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호

빈집에 우물 하나

  • 입력2011-08-19 13: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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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어디론가 떠나는

    세상 모든 것들이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지금 여기 더 독하게 앓으며

    맑아질 수 있다면

    지나온 세월만큼 견딜 수 있겠습니다



    빈집에 우물 하나
    뒤꼍 떫은 감나무

    이따금 지나는 허기진 바람 한 점에도

    사색에 잠겨 있습니다

    세월 지나 폐허가 되어버린

    장독대 옆 아주까리

    머리 위를 지나는 양떼구름 한 무리

    야물게 붙잡고 있습니다

    사람의 온기가 빠져 나간 것 빼고는

    달라진 것이라고는 하나 없는데

    우리는 여전히 더 이상 다가서지 못한 채

    새들이 앉았다 떠나 버린

    빈 하늘 한끝

    떠받고 있습니다

    김정호

    ● 1961년 전남 화순 출생
    ● 2002년 계간지 ‘시의 나라’로 등단
    ● 우리시 동인

    ● 작품집: ‘바다를 넣고 잠든다’‘상처 아닌 꽃은 없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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