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고 나는 비행기에 실려 있는 건 오래 두고 버릴 수 없는 꿈이다(왼쪽). 인천공항 입구. 건축물의 우아한 곡선이 비행기의 은빛 날개와 잘 어울린다.
공항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여기는 일찌감치 비행장이 될 숙명을 타고난 곳”이라고 말한다. ‘영종’과 ‘용유’라는 이름부터 그렇다는 것이다. 주 섬인 영종도는 한자 이름을 풀면 ‘긴 마루’, 요즘 식으로 말해 활주로와 같다나. 거기에 용유도는 하늘의 용이 노니는 곳이니 이 두 섬이 합쳐지면 활주로를 차고 하늘로 오르는 비행기의 모습이 아니고 무어냐는 것이다.
생각나는 대로 갖다 붙인 해석일 터이다. 하지만 서울서 인천공항에 이르는 쭉 뻗은 40km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정말 긴 마루 같다’는 느낌이 저절로 든다. 특히 인천 장도에서 영종도까지 바다 건너 육지와 섬을 잇는 현수교 영종대교를 건너면서는 “아아 이 마루를 달려 그 힘으로 하늘 끝까지 뻗는구나” 하는 감탄마저 새어나온다.
다리 위 두 개의 탑을 연결한 케이블과 로프가 다리 상판을 지탱하는 영종대교는 한국 전통 기와지붕의 처마 곡선을 형상화했다. 미끈하게 하늘로 뻗은 탑들은 머리 위로 두 팔을 올려 맞잡고 손님을 환영하는 모습과도 같다. 다리 밑으론 바다와 갯벌이 조화를 이루고 재두루미, 가창오리 등 철새들이 물 속에 머리를 박고 고기를 낚아 올린다.
공항행 다리 입구 오른쪽에 선 영종대교 기념관 3층에 오르면 4420m에 이르는 다리 전경과 주변의 바다, 섬, 갯벌, 갈대, 새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먼 길을 떠나며 설레는 마음을 달래려는 건지, 아니면 오히려 방랑벽을 부추기자는 건지 자연 경관은 사람의 눈을 잡고 도무지 놓아주지를 않는다.
인천공항 고속도로에는 영종대교, 방화대교 두 개의 다리가 있다. 그 중 어느 다리가 더 아름답고 멋있는지는 그야말로 보기 나름이다. 영종교가 우람한 남성의 맛을 풍긴다면 방화교는 우아한 여성의 멋을 살렸다. 이륙하는 비행기 이미지를 매끄러운 곡선미로 그렸는데 언뜻 보면 여인의 젖가슴 형상이다. 오렌지색으로 치장해 더욱 보는 이의 눈을 홀린다.
서울 강변북로에서 방화대교를 타면서 뭉클 들던 부드럽고 아름답다는 찬탄은 영종대교에선 멋지고 시원하다는 느낌표로 안겨든다. 그러고 보면 한국을 나가거나 들어오는 사람들은 각각 남성적, 여성적인 이 두 다리의 멋진 환영, 환송을 받는 셈이다. 바다와 강에 누운 듯 얹힌 두 다리 위에 부는 바람도 출영객마냥 손을 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