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양약의 상징인 녹용
녹용은 수사슴의 갓 자란 뿔을 채취·가공해 말린 것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녹용은 매화록, 마록, 뉴질랜드산 등이 있는데, ‘본초강목’에 따르면 마록을 기원으로 삼는다. 마록은 ‘원용’이라고도 하는데, 효능이 가장 뛰어나며 열이 있는 사람은 약간 띵한 느낌이 올 정도로 약효가 강하다.
녹용을 오래 두어서 차츰 칼슘이 침착되고 골질화해 굳어진 뿔은 녹각이라고 한다. 또한 뿔이 돋아나온 이듬해에 절로 떨어진 것은 낙각이라 한다. 녹용, 녹각, 낙각은 용도는 비슷하지만 녹각이 녹용보다 훨씬 못하고, 낙각은 그 가치가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진다. 그 밖에 사슴뿔을 푹 고아 우려낸 물을 다시 졸여서 엉기게 한 것을 녹각교라고 하고, 그 찌꺼기를 가루낸 것을 녹각상이라고 한다.
‘본초강목’엔 녹혈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녹혈주는 사생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얻은 것으로, 그는 약초를 채취하러 산에 들어갔다가 길을 잃었다. 그러다 사슴 한 마리를 붙잡아 채혈한 다음 피를 음용하고 나니 귀가시에 기혈이 충성하여 통상인과 다른 점이 있었다”라며 효과를 은근히 암시하고 있는 것.
눈길을 끄는 것은 ‘본초강목’이 은중감이란 사람의 기록을 빌려 사슴 중에서도 흰 사슴을 최고로 친다는 점이다. 이수광의 ‘지봉유설’에도 흰 사슴의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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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에는 사슴이 많다. 여름밤이면 사슴들이 시냇가에 나가 물을 마신다. 한 사냥꾼이 시냇가에서 숨어보니 몇 천 마리 가운데 한 마리 사슴이 으뜸이고 빛깔이 흰데 그 등 위에는 머리털이 하얀 늙은이 하나가 타고 있었다. 이 얘기는 자순 임제의 ‘남명소승’에 나오는데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백록담(白鹿潭)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이런 전설의 영향인지도 모른다.
녹용도 모든 사람에게 다 효과가 좋을 순 없다. 머리에 열이 집중되는 뜨거운 소양인이나 태양인에게 머리로 혈액이 용솟음치게 하는 것은 오히려 독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