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이윤택(64) 씨가 20년 만에 시집 ‘숲으로 간다’를 펴냈다. 그는 1979년 월간 ‘현대시학’ 추천으로 시인이 됐다. 1980년대 동인지 ‘열린시’, 무크지 ‘지평’ 등의 소집단 운동을 주도하며 시작(詩作)과 비평을 하다 연극으로 지평을 넓혔다.
그의 시는 술술 읽히고 이해하기 쉽다. “내 시는 대상에 대한 지식인으로서의 관점을 드러내기에 예술인의 글쓰기와는 달리 테크닉이 없는 ‘일상시’이자 인간과 자연이 하나 되는 ‘정물시’”라고 말한다.
‘참나무 한 그루 서 있다/ 그래 내가 물었다/ 참나무야,/ 너는 어떻게 늙어 가니?// (…) // 좀 외진 곳에 살더라도/ 그늘을 넓게 확보하는 게 좋아/ 지금 세상은 빛을 너무 받아 지랄발광하지/ 깊게 패이고 썩은 몸에서 맛 나는 버섯이 자라고/ 딱정벌레 같은 가족은/ 내 몸에서 흐르는 진땀을 먹고 산다네// 그러나 나는 시간을 담는 그릇/언젠가 허옇게 마른버짐 피우며 부러지겠지//(…)’ -시 ‘참나무’ 중에서
그의 시에는 실존 인물이 등장한다. 1980년대의 대표 시인 최승자, 고인이 된 연극배우 강태기, 연극 단원 조씨 부부(조인곤, 이은주)…. “일상 속에서 시적인 것을 건져 올려 시를 쓴다”는 시인의 목표는 뚜렷하다.
“연극은 세상과의 싸움이지만 시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시를 쓴다고 연극을 포기하는 건 아니다. 이번에 시집 낸 것을 출발점으로 삼아 나 자신을 만나는 시인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