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 찬가 _ 조국 지음, 생각의나무, 199쪽, 1만1000원
이 책은 인간의 유인원 ‘사촌’인 ‘보노보(Bonobo)’의 행태와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정글자본주의’ 원리가 관철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비판하고 새로운 사회 운영원리의 도입을 촉구하자는 목적을 갖고 있다. 인간의 또 다른‘사촌’ 침팬지는 권력과 부를 갖기 위해 피를 부르는 치열한 권력투쟁을 벌이며, 최강자 수컷을 중심으로 수직적 서열구조를 유지한다. 약자에 대한 배려는 찾기 힘들다.
반면 아프리카 콩고에서 새로 발견된 보노보는 전혀 다른 삶의 모습을 보인다. 보노보는 암컷끼리의 연대가 강하고, 수컷이 암컷을 지배하지 못하는 질서를 갖고 있다. 보노보는 수직적 서열을 만들지 않으며 평등한 문화를 유지하고, 무리 내 약자를 끌어안고 간다. 이러한 보노보의 행태와 문화는 인간 세상의 삶의 방식과 사회제도에 대한 반성을 불러일으킨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침팬지가 날뛰고 설치는 ‘정글’이다. 다들 강자와 부자가 되기 위해 침팬지처럼 살고 있다. ‘박연차 리스트’와 ‘장자연 리스트’라는 두 개의 리스트는 대한민국이 어떠한 사회인지, 우리 사회의 강자와 부자들이 어떻게 사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박연차씨는 ‘봉하대군’으로 불리는 대통령 형이나 권력핵심층과 호형호제하며 금품을 제공하고 사업의 이권을 확보했다. 이를 기화로 새로 뽑힌 우두머리는 직전 우두머리 죽이기에 나섰고, 이 작업은 피를 보고서야 끝났다. 장자연 리스트에 거론된 유력인사들은 ‘접대’의 이름 아래 여성의 성을 구매했고, 결국 한 여성을 죽음으로 몰고갔다. 예상컨대, 이명박 정부가 끝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등장인물만 바뀐 새로운 ‘리스트’가 나올 것이다.
한편 세계적으로 퇴조하고 있는 ‘신자유주의’는 한국에서는 여전히 기세등등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에 따르더라도, 한국의 노동권과 복지 수준은 저열하다. 그러나 정부는 오직 이윤과 효율의 논리만 신봉하며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고 있다. 그 결과 자산, 소득, 교육, 건강의 양극화가 점점 심화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혼혈인, 난민, 성적 소수자, 양심적 병역거부자, 한센병 환자, HIV/AIDS 감염인,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다수자의 눈길은 여전히 차갑다. 아, 언제까지 우리는 비정하고 탐욕적인 침팬지처럼 살아야 하는가.
다행히도 최근 보노보적 모범이 만들어졌다. 전북 군산의 ‘타타대우상용차’ 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받아들였고, 노사합의에 따라 매년 일정 수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노동자와 사용자가 대립하고, 노동자 내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갈라져 있는 노동현실에서 노사 양측이 서로 양보하고 타협해 상생의 길을 택한 것이다. 보노보 세상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마음과 사회제도 속에서 보노보식으로 바꾸려고 노력할 때만 가능할 것이다.
조국│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불황의 경제학 _ 폴 크루그먼 지음, 안진환 옮김
10년 전에 나온 초판과 마찬가지로 이번 개정판의 상당부분은 1990년대 아시아 금융위기에 할애됐다. 아시아의 위기가 현재 진행 중인 글로벌 위기의 리허설로 드러나고 있어서다. 저자는 현재의 미국이 10년 전의 일본과 비슷해 보이고, 현재의 아이슬란드가 그때의 태국과 비슷해 보이는 이유를 설명한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살피기보다 그 일이 왜 일어났고, 어떻게 하면 이런 재앙을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더 관심을 둔다.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 문제에 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밝혀내는 것이다. 경제위기가 진행된 과정을 더듬는 것은 곧 경제위기의 맥락을 읽는다는 뜻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붕괴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전 과정에 주목하지 않았다.” 세종서적/ 237쪽/ 1만4000원
하버드 케네디스쿨 _ 스기무라 다로·호소다 겐이치·마루타 아키테루 지음, 남소영 옮김
하버드대학 공공정책대학원인 하버드 케네디스쿨을 다녀온 일본인 학생들이 주요 강의를 듣고 강의 보고서를 썼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엘렌 존슨 설리프 아프리카 대륙 최초 여성 대통령,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 등 세계 리더들이 들었던 수업을 정리하고, 제자로서 세계 석학인 교수들(노암 촘스키, 조지프 나이 등)을 인터뷰한 것이다. 저자들은 케네디스쿨의 특징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국제적인 색채가 강하다, 리더십을 무엇보다 상위에 둔다, 학생은 교수와 대등한 위치에 있다, 교수들은 탁상공론하지 않고 실천적인 지식인이다, 대학문화는 자부심과 의욕으로 가득 차 있다….” 공공윤리, 정치와 정의, 경제학, 금융, 외교, 언론 분야 강의를 소개하며, 케네디스쿨의 핵심을 파헤치는 이 책에는 학사과정과 학교역사가 요약돼 있다. 에이지21/ 308쪽/ 1만5000원
도시 심리학 _ 하지현 지음
“정신과 의사인 나는 정신분석학과 심리학을 아우르는 현미경으로 이 도시 곳곳을 들여다보려 한다. 하나하나의 마음 안을 돋보기로 샅샅이 뒤져봐야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의 속내를 비로소 알 수 있다. 무엇이 우리를 짓누르고 있고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지.” 저자는 관계와 집단이 조금 더 행복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타인의 마음부터 이해하기로 했다. 소통의 부재, 자아의 두 얼굴, 욕망의 가속도, 관계의 소용돌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정리된 이 책에는 도시인의 면면이 그려져 있다. 자기합리화 도구인 지름신, 자아실현의 자폭 현상인 기러기 아빠, 확신감 부족으로 자꾸만 뭉치는 사람들, 와인을 찾으며 취향을 존중하는 사람인 양 행세하는 사람들…. 저자의 바람대로 너를 이해하고 나를 이해하다 보면 ‘위로받고 싶은 고통과 우울감의 본질’을 알 수 있다. 해냄/ 238쪽/ 1만2000원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상처 입은 용들의 노래-노자시화 _ 장석주 지음, 뿌리와이파리, 516쪽, 2만5000원
시인으로 서른다섯 해를 살고, 평론가로 서른 해를 채웠다. 꽤 진득했다. 허나 진득함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내 삶의 중심축을 이루는 “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이 있어야만 했다. 나는 “시는 경험을 청취하되 경험을 넘어간다. 시는 오래된 기억이기보다는 반기억(反記憶), 기억의 대속(代贖)이다. 시는 역사에 곁살이를 하지만 제 존재가 나온 뿌리인 역사를 부정한다. 역사의 언어가 화석의 언어라면 시의 언어는 생물인 까닭이다. 시는 의미의 정언적 요청이 아니라 의미를 갖고 노는 놀이다”라고 썼다. 서정주, 천상병, 백석, 윤동주, 이상, 조지훈, 박목월, 정지용, 김수영, 고은, 황동규, 김종해, 김명인, 천양희, 문정희, 김사인, 신현정, 이성복에서 김영래, 유홍준, 장인수, 이근화, 김근, 송승환, 박해람, 주용일, 김행숙, 김경주까지 두루 읽었다. 노자, 장자, 공자, 도연명, 유협, 푸코, 들뢰즈, 니체, 사르트르, 롤랑 바르트, 지젝 등에게서 사유의 틀을 빌려다 썼다.
먼저 ‘현대시학’에 2년여 동안 ‘노자시화(老子詩話)’라는 제목으로 연재했다. 노장의 철학으로 우리 시를 다시 들여다보고 그 뜻을 캐보려는 시도였다. 이를테면 ‘장자’의 ‘소요유’에 나오는 대붕은 등의 너비가 몇 천리고 날개는 하늘을 가릴 만큼 큰 새다. 대붕이 날아갈 때는 물결이 삼천리이며 구만리 상공에 올라 여섯 달이 되어야 쉰다고 했다. 우선 상상력의 크기만으로도 우리를 놀라게 한다. 대붕은 세속을 넘어선 내적 자유의 절대성, 그 자유분방한 경지를 사는 데서 오는 기쁨을 노래한다.
서정주의 ‘학’은 이 대붕에 견줄 만하다. 천년을 보던 눈과 천년을 파닥거리는 날개로 나는 이 학은 산덩어리 같은 분노와 초목도 울리는 설움을 내면에 감추고 이승을 넘어 저승 곁을 초연하게 떠간다. 장자의 ‘대붕’이나 서정주의 ‘학’은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넘어 현실 저 너머로 나아가는 해탈의 존재들이다.
일찍이 천상병은 ‘선경’이라는 시에서 다람쥐를 보고 “나뭇가지를 빨리 가는 동태는/ 무구한 작란이, 순진한 스포츠다”라고 노래한다. 다람쥐가 나뭇가지 사이를 가볍게 돌아다니는 동태는 범속한 풍경의 하나일 터다. 이 범속한 풍경에서 ‘선경(仙境)’을 읽어내는 게 시인의 눈이다. 천상병은 오래 궁구하여 일군 뜻의 성숙함이 아니라 사물과 마음이 부딪치는 순간 일어나는 순진무구한 감응(感應) 그 자체를 시로 드러낸다. 그런 눈으로 삶을 바라보면 비참과 불행으로 얼룩진 삶도 대긍정 속에서 ‘아름다운 소풍’이 되어버린다.(‘귀천’)
노장철학을 가장 잘 체화한 천상병은 자기를 비우고 무욕함으로 일관했던 시인이니, 대소 미추 선악 시비의 분별을 떠나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나이라고 주저함 없이 노래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시를 아는 것은 전부를 아는 것, 곧 우주를 아는 것”이다. 이 책은 깊은 실존의 물음 앞에 벌거벗고 섰던 내 사유의 속살을 보여주는 책이다. 장석주│시인, 평론가│
일기일회 _ 법정 지음
‘무소유’로 유명한 법정 스님의 법문 모음집이 출간됐다. 몇몇 사람이 우리의 스승이 육체의 건강을 회복해 더 오래 우리 곁에 머물기를, 다시 여러 계절을 더 맑은 가르침으로 채워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법문을 엮었다. 고즈넉한 사찰뿐 아니라 명동성당, 세종문화회관, 원불교 대강당까지 실로 다양한 곳에서 선문을 설파한 스님의 음성은 낡은 카세트테이프, 오래된 비디오테이프, MP3파일을 거쳐 책으로 재탄생됐다. 스님은 “삶에서 가장 신비한 일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이라며 “모든 것은 생애 단 한 번뿐인 인연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언제 어디서 생의 마지막 날을 맞이할지 알 수 없다는 자각을 잃지 않아야 한다. 언제 어디서 살든 한순간을 놓치지 말라. 그 순간이 생과 사의 갈림길이다.” 문학의숲/ 390쪽/ 1만5000원
원풍 김년오 시집 _ 김년오 지음
탁월한 선거전략가로 한국정치마케팅연구소 소장을 지낸 저자가 도시를 등진 지 어느새 8년이 됐다. 저자는 “식구들을 광명에 두고 세간을 챙겨 내려온 뒤, 가급적이면 움직이지 않고 동면에 들어간 개구리처럼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잠이 나를 거부하면 며칠이고 날밤을 지새우며 단순하게 살자”고 했고, 그간의 생각을 4권의 시집에 가감 없이 담아냈다. “세상을 살면서 가짐 없이 채움도 없이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는 시인의 음성에 귀 기울여볼 만하다. ‘나만이 아니고/ 내가 앞장을 서지 않고/ 누구도 할 수 있게/ 나라도 나서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내가 나서 등을 두고 엎드려 누구도 할 수 있도록/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국가적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 언제고 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게끔.’ 서화림/ 각권 250여 쪽/ 3만2000원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 사람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_ 전경일 지음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으나 삶에서 밀려난 느낌이 들 때 우리는 좌절하곤 하지만, 따뜻한 온돌방처럼 나를 지켜주는 기억 하나만 있어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아버지와의 기억은 고통의 시간마다 나를 쫓아다니며 포기하지 않도록 추슬러준다.” 책에는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마음뿐 아니라 평범한 삶을 풍요로이 살아가는 지혜가 담겨 있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 좌절로 주저앉아본 사람은 시련을 버티는 과정에서 한없이 강해질 수 있다. 어떤 불행도 우리를 뿌리째 날려버리지 못한다. 우리의 뿌리는 희망에 닿아 있으니까….” 저자는 미국 NBC TV와 CBS방송국, 삼성전자 미디어본부, 야후코리아 총괄이사, KTF 팀장을 거쳐 현재는 인문경영연구소 소장으로 인문과 경영을 아우르는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예담/ 196쪽/ 1만원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반만 버려도 행복하다 _ 이정옥 지음, 동아일보사, 384쪽, 1만3000원
이 책의 주제는 ‘아름다운 노년,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하여’다. 65세에서 99세 사이 노인 70여 명이 살고 있는 실비노인요양시설에서 10년을 지내며 나는 생각했다. ‘오래된 바이올린 소리가 더 아름답다는데 청산의 한 마리 학처럼 아름답게 늙을 수는 없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이곳 풍경에서 찾을 수 있다면….
이곳 노인들의 삶을 바라보며 오늘의 장년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내일, 스산한 바람 불어오는 갈대밭에 서서 허송세월을 후회하는 노년이 되지는 말라고. 앞으로 50년 후, 20대 젊은이들이 노년이 될 때의 세상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상태로 변해 있으리라. 그때 문명의 혜택을 누리며 행복하고 중후한 노년이기를 꿈꾼다면 젊은 시절부터 자기만의 세계를 가꾸지 않으면 안 된다.
노인에게는 여생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죽음에 대한 문제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품위 있게 죽고 싶은 80, 90대 노인들에 대한 인위적인 연명장치는 창조질서에 대한 도전이며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빼앗는 일이다. 노년의 죽음이 의료장비에 의해 중환자실에 유폐(幽閉) 당할 때의 문제는 생명의 존엄에 대한 모독일 수도 있고 잔인한 배려일 수도 있다. 이런 일들이 ‘생명존엄’이라는 이름으로 도처에서 계속되고 있다.
인간은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 삶이 내 것이라면 죽음도 내 것이라야 한다. 우리는 자신의 죽음을 다른 이의 손에 넘겨주어서는 안 된다. 의료장비로 죽음의 공포를 연장하려는 의사들에게도, 연명장치 제거에 대해 살인행위 운운하는 종교인들에게도, 자연사(自然死)의 열망을 빼앗아 가족과 의료인을 살인공모로 기소하는 검사들에게도.
존엄한 죽음! 이를 위한 ‘선언문’, 사전지시서(死前指示書)의 필요성을 모든 이에게 전하고 싶었다. 죽음이란 무엇이며 죽음의 끝은 어디인가? 자연의 섭리인 죽음,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는 없을까? 답을 찾아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피에르 신부의 다음 말을 모든 이의 가슴에 새겨주고 싶었다.
“중요한 것은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사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노인복지법이 있다. 하지만 2008년 4월4일자로 개정해 시행한 노인복지시설 통폐합은 현장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입법이다.
‘노인수발 서비스’ 오늘 시행. 2008년 7월1일자 신문기사 제목이다. 노인수발! 이름은 요란한데 반쪽짜리 수발이다. 거기다 가장 중요한 노인병 예방은 실종되고 말았다. 예방을 포기하고 수발만 선택했을 때의 문제점, 보건복지가족부가 떠들썩하게 발표한 ‘치매와의 전쟁’만으로 안 되는 이유, 노인병 예방의 지름길, 노인복지법에서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 할 매듭 등을 점검해보았다.
이정옥│시인│
미디어아트 _ 진중권 엮음
책에 수록된 강연과 인터뷰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래교육준비단에서 주최한 국제학술심포지엄 ‘isAT 2008’의 산물이다. ‘제3의 공간’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 심포지엄에는 세계적인 미디어아티스트인 로이 애스콧, 도널드 마리넬리, 히로세 미치타카, 제프리 쇼, 후지하타 마사키, 사이먼 페니, 가와구치 요이치로, 최우람이 참여했다. 책의 고갱이인 미디어아트란 과학기술에 관심을 둔 예술가들의 작품 활동을 뜻하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미디어아티스트들은 예술과 과학의 만남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풀어내고 있다. “인터넷 사회에서 예술과 게임과 일상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이러한 혼재들로 인해 중심이 붕괴되고 있다” “작품의 의도가 설 자리가 없어졌다”…. 독자는 책을 읽으며 매일매일 마주하는 전자기기의 함의를 찾을 수 있다. 휴머니스트/ 357쪽/ 1만8000원
야성적 충동 _ 조지 애커로프·로버트 쉴러 지음, 장보형 감수, 김태훈 옮김
2001년 레몬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 행동경제학의 근간을 마련한 조지 애커로프 교수와 예일대 경제학 교수인 로버트 쉴러가 세계 경제를 진단했다. ‘야성적 충돌’이 판치는 혼돈시대라는 것. 인간의 심리적 요인을 통칭하는 야성적 충돌이 그 어떤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경제를 움직인다는 얘기다. 케인스가 강한 정부를 주창한 것도, 이런 기질을 관리하기 위해서라고 지적한다. 저자들은 6년 전부터 세계 경제의 거품이 붕괴되는 과정을 보며 “야성적 충돌 이론으로 보면 미스터리 같았던 경제 오류들이 맞춰진다”는 것을 깨닫고 이 책에서 그 이론의 타당성을 검증해냈다. 또한 ‘왜 경제는 불황에 빠지는가’ ‘현재 금융위기에 필요한 조치는 무엇인가’ ‘왜 부동산시장은 주기적인 부침을 겪는가’와 같은 경제학의 근본적 질문에 대한 해답도 제시하고 있다. 랜덤하우스/ 343쪽/ 1만5000원
정글 _ 업튼 싱클레어 지음, 채광석 옮김
저자는 7주간에 걸쳐 시카고 도축장을 취재하며, 미국 정육업계의 비인간적인 노동조건과 도축과정의 비위생적 실태를 고발했다. 소설 형식을 빌려 리투아니아 출신 청년이 그의 애인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와 겪는 고충을 리얼리즘 기법으로 그렸다. 독자는 “메리 아가씨의 귀여운 양이/ 병에 걸렸네/ 메리는 양을 패킹타운에 팔았고/ 잘 포장된 닭고기가 되었네”라는 짧은 노랫말만으로도 이 책의 함의를 알 수 있다.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국민의 항의가 빗발치자, 루스벨트 대통령은 작가를 만나 실태를 파악하는 한편 식품의약품위생법과 미국식품의약국(FDA) 신설을 지시했다. 17개국 언어로 번역된 이 책은 “20세기 초 미국 자본주의의 잔혹한 얼굴을 드러낸 사회적 기록이자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페이퍼로드/ 608쪽/ 1만4800원
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불황에도 성공하는 부동산 투자 전략 _ 장인석 지음, 책이있는풍경, 415쪽, 1만5000원
부동산 상담을 하면 안타까운 일이 많다. 집값이 떨어질 때는 “언제 팔아야 되는가”라는 물음이 대부분이다. ‘허참, 집값이 떨어질 때는 팔지 말아야 하는데’. 집값이 한창 오를 때는 ‘언제 사야 하는가’로 질문이 바뀐다. ‘이미 매수시기를 놓쳐 지금 사면 막차인데….’ ‘장사를 잘하는’ 컨설턴트라면 어떻게 해서든 거래를 유도하는 상담을 해야 한다. 그래야 떡고물이 생기지 않겠는가. 그런데 나라는 사람은 상담자의 생각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카운슬링을 한다. 떡고물은커녕 상담자를 불편하게 하는 코멘트만 날리니 고객이 창출될 리 없다. 상담자에게 영합하자니 양심이 찔리고 상담자를 가르치자니 배가 고프다. 그래서 책을 쓰기로 했다.
많은 사람이 부동산으로 돈을 벌고 싶어한다. 누구나 좋은 집에서 살고 싶어한다. 그런데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다가 남들이 부동산으로 난리칠 때 하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보는 것 같아 서둘러 구입한다. 고수들은 이미 고소공포증을 느껴 하산을 서두르고 있는데 말이다. 소위 ‘상투 잡기’라는 것이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집값이 한창 떨어질 때도 마찬가지다. 고수들은 집값이 떨어질 것을 예측해 일찌감치 팔고 실탄을 잔뜩 장전한 뒤 더 떨어지라고 기도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이 불안에 떨며 투매한다.
왜 팔아야 될 때 사고, 사야 될 때 파는 사람이 많은 것일까. 그것은 부동산시장을 ‘톱 다운(top down)’이 아닌 ‘보텀 업(bottom up)’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즉 숲을 바라보지 않고 나무만 보는 것이다. 들쥐가 아무리 재빠르다고 해도 1km 이상 상공을 나는 독수리에게 잡아먹힌다. 눈앞의 이익만 좇기 때문이다. 부동산도 시장을 예측하고 조망하는 안목이 없으면 ‘장님 문고리 잡기’식 투자밖에 되지 않는다.
부동산이 무조건 돈이 되는 호황기에는 경기 상황을 예측하거나 디테일한 수익분석이 절실히 필요하지 않다. 적당히 투자해도 돈을 벌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황기에는 투자 대상을 좁히고 세밀한 분석에 의한 보수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그 결과 호황기처럼 누구나 돈을 벌 수는 없지만, 실력 있는 소수에게는 더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제 부동산은 ‘저지르고 보자’는 구태의연한 방식에서 벗어나 세밀하고 타당성 있는 경기 예측과 물건 분석이 선행된 투자 형태로 변해야 한다. 글로벌 시대의 부동산 투자는 경기 흐름과 밀접한 모든 경기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경기상황을 예측하고 정밀한 수익분석이 가능하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려는 의도로 만들었다. 부동산을 전혀 모르는 초보자라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숲을 꿰뚫어 좋은 나무를 찾아내는 ‘이글 아이(eagle eye)’를 갖게 되어 나같이 까칠한 카운슬러가 필요 없게 될 것이다. 장인석│부동산 칼럼니스트│
조선공주실록 _ 신명호 지음
최고권력자인 왕의 딸이자, 간택된 여자(왕비)의 딸인 공주. 언뜻 보아도 공주의 삶은 풍요로웠을 것 같다. 역사학자인 저자는 조선왕조의 공주 116명 중 극적인 인생을 산 공주 7명의 삶을 들여다봤다. 계유정난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남편과 친동생 단종을 잃고 노비로 전락한 경혜공주, 왕실 저주사건에 연루돼 서궁에 유폐된 뒤 서예로 고통을 승화시킨 정명공주, 저주혐의로 어머니와 남편을 잃고 귀양에 처해진 효명공주, 청나라 섭정왕 도르곤에게 시집가야 했던 효종의 양녀 의순공주, 일제에 의해 강제로 도쿄로 유학 갔다가 대마도 번주 종무지와 정략 결혼한 덕혜옹주의 삶이 가감 없이 담겨 있다. 공주와 옹주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저자는 묘지명과 같은 사료를 샅샅이 조사해, 기록되지 못한 역사 속 여성을 새로이 조명했다. 역사의아침/ 371쪽/ 1만5000원
정상회담 _ 데이비드 레이놀즈 지음, 이종인 옮김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정상회담’ 개설서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국제역사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레이놀즈는 문서보관소에서 공개된 자료를 섭렵하며 책을 만들었다. 이 책은 20세기 대표적인 회담인 뮌헨, 얄타, 빈, 모스크바, 캠프 데이비드, 제네바회담을 다뤘다. 전쟁을 불러온 회담 뿐 아니라 냉전종식, 평화협정이라는 안정을 이끌어낸 회담까지 조명한 것. 저자는 세계 지도자들이 정상회담에 이르는 과정은 물론 정상회담 현장의 분위기, 회담의 성과 등을 살피고 있다. 또한 회담에 참여한 체임벌린과 히틀러, 케네디와 흐루시초프, 브레즈네프와 닉슨, 고르바초프와 레이건과 같은 걸출한 정치인들의 면면에도 관심을 둔다. 정상회담의 협상 과정을 읽다 보면 정치인이나 외교관이 아닌 일반인도 협상의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책과함께/ 688쪽/ 2만9000원
남자, 남자를 사랑하다 _ 우춘춘 지음, 이월영 옮김
저자는 중국 명청 시대의 남성동성애 풍조를 살피고 있다. 당시에는 남성동성애가 특이한 무엇이 아니었다. 시대현상의 하나로 자연스러운 연애풍조였을 뿐이다. 철저한 계급주의에 기반을 둔 남색의 연원과 전개, 양태, 보편화를 살핀 우춘춘은 인간 존재에 대한 집단적 광기와 계급주의적 패륜성을 짚어보며 “성애는 풍조이기 때문에 당시 성적인 풍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라 지적한다. 호주 뉴잉글랜드대학에서 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풍부한 사료를 통해, 당시 보편적인 풍조로 유행하게 된 남성동성애의 유래와 사회적 배경을 살펴보는 과정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성애 관념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탐구였다”고 말한다. 책은 명나라 말기 남색의 유행, 명나라 동성애 문학, 청나라 선비들의 동성애 풍조, 남색의 상품화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학고재/ 336쪽/ 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