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까지 와 민물매운탕 한 그릇 먹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가평천 철로 벼랑 아래 위치한 마산집(031-582-2053)은 경춘가도에서는 매운탕을 가장 잘 끓인다고 소문난 집이다. 3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마산집 잡어매운탕(小 2만원)은 맵디매우면서도 시원하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흙내음이나 비린내도 나지 않는다. 가을에 담가 1년 내내 먹는다는 시래기장아찌, 고들빼기, 백김치와 김장김치, 강화순무김치의 깊은 맛도 입맛을 당긴다. 원하는 손님에게는 장아찌와 김치를 팔기도 한다. 더불어 잣막걸리 한 잔을 기울이면 몸도 기분도 확 풀어진다. 잣은 가평의 대표적 특산물이다.
가평을 출발해 이른 저녁, 춘천에 도착했다. 의암호를 붉게 물들이는 석양을 놓칠세라 중도선착장 인근 춘천MBC 언덕, 그 한참 위 소양2교 앞에 있는 봉의산(해발 301m)과 소양정까지를 바삐 오갔다. 강원도청 바로 뒤에 있는 봉의산은 적당히 땀 빼기에 딱 좋을 정도의 등산로를 품고 있다. 낮은 산이지만 숲이 울창한 데다 도보로만 오르게 돼 있어, 어린아이를 동반한 여행객이라도 춘천호반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기분 전환하기에 제격이다. 사실 높은 곳 찾을 것 없이 호반순환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춘천의 저녁은 충분히 아름답다.
늦은 식사를 하러 막국수로는 1, 2위를 다툰다는 ‘부안막국수’(033-254-0654) 집을 찾았다. 춘천역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부안막국수의 자랑은 메밀에 밀가루 대신 전분을 첨가해 뽑은 면발과 강원도의 명물인 총떡이다. 갖가지 야채를 메밀 부침에 돌돌 만 총떡은 담백하면서도 구수하다. 막국수, 총떡, 빈대떡, 메밀부침, 도토리묵이 모두 4000원. 1만7000원 하는 보쌈 맛도 예사롭지 않다.
다시 가평 방향으로 차를 돌려 지난해 7월 개장한 강촌리조트(033-260-2000)에 짐을 풀었다. 잘 정돈된 스키장과 골프장, 특히 새 집 냄새 폴폴 나는 콘도가 가족·단체 휴양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발품을 많이 판 덕분인지 여명은 급히도 왔다.