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호

시마당

있다

  • | 시인 김소연

    입력2018-09-12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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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러기가
    기러기처럼 모여서
    날아가고 있다 시커먼 물웅덩이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기러기들 속에
    거위가 다가와
    주둥이를 대고 있다

    빗방울이 만든 웅덩이에
    빗방울이 모이고 있다
    하나가 수면에 닿을 때마다
    동심원이 점점 더 커다래지고 있다

    완벽한 세계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모습을 한 아이가 바라보고 있다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짚고
    갸웃거리다
    종이배를 띄우고 있다

    출항하지도
    정박하지도 않은 종이배에
    다른 아이가 팔을 뻗어
    작은 종이배를 조심스레 포개고 있다



    인부들이
    높다랗게 포갠 기왓장을 이고 지나가고 있다
    저쪽에서 인부들이
    인부들을 부르고 있다
    지붕 없는 집에서 기왓장을 이고서
    아이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김소연
    ● 1967년 경북 경주 출생
    ● 가톨릭대 국문과 졸업
    ● 1993년 계간 ‘현대시사상’ 등단
    ● 시집 ‘극에 달하다’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 ‘눈물이라는 뼈’ ‘수학자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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