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호

특집 | 이제는 대선이다 - 안희정의 안보관·신상 검증

“공무원들에게 이주 독려하더니 지사님 가족만 빼고?”

안희정의 ‘이중 잣대’ 자녀교육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입력2017-03-21 15:5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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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도청으로 이사 호소한 安, 가족은 교육 핑계로 경기도에 남아
    • 도의원 “충남 교육 누가 믿겠나” 질타
    • 아들 대입 마치고서야 부인도 홍성으로 이사
    2012년 12월 3일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직원 월례모임에서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내포신도시 이주는 삶이 더 어려워지는 일이 아니라 더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다. ‘내포 이사’가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으로 우리의 행복지수를 높여줄 것으로 확신한다. 내포로 이사하면 텃밭과 숲 가꾸기 모임을 해볼까 하는데 관심 있는 분들은 저랑 서클을 만들어 용봉산 숲 가꾸기 하자. 도시적인 편리성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삶의 공간으로 이주하는 것이 21세기 트렌드이며, 앞서나가는 삶의 패턴이다.”



    ‘솔선수범’ 이사한 직원들

    그가 말한 내포(內浦)신도시는 세종시처럼 충남도청과 교육청, 경찰청 등 충남지역 행정기관이 들어선 신도시다. 2006년 2월 대전에 있던 충남도청을 충남 홍성군 홍북면과 예산군 삽교읍 일원으로 이전하기로 최종 확정하면서 신도시 건설이 시작됐다. 2020년까지 1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조성될 예정으로 현재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 충남도청과 도의회 신청사는 2012년 12월 13일 완공됐고, 이듬해 1월 2일 신청사 시무식을 열고 본격적인 ‘충남 시대’를 열었다. 안 지사는 내포신도시 이전을 앞두고 직원 모임에서 내포신도시 조기 이주를 독려한 것이다. 직원들 상당수는 도시 인프라·교육시설이 부족한 신도시로 이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2016년에야 지역 명문 홍성고가 이전 개교했고, 2018년 덕산고가 이전 개교하는 등 내포신도시의 교육 여건은 차츰 나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주 당시만 해도 읍내에 있는 고교로 진학할 수밖에 없었다. 공무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자녀 교육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신도시 조기 정착을 위해 공무원들의 이사를 권유한 안 지사는 도청 이전과 함께 홍성군 홍북면에 전입신고를 했지만, 가족들은 주소지 이전을 하지 않았다. 부인 민주원 여사는 둘째 아들이 고3 과정을 마친 2015년에 충남 홍성으로 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1월 한 여성지에 실린 인터뷰를 보자.

    ▼ 기자: “둘째 아들이 고등학교를 마치면서 부인께서도 공관으로 들어오셨다죠?”

    ▼ 안 지사: “이제 열흘 됐어요. 3대가 덕을 쌓아야 이룬다는 주말부부 생활도 끝이 났네요(웃음).”

    ▼ 기자: “두 아들이 대안학교를 다녔다면서요?”

    ▼ 안 지사: “아이들 초등학교 때 제가 수감되면서 정서적으로 무척 힘든 상황이었죠. 아이들이 학교에 적응을 제대로 못했는데, 기존 체제에 집어넣었다가는 더 힘들어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대안학교를 찾게 됐죠. 아이들도 그게 좋겠다고 했고요.”

    대안학교라고 하면 흔히 학교 부적응 학생이 다니는 미인가 학교로 인식되지만, ‘신동아’ 취재 결과 안 지사의 두 아들은 경기 용인의 집에서 분당의 대안형특성화학교(중고교 과정)에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학교는 전국 단위의 학생을 모집하는 자율학교로, 정식 학력이 인정되는 ‘인가형’ 대안학교인 데다, 정원 20명에 토론식 수업과 다양한 외국어 과정을 개설해 입학 경쟁도 치열하다. 학부모에게 ‘사교육 포기 각서’를 쓰게 하고, 국내 도보여행과 저개발국가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충남맨’의 ‘경기도 가족’

    최태원 SK 회장과 심상정 의원, 강지원 변호사 등 사회지도층 인사 자녀들이 다녔고, 한때 연간 520만 원의 학비를 내 ‘신(新)귀족학교’로 불렸다. 그러나 김상곤 경기교육감 당선 직후인 2010년 혁신학교로 지정돼 도교육청 지원을 받으면서 일반 공립고와 비슷한 수준의 금액(연간 160만 원)을 납부하면 된다. 학교 부적응을 이유로 대안학교에 보냈다는 안 지사의 인터뷰는 ‘어쩔 수 없이 보내는’ 대안학교로 인식된다. 이에 대해 도청 직원 A씨는 ‘신동아’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포신도시 이전 당시 대전에서 출발하는 통근버스를 운행하는 문제로 논란이 됐다. 예산 문제와 신도시 조기 정착을 위해 통근버스 운행을 안 한다는 얘기도 나와서 솔선수범한다는 마음으로 ‘이사’하는 직원도많았다. 일부 특정직에 한해 관사가 제공됐지만, 도청에서 1, 2년 근무하고 다른 지역으로 발령 나는 하위직 공무원들도 일부 이사를 했다. 대전의 좋은 학교 다니던 자녀들도 시골 학교로 전학을 왔다. 지금은 나아졌지만 당시만 해도 축산 악취가 심해 학부모들의 고심이 깊었다. 물론 안 지사도 개인적 고충은 있었겠지만, 아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면서 ‘3대가 덕을 쌓아야 하는 주말부부 생활을 끝냈다’는 식의 ‘한가한 소리’는 안 하는 게 나았다.”

    ‘충남맨’ 안 지사의 ‘경기도 가족’에 대한 비판은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나왔다. 2014년 11월 11일 충남도청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감사에서 이기철 위원(아산 1)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어저께 중앙일보가 날아왔는데, 거기에 도지사님 사진과 함께 지사님 철학이 나와 있습니다. 기자가 뭐라고 썼느냐면 ‘텃밭은 안 지사가 농민의 마음을 느끼는 매체이자 반찬거리를 준비하는 장소다. 부인 민주원 여사는 현재 고3인 둘째 아들과 경기도 용인에 살고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내일 모레 수능을 잘 보기를 기원하면서 이 신문이 아마 전국에 나갈 겁니다. 도지사가 자기 아들 교육을 자기가 관할하는 지역 내에 있는 학교에 안 보내고 다른 외지에 내보내서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하는 것을 지금 만천하에 자랑하고 있는 거거든요. 아니 도지사가 자기 지역에 있는 교육환경을 못 믿어서 (자녀를) 그 지역 학교에 안 보내는데 다른 지역에 있는 국민들이 우리 충남에 이사 오려고 하겠습니까.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교육환경이 나쁘고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면 그거를 지적해서 바로잡아서 우리 아이들이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게 지사님이 해야 할 일입니다.”

    이어 김동욱 위원장대리(천안2)는 ‘안 지사의 둘째 아들의 고교 진학은 충남지역으로 했어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발언했다.

    “도지사님이 도를 생각한다면 지난 4년 전 도지사 당선되고 재선됐기 때문에 그때 (중학생 자녀를 충남지역 고교로) 보낼 수 있었을 텐데…(중략)…도를 생각한다면 충남에 있는 고교에 보내 이번에 수능을 치를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기 때문에 이기철 위원님이 말씀하신 거 같습니다.”

    일반계 고교 수준의 학비에 사교육까지 ‘소화’하는 명문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싶은 마음은 학부모라면 누구나 같다. 그러나 도민과 직원들에게 지방 분권과 내포신도시 조기 정주 여건 조성을 위해 ‘희생을 감수한 이사’를 권유하고는 정작 자신의 가족에겐 ‘다른 잣대’를 들이댄 데는 진지한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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