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호

겨울 채비

  • 정하선

    입력2015-10-21 16: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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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채비

    그림 박용인

    바람은 차고 아침 서리 매서워져

    텃밭 무 걷이를 했습니다.

    어떤 것은 아내의 매끈한 종아리 같고

    어떤 것은 큰아이 장딴지처럼 굵고

    옛적 나의 젊은 아버지가 하던 방식으로



    무릎팍 길이만큼 땅을 파고 묻습니다

    그늘에 앉아 아내와 무청도 엮습니다

    한겨울 눈이 폭폭 내려 쌓이면

    시래기 무청과 땅에 묻어둔 무를 꺼내

    서억-썩 썰어 넣고

    아직 도축장 도장이 파랗게 찍혀

    돗바늘 같은 털이 숭숭 남아 있는

    돼지고기 한 근 썰어 넣고

    청국장을 끓여내면

    먼 데서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개 짖는 소리도 컹컹 들릴 것입니다.

    * 시집 ‘꼬리 없는 소’(문학의 전당) 중에서



    정하선

    ● 1964년 광주 출생
    ● 1993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당선
    ● ‘시우주’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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