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박용인
텃밭 무 걷이를 했습니다.
어떤 것은 아내의 매끈한 종아리 같고
어떤 것은 큰아이 장딴지처럼 굵고
옛적 나의 젊은 아버지가 하던 방식으로
무릎팍 길이만큼 땅을 파고 묻습니다
그늘에 앉아 아내와 무청도 엮습니다
한겨울 눈이 폭폭 내려 쌓이면
시래기 무청과 땅에 묻어둔 무를 꺼내
서억-썩 썰어 넣고
아직 도축장 도장이 파랗게 찍혀
돗바늘 같은 털이 숭숭 남아 있는
돼지고기 한 근 썰어 넣고
청국장을 끓여내면
먼 데서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개 짖는 소리도 컹컹 들릴 것입니다.
* 시집 ‘꼬리 없는 소’(문학의 전당)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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