”
최근 5년 동안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수립하는 데 어떤 사고와 지향점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국민 삶의 질은 천양지차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공약만큼 중요한 것은 대선후보 및 부동산정책을 수립하는 이들의 방향성이다. 이런 이유로 김 교수가 지향하는 부동산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해졌다.현재의 부동산정책은 좌편향돼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시점에서 새 정부는 어떻게 달라야 할까.
“주택정책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국민들이 지금보다 더 좋은 주거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둘째는 주거 취약계층에게 적절한 주거 수준을 보장하는 것이다. 20년 전에 타던 차, 입던 옷, 먹던 음식과 지금은 차이가 있다. 주택 역시 국민 소득이 올라가면서 수요가 양적으로 질적으로 높아졌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정책을 펼쳐야 하고, 자력으로 주거 수준을 올리기 힘든 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은 정부가 보장해 줘야 한다. 윤 후보의 부동산 공약도 온 국민의 주거 수준을 향상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기서 정부와 시장의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 ‘낄끼빠빠’라는 말처럼 정부가 개입할 것과 시장에 맡겨야 할 것을 판단해 적절히 개입해 확실한 효과를 내야 한다. 결국 정부는 제한된 역량을 취약계층과 청년층에 집중하는 한편 합리적인 규제, 세제, 금융 시스템을 구축해 잘 지켜지도록 감시해야 한다. 또 국민이 원하는 형태의 주택이 공급되도록 하고, 시장 원리에 따라 원활하게 거래되게끔 정부가 촉진자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2015년 국토부 제1차관을 지냈다. 그때는 부동산 가격이 안정됐다. 당시의 부동산정책은 지금과 어떤 면에서 달랐다고 보는가.
“모든 걸 정책의 차이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시장 기대심리도, 경제 여건도 달랐다. 내용과 정도의 차이만 있지 주택문제가 없었던 시절은 없다. 다만 정부가 해야 할 것을 하고, 하지 않아야 할 것을 안 하는 게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 때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경우 미칠 영향을 상당히 신중하게 고려해 개입 여부를 결정했고, 개입 방식도 지금보다는 시장 친화적이지 않았나 싶다. 어느 정부나 선한 의도로 정책을 마련하지만 시장 개입 방식에서는 경제 주체들이 따라갈 만한 것인지를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 정책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로 평가받는 것이다. 어떤 정책이 성공할 것인지는 사전적으로 예측 가능하다고 본다. 주택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중산층의 재산 목록 1위다. 따라서 국회에서도 법안을 만들 때 국회의원이 아닌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법이 시행되면 어떻게 대응할지 예측해야 한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도 겸손해야 한다.”
윤석열 후보는 다를 거라고 보는가. 어떻게 캠프에 합류하게 됐나.
“윤 후보와는 인연이 전혀 없다. 그런데 윤 후보 측에서 부동산정책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고 해서 만나게 됐다. 부동산시장과 정책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질문도 주고받았는데 기본적인 견해에 공감을 했다. 이후 지난해 경선 단계부터 자문을 맡았다. 부동산정책은 온 국민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고, 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적어도 내 판단에 지금은 망가진 부동산정책을 바로잡아야 하는데, 윤후보가 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내가 미력을 보탤 수 있다면 보람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에 함께하게 됐다. 윤 후보의 경선 1호 공약이 ‘부동산정책’이었다. 처음에는 경쟁 후보의 부동산 공약과 상당히 달랐는데, 점점 윤 후보와 비슷해지고 있다. 의견이 모인다면 나쁠 게 없다.”
전공이 도시경제학인데 우리나라가 도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결국 21세기는 도시의 시대다. 국경이라는 게 의미가 없고, 국가 간 경쟁은 대도시 간의 경쟁을 의미한다. 세계적인 대도시 경제 규모는 웬만한 국가의 경제 수준과 맞먹는다. 2015년 도쿄 대도시권 GDP가 우리나라 GDP의 92%였고 서울 대도시권 GDP는 말레이시아 GDP보다 10% 더 컸다. 인간이 살고 일하고 여가를 즐기는 공간이 도시이기 때문에 도시를 잘 가꾸는 것이 결국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그러려면 좋은 일자리가 있어야 하고, 좋은 일자리를 채울 인재가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정부가 이런 인재들이 살고 일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어떤 정책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경환
●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 박사
● UNCHS(UN Habitat) 재정자문관, 아시아부동산학회 회장, 한국주택금융공사 비상임이사, 국민경제자문위원, 국토교통부 제1차관
● 現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정혜연 차장
grape06@donga.com
2007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여성동아, 주간동아, 채널A 국제부 등을 거쳐 2022년부터 신동아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금융, 부동산, 재태크, 유통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의미있는 기사를 생산하는 기자가 되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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